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어른들의 장난 아닌 입맞춤2021.11.18.
깨질 듯이 아팠던 두통이 어느 순간 사라지자, 엘리제는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제 몸이 아직 누군가에게 안겨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조금씩 정신이 들었다. 아까부터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기운이 없어서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누가 싸우고 있는 거지?
“그러니까, 지금 내 엘리제에게…… 입맞춤을 하면…….”
‘누가 입맞춤을 한다고?’
아직 머리가 울려 드문드문 잘 들리지 않았지만 엘리제가 누구와 입맞춤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 같았다.
‘무슨 말이야? 이 소설 왜 동화 속 공주님 이야기가 되고 있는 거지?’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 공주처럼 설마 나를 입맞춤으로 깨우려는 건 아니겠지? 아냐, 짐승 로안이라면 가능하다. 그때 누군지 모를 낮고 단호한 음성이 로안의 말 뒤에 이어졌다.
“한 번의 ……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누구지?’
엘리제가 깨어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로안과 의문의 남자는 대화를 계속했다. 아까보다 제법 기운이 나서 살짝 눈이 떠졌다.
“데몬, 정녕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냐?”
데몬? 엘리제는 자신이 읽었던 소설 <황후 프시케>의 내용을 떠올려보았다.
‘아! 크레미언 대공? 오! 잘생긴 서브 남주였던?’
작품 속에서 그는 프시케가 황후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로안과 이루어지도록 돕는 든든한 조력자였다. 또 여주를 좋아하지만, 프시케가 황후로서의 길을 선택하자, 그녀를 바라만 보는 순정남이기도 했다. 이 모습이 너무 애절하게 묘사되어서 남주보다 서브남 데몬을 좋아한 팬들도 무척 많았다.
‘사실 나는 다른 서브남을 좋아했었지. 이름이 뭐였더라? 미…… 맞아! 미카일!’
그때, 자신을 품에 안은 로안이 갑자기 단호하게 외쳤다.
“무슨 말이냐! 입맞춤이면 된다지 않았느냐!”
‘깜짝이야!’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두 사람의 대화가 좀 진정이 되길 기다렸다 일어나야겠다.
“폐, 폐하?”
잠시 후 엘리제가 잔뜩 잠긴 목소리로 로안을 불렀다.
“엘리제! 깨어났느냐?”
금세 촉촉해진 로안의 눈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네, 이제 괜찮아요. 그리고 저 일어났으니 키스는 안 하셔도 돼요.”
“……들었느냐.”
로안이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옆을 바라보니 온통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붉은 눈의 미남자가 서 있었다. 데몬임이 틀림없다. 어머, 잘생기긴 했네. 큰 키와 넓은 어깨, 드러나는 골격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디서도 존재감을 발산하겠구나. 제복 아래로 숨겨진 몸이 무척 탄탄해 보였다.
‘붉은 눈 미남에다가 퇴폐미와 섹시미까지 갖추셨다니, 절륜의 흡혈귀 공작하셔도 되겠다!’
저도 모르게 엘리제가 꼴깍 침을 삼켰다.
“엘리제, 짐은 정말 많이 걱정했다. 미안하다. 내가 곁에 있으면서도 널…….”
고통 속에서 구해내지 못했다. 더불어 주술의 속에서도. 자신의 무능함이 치욕스럽고 저주스러웠다. 자신에게 없는 마력을 데몬이 가진 것이 괴로움을 더욱 증폭시켰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목소리가 들렸어요.”
“목소리라고?”
로안이 처음 듣는 소리에 놀라 물었다.
“네. 어떤 남자가 자기에게 오라고……. 저를 불렀어요.”
그러자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던 데몬이 물었다.
“그자가 당신을 무어라 불렀습니까?”
‘와, 목소리 대박!’
엘리제는 감탄했다. 이 상황에서도 순간 온 정신이 절로 목소리에 집중되었다. 낮고 부드러운 음성이 동굴에라도 온 듯 울려 온몸에 잔 진동이 일었다. 데몬의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이곳이 딴 세상이 된 것 같았다. 이토록 듣기 좋은 음색의 저음은 처음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어요.”
