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94화 (94/415)

94화. 입장

디에네 알븐이 나오고 잠시 지체되었던 평가는 곧바로 재개되었다.

모드라스의 탑에 입장하는 마지막 조.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조에 포함된 아드리아스 크롬웰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제각각이었다.

“거참, 저걸 자신감이 넘친다고 해야 할지, 오만하다고 해야 할지.”

“젊은 친구가 패기 있고 좋군요. 무릇 사나이라면 저 정도의 패기는 있어야지.”

로들렌 마탑의 2인자라 볼 수 있는 부탑주 크리스티앙과 20층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모하임 공작의 수하이자 모하임 기사단의 부단장, 대너드가 연달아 말했다.

둘 모두 쟁쟁한 인사였기에 신문사의 기자들은 그들의 말조차 일일이 받아 적느라 바빴다.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자들 중에서 명성이 뒤떨어지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말 한마디, 한마디의 파급력이 대단했는데 그런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펼치기 시작했다.

“치기 어린 애송이의 헛소리일 뿐이다. 진지하게 들을 필요 없어.”

“하지만 아드리아스 크롬웰은 특이체질입니다. 마법과 검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변수에 대한 대응이 용이할 텐데요.”

“아무리 특이체질이어도 고작 학생입니다. 게다가 사용할 수 있는 마나도 한정되어 있으니 의미가 없죠.”

“지금 아드리아스 크롬웰이 중요합니까? 무려 42년 만에 나타난 20층 통과자입니다! 그것도 무려 최초의 마법사라고요! 디에네 알븐이 졸업을 하게 되면 진짜 ‘탑’에 방문하게 될 텐데 그런 그녀가 이후에 차지해 낼 영광이 더 궁금하지 않습니까?”

사람들의 소란을 뒤로하고 마지막 7개의 조가 모드라스의 탑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모여 있던 학생들의 응원하는 소리가 퍼지고 이내 모두의 관심은 다시 탑에서 방금 막 나온 디에네에게 향했다.

디에네는 나오자마자 온갖 질문 공세에 시달리며 피곤한 모습으로 기자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내 딸이 피곤해 보이는 것 같으니 이쯤에서 그만두지. 어차피 화면 기록이 다 남아 있지 않나.”

결국 바하트가 나서며 디에네의 곁에 선 사람들을 치워 냈다.

디에네는 그런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아빠.”

“고생 많았다. 네가 자랑스럽구나.”

바하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디에네는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이제 막 탑에 진입한 아드리아스의 모습이 화면에 비쳐지고 있었다.

‘아드리아스라면 적어도 10층 이상은 올라갈 수 있을 거야. 그러면 조금 쉬고 와도 되겠지.’

아드리아스의 활약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지금은 너무 지쳤다. 조금 쉬고 온 뒤에 봐도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아버지를 따라 길을 나섰다.

* * *

모드라스의 탑은 겉보기에는 30층으로 구성된 탑이었다.

매 층마다 구성과 내용이 달랐으며, 매 입장마다 그 형태가 달라졌다.

기본적인 내용은 숙지가 가능해도 공식처럼 외울 수 없다는 말이었다.

‘1층은 함정만 통과하면 되는 층. 하지만 길이 미로처럼 꼬여 있지.’

미로의 형태는 매번 바뀌기에 그저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로들렌 아카데미의 재학생들이 고작 함정 따위에 퇴장할 정도로 수준이 낮지는 않았기에 그저 몸풀기라고 보면 되었다.

쿠르릉.

거대한 돌덩이가 굴러떨어져 왔지만 앞을 가로막은 신입생들이 오러를 담은 검으로 무자비하게 바위를 쪼갰다.

콰가각!

“너무 쉬운데?”

“바보야. 1층이니까 당연히 쉽지.”

