소설리스트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56화 (156/415)

156화. 흑마법사들의 함정

품 안에서 포션을 꺼낸 아드리아스가 디에네에게 바로 건네며 주변을 살폈다.

이미 디에네의 마법으로 흔적도 남지 않은 닉은 마법의 잔해만 남아 있었고 조금 전 그의 검에 의해 수급이 베인 말론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포션을 들이켠 디에네가 복부에 난 상처를 만지며 미간을 찌푸렸다.

상상 이상으로 강렬한 통증에 식은땀이 턱선을 따라 흘렀다.

“도와줘서 고마워. 근데 왜 여기에 있는 거야?”

하지만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아드리아스를 보며 궁금했던 것을 묻자 그는 말론의 시신을 뒤척이며 대답했다.

“마나 이상 현상으로 제 조원들과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래서 혼자 미로를 헤매다가 마법의 파동을 느끼고 바로 달려왔죠.”

그의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아니었으면 죽었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천만다행이었다.

아드리아스는 말론의 시신을 뒤적거리던 것을 멈추고 포션을 하나 더 꺼내 손짓했다.

“상처가 깊습니다. 일단 가만히 계세요.”

디에네에게 다가간 아드리아스는 상처를 살폈다.

상대는 형태를 변화시켜 날카롭게 만든 손으로 복부를 찔렀는데 다행히 상처는 깔끔했다.

우선 포션을 덕지덕지 퍼부은 아드리아스는 남은 포션도 마저 마시게 한 후에 디에네를 눕혔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디에네는 어차피 이번 평가를 잘 봐야 할 필요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건너편에 조원들이…….”

순간 먼저 넘어간 조원들도 이 미로의 함정이 아니었나 싶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한 번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자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드리아스에게도 향했다.

“아드리아스.”

“예.”

“미로에 진입하기 전에 나한테 조원을 조심하라고 했었잖아. 도대체 어떻게 안 거야?”

“말 그대로 그냥 조심하라고 한 것뿐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설마 미리 알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드리아스는 도깨비의 문을 바라본 채 무뚝뚝하게 마저 말을 했다.

“그건 그냥 의례적인 충고였어요.”

“그래? 하긴 너라고 어떻게 모든 걸 다 알겠어. 그래도 덕분에 눈치챘으니까 고마워. 물론 다 막아 내지는 못했지만.”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디에네는 자신의 상처가 빠르게 치유되는 것을 느끼며 슬슬 움직여야 함을 느꼈다.

“가자, 아드리아스.”

“괜찮으신 겁니까?”

“아니, 괜찮지 않아. 그래도 탈출이 먼저니까.”

디에네가 쓴웃음을 지었다.

“네가 없었으면 무리였겠지만, 믿을게.”

“알겠습니다.”

아드리아스와 디에네가 도깨비의 문 앞에 서자 거대한 얼굴이 입을 열었다.

―너는…… 일꾼이 아니군. 검인가?

뿔이 달린 얼굴이 아드리아스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영문 모를 말에 디에네가 아드리아스를 돌아보자 그는 굳은 얼굴로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의 검이지. 굶주린 자가 일꾼에게 검을 주었을 리는 없을 텐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검? 이걸 말하는 건가?”

아드리아스가 본인의 검을 들어 보여 주자 도깨비가 비웃었다.

―하! 하! 하! 역시 일꾼은 일꾼일 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역시 일만 하며 사는 종족답군. 그런 너에게 검은 사치다.

“아까부터 알아듣지 못할 소리만 하네. 문제를 내고 있는 거냐?”

―문제? 네게 낼 문제는 없다. 저 일꾼은 지나갈 수 있지만 너에게 내줄 길은 없어.

도깨비의 문이 문제 내기를 거부하는 경우는 문헌에서도 읽어 본 적이 없기에 디에네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둘을 번갈아 보았다.

아까부터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던 건 그렇다 쳐도 아예 거부를 하다니.

