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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18화 (118/415)

118화. 회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조금 전까지 있었던 끔찍한 고통이 아직도 손에 잡힐 듯 생생했다.

그렇게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더듬어 보는 사이, 저 멀리서 루나가 날아오는 게 보였다.

“친구야아아!”

루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그녀도 회귀한 건가?

“와! 나 방금 신기한 경험했어! 들어 봐, 들어 봐!”

그녀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나를 잡고 흔들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다시 저번처럼 이목이 끌렸지만 의미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행동은 저번하고 똑같다. 그럼 루나는? 루나는 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지 알고 온 거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해 주듯이 루나가 말을 이었다.

“방금 내가 도시 바깥으로 나가서 안개 속으로 들어갔거든? 근데 다시 처음 눈을 떴던 자리로 돌아왔어! 신기하지? 그치?”

“아.”

그렇다는 말은…….

루나도 회귀를 했다는 건가?

“루나.”

“응! 말해!”

“전 조금 전까지 마을 사람들한테서 이런저런 정보를 묻고 여관으로 들어갔었어요. 루나랑 만나려고. 그리고 밤이 됐죠.”

“어? 밤이 됐다고? 무슨 소리야, 난 금방 갔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루나, 아직 확실하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이 도시는 같은 날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그 뒤로 내가 겪었던 일들을 루나에게 설명했다.

검은 연기가 된 마을 사람들, 도망, 소음, 에반 폰 오를레앙, 그리고 내 죽음까지.

평소에는 나사가 빠진 듯한 루나도 그 마법 실력과 같이 머리는 비상한 편에 속했기에 금세 내가 하는 이야기를 이해했다.

“시간 회귀!”

“예.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 아이들이 나를 지나쳤던 장면부터 주위를 걸어 다니는 낯익은 사람들을 보면 거의 확실했다.

이 도시는 같은 시간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래서 던전의 이름이 반복되는 악몽이었던 건가.’

문제는 이 회귀의 원인과 조건, 그리고 클리어 방법에 대한 힌트가 전무하다는 사실이었다.

이미 죽음으로써도 이 던전을 벗어날 수 없음을 확인한 이상 생명의 위협은 없었다. 하지만 탈출하는 방법을 찾지 못할 경우, 어쩌면 이곳에서 영원을 지내야 할 수도 있었다.

이 죄악의 세계관은 그런 비현실적인 일들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으니까.

“그럼 에반도 회귀했겠네?”

하필이면 최악의 존재까지 이곳에 따라 들어와 버렸다.

안 그래도 이 던전을 해결하기 바쁜데 불청객까지 들어와 버리다니.

“강했습니다.”

뜬금없는 내 말에 루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에반은 강해. 우리 엄마도 함부로 싸우지 못하고 피해 다녔으니까.”

“하지만 무서워할 필요는 없겠죠. 어차피 죽어도 다시 살아나니까.”

“친구, 그건 장담하면 안 돼. 아직 이곳의 구조를 알지 못하는 이상 회귀가 몇 번 가능한지 알 수 없어.”

루나의 말이 맞았다.

회귀가 무한정 반복되는 게 아닐 경우도 상정하고 행동해야 했다.

‘그러면 우선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도시의 비밀은 곧바로 찾기 요원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단은 우리의 방해물이 될 수도 있는 존재의 정보를 먼저 얻는 것이 좋아 보였다.

‘에반.’

그의 스타트 지점을 알아내야 했다.

* * *

“허…….”

멍하니 서 있던 에반 폰 오를레옹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베리 샌더스를 죽여도 사라지지 않는 검은 연기들을 상대하며 거리를 활보하던 그는, 이내 이대로 있다가는 끝이 없다는 생각에 도시 밖으로 무작정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미지의 안개 속으로 몸을 던지자 어느새 처음의 장소로 다시 돌아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그냥 장소만 되돌아온 게 아니었다.