엘리제는 경황없었지만, 인사는 하고 싶었다. 진짜 엘리제와 대공이 이전에 만났을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곧이어 대공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데몬 크레미언입니다.”
엘리제는 지금 자신의 표정이 어떠한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로안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벌써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목소리만으로도 저토록 반한 표정인데, 입맞춤까지 한다면……. 생각하기조차 싫었다.
‘엘리제가 만약 데몬을 좋아하게 되면…….’
훗, 쓸데없는 걱정을. 그렇게 된다면 황명으로 데몬을 다른 이와 혼인시켜 버리면 그만이다. 엘리제는 자신이 얼마든지 더 행복하게, 황홀하게 만들어주면 될 것이고.
“그 목소리가 '아름다운 엘리제'라고 했던 거 같아요.”
“…….”
데몬은 다시 아무 말이 없었다. 붉은 두 눈이 무엇인가 가늠하듯 살짝 가늘어졌다.
“엘리제,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다오.”
아이를 대하듯 로안이 다정하게 말을 꺼냈다.
“저기 일단 저 피곤한데, 침대로 좀 데려다주시겠어요?”
황제에게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지만, 엘리제는 온몸에 기력이 없었다. 말하기도 지치는데 바닥에서 안겨 있으려니 불편했다. 로안이 그제야 아쉬운 듯 엘리제를 들어 침대에 내려놓았다.
“놀라지 말고 듣거라.”
엘리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길고 사랑스러운 은발이 물결치듯 그녀의 앞가슴으로 흘러내렸다. 로안의 눈이 머릿결을 따라 절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으로 향했다. 그녀의 잠옷이 오늘 정숙해서 다행이었다. 저 얇은 천 아래 미칠 듯이 부드럽고 따뜻한 그녀의 하얀 몸은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이 로안에게 안도와 묘한 우월감을 가져다주었다. 동시에 불안도. 데몬과 엘리제 사이에 주술을 풀기 위한 행위 이상의 그 무엇도 일어나서는 안 되었다. 자꾸만, 그녀를 숨겨서 저만 맛보고 싶은 마음이 치솟아 올랐다. 고개를 저으며 헛된 상상을 겨우 털어내고 로안이 말을 이었다.
“네게 주술이 걸려 있다. 그리고 그 주술을 여기 크레미언 대공이 풀어줄 거다.”
“주술이요?”
아, 아까 그래서 그렇게 고통스러웠던 거였구나!
“저 아까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엘리제가 상체를 내밀며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요. 어서 제 주술을 풀어주세요, 대공.”
“엘리제, 사실 그 주술을 푸는 방법에 대해 대공과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뭔데요, 설마 아파요?”
아픈 건 싫은데……. 혹시 마법으로 뭔가 해서 주술을 풀어야 하나?
“아픈 것은 아니지만, 그게…… 입맞춤을 해야 한다.”
"네??”
아니, 이 소설 뭐 이리 설정이 유치 뽕짝 야해? 이쯤 되니 자신이 읽었던 <황후 프시케>가 사실은 유치찬란 19금 소설이었는데 자신이 모르고 있던 건가 싶다.
‘아, 하긴 동화 속 대부분의 공주들도 입맞춤으로 저주와 마법에서 풀렸던 거 같네.’
그렇게 생각하니 또 별일 아닌 듯 느껴졌다. 그냥 쿨하게 뽀뽀 한 번 한다 생각하지 뭐.
“제가 대공과 입맞춤하면 풀린다는 거죠?”
“어? 그, 그렇다.”
로안은 당황스러웠다. 자신과의 스킨십은 그토록 부끄럽고 난생처음 겪는 듯 내외해놓고, 데몬과의 입맞춤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눈앞에 있는데, 딴 남자와 입맞춤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써 하려 하다니!’
무척 괘씸하고 서운했다. 그런데,
“주술 빨리 풀고 쉬고 싶으니 자, 어서 하세요.”