하지만 아드리아스의 반응을 보면 그도 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는 눈치였다.

“지랄 났군.”

스르릉.

아드리아스가 검을 뽑았다.

마치 무력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그 행동에 디에네가 말렸다.

“아드리아스. 안 돼.”

유적의 발굴에는 거대한 이권이 걸린 만큼 제국 내에서도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모였다.

이 ‘모네의 미로’ 또한 첫 발굴 작업 당시에 워록급 마법사와 오러 마스터가 참가했을 정도.

그리고 그렇게 참가한 워록이 남긴 문헌에는 몇몇 함정들이 가진 힘에 대해 서술해 놨다.

“도깨비의 문은 첫 발굴 작업 당시에 참여했던 오러 마스터인 무토 키네인도 무력으로 뚫지 못하고 오히려 큰 부상만 입었다고 자료에 나와 있었어.”

“알고 있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드리아스는 무슨 생각인지 계속 검을 든 채 서 있었다.

그렇게 잠시 문과 눈싸움을 하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게 검이 있다는 건 너도 벨 수 있겠다는 뜻이겠지?”

―어리석구나. 아직 날도 갈지 못한 검으로 나를 베어 보겠다고?

아드리아스는 도깨비의 말을 무시하며 아까부터 한쪽 시야 구석에 등장해 있던 시스템 창을 보았다.

[가호 ‘신살의 씨앗’이 신의 기운을 발견합니다.]

[‘만(萬)의 얼굴을 지닌 자’의 기운이 발견됐습니다.]

[억제가 가능합니다.]

‘검이라는 게…… 신살의 씨앗인가.’

모네의 미로도 고대의 유적 중 하나.

고대의 신과 연관되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드리아스는 자신의 시야에 뜬 메시지로 연관되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한번 시험해 보고 싶군.”

[가호 ‘신살의 씨앗’이 발동합니다.]

[신의 기운을 일시적으로 억제합니다.]

[일시적으로 ‘만의 얼굴을 지닌 자’의 효과 저하.]

[일시적으로 ‘만의 얼굴을 지닌 자’로부터의 내성 상승.]

[가호 ‘신살의 씨앗’이 하나의 흔적을 모았습니다.]

[3개의 흔적을 더 모으면 변화가 일어납니다.]

“과연 내가 널 벨 수 있는지…….”

오러 마스터조차 뚫지 못했다는 건 유명했다.

하지만 아드리아스는 그가 실력이 부족해서 뚫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신에 대한 내성이 부족했을 뿐.

우우웅―.

아드리아스의 검이 울었다.

신살의 씨앗을 발동하자 눈에 띄게 안색이 나빠진 도깨비가 아가리를 벌렸다.

―어리석구나.

“겁나나?”

한쪽 입꼬리를 올린 아드리아스가 주저 없이 달려갔다.

“아드리아스!”

놀란 디에네는 그를 말려 보려 했지만 다친 몸으로는 무리였다.

이내 문을 향해 부딪쳐 들어가는 아드리아스를 속절없이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콰가가가각―!

서거걱!

문이…….

“베였어…….”

디에네는 멍하니 눈앞에서 일어난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다.

분명 오러 마스터로 유명한 용병 왕 무토 키네인조차 흠집을 내지 못했다는 기록을 읽었었다.

그럼 대체 저건 뭐란 말인가.

“별거 없네.”

―커으윽, 끄르륵.

문은 마치 생물인 양 피를 쏟아 냈다.

그러나 피의 색은 마치 오래되어 썩은 듯한 검은 빛을 띠었다.

―그래. 나를 베니 기분은 좋은가?

정확히 반으로 쪼개진 도깨비는 피를 쏟아 내면서도 말을 했다.

그 모습을 차갑게 일별한 아드리아스는 그저 조용히 검을 집어넣으며 디에네에게 손을 내밀었다.

“업어 드리겠습니다.”

“뭐?”

