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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7화 (7/415)

7화. 루시아 에버라스트, 협업 그리고 성공

마법사들은 궁정 마법사를 꿈꾸지 않는 이상 대부분 이름 있는 마탑이나 가문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돈이었다.

마법사란 족속들이 으레 그렇듯 그들의 연구와 실험에는 막대한 양의 재화가 들어갔다.

그리고 이름이 높은 마탑일수록 나라에서는 물론 온갖 귀족들로부터 어마어마한 후원금과 기부금을 얻었다.

깨진 장독대에 물을 붓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러다 제대로 얻어걸리면 나라 전체의 수준이 달라졌다.

크게 예를 들면 제국 곳곳에 설치된 마나 부상열차가 있었다.

덕분에 이동 시간이 압도적으로 단축되어 물류 혁명이 일어났지.

그 외에도 마나 열등으로 밤거리를 환하게 비추어 사람들의 활동 시간을 늘려 주거나, 포푸스의 사체로 비료를 개발해 식량문제를 크게 해결하는 등 생활 전반에 있어서 마탑의 역할은 매우 컸다.

그러나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마법사의 연구는 성공하면 큰 기대 수익이 있지만 그 전까지는 돈 먹는 하마라고.

“씨발.”

나는 이번에도 실패한 포션을 보며 나직하게 한국말을 읊조렸다.

옆을 보자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조합 재료들이 초라하게 놓여 있었다.

이걸 다 쓰게 되면 앞으로 한 번 더 재고를 채울 정도의 돈밖에 남지 않았다.

‘꽤 많은 돈을 받았었는데. 재룟값을 너무 얕봤어.’

조합법을 아니 체력 상승 포션을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일 줄 알았다.

근데 이거 어쩌나.

‘각 재료들의 배합률은 게임상에서 구현되지 않았지.’

게임에서는 그냥 조합법에 있는 아이템들을 넣고 조합 버튼만 누르면 결과물이 나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각각의 재료들이 들어가는 양이나 비율이 무척 중요했다.

벌써 이틀째 시도하고 있었지만 연전연패 중이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자 어느새 연구실의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이 되었다.

결국 재료들을 배낭에 챙기며 뒷마무리를 했다.

‘모하임 열매보다 잎사귀의 비율을 더 늘려야 하나? 아니야, 부작용이 아직 나오는 걸 보면 중화제 역할의 재료가…….’

나는 실험의 결과를 메모해 둔 노트를 살펴보며 밖으로 나왔다.

마침 옆 연구실에 있던 사람도 나와 동시에 문을 열며 나왔다.

“어? 선배.”

맹한 목소리에 노트에서 시선을 떼자 분홍빛이 감도는 백단발의 루시아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연구한 거예요?”

“어. 너도?”

“예.”

고개를 끄덕거리던 루시아는 내가 보고 있던 노트를 슬쩍 눈짓하며 물었다.

“무슨 실험 하신 거예요?”

“비밀.”

“궁금한데, 제 실험도 알려 드릴 테니까 말해 주시면 안 돼요?”

“응. 안 돼.”

특히 너한테는 절대 말 못 하지.

이런 천재들에게는 약간의 힌트도 흘려 줘서는 안 된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아는 녀석들이라 무턱대고 알려 줬다가는 그대로 도둑맞는 수가 있다.

“선배. 원래 이런 성격이었어요?”

“갑자기 말 돌리지 마라. 그래도 안 알려 줄 거야.”

“아니, 아니. 진짜로요. 원래 저같이 예쁜 애들이 말 걸면 헤벌쭉해져서 간이고 쓸개고 다 줄 것처럼 굴었잖아요.”

“넌 네 입으로 잘도 그렇게 말한다?”

“제가 예쁜 건 사실인데 어떡해요. 선배도 저한테 들이대 놓고는 이제 와서 모르는 척하기예요?”

언뜻 맹한 구석이 보이는데 이럴 때 보면 당돌하다.

그건 그렇고 루시아의 말을 듣자 어렴풋하게 호구 당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드리아스 이 개새끼. 돈이 없어도 너무 없다 했었는데 이상한 곳에 돈을 흥청망청 뿌리고 다녔었다.

‘신입생들만 보면 껄떡댔었구만.’

그중 한 명이 내 눈앞에 있었다.