마치 시간도 되돌려진 것처럼 해가 떠 있는 하늘이 해맑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참…… 특이하군.”

수많은 경험을 헤쳐 왔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그런 그조차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와아! 기사님이다!”

“기사님!”

제자리에 서 있던 그에게 거리를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다가갔다.

너무나 순수한 그 모습에 평소였으면 웃으며 반겨 주었을 에반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당신들은…….”

이미 한 번 겪었던 일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그 기시감, 아니 짜 맞춘 연극과 같은 일련의 사건에 에반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애써 숨기며 자세를 낮추어 아이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새뮤엘, 스티븐슨, 로버트.”

“어? 기사님이 우리 이름을 알고 있어!”

“와! 저희 이름은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이전의 만남에서 이름을 들어 알고 있던 에반이 쓰게 웃었다.

“이거 참…… 골치 아픈 상황이군요.”

시간이 되돌아갔다.

카시온 성국의 성기사로 활동해 오며 여러 마나 이상 현상을 겪어 보았지만 이번 현상은 그중에서도 단연코 압도적이었다.

절대 작지 않은 도시.

그런 도시 전체의 시간이 반복되는 것은 평범한 힘으로는 말이 되지 않으니.

‘루나 펜드래곤, 베리 샌더스. 이 둘의 시간도 되돌려진 걸까요?’

여기서 한 가지 의문.

그렇다면 조금 전 자신이 죽였던 베리 샌더스도 다시 살아났을까?

목표가 정해졌다.

우선은 그 둘부터 찾아야 할 차례였다.

* * *

이번에는 저번과 달리 루나와 함께 다녔다.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힘이 이 도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걸 안 이상 따로 다니는 위험을 감내할 필요는 없었다.

‘에반도 회귀를 했다고 치면 내가 죽고 나서도 계속 활동을 하다가 회귀한 건가.’

루나는 나보다 먼저 회귀했음에도 결국 나와 같은 2회차였다.

그렇다면 에반이 나를 죽이고 난 뒤에 더 활동을 했다고 해도 결국 지금 만나게 될 에반은 우리와 같은 2회차일 가능성이 높았다.

“저기 봐! 공연하고 있어!”

루나와 함께 에반을 찾아 도시를 돌아다니던 중, 시계탑이 설치된 공터에서 작은 극단이 연극을 하는 게 보였다.

붉은 용으로 분장한 사내를 여러 인물들이 힘을 합쳐 물리치는 내용이었는데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내가 가진 책자에 적힌 화룡 크리브마허였다.

“우와아.”

어느새 에반을 찾는 일도 잊은 듯, 연극을 보고 있는 루나가 보였다.

이런 경험은 없는 모양인지 별거 아닌 연극에도 감탄을 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 형씨. 처음 보는 얼굴인데? 용병인가?”

루나가 정신이 팔렸을 때쯤 연극을 바라보던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직도 저번 회차의 기억이 생생한 나로서는 검은 연기로 변했던 마을 사람의 물음이 어색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어허, 혹시 화룡 원정대에 참여하려고 온 건가? 그렇다면 늦었어. 원정대는 이미 며칠 전에 떠났다고.”

“화룡 원정대?”

너무나 뜻밖의 정보에 나도 모르게 반문했다.

그러자 내게 말을 건 사내는 도리어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봤다.

“자네 정말 용병이 맞나? 화룡 원정대의 소식도 모르면서 어찌 용병을 하고 있나?”

“시골에 있다가 이제 막 상경했습니다. 소식이 깜깜해서 미처 몰랐군요.”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자 여전히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사내는 턱짓으로 연극을 가리켰다.

“우리 도시 인근에 하필이면 화룡이 자리를 잡아서 나는 자네가 당연히 그 소식을 듣고 여기 있는 줄 알았지. 아무튼 이제 막 용병이 된 거라면 어차피 원정대에는 합류하지 못했을 터니 상관없는 일이구먼.”