“더러워지니까요.”

바닥은 이미 검은 피로 웅덩이가 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남사스러운 행동을 하기는 싫었던 디에네가 고개를 저었다.

“마법이 있는데 무슨…….”

“상처가 덧납니다. 한동안은 마법 사용도 자제하셔야 돼요.”

아드리아스는 강제로 디에네를 업었다.

그리고 단숨에 반으로 쪼개진 문을 뛰어넘었다.

―이곳은 모든 상황이 공유된다.

그때 아직도 죽지 않은 도깨비 얼굴이 말을 해 왔다.

―내가 이렇게 된 것도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지, 흐흐흐.

“고작해야 미로에 주제에 너무 큰소리치는군. 내가 그렇다고 빠져나가지도 못할 거라 보는 거냐.”

―우리는 이미 너희 같은 일꾼들에 의해 모조리 해체되었다. 그래, 인정하마. 우리의 힘은 예전만 못하고 너를 막을 수도 없다. 너도 우리만 있었으면 아무 문제 없었겠지.

“우리만?”

문이 하는 말에서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점을 발견한 디에네가 반문했다.

그러자 문이 낄낄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 지금 이곳에는 너희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도 들어와 있다. 네 녀석들이 오기 며칠 전부터 먼저 들어와 있었지.

“그게 뭐지?”

―크흐흐. 궁금한가? 안타깝지만 나도 모른다. 그저 우리와 같은 이형의 존재라는 것밖에는…….

문은 그 말을 끝으로 작동을 멈췄다.

끝까지 수수께끼만 남긴 채 멈춰 버린 문을 일견한 아드리아스는 디에네를 업은 채 묵묵히 걷기 시작했다.

“이형의 존재? 그리고 며칠 전에 왔다는 건…….”

“예감이 좋지 않군요.”

“응. 우리가 평가를 보기 며칠 전에 뭔가가 들어왔다는 건 이상해. 단순히 길을 잃은 몬스터가 들어온 거면 상관없겠지만 그럴 확률은 낮겠지.”

아드리아스의 표정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그런 그의 표정이 등에 업힌 디에네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말을 이었다.

“아카데미 내부에서는 일을 꾸미기 어려우니까 바깥에서 뭔가를 꾸민 모양이네. 그래도 너무 늦으면 교수님들이 직접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큰 걱정은 없지만…….”

“일단은 탈출구를 찾아가겠습니다. 오래 있어서 좋을 것 같지는 않군요.”

“그래.”

문 건너편에는 다른 조원들이 없었다.

이미 자리를 뜬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같은 조원이 맞았는지조차 헷갈리는 가운데 길을 걷는 동안 침묵만이 맴돌았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 때문일까.

디에네는 자신도 모르게 졸음이 쏟아져 오는 것을 느꼈다.

평소였으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었겠지만 알 수 없는 편안함과 안도감에 눈이 감겨 왔다.

“조금 주무세요. 깨워 드릴게요.”

아련하게 들려오는 아드리아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고개를 그의 등에 기댔다.

* * *

디에네가 잠든 걸 확인한 나는 드디어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움직였다.

사실 조원들과 헤어졌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디에네의 능력을 믿어 보려 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대충 짐작한 나로서는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결국 같은 조원들과 함께 걷다가 조용히 빠져나와 디에네를 찾아 움직였다.

‘내 조원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좋은 판단이었다.’

생명의 가치는 동등하다고 했던가.

미안하지만 내게는 아니다.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들이 죽어 나가도 플레이어블만 살아 있으면 된다는 게 내 생각이었기에 할 수 있던 행동이었다.

실제로 내가 조원들을 버리고 오지 않았더라면 자칫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

‘그나저나 이형의 존재라…….’

변수가 생겼다.

게임에서는 없었던 상황.

아니면 게임에서도 있었는데 마주치지 못한 걸 수도 있겠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은 해 두는 게 좋겠네.’