이 녀석한테 쓴 돈만 해도 실험을 다섯 번 정도는 더 할 수 있는 금액인데!

“저번 약초학 강의 때도 그렇고 조금 변한 것 같아요.”

“철이 좀 들었지.”

“그런 말 하니까 여전한 것 같기도 하고?”

“할 말 없으면 난 간다.”

“잠깐만요! 진짜 말 안 해 주실 거예요?”

“일없다.”

“피어너 버섯!”

무시하고 지나쳐 가려던 내 발걸음이 멈췄다.

나는 감정을 최대한 깊숙이 가라앉히고 뒤돌아섰다.

“맞죠?”

“뭐가.”

“에이, 맞잖아요. 그니까 멈춘 거잖아요.”

“그니까, 뭐가.”

“흐흥~ 뭔지 듣고 싶으면 무슨 실험 했는지 말해 줘요.”

그때 혼피시가 뭐니 마타라타가 뭐니 하면서 말해 주는 게 아니었어.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

어떻게 저 두 개만 듣고 가장 중요한 비밀 재료를 한번에 맞힌 거지?

게임상에서는 그저 재능이 있다며 스킬 숙련도만 팍팍 오르기에 몰랐다.

현실에서의 천재는 정말 괴물과 같은 존재라는 걸.

‘이대로면 홀라당 뺏기게 생겼는데.’

물론 내겐 이것 말고도 수많은 조합법이 있다.

문제라면 남은 돈이 얼마 없다는 것.

다른 조합법을 실험할 돈으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지.

연구에 이리 많은 돈이 들어갈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게 뼈저리다.

고민에 고민을 더해 보았지만 여기서 내가 무슨 실험을 했는지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차라리 속 시원히 말해서 일말의 동정이라도 노려 봐야지.

“하아. 체력 상승 포션을 연구 중이었어.”

“헤헤.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너도 같은 거지?”

“맞아요. 선배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죠.”

그때 당시의 내 주둥아리를 꿰매 버리고 싶었다.

당시에는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내게 말을 걸었다는 상황에 너무 당황해서 말이 생각을 거치지 않고 물어보는 대로 나왔었다.

“선배.”

“왜?”

“화났어요?”

“화? 났지, 나 자신한테.”

“오올. 진짜 좀 달라진 거 같기도 하고?”

“그만 놀려라. 진짜 기운 빠지니까.”

“선배.”

“왜애.”

“우리 같이할래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두 눈만 끔뻑였다.

같이? 내가? 루시아 에버라스트랑?

“사실 선배가 전부 다 찾은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나야 좋지만, 왜?”

왜 굳이 나랑 나누려는 거지?

어차피 그녀 같은 천재가 시도한 이상 나보다 먼저 배합률을 찾아낼 게 분명했다.

독식을 할 수 있는데 굳이 나랑 나누겠다니 수상해도 너무 수상했다.

“전 지금 어떤 치료제를 구하고 있어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거라 온전히 제힘으로 연구해서 찾아야 하죠.”

“그래서?”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선배한테 이런 능력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언젠가 선배가 제가 찾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도 있잖아요? 미리 호의를 사 두는 거죠.”

호의를 산다고 하는 말이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냐?

사회성이 나보다 떨어지는 녀석은 처음 보네.

의외로 세상은 공평할지도.

어쨌든 뭐…….

“고맙다.”

“뭐가 고마워요. 어차피 선배도 연구하던 거 아니었어요? 어쩌면 선배가 먼저 개발했을 수도 있는 건데.”

내가 너를 이긴다고?

지금 당장은 절대 무리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럼 내일부터 같이하는 거예요?”

“그래. 내일 보자.”

일이 이렇게 끝났으니 다행이지.

만약 오늘 그녀와 마주치지 않았으면 영문도 모르고 체력 포션의 특허권을 빼앗겼을 거다.

‘운이 좋았어.’

그래. 운이다.

항상 이렇게 운이 좋다면 상관없지만 그럴 리는 없다.

운에 기대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지.

그러니 반성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평상시에 두 배인 6km 달리기다.

묘지를 갔다 온 후부터 꾸준히 하는 운동이었지만 이놈의 저질 체력이 고작 며칠 만에 개선되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밝은 내일을 위해.’

오늘도 달릴 거다.

* * *

“또 실패네.”

“선배애~ 쫌만 쉬었다 해요!”

