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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52화 (52/415)

52화. 신화급 언데드

나는 곧바로 그의 손에서 보석을 빼앗고 물어보았다.

“이건 어디서 구한 거지?”

“경매장에서 나온 물건이었다.”

“어디 경매장.”

“끄으윽. 항구도시 뮤리엘!”

나는 잠시 더 물어볼 건 없나 고민했지만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애초에 이 녀석을 죽이러 들어온 거지 탐욕의 파편을 찾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파편이라고 하는 걸 보면 여러 조각으로 흩어진 모양이군.’

그래도 뮤리엘 항구라는 단서를 얻었으니 차근차근 조사하면 뭔가가 나오겠지.

라녹스의 태도를 보면 녀석은 이게 죄악과 관련되었다는 걸 모르는 눈치였다.

그저 탐욕의 힘이 깃들었기에 포기하기 힘들었을 뿐.

“사, 살려…… 그르륵.”

그래도 깔끔하게 죽여 주었다.

탐욕에 대한 보답이다.

녀석의 수급을 챙긴 채 다시 길을 따라 나왔다.

그러면서 라녹스의 던전 내부에 깔끔하게 불을 질렀다.

‘이왕이면 라녹스가 이사를 간 것처럼 꾸미고 싶지만.’

내게는 할 일이 많았다.

그냥 이렇게라도 흔적을 없애야지.

밖으로 나오자 3명으로 줄어든 표인족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사하셨군요!”

“그래. 여기 너희 촌장과 약속한 흑마법사의 머리다.”

“확인했습니다. 바로 마을로 모시겠습니다.”

표인족 하나가 라녹스의 수급을 받고 의기양양하게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표인족 하나가 내게 조심스레 질문을 했다.

“저, 혹시 저 내부에 저희와 같은 표인들은 못 봤습니까?”

“없었다.”

굳이 벌레들에게 뜯어 먹히고 있던 시체들을 말할 필요는 없겠지.

괜히 충격만 받을 거다.

내 말에 실망한 듯 고개를 숙이는 표인이 조금 안타까웠지만 그게 전부일 뿐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마을로 도착하자 그곳에는 텅 빈 마을만 존재했다.

그새 모두 도망을 간 건지 촌장과 먼저 마을로 향했던 표인족들만 보일 뿐이었다.

“마을을 위기에서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이들은 내가 네크로맨서건 뭐건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확실히 흑마법사에 대한 인식은 제국민들에게 안 좋다뿐이지 이종족들의 눈에는 그 인간이나 저 인간이나 다 똑같은 인간일 거다.

“대답이 꼭 퀘스트를 완료하고 나오는 지문 같네.”

“예?”

“아니다. 혼잣말이다.”

나는 약속대로 절벽으로 향했다.

다행히 표인족들은 내 방해를 하면 안 된다며 따라오지 않고 대피를 한 마을 사람들을 부르러 갔다.

‘여기가 거인이 잠든 곳.’

보기에는 평범한 절벽이었지만 이곳을 부수면…….

괜히 힘 빼지 않고 티무르를 다시 소환했다.

“부숴라.”

“크릉!”

티무르는 주먹을 크게 뒤로 젖혔다가 내가 가리킨 곳을 그대로 후려쳤다.

꽈앙!

마나가 담긴 주먹이 폭음을 내고 이내 절벽의 한쪽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티무르의 주먹이 박히자 금이 간 절벽이 살짝 무너져 내리며 틈을 만들었다.

‘찾았다.’

나는 티무르를 역소환하고 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러자 절벽 안에는 거대한 공간이 존재했는데 마법으로 빛을 밝히자 반짝이는 광석들이 온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루나팔트.’

보석으로 가공되기도 하는 흔치 않은 광석이었다.

강철과 비슷한 강도를 지녔으나 그보다 가볍고 외관상으로도 아름다웠기에 귀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광석 중 하나였다.

그러나 루나팔트 때문에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

사방이 루나팔트로 뒤덮인 공간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동상이 서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크기는 대략 4에서 5미터.

동상은 거대한 검을 땅에 박은 상태로 폼멜에 손을 얹은 외형이었는데 내가 찾은 이유는 바로 이 동상에 있었다.

‘이게 동상이 아니라 진짜 거인의 시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정말 놀랐었지.’

그 당시에는 그냥 놀랄 뿐이고 다른 건 뭐가 없나 찾아보거나 루나팔트를 긁을 생각만 했었다.

솔직히 거인의 시체면 뭐하나. 써먹을 데가 없는데.

물론 네크로맨서가 된 지금은 달랐다.

