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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29화 (129/415)

129화. 아드리아스의 악연

마빈은 긴장한 두 신문부원들을 보며 살며시 눈치를 살폈다.

“비공식 랭킹 1위요? 졸업반 학생입니까?”

“아, 모르셨군요. 마법학부 4학년입니다.”

아드리아스는 모드라스의 탑으로 인해 아카데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이 되었다. 하지만 타국의 경우 토너먼트와 같은 행사가 아닌 단순한 평가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마법학부인데 칼을 차고 다니다니. 지팡이 대용 아티팩트거나 특이한 마법을 사용하나 봅니다? 혹시 가문에서 내려오는 오리지널 마법이라든가?”

“그, 아드리아스 선배는 조금 특이합니다. 검과 마법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특이 체질이지요.”

“아!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습니다. 토너먼트 본선에서 디에네 알븐과 겨뤘다는 그……?”

“네. 그분이 맞습니다.”

아드리아스는 천천히 디에네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뒤로 옅은 분홍빛이 도는 단발머리의 여인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비공식 1위죠? 분명 디에네 알븐에게 졌다고 들었는데?”

“그건…….”

덱스터가 설명을 하려던 찰나, 아드리아스가 디에네의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디에네.”

“……이것도 아니야…….”

“디에네, 제 말이 들리지 않습니까.”

“……건드리지 마. 나한테 말 걸지 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제야 디에네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사실 계속 이상했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던 행동들이 아드리아스가 나타나고 나서부터 확연히 눈에 띄었다.

“잡아먹기에는 너무 강한 상대였겠지. 이제 그만 나와라.”

디에네의 상태를 잠시 살펴본 아드리아스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강렬한 기세를 내뿜었다.

“허억!”

감히 마주 서 있기도 버거운 기세.

그러자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던 학생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깜짝이야! 야, 뒤로 좀 비켜봐.”

“와, 씨. 소름.”

“난 순간 오러 마스터 앞에 서 있는 줄.”

“뭐야! 갑자기 뭔 일이야?”

“싸우는 건가?”

기세를 내뿜는 아드리아스를 향해 디에네가 드디어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녀의 표정에는 잔뜩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슨 소리야.”

“크셰인.”

나직하게.

디에네에게만 들리게 말한 단어는 그녀를 동요시켰다.

그 동요의 순간을 노린 아드리아스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을 움직여 어느새 순간 이동을 하듯 디에네의 곁으로 다가섰다.

“좀 아플 거예요.”

파앙!

마나의 파동이 퍼져 나가고 디에네는 손 쓸 틈도 없이 혼절했다.

“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너무 순식간에 끝났는데?”

“미쳤다. 저게 모드라스 탑의 정복자…….”

아드리아스의 움직임은 학생들이 눈으로 따라갈 수조차 없을 정도로 빨랐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당황할 때, 아드리아스는 기절한 디에네를 가볍게 받쳐 들었다.

“선배! 갑자기 무슨……?”

“뭔가에 씌었었어. 금방 정신 차릴 거야.”

“씌었다고요?”

뒤늦게 다가간 루시아가 이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물푸레 기숙사랑 관계된 건가요?”

“그건 나도 몰라.”

짝짝짝짝.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들려왔고 아드리아스가 고개를 돌리자 처음 보는 인물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야, 정말 비공식 1위라는 말이 잘못되지 않았군요.”

“누구십니까.”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불칸 아카데미 2학년생 마빈 개럿이라고 합니다. 며칠 동안 견학을 위해 잠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불칸 아카데미?”

아드리아스는 잠시 마빈을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 반갑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디에네를 안은 채 떠났다.

“어?”

조금 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줄 알았던 마빈은 당황하여 따라나서려 했지만 리처드가 막았다.

“마빈! 저희는 다른 곳을 한번 둘러보러 가죠.”

“네? 아니, 아직…….”

“맞아요! 마법학부 부지는 신기한 게 많거든요. 저희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덱스터도 나섰다.

아드리아스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신문부원들은 필사적으로 마빈을 막아섰다.

비록 실제로 보거나 겪은 적은 없지만 아드리아스의 성격은 그들이 입학하기 전부터 개차반으로 유명했다.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들로서는 다가가기 힘든 선배였다.

특히나 저 좌중을 압도하는 분위기와 카리스마.

솔직히 저런 모습을 보고도 말을 걸려 하는 마빈이 대단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 지금까지 소개했던 유망한 학생분들과의 인터뷰는 어떤가요? 제가 기사학부라 다리를 놓아 줄 수 있습니다.”

“오! 그거 좋군요. 안 그래도 루이스 아트만이라는 분과 비비안 벨로칸은 반드시 대화를 나눠 보고 싶었습니다.”

간신히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 성공한 리처드는 한숨을 내쉬고 곁눈질했다.

아드리아스는 디에네를 안고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기사학부인 나도 못 봤다.’

아드리아스가 디에네에게 다가갈 때 보여 주었던 움직임.

전혀 보이지도, 심지어 눈치채지도 못했다.

리처드도 모드라스의 탑 평가를 실시간으로 함께 보았기에 아드리아스가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보여 준 그의 움직임은 상상 이상이었다.

‘공식 랭킹 1위, 디에네조차 반응하지 못했던 움직임.’

듣기로는 토너먼트에 참가할 때는 원인 불명의 부상이 있는 상태로 참가했다고 했었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저 모습을 보니 그때의 부상이 심각했었나 보다.

루이스 아트만과 함께 모나스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만 하더라도 루이스를 뛰어넘는 인재는 같은 나이대에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세상은 넓고…….’

괴물은 많았다.

* * *

디에네를 치료소에 두고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내가 손을 쓴 만큼 책임도 내가 져야겠지.