엘리제가 두 눈을 감고 그대로 입술을 쭈욱 내밀었다. 아……. 그럼 그렇지. 귀여운 엘리제가 아무래도 입맞춤의 형태를 오해한 듯하다. 그때, 데몬이 엘리제에게 한발 다가섰다. 이를 본 로안이 순간 멈칫했다. 엘리제에게 그가 다가가는 것만 봐도 자신이 이토록 경계하게 되다니, 둘의 입맞춤을 과연 지켜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외람되오나 엘리제 님. 가벼운 입맞춤 한 번으로 풀 수 있는 주술이 아닙니다.”
“네? 그럼요?”
“주술의 힘이 제법 강력합니다. 아이들 장난과 같은 입맞춤으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아이들 장난 같은 입맞춤이 아니라면…….”
‘어른들의 장난 아닌 입맞춤이어야 한다는 거야 뭐야?’
엘리제의 사고가 순간 정지되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다시금 모자이크 세상이 재생되려 하고 있었다. 생각만 해도 온몸이 저릿하고 소름이 돋았다.
“잠, 잠깐만요.”
조금 전과는 다르게 당황하는 것이 꼭 겁먹은 아이 같아 보였다. 그 모습이 로안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조금 전 서운하고 괘씸했던 마음이 금세 풀렸다.
“주술을 푸는 방법이 꼭 입맞춤이어야만 해요?”
로안도 별안간 드는 생각이 있었다.
“데몬, 엘리제의 주술을 푸는 방법이 접촉이어야 한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엘리제가 물었다.
“신체 접촉이요? 그럼 손도 있고 다른 가능한 부분도 있잖아요?”
그러네! 엘리제의 영특한 질문에 로안은 박수라도 쳐주고 싶을 만큼 들뜬 기분이 되었다. 데몬의 대답에 금방 다시 가라앉았지만.
“폐하께는 이미 설명해드렸지만, 이 주술은 입을 통해 꺼내야 가장 확실합니다. 다른 곳의 접촉은 시도해봐야 알 것이나 효과는 미비할 것입니다.”
“하지만…….”
엘리제는 꺼려졌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와 지금 당장 깊은 입맞춤을 하자니 낯 부끄러워 벌써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조금 전 주술의 힘에 갇혔을 때의 고통과 공포를 생각하니 잠시간의 입맞춤은 별것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방접종 앞두고 덜덜 떠는 아이가 된 기분이네.’
더 큰 아픔을 막기 위해서 지금 잠깐의 따끔을 참아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절로 몸이 떨리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거. 지금은 그게 입맞춤이고. 망설이고 있는 엘리제를 보자 로안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입맞춤 외에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깜찍한 엘리제가 기특하고 예뻐 신이 날 지경이었고, 주술을 조금씩이라도 풀어가야 하니 마냥 엘리제의 기특함을 반가워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엘리제의 말에 웃고도, 울고도 싶어졌다.
‘내가 엘리제에게 단단히 미친 게로군.’
그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엘리제에게 데몬과 키스하라 명령을 내릴 수 없을 뿐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 입맞춤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어찌한단 말인가! 차마, 명령하지는 못하겠는 것을!’
로안은 복잡한 마음에 그만 두 눈을 감아버렸다. 더 이상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것을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안 볼란다. 그때 엘리제가 가볍게 말했다.
“데이트부터 시작해요.”
데이트? 생각지도 못한 낱말에 로안과 데몬 모두 엘리제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접촉을 해야 한다면 할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엘리제는 진지하고, 데몬은 무표정한 가운데 로안만이 마른침을 삼켰다.
“반드시 허락을 먼저 구해주세요. 범위는 제가 정해요. 손잡는 것부터 시작하죠.”
이쯤 되자 데몬은 그녀의 머릿속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유분방하다 못해 엉뚱해서 표정과 말 한마디 모두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데이트 조건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키스를 할 거라면 손등부터 하는 게 좋겠어요.”
전부터 받아보고 싶었거든. 공주님 손등 키스. 기왕 이렇게 된 거, 자신이 해보고 싶던 거 맘껏 다 해보자고 다짐하는 엘리제였다.