‘될 수 있으면 레버넌트로 소환하는 게 베스트지만 시체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아쉽군.’

결국 차선책으로 구울 소환을 사용했다.

[하급 사령술: 구울 소환을 시전합니다.]

[시체 한 구가 감지됩니다.]

구울은 스켈레톤보다 강력한 육체를 지녔지만 가끔씩 명령을 듣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특히 살아 있는 무언가를 뜯어먹기 좋아해서 명령보다 식탐을 우선시할 때도 있었다.

‘그런 단점을 메울 정도로 육체 능력치가 스켈레톤에 비해 압도적이지만.’

[시전자의 역량이 부족합니다.]

[하급 사령술: 구울 소환 실패]

예상은 했는데 바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이 녀석을 내 걸로 만들기 전까지 나갈 생각이 없었다.

‘이럴 줄 알고 가방에 식량도 준비해 왔다. 며칠이 걸리든 무조건 내 부하로 만들고 데슈른한테 간다.’

무조건 성공해내고야 만다.

* * *

제국의 수도인 로들렌의 중앙에는 엄청난 규모의 황궁이 존재했다.

그 면적으로만 따져도 작은 도시에 가까울 정도의 크기.

그러한 황궁에서도 황제가 자주 애용하는 별채는 그야말로 인세에 보기 드문 별천지였다.

자연과 조화된 된 듯 꾸며진 호수와 온갖 마경에서도 보기 힘든 관상식물 그리고 일 년 내내 꽃을 피우는 나무와 온갖 희귀 초식 동물까지.

사계절 구분 없이 파릇파릇한 그 장소에서 황제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헤이겔 경.”

“부르셨습니까. 폐하.”

황제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황제가 누군가를 부르자 나무 그림자의 뒤편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거기서 그러지 말고 차나 한잔 하지.”

“영광입니다.”

나타난 인물은 검은 턱시도에 중절모를 쓴 남자였다.

얼굴에 기괴한 문신이 그려진 남자는 황제의 맞은편에 앉아 직접 차를 따라 향을 음미했다.

“이 옆에서 짐이 직접 키운 두르콘으로 우려낸 차다.”

“황송합니다.”

차를 한 모금 마시는 헤이겔을 유심히 바라보던 황제가 물었다.

“그래서. 요즘은 어찌 되고 있지?”

“요즘 들어 알븐 가문의 견제도 들어오더군요. 그래도 다른 가문과 연합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그런 걸 알고 싶어서 물은 게 아니다. 굳이 이렇게 찾아왔다는 건 그보다 중요한 정보가 있다는 뜻일 텐데.”

“분노의 대략적인 위치를 찾았습니다.”

헤이겔의 말에 황제가 나지막이 감탄을 토해냈다.

그리고 입꼬리가 한껏 올라간 채 헤이겔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그래. 분노가 어디 있지?”

“북부에 있습니다…….”

헤이겔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멈춰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무례를 범했음에도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황제는 그저 심드렁한 얼굴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송구합니다. 폐하. 분노는 아마 야만족들의 땅에 위치한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서 언제쯤 구할 수 있지?”

“올해 내로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좀 늦군. 알겠다. 기대하고 있으마.”

황제는 자신의 곁에 항상 두고 있는 검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 모습에 헤이겔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황제의 별채를 벗어났다.

어둠에 섞여 이동하면서도 헤이겔은 조금 전 느껴졌던 신호에 대해 생각하느라 바빴다.

‘라녹스가 죽었다. 누구한테 죽었지?’

상대 몰래 심어 놓은 마법이 깨졌다.

이런 반응은 두 가지 중 하나인데, 하나는 피시전자가 알아채고 없애는 경우와 나머지 하나는 피시전자가 죽었을 경우였다.

하지만 저번에 보았던 라녹스의 수준으로는 절대 자신의 마법을 파훼할 리 없으니 죽었다는 가정이 타당했다.

‘그래도 쉽게 죽을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했건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사용할 말은 차고 넘쳤으니.

그보다 그는 오랜만에 확인한 황제의 모습에 더욱 큰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황제를 만난 것은 대략 30년 전.

그 당시에만 해도 자신을 경멸했던 황제가 이제는 아무도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는 별채에까지 입장을 허락해 주었다.

물론 이렇게까지 변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수고와 노력이 있었지만 상대가 제국의 황제이니 만큼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만의 검이 결정적이었다.’

황제가 항상 지니고 다니는 검, 겸손한 오만.

자신이 준 선물이며 죄악 중 하나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덕분에 황제의 판단력은 흐려진 상태고 제국은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분노를 구해야 할 텐데…….”

