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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54화 (54/415)

54화. 수련 그리고 검법

데슈른의 오두막에 찾아온 지 벌써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동안 꿋꿋하게 처맞아 가며 데슈른에게 이것저것 배우고 있었는데 솔직히 내가 기대했던 검술 따위랑은 전혀 상관도 없는 것들이었다.

‘물론 도움이 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천하의 오러 마스터인데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니켈도 기본기만 주야장천 훈련해서 오러 마스터가 된 녀석이라 제대로 된 검법을 배우기가 요원한데 사실 이번 기회에 배울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긴 정식으로 받은 제자도 아니고 혈육도 아닌데.’

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검법을 내게 알려 주는 것도 신기한 일이겠지.

오늘도 아침부터 처맞겠구나 생각하며 오두막 밖으로 나오자 정자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데슈른이 보였다.

“나왔구나. 가자.”

“예? 가다니요?”

“오늘은 조금 특별한 수련이다. 가면서 얘기해 주마.”

특별한 수련이라는 말에 살며시 기대가 되었다.

혹시 검을 알려 준다거나?

데슈른의 뒤를 따라 걷자 그는 산책이라도 나온 듯 주변 경치를 둘러보며 말했다.

“요 며칠 네 습관을 꽤 고친 것 같은데 앞서 말했지만 네 녀석의 그 눈은 뛰어난 재능이다. 단지 문제라면 사용해야 할 때와 장소를 분간하지 못한 게 아쉬웠을 뿐. 그러니 계속해서 나와 수련을 하면 네 재능은 퇴화가 될 수 있다.”

말을 들어 보니 아무래도 또 검과 관련된 수련은 아닌가 보다.

그래도 잠자코 듣고만 있자 데슈른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제는 다시 네 재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 짓거리를 반복하면 습관도 고치고 재능도 살릴 수 있겠지.”

“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요?”

뭔가 불안했다.

또 뭘 꾸미고 있는 거야.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 데슈른을 보자 살짝 불길한 예감이 전해져 왔지만 어쩌겠나.

아쉬운 사람은 나인걸.

곧 그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깊은 협곡, 아니 무저갱이 있는 장소였다.

‘이건 또 뭐냐.’

마경이라 불리는 산맥인 만큼 뭔들 있을 법했지만, 문제는 왜 여기에 나를 데려왔냐는 것이다.

데슈른은 도착한 뒤로 그저 무저갱의 아래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도 궁금해져 그를 따라 밑을 보았다.

얼마나 깊은지 끝이 꺼멓게 보일 정도로 아찔한 구덩이였다.

“잘 다녀오거라.”

“예?”

갑작스러운 데슈른의 말에 의문을 담은 대답을 한 순간 어느새 면전에 다가온 그의 발바닥이 보였다.

퍼억.

‘씨발?’

갑작스러운 그의 발길질에 놀랄 틈도 없이 추락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뭔……!’

미소를 지으며 떨어지는 나를 보는 데슈른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 다가오는 바닥을 확인하기 위해 냉정해졌다.

‘죽는다.’

이 씨발. 이렇게 어이없게?

갖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래도 데슈른이 아무 이유 없이 이런 구덩이에 던져 넣지는 않았을 터.

분명 살기 위한 방법이…….

그러나 추락은 너무 빨랐고 20초 남짓도 안 되는 부유 시간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내리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바닥…….’

바닥이 보이고 이내 산산조각으로 으깨질 내 몸뚱어리를 상상한 순간.

탁.

두 눈을 부릅뜨고 있던 게 무색하게 아무런 충격이 없었다.

뭐야, 이게?

몸을 더듬어 보자 아무 이상이 없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이미 까마득한 위쪽이라 작은 점처럼 보이는 빛이 전부였다.

“마나 이상 현상.”

그렇게밖에 설명이 되지 않네.

사실 크라테스 산맥이 마경이라 불린 이유에는 험난한 지형의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높은 마나 분포로 인한 온갖 마나 이상 현상과 돌연변이 몬스터들로 인한 이유가 더 컸다.

그래도 그렇지 미리 좀 말해 주고 떠밀든가 갑자기 절벽에서 밀어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심약한 사람이었으면 떨어지는 도중에 심장마비로 죽었겠네.

잠시 데슈른에게 불만 어린 생각들을 하고 있는 도중에 주변에서 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크르르.