나는 일단 마법만 사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위로 올라가면 모두 퇴장당하고 나 혼자만 남는 건 똑같았기에 지금부터 전력을 내 보았자 의미 없었다. 거기다 더해서 지금 기회에 마법의 숙련도를 올려놓아 퇴장할 때쯤에는 원소 마법의 재능을 진화시킬 생각이었다.

현재 내가 익히고 있는 원소 마법의 계열은 땅, 불, 바람.

일단은 상성이 좋은 세 개를 우선적으로 익히고 있었다.

원소 마법은 다른 마법사들도 대체로 3개의 계열만 익히기에 나도 기본만 따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나중에 재능이 진화하게 된다면 다른 원소들도 익혀야지.’

철컥.

누군가가 실수로 함정을 밟자 화살이 쏟아졌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꺾어 화살을 피해 내며 내 옆에 있는 빈센트에게 어스 실드를 사용했다.

투두둑!

“고, 고마워.”

마법의 능력치만 보면 나보다 숙련도도 높고 레벨도 높을 빈센트였지만, 역시나 실전 경험이 문제였다.

마치 전장에 처음 나와 본 신병이라고 해야 할까.

‘매 평가 때마다 실전과 비슷한 수준의 평가가 하나씩 있는데도 어리바리하네. 그동안 어떻게 낙제하지 않고 진급했냐.’

하긴 예전의 나도 3학년까지는 무사 진급했는데 이 녀석이라고 못할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졸업이었다.

진급의 경우 적당히만 하면 문제가 없었지만 졸업은 정말 힘들다는 게 로들렌 아카데미의 특징이었다.

그렇게 1층의 미로를 전부 들쑤시며 함정들을 부쉈다.

“계단이다.”

“우리가 제일 늦은 거 아니야?”

“뭐 어때. 타임 어택도 아니고.”

신입생들은 어느새 조장처럼 여겨지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려 물어보았다.

“선배님, 바로 갈까요?”

“저희는 여유가 있습니다.”

나는 옆에 있는 빈센트의 상태를 살짝 살피며 말했다.

“그래, 바로 가자.”

굳이 시간을 질질 끌 필요는 없겠지.

우리는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부터는 함정들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물론 초반 층들은 몬스터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잡몹들이 나왔지만 5층만 넘어서면 고작 1학년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키륵!”

예상했던 대로 2층에는 고블린이 나왔다.

숫자는 고작 5마리.

성인 남성보다 약한 몬스터가 우리보다 적은 숫자로 있으니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하지만 나는 이왕이면 마법의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마법을 사용했다.

화르륵.

“키엑!”

그렇게 2층도 수월하게 통과하고 3층으로 올라가기 직전, 조원 하나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내게 말했다.

“저, 선배님.”

“왜.”

“그, 혹시 마나를 너무 많이 사용하시는 건 아닌가 해서요.”

출발하기 전에 미리 초반 층들에서는 마법만 사용한다고 말해 두었기에 그에 대한 불만들은 모두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내가 마법을 난사하자 불안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

“걱정하지 마. 밖에서 말했듯이 나는 디에네 알븐한테 질 생각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내가 딱 잘라서 말하자 더 이상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어느 정도 불안한 감정이 있겠지.

‘걱정 마라.’

어차피 내 목표는 탑의 정복.

같은 조원들이 모두 조기 탈락한다고 해도 나 혼자만으로도 상위권의 점수를 뽑아낼 수 있었다.

‘물론 정복했다는 가정하에 들어맞는 말이지만.’

어차피 보상을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서든 깨야 했다.

그만큼 정복 보상은 달콤했기에.

그 뒤로 우리는 층을 올라갈 때마다 약간의 휴식을 가지며 차근차근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평가 점수도 잘 받으면 좋기에 조원들이 탈락하지 않게끔 신경 써 주는 건 덤이었다.

“오늘은 이제 쉬자.”

“아무도 탈락하지 않았어!”

“그러게. 다른 팀들 보면 첫날부터 우수수 탈락했는데.”

자칫하면 6층에서 한두 명이 탈락할 뻔했지만 간신히 살렸다.