뭐, 이런 경우를 생각해서 여러 말들을 준비해 왔다.

당장 급한 건 아니니 천천히 알아보는 것부터 하지.

* * *

거인이 잠든 곳에 들어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나고 있었다.

마나가 찰 때마다 쉬지도 않고 구울 소환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성공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흑마법 숙련도를 더 높이거나 재능을 진화시켜야 하나.’

이쯤 되자 아무리 나여도 시간 낭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데슈른을 찾아가야 하는 지금, 하루하루가 소중한 상황인데 괜한 일에 노력을 들이나 의문도 들었다.

‘아니야. 지금은 멸종한 고대종인 거인을 얻을 기회는 앞으로 절대 없을 거야.’

가끔씩 포기할까 싶다가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옛 신화시대에서나 존재했던 거인종은 드래곤과 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종족 중에 하나였다.

그래도 드래곤의 경우 드래곤 레어라든가 드래곤의 재질로 만든 장비 등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데 반해 거인과 관련된 흔적들은 그 희소성에 비해 쓸모가 없어 많이 사장된 편이었다.

시간을 너무 투자했기에 그 매몰 비용이 아쉬워서라도 포기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반쯤은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마법을 사용하던 순간.

[하급 사령술: 구울 소환을 시전합니다.]

[시체 한 구가 감지됩니다.]

[하급 사령술: 구울 소환 성공]

[타이탄 구울(신화) 한 구를 소환했습니다.]

[일으킨 시체의 수준이 뛰어납니다. 스탯 보너스가 붙습니다.]

[일으킨 시체의 수준이 월등하게 뛰어납니다. 티어(tier)가 오릅니다. 챔피언 타이탄 구울이 됩니다.]

[일으킨 시체의 수준이 초월에 근접합니다. 생전의 자아를 약간 되돌려 받습니다.]

[신화적인 수준의 언데드입니다. 생전의 특성 일부를 계승합니다.]

“어?”

너무나 뜬금없는 성공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되네?

지금까지의 시도 횟수를 모두 세 본 건 아니지만 일주일 동안 주야장천 마법을 사용했으니 성공률은 대략 0.0001% 정도 되려나?

구울이 된 거인은 근육이나 뼈는 남아 있었지만 피부가 다 떨어져 나간 외형을 하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구울의 외형은 보기에 좋지 않았지만 나는 일주일의 시도가 결실을 맺은 느낌이라 그 어느 언데드보다 멋있어 보였다.

‘꼭 만화에서나 봤던 거대 로봇을 손에 얻은 기분인데.’

[챔피언 타이탄 구울(신화)]

―루도루도르 카하느동도

―언데드

―6티어

―마나: 3733

―특성: 자아, 거력, 투지, 불굴

신화급 언데드라…….

니켈과 티무르조차 전설 등급이었는데 제대로 뽑았다.

어쩐지 더럽게 소환이 안 되더니 시체의 수준이 너무 높았나 보군.

신화 등급인 건 그렇다 치고 특성들도 유별나게 많았다.

‘어쩌면 데슈른보다 이게 훨씬 이득이었을 지도.’

이 정도로 강력한 언데드를 얻을 줄은 몰랐기에 마치 생각 없이 산 복권이 당첨된 기분이었다.

이제 남아 있는 페어리 퀸인 미리내의 시체만 사용하면 일인 파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전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미리내는 아직까지 습득하지 못한 고스트 계열의 스킬을 익히기 전까지는 보류해 둬야지.

어차피 모른의 흑마법서를 익히다 보면 스킬을 얻을 테니 급할 건 전혀 없었다.

‘급할 게 없다니, 이럴 때가 아니야.’

감격에 겨운 건 적당히 하고 나는 거인을 그가 들고 있던 검과 함께 곧바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거인의 이름은 부르기가 어려우니 그냥 ‘루도’라고 부르기로 했다.

밖을 나오자 절벽 틈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표인족이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구세주님. 나오셨습니까.”

구세주님이라는 호칭은 너무 부담스러운데.

어차피 오늘만 보고 말 사람들이니 굳이 딴지 걸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제 가 보겠다. 잘 있어라.”

“벌써 가십니까? 아직 대접도 제대로 못 했는데.”

나는 손만 흔들어 주며 그대로 표인족 마을을 벗어났다.

집회는 물론이고 황제와도 대적하려면 여전히 부족했다.

시간이 되는 한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빠르게 강해져야만 했다.

‘데슈른의 거처는 바하트가 준 종이가 있으니 금방 갈 수 있을 거다.’

그와의 만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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