사방을 에워싼 마수들이 붉은 눈을 빛내며 여기저기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마수들은 이 마나 이상 현상과 관련이 있는 건지 그동안 산에서 상대해 왔던 놈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흉폭해 보였다.

“이거였어?”

내 재능을 발휘할 환경이라는 게 이런 거였나.

정말 지랄 맞네.

크르렁!

* * *

무저갱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다시 일주일가량이 걸렸다.

다행히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나선형으로 길이 나 있는 구조라 빠져나갈 수는 있었지만 시시때때로 덤벼 오는 마수들과 몬스터들 때문에 일주일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움직여야만 했다.

그 경험으로 전생에서도 극한의 임무를 수행할 때가 생각나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기운을 날카롭게 벼릴 수 있었다.

“수고했다.”

데슈른은 내게 단 하루의 휴식만 주고 곧바로 다시 매타작을 시작했다.

간신히 벼려 놓은 날카로운 기운도 마치 대장장이에게 단조 되듯 깎여 나갔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두들겨 맞은 뒤 나는 다시 무저갱에 입성했다.

‘극한이다.’

이렇게 목숨이 간당간당할 정도로 혹사 받는 훈련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내가 특수부대를 나왔다고 해도 이렇게 무식하게 굴려지진 않았었다.

훈련병일 때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과학적인 방법으로 효율 있게 훈련에 임했지, 이건 그냥 악기와 깡만으로 몸을 부딪치는 수준이었다.

말 그대로 죽기 아니면 살기, 둘 중 하나만이 존재하는 실전 훈련.

그렇게 한 달가량을 반복하고 나자 데슈른이 말했다.

“이제 좀 봐줄 만하군.”

몸으로 체득한 본능은 습관도 지워 낼 수 있게 했다.

한 달간의 담금질 끝에 나는 드디어 전투 재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마나 활용 숙련도도 미칠 듯이 높아졌고.

―띠링!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진화가 가능한 개체가 탐색되었습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의 재능: ‘전투’의 진화 가능성 30%]

[진화를 하시겠습니까?]

영재급에서 천재로 넘어가는 진화는 숙련도가 느리게 오르는 모양이다.

이렇게 굴렀는데도 고작 30%.

그래도 이번 기회로 알게 된 건 30%부터 진화가 가능하다는 창이 뜬다는 점이었다.

나머지 재능이나 기술들도 최소 30%의 진화 가능성을 지녀야 진화가 가능하다는 창이 뜬다는 것이었으니 이런 정보를 알게 된 건 나쁘지 않았다.

“이제 기초는 다졌으니 본격적으로 한 수 가르쳐 주마.”

언제나와 같이 매타작으로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데슈른이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그는 평상시와 다르게 한 손에 긴 나뭇가지를 들고 온 상태로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았다.

‘설마 검법을 알려 준다는 건가?’

뜻밖의 상황이라 기쁨보다는 그저 멍했다.

그런 내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데슈른이 나뭇가지를 휘둘렀다.

“검술, 검법, 그 외의 검을 휘두르는 모든 형태들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 이유는 바로 마나의 존재 때문이지.”

팡!

나뭇가지를 휘둘렀음에도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건너편에 있는 나무가 사선으로 베어졌다.

이내 스르륵 무너져 내리는 나무 기둥을 보며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현시대의 검법들은 대부분 마나의 흐름과 연관이 되어 만들어졌지. 말 그대로 마나의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는 움직임과 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아무리 마나가 많아도 제대로 된 검법을 아는 녀석과 모르는 녀석의 검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이는 비단 검뿐만이 아니라 모든 무기술에 통용되지.”

그가 다시 검을 휘두르자 이번에는 아무 소리 없이 공기를 베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나무가 베어지지 않고 마치 폭탄에라도 맞은 것처럼 박살이 났다.

콰직!

“이런 식으로 검법에 따른 제각각의 마나 운용을 사용하면 결과는 천차만별. 검뿐만 아니라 몸도 마찬가지. 신체를 활성화하는 데 사용되는 마나로 보법과 신법을 사용하면 움직임이 달라진다. 그리고 이를 검법과 함께 구사하면 파괴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데슈른의 모습이 마치 허상처럼 남겨지더니 어느새 내 옆에서 설명하는 그를 볼 수 있었다.