그래도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다른 인물이었으면 제대로 빙의 당했을 텐데 하필이면 디에네가 걸린 덕분에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

강력한 마력을 지닌 만큼 저항이 높았으니까.

덕분에 나도 편했다.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자 눈을 감은 디에네를 가만히 지켜보던 루시아가 말을 걸어왔다.

“근데 어떻게 안 거예요?”

“뭐가?”

“뭐에 씌었다면서요.”

“그냥. 평소랑 달라서.”

“네? 그게 다예요?”

“어.”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루시아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나를 노려봤다.

“뭐.”

“선배가 아무 이유 없이 디에네 선배를 건드렸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디에네 선배 반응도 이상하긴 했고. 아마 확실한 증거가 있었을 텐데 저한테 말해 주기는 싫은 모양이네요?”

이래서 눈치가 빠른 녀석은…….

나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뭐, 어련히 알아서 잘하시겠지만 가끔 저한테는 말해 줘도 된다고요.”

그녀는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너무 혼자서 모든 걸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요.”

“뭔 소린지는 모르겠는데 말만이라도 고맙다.”

네가 날 도와주려면 아직 멀었어.

이제 막 병이 나은 루시아는 깍두기나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몇 년만 있으면 최강의 배틀 메이지가 되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몇 년 후의 이야기.

그냥 넌 근심 걱정 없이 무럭무럭 자라만 다오.

그게 지금 네 역할이다.

‘가장 폭발적으로, 그리고 단기간에 강해지긴 하니까. 그때가 되면 싫다고 해도 부려 먹어야지.’

그 전까지는 최대한 보호해 줄 생각이고 웬만한 일에는 휘말리지 않게 하고 싶었다.

애초에 그녀의 에피소드는 치료제 관련으로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딱히 위험한 순간이 없었다. 그만큼이나 치료제 만드는 게 어렵다는 방증이지만.

치료를 하고 나서도 웬만한 메인 에피소드에는 연결되지 않는다.

게임 측의 편의라고 보면 되었다. 그동안 성장이 밀린 만큼 성장할 시간을 주는 거지.

“에휴, 됐어요. 안 봐도 뻔하네. 저 무시하고 있는 거죠?”

“천재라고 불리는 루시아 님을 제가 감히 어찌 무시합니까.”

“놀리지 마요.”

루시아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와 디에네를 번갈아 보았다.

“제가 금방 둘 다 따라잡을 테니까.”

“예이. 기대하겠습니다, 천재님.”

“으음.”

내가 루시아를 놀리고 있자 디에네가 깨어난 듯 소리를 내었다.

힘겹게 눈을 뜬 그녀는, 곁에 앉아 있던 나와 루시아를 보았다.

“여긴 어디…….”

“디에네 선배님, 제가 누군지 알아보겠어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루시아.”

디에네는 두통이 있는 듯 잠깐 머리를 잡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 있던 거지?”

“혹시 이 파렴치한 선배가 디에네 선배님 몸에 손댄 건 기억나세요?”

“아드리아스가 나를?”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조용해졌고 이내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기억나. 근데 이상해. 꼭 꿈을 꾼 것 같아.”

“파렴치한 선배가 그러는데 디에네 선배님한테 뭔가 쓰인 것 같았대요.”

“아……!”

디에네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탄성을 질렀다.

“물푸레 기숙사.”

“설마 그 이상한 사건?”

“응. 나한테 조사를 부탁했거든.”

그렇게 된 거였군.

그래도 웬만한 마탑의 마법사들보다 마력이 강한 디에네가 걸린 건 조금 의문이다.

“디에네, 혼자서 조사하진 않았겠죠?”

내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혹시 같이 간 인원들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내가 묻자 맞은편에서 날 보고 있던 루시아의 눈이 다시 게슴츠레하게 떠졌다.

“뭔가 있나 보네요? 같이 간 인원들을 묻는 걸 보면?”

똑똑하다는 걸 눈치가 빠른 걸로 보여 주는 건가.

뭐, 내가 너무 대놓고 물어보기는 했지만.

“무슨 소리야?”

“저도 잘 몰라요. 아드리아스 선배한테 그래서 물어보려고요.”

괜히 루시아가 관심을 가지게 하긴 싫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학생은 디에네 혼자였겠죠? 나머지는 다 교수들이고.”

“응. 어떻게 알았어?”

“사람이 죽은 일인 만큼 위험하니까요. 지금 학부장님이랑 마탑주님도 자리를 비웠잖아요?”

대륙 동쪽 끝에는 포트리온이라는 이름의 도시 국가가 있었다.

마법사들의 도시라 불리는 그곳에서 매년 이뤄지는 모임과 축제 같은 연례행사가 존재했는데 마침 바하트와 베리얼이 참여한 참이었다.

“맞아. 나 말고 이셀린 교수님하고 카론 교수님이 계셨어.”

“알겠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다.

디에네 같이 강력한 마력을 지닌 마법사가 빙의될 뻔한 게 살짝 의문이었는데 카론이 같이 갔다는 이야기에 납득이 되었다.

‘카론 디플렌.’

내 흑마법 스승이자 흑마법 집회의 마법사.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의 흑막이자 중간 보스.

‘원래 시나리오였으면 나도 연관이 되었겠지만.’

카론이 건들기에는 내가 너무 거물이 되어 버렸다.

사실상 그의 제자라고 볼 수도 없는 상황.

‘어째서 급하게 일을 벌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한다.’

겸사겸사 이번 에피소드로 벌어질 일에서 보상도 챙기고.

일석이조를 노려 봐야지.

나는 옆구리에 찬 갈락슈르를 바라봤다.

드디어 봉인이 풀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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