루시아가 옆에서 늘어지는 목소리를 내었다.

루시아가 있으니 이제 체력 포션을 만드는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던 마지막 재료들까지 전부 사용했고 그녀가 가지고 있던 재료들마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마약 성분이 짙게 나왔어. 마타라타가 부족한 건 아니었는데?”

“마약 성분이 나왔다고 무조건 마타라타가 필요한 건 아니에요. 시너지라는 게 있잖아요. 오히려 마타라타를 줄이고 토돌나무 진액이랑 피어너 버섯을 약간씩 더 넣어 봐요.”

음, 일리 있는 말이다.

근데 아까부터 느꼈던 건데…….

“루시아.”

“예엥?”

“왜 넌 아까부터 말만 하고 실험은 나만 하는 것 같지?”

“기분 탓이에요, 기분 탓.”

실험용 책상 위에 올라가 엎드린 채 과자를 먹고 있는 루시아를 보면 기분 탓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저렇게 가끔씩 끼어드는 조언으로 실험의 방향성은 잘 잡히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였다.

‘하긴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지.’

돈이 급한 건 루시아가 아닌 나다.

루시아는 상인 출신 귀족 가문의 외동딸이라 돈이 부족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래도 바로 실험을 하는 건 재료 낭비 같아 루시아가 가지고 온 약초학 전공 서적을 펼쳐 보았다.

“토돌나무, 토돌나무……. 여기 있다.”

게임 속 아이템 설명과는 달리 기나긴 내용이 달려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지금의 연구와 관련 없는 말이었지만 확실히 배우는 건 있었다.

이런 걸 알지도 못하고 맨땅에 헤딩을 하다니 조금 어이없기도 하고…….

“선배애, 심심해요.”

“알았어. 기다려 봐.”

나는 책을 읽은 후, 그간의 실험 결과와 루시아의 조언을 토대로 다시 한 번 제조를 시작했다.

재료들을 만지는 손의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았다.

“오오. 이번에는 느낌이 좋은데요?”

“그래?”

나도 말은 안 했지만 왠지 느낌이 좋았다.

부정을 탈 것 같아 속으로만 생각할 뿐.

그렇게 702번째 포션을 제조하자…….

―띠링!

[체력 상승의 물약(중급)을 제작하였습니다.]

“아!”

그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문구가 내 시야를 가렸다.

실화냐? 진짜 만든 거야?

떨려서 몸이 움직이지도 않네.

“왜요? 뭔데요? 다 됐어요? 그럼 이제 넣어 보죠.”

나와는 달리 결과를 알 리 없는 루시아가 방금 만들어 낸 물약을 검사용 기구에 넣었다.

그러자 도출되는 값은 당연히 성공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 어? 부작용 반응이 하나도 없는데요? 뭐지?”

“해냈어. 만들었다고.”

“예……?”

잠시 멍하니 있던 루시아는 다시 한 번 결과를 보고 내 얼굴을 돌아봤다.

이내 그 얼굴에서 봄꽃과도 같은 미소가 피어났다.

“와아! 해냈어요! 내가 해냈다!”

내가 아니고 우리겠지, 인마.

이해는 간다.

게임으로 조합법을 아는 나조차 이렇게 힘들게 성공시켰는데 0에서부터 제조를 시작하는 이들은 밤하늘에 별을 따는 것만큼 힘들 거다.

그렇게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문구가 눈앞을 가렸다.

―띠링!

[재능 ‘포션 제조 버프 계열(범재)’을 획득하셨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진화가 가능한 개체가 탐색되었습니다.]

뭔데, 갑자기?

[아드리아스 크롬웰의 재능: 포션 제조 버프 계열(범재)의 진화 가능성 32%]

[진화를 하시겠습니까?]

방금 얻은 재능이 진화가 가능하다고 나온다.

재능을 얻은 것만 해도 놀라운데 곧바로 진화까지 된다고 하니 머리가 따라가지를 못했다.

‘32%?’

사실 게임 속에서도 진화 특성을 얻어 본 적이 없기에 그 메커니즘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일단은 잠시 접어 두었다.

안젤라의 사례도 있으니 일단은 참아야지.

그리고 고작 32%밖에 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배, 빨리! 빨리 이거 등록하러 가죠!”

그래. 일단 다 제쳐 두고 등록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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