분명 말하는 소리도 앞에서 났는데 어느새 옆에 있는 그의 모습을 보자 슬슬 감탄보다는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게 진짜 오러 마스터의 실력.’

눈이 크게 개안하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상대했던 적들은 피라미들이었구나.

물론 최근에 상대한 파야트가 이와 같은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나태를 사용하고 있던 중이라 감흥이 없었다.

“시간만 많으면 이것저것 알려 주고 싶지만 일단은 기본적인 마나 운용과 검술을 알려 주지.”

그는 기본적인 찌르기와 베기밖에 모르는 내게 상세하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 주었다.

우선 니켈에게는 배울 수 없었던 검술과 마나 운용을 배우자 신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휘익.

파각!

데슈른이 알려 준 방법대로 마나를 사용하며 검을 휘두르자 1미터 남짓 거리에 있던 나무에 상흔이 새겨졌다.

물론 그처럼 나무를 통째로 베거나 터트리는 건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비현실적이었다.

‘마법과는 다른 느낌.’

그리고 잘만 하면 마법과 섞어서 재미난 걸 만들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처럼 단순한 검풍이 아니라 파이어볼의 술식이 섞인 검풍이라든가.’

물론 의식하지 않고 휘둘러도 자연스레 마나를 운용할 만큼 익숙해져야 시도해 볼 수 있을 거다.

지금은 검 한 번 휘두르는 데도 집중을 하지 않으면 검풍을 일으키기조차 힘들었다.

배우면 배울수록 안타까웠다.

만약 시간이 조금 더 넉넉하게 있었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텐데.

특히나 검 같은 경우 흑마법과는 다르게 필사적으로 숨겨야 할 필요가 없는 무력이기에 더욱 그러한 감정이 들었다.

“겨우 한 번 성공했다고 쉬는 것이냐? 어서 계속해라.”

“예.”

그가 말하지 않아도 계속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그동안 기사학부 녀석들만 알고 있었다니.

‘근데 이게 원래 이리 쉬운 건가?’

생각해 보면 그동안 상대했던 적들은 검풍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물론 나도 당장에 실전에서는 사용하지 못할 거다.

아직은 엄청난 집중을 요구하기에 급박한 상황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을 테니까.

‘그렇게 따지면 루이스를 플레이 했을 때는 1학년 때부터 실전에서 검풍을 사용했는데. 하긴 녀석은 첫 번째 플레이어블이니까.’

그 외의 검을 사용하는 캐릭터들도 적어도 게임 시간 2년 차에는 전부 검풍을 사용했던 것 같다.

재능 넘치는 플레이어블도 그 정도가 되어서야 사용하는데 지금껏 상대한 조무래기들이 사용하지 못한 것도 이해가 간다.

‘그건 그렇고 역시 난 몸을 움직이는 게 적성에 맞네.’

나는 계속해서 검풍으로 나무를 깎아 냈다.

* * *

데슈른은 곧바로 검풍을 만들어 내는 아드리아스를 보며 전율을 느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한 가지 단어만 연발하고 있었다.

‘미쳤구나, 미쳤어! 정말 미친 녀석이야!’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쏟아부을 생각이었지만 이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우연히 만난 루이스라는 꼬맹이 녀석도 내 시범을 보고 이해만 할 뿐, 바로 활용하지는 못했었다.’

그것만으로도 사실 놀라운 거였다.

단순히 시범을 보여 주고 마나 운용을 가르쳐 주면 적어도 계속 노력을 한다는 가정하에 올해 안에는 얼핏 따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건만.

‘지금 보니 육체적인 재능도 있었지만 마나에 대한 재능도 남다르군. 아니면 특이 체질 때문인가?’

뭐가 되었든 이렇게 된 이상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데슈른은 다시 한 번 검풍을 만들어 나무에 상처를 만드는 아드리아스를 보았다.

그리고 곰곰이 고민을 하던 그는 이내 결심했다.

‘어차피 제자도 없었는데 후계를 생각할 때가 되긴 했지.’

저 정도 재능이라면 대충 단초만 제공해도 스스로 성장할 터.

물론 옆에서 지켜보고 키우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그건 그에게도, 또한 자신에게도 이로울 게 전혀 없었다.

그러니 지금 해야 할 일은…….

‘오랜만에 종이에다 붓글씨나 끄적이게 생겼군.’

첫 제자이자 마지막 제자가 될 그에게 선물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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