“화룡을 잡으러 간 겁니까?”

“그렇다니까? 이 도시의 수호신이신 레테 님의 가호를 받고 떠난 게 불과 며칠 전이야. 사실 아직까지는 별다른 피해가 없지만 화룡이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악영향이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빨리 처리해야지. 무려 레테 님의 고위 신관께서 직접 의뢰를 한 일이라 용병들도 많이 몰렸었다고.”

수호신, 고위 신관, 화룡, 그리고 용의 원정대.

이 정보들만으로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고대 시대?’

신들이 실존했던 고대 시대.

거인과 드래곤이 살아 있던 시대.

히든 던전이 고대 유적과 자주 연관된 것을 보면 내 추측이 그럴듯했다.

그리고 잡으러 갔다는 화룡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들고 있는 책자에 적힌 크리브마허일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곳은 고대 시대에 실재했던 도시라는 이야기인가.’

고대 시대의 도시가 같은 날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그 이유는?

“아무튼 조금만 있으면 결과도 알려지겠지. 아무리 드래곤이 두려운 존재라지만 무려 대전사급 기사님들이 3명에다가 레테 님의 가호까지 받고 갔으니 문제없을 거야. 어쩌면 자네에게 아쉬운 일일 수도 있겠군. 이번 원정의 성공은 따 놓은 당상인데 이왕이면 참가해서 이력에 서사시 한 줄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였을 텐데.”

그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연극이 끝났는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화룡으로 분장한 사내는 어느 기사의 검에 맞아 죽은 것처럼 쓰러져 있었다.

“재밌다! 연극이라는 거 처음 봤어!”

앞쪽에서 구경하던 루나가 돌아와 말했다.

그러면서 내 옆에 서 있는 행인을 바라봤다.

“아저씨는 누구?”

“일행이 있었군. 난 이 옆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톰슨이라네.”

“안녕, 톰슨!”

“하하, 밝은 아가씨군. 혹시 사제인가?”

“사제?”

갑작스러운 물음에 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내가 실례했군. 외모를 보고 닉스의 사제인 줄 알았네. 은색이 감도는 백발에 오팔의 눈을 가진 자가 흔한 건 아니니.”

고대 시대의 사제들은 전부 외모가 특이한 건가?

그렇다면 루나는 고대 신 사제의 혈통이란 소리?

추측일 뿐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게임을 여태껏 해 보면서도 처음 알게 된 정보에 일단은 머릿속에 우겨 넣었다.

연극을 했던 배우들이 인사를 마치고 사라지자 공터의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오지랖을 부렸던 톰슨도 우리에게 몇 마디 하더니 이내 자신의 가게로 돌아갔고 공터에는 나와 루나만이 남았다.

“루나.”

“응?”

“루나의 어머님도 루나와 비슷한 외모였습니까?”

“응! 똑같았어!”

그렇다면 정말 고대 시대에서부터 내려온 혈통일 수도 있겠다.

신을 섬기는 사제의 혈통이라 저런 특이한 능력을 각성한 건가.

나도 모르게 게임을 하던 시절처럼 정보를 취합, 분석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게이머 모드였다.

“친구.”

생각에 빠진 와중 루나가 살짝 얼어붙은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게 들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담긴 감정의 동요는 너무나 확연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무슨 일이 생겼음을 안 내가 고개를 들자…….

“정말 놀랍군요. 다시 살아나신 건가요? 아니면 저만 되돌아온 걸까요? 혹시 기억나십니까?”

밝은 목소리, 그리고 당당한 발걸음.

저 멀리서 태양빛을 받아 새하얗게 눈이 부신 기사가 걸어오고 있었다.

“당신이 제게 죽었던 것을.”

“에반.”

에반 폰 오를레옹.

나도 나름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내가 손도 못 쓰게 만든 절대적 강자.

그가 우리를 보며 밝게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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