“그렇다면 손등 키스부터 시작해서 매일 정해진 시간, 일정한 스킨십으로 엘리제의 주술을 풀라.”
로안의 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스킨십이 절대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마치 로안이 눈으로 말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자, 대공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건 곤란합니다, 폐하.”
곤란해? 엘리제와 로안이 동시에 데몬을 바라보았다.
‘뭐야, 나 만나러 매일 황궁까지 오기 귀찮다는 거야?’
“일정한 시간, 일정한 스킨십이 불만이라는 건가?”
로안이 화가 난 듯 데몬을 노려보았다.
“그것보다는 제가 대공가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황국에서 유일한 대공가의 주인이고, 그 규모와 힘이 큰 만큼 해야 할 일과 역할도 많았다. 황제의 애첩 살리자고 황궁을 제집 드나들듯 매일 올 순 없다.
“그리고 입맞춤 외의 접촉으로 주술을 풀자면 절대적으로 더 긴 시간이 필요할 텐데, 제가 그렇게 오래 황궁에 머물기 어렵습니다.”
로안의 생각에도 그건 그랬다. 엘리제의 마음의 준비 기다리다가 어느 세월에 주술을 다 풀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또 주술을 미처 다 풀기 전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로안은 분한 듯 아랫입술을 씹었다.
“그럼, 다른 좋은 방법이 있느냐?”
“엘리제 님을 대공가로 모셔가면 됩니다.”
하, 그럼 그렇지. 데몬이 역시 엘리제에게 딴 마음이 있는 게 분명했다. 저 음흉한 붉은 눈으로 엘리제를 자신의 곁에서 빼돌려 마음껏 탐하려는 것이겠지. 로안의 푸른 눈이 무섭도록 커졌다.
“그건 안 돼! 차라리 낮에 엘리제를 대공가로 보낼 테니, 밤이 되기 전 황궁으로 돌려보내라!”
갑자기 로안이 버럭해서 엘리제는 깜짝 놀랐다. 데몬의 붉은 눈이 어둡게 변하더니 로안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폐하. 오늘 밤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순간 로안이 숨을 들이켰다. 적에게 기습으로 공격이라도 받은 기분이었다. 다시 엘리제에게 주술의 힘이 작용해 그 끔찍한 고통으로 몰아가도 괜찮겠냐고 묻고 있었다. 데몬이 황궁에 없는 밤 사이에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어찌할 거냐고. 지키지도 못하는 엘리제를 지금 욕심으로 붙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오늘 같은 고통을 다시 겪으라면 저는 못 해요! 차라리 입맞춤을 하겠어요!”
곁에서 듣던 엘리제도 외쳤다. 로안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두 사람을 바라보던 데몬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게다가 아시다시피 지금 황궁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의 말이 맞다. 엘리제에게 주술을 먹이라 사주한 이와 첩자가 아직 황궁에 있을 수도 있었다. 또 한 번 로안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자신은 황제임에도, 엘리제를 지킬 힘이 없다. 물론 엘리제를 어딘가로 보낸다니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엘리제가 보고 싶어 미칠 듯이 괴로울 것이 분명했고, 하루하루 불안 속에 자신이 과연 살 수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었다. 대공가로 엘리제를 보내는 수밖에. 다시금 분하고 치욕스러운 기분이 밑바닥부터 끓어올랐다. 그녀를 지킬 능력을 가진 눈앞의 대공이 미칠 만큼 밉고, 부러웠다. 로안은 입안을 씹으며 무시무시한 음성으로 데몬에게 명했다.
“대신, 네 모든 것을 걸고 엘리제의 주술을 반드시 풀어야 할 거다.”
“…….”
“그것도 최대한 빨리.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로안이 입 밖으로 뱉지 않았지만 데몬은 뒤에 이어질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비겁한 황가의 피들. 턱밑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알겠습니다.”
날이 밝는 대로 엘리제의 짐들이 황궁 마차에 실렸다. 목적지는 대공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