그때까지도 나는 검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덕분에 원소 마법의 숙련도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원죄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마나양과 마나 회복률 덕분이었다.

“선배님은 지치지도 않으세요?”

“어. 난 특이체질이라 마나도 좀 많은 것 같거든.”

“와, 부럽다.”

우리는 7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 공터에서 잠자리를 준비했다.

이미 6층에 있는 모든 위협 요소를 제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전원 6층 생존이고 내일이면 7층에 올라가니까, 벌써 순위권이겠는데?”

“그러게. 7명이 7층이면 벌써 49점이야. 벌써 중위권은 제쳤지.”

“이게 다 아드리아스 선배님 덕분이지.”

마법만 사용했기에 활약이 없었던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전생의 특수부대 운용 경험과 이미 알고 있는 게임 속 정보를 이용해 내가 시기적절한 명령을 내려 지금까지 탈락자를 단 한 명도 만들지 않은 거다.

이런 보이지 않는 활약을 은근히 체감을 했는지 조원들 내의 내 평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아드리아스, 그런 건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그거 있잖아, 애들 치고 빠지게 하고 몬스터들 진형 붕괴시키는 거.”

“관심이 있었어. 어렸을 적에 공부했지.”

빈센트의 물음에 적당히 대답했다.

소규모의 팀으로 이루어지는 교전은 이 세상에서 나를 따라잡을 경험을 가진 자는 드물 거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내가 배우고 익히고 사용하는 것은 현대의 최신식 전략이었다. 과학이 증명해 낸 전략인 만큼 전술의 천재가 아닌 한 소규모 교전에 있어서는 나를 이기지 못할 거다.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불침번을 정했다.

아무리 모든 위협 요소를 제거했다고는 해도 야외에서 취침을 하는 이상 불침번은 필수 불가결이었다.

조원들의 배려로 첫 불침번을 담당하게 된 나는 피워 놓은 모닥불의 불씨를 살리며 내 원소 마법의 진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의 재능: 원소 마법(범재)의 진화 가능성 74%]

[진화를 하시겠습니까?]

처음 얻었을 때 30%였으니 어느새 40%가 넘게 올라갔다.

이대로 가면 모드라스의 탑을 나왔을 무렵에는 90%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도 좋지만 이제 슬슬 나도 천재 재능을 얻고 싶네.’

내가 가진 재능 중 가장 높은 건 영재의 재능.

영재만 해도 이 정도인데 만약 천재로 진화하게 되면 얼마나 강해질까.

‘지금으로서는 전투 재능이 가장 가능성 높은데.’

전투 재능은 영재이면서도 유일하게 진화 가능 문구가 나오는 재능이었다.

무려 41%의 진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었는데 확실히 영재라 그런지 성장 폭이 더뎠다.

“졸업하기 전까지는 됐으면 좋겠네.”

졸업하기 전에 최대한 스펙을 올리고 될 수 있으면 언데드들도 강화 및 추가해야 했다.

모드라스의 탑과 달리 진짜 ‘탑’은 내부의 상황을 볼 수 없게 되어 있어 흑마법의 사용이 거리낌 없었다.

‘물론 함께 참가하는 다른 인원들이 모두 탈락하고 나서야 사용할 수 있겠지만.’

같은 해에 졸업을 하게 되는 인원들과 팀을 이루어 다 함께 입장하게 된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사용할 수 없겠지.

결국 내가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시기는 나 혼자만 남게 되었을 때다.

끝까지 남을 자신은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 어느 플레이어블보다 강해져 있는 상태.

‘유일하게 디에네 정도만 견줄 수 있겠네, 지금 상태에서는.’

하지만 뒤이어 성장하게 될 녀석들의 성장 속도도 어마어마했기에 걱정은 없었다.

그저 나와 디에네의 성장이 조금 비정상적일 뿐이지.

그렇게 혼자 생각을 정리하며 모닥불을 피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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