우선은 탈출이 급선무였다.

* * *

미로에 진입한 지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디에네의 상처도 많이 아물었기에 더 이상 내가 업고 다니지 않았다.

“왜 아무도 보이지 않지.”

“운이 나쁘거나, 아니면 좋은 거겠죠.”

게임에서도 가끔씩은 다른 조와 마주치기도 했다.

그렇게 마주치게 된 조와 트러블이 일어나거나 협력을 하게 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마주치지 않는 게 더 좋겠지.

디에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동경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아마 내심 안 좋게 보는 이들도 분명 있을 거다. 나와 디에네가 고작 단둘이, 그것도 한 명은 부상을 입은 걸 확인하면 탈락을 시키려고 수작을 부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일들까지 모두 합쳐서 평가에 포함되는 거니까.’

이틀 동안 걸자 슬슬 탈출구가 가까워짐을 짐작했다.

그걸 직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게 주변 풍경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아.”

무언가를 발견한 디에네가 짧게 소리를 내었다.

나는 걸어오면서 이미 인기척을 느끼고 있었기에 내색 없이 걸었다.

‘근데…….’

왜 다들 모여 있는 거지?

탈출구로 보이는 포털처럼 생긴 구조물이 보였다.

한 가지 특이한 건 그 앞에 놓인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상자 하나.

“디, 디에네! 아드리아스!”

우리의 도착을 눈치챈 학생들이 떨리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우선은 무슨 일인지 알기 위해 물었다.

“여기서 다 뭐 하고 있는 거야?”

“출구 앞에 함정이 있어. 그래서 아무도 나가지 못하고 있고.”

지금 보니 학생들은 총 9명이었다.

두 개의 조가 있는 건가?

“저게 그 함정인가요?”

디에네의 물음에 대답을 한 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3명이나 죽었어.”

“네?”

“저 상자 때문에 벌써 3명이나 죽었다고.”

골치 아프네.

나는 상자를 다시 보았다.

저런 형식의 함정이 모네의 미로에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어렴풋하게 기시감이 느껴지는 걸 보면 게임 속에서 본 적은 있나 보다.

그러나 실제와 게임 속 그래픽은 달라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저런 상자는 자료나 문헌으로도 읽은 기억이 없어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죠?”

“다가가면 저 뚜껑이 열린 상자에서…… 괴물이 튀어나와.”

다가가면 괴물이 튀어나오는 상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듣자 저 상자의 정체를 단번에 눈치챘다.

분명 이 미로에 있을 물건이 아닌데 여기 있다는 건…….

‘카오스 미믹……. 나를 노렸군.’

주인이 누군지도 알고 있었기에 무엇을 노리는지도 알 수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었는데 곧바로 나비 효과가 일어나네.

내가 그만큼 거슬렸다는 이야기겠지.

“마법으로도 피해를 입지 않고 꿈쩍도 안 해. 아니, 그냥 마나 자체가 통하지 않는 느낌이야. 흡수된다고 해야 하나?”

“저걸 치우기라도 한다면 탈출할 수 있지만 마법도 통하지 않으니까 옮길 수가 없어.”

“일단 제가 마법으로 살펴볼게요.”

디에네가 당당하게 나섰다.

그녀가 나서자 학생들도 희망에 들뜬 눈빛을 보내오며 그녀를 응원했다.

“다행이다. 디에네가 나서면 금방 해결될 거야.”

“평가 따위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 제발 나가게만 해 줘, 부탁이야!”

나도 저 물건이 뭔지는 알지만 뚜렷한 해결 방법은 없었기에 일단 지켜만 보았다.

여차하면 나서서 그녀를 지키겠다는 생각에 몸을 긴장시키는 건 덤이고.

우웅!

그녀의 손에 들린 네임드급 지팡이 ‘여명의 포효’가 빛을 뿜었다.

단숨에 완성된 공간 마법이 출구를 막고 있는 상자에 사용됐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