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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1009화 (1,009/1,021)

많은 이들은 이번 버몬 연방 검사 사임 건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나마 좀 활발하게 나오는 말이 있다고 한다면 차세대 이동 통신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이 이슈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꿈의 통신이라는 플림츠 표준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담뱃갑보다 작은 휴대폰으로 디지털 이동 통신이 가능한 시대에 관한 이야기가 파다했다.

다만 문제는 존재했다.

각국마다 서로 이 권리를 먹기 위해서 기술 표준 작업에 착수했다.

실제로 ITU가 이 플림츠 표준을 확보하기 위해서 각국에 로비하는 중이었다.

다만 이 표준이 어느 정도 정립될 예정 시기는 앞으로 2년 후다.

이때 이후로 단말기와 장비가 개발될 예정이었다.

이 기간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6년은 훌쩍 넘어야 뭔가 되어도 될 일이다.

물론 플림츠라는 이 단어 발음이 익숙하지 않아서 후일 IMT-2000으로 바뀌지만 말이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직접 뛰어다니면서 만난 이들이 바로 이와 관련된 이들이다.

그들 처지에서는 경악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직도 3G 망과 관련해서는 말이 많았다.

당장 용어조차 하나로 통일되지 않을 정도로 다들 따로 기술을 개발 중이니까.

그중에 빼놓을 수가 없는 대상이 다름 아닌 일본 정부였다.

그들은 이미 최민혁 실장에게 크게 당한 터라 이 차세대 이동 통신에 투자를 대폭 늘렸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뒤늦게 미국 정부가 이 차세대 이동 통신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보고받았다.

그것도 배후가 최민혁 실장이었으니.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하니, 이 문제가 조용할 리가 없었다.

다만 미국 언론은 영문을 잘 몰랐다. 그들 역시 뒤늦게야 이 혼란스러운 차세대 정보 통신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 일에 결국 ‘최민혁 실장’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미국 언론은 연일 자신이 조사한 다양한 차세대 이동통신 이야기만 내뱉었다.

그건 클린턴의 재선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클린턴 캠프에서 관련 뉴스 찌라시를 계속해서 흘렸다.

박두영 부장 검사는 덕분에 일주일 내내 시끄러운 CNN발 뉴스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이 뉴스에는 늘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최민혁 실장이었다.

연일 뉴스에선 그의 사진만을 띄워놓은 채 최민혁 실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대단하네.’

늘 조용히 살고 싶다고 나발을 불던 최민혁 실장.

근데 이제는 국내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놀고 있었다.

‘최근에는 잠적하였잖아. 별장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 같았는데…….’

최민혁 실장은 한편으로 정말 불가사의한 인물이었다.

박두영 부장 검사는 일단 최민혁 실장의 탁월한 능력에 감탄하면서 조정수 중앙지검장에게 보고한 후에 최민혁 실장이 한 조언을 토대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다만 그도 곧 대검찰청에서 온 연락 때문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김대영 수사관으로선 중간에 전화를 받은 터라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괜찮겠습니까?”

“뭐, 제가 잘못한 것이 없으니까요.”

그로서는 정말 억울한 일이다.

이 모든 사태는 최민혁 실장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검에서 최민혁 실장을 노린다는 이야기가 파다합니다. 그 대안이 최민혁 실장님과 가까운 박두영 부장 검사님입니다.”

“그건 이미 끝난 일입니다.”

“대검 분위기는 그런데 아직 몇몇 사람은 포기하지 않은 눈치입니다. 최민혁 실장님의 에플 매각 대금이 15조가 넘는다고 하니, 탐욕을 버릴 수가 없을 겁니다.”

김대영 수사관이 하는 말은 그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만이 아니었다.

중앙지검 내의 수사관끼리 다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돈이 많은 것이 죄라고 하지 않나.

최민혁 실장이 그 경우다.

그나마 지금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최민혁 실장의 연방 검사 관련 이슈 때문에 자신에 대한 비방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김대영 수사관이 걱정하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최문경 부회장이 손을 썼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아마 맞을 겁니다. 최민혁 실장과는 사이가 흉흉하니까요.”

“그럴 겁니다.”

박두영 부장 검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최문경 부회장이 검찰에 손을 썼다는 소문은 한두 곳에서 나오지 않았다.

최문경 부회장은 현재 최민혁 실장에게 밀려서 벼랑 끝에 섰다. 그로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여건이 아니었다.

그는 경영 부분에서 나름 노력하면서도 검찰을 동원한 수단을 연구했다.

그런데 이런 그의 노력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정부 내에도 최민혁 실장 반대 파벌이 존재했다. 그들이 최문경 부회장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박두영 부장 검사는 원래 중앙지검 내의 일을 최민혁 실장에게 알리려 하지 않았다. 실상 그가 감사 팀의 조사를 받은 것은 작년 한 해에 벌어들인 주식 차익 때문이었다.

최민혁 실장의 조언을 받아서 그저 주식을 사고, 판 것만으로 수십억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 그러니 대검찰청의 감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지금도 다 끝난 일인데도, 최민혁 실장과 얽혔다는 이유로 자신을 괴롭힌다.

이제는 이 일을 자신만의 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는 고민 끝에 조용히 사무실을 나선 후에 최민혁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가지 일 때문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실은 대검의 정경수 감찰부장이 저를 과녁으로 노려서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명분은 주식 차익을 명분 삼아서…….]

긴 이야기인데,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즉, 검사로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서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고 감사를 한 것이었다.

[…그건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뇨. 사전에 미리 이야기를 해줬으면 더 좋았어요. 대검 감찰부장이라면, 검사장급 직위지 않습니까. 그 정도라면 박두영 부장검사님이 아니라 절 노렸을 확률이 높아요.]

[…죄송합니다. 괜히 제 문제를 최민혁 실장님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해는 하지만 문제를 키울 뻔했어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런 사소한 문제를 굳이 키울 생각은 하지 맙시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 쪽에 반드시 연락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박두영 부장검사는 최민혁 실장에게 잔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마음은 편했다. 아무리 그라도 검사장급 직위인 대검 감찰부장은 부담스러웠다.

‘뭐, 알아서 잘하겠지.’

최민혁은 물론 이 일에 배후가 있다고 확신했다.

‘아무리 봐도 우리 부회장 솜씨 같아. 내가 요즘 바빠서 감시의 시선을 늦추었는데, 그사이를 참지 못한 건가?’

* * *

최민혁 실장의 추론은 틀리지 않았다.

최문경 부회장은 최영란 본부장의 쿠데타에 꽤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최영란 본부장에 이를 갈기보다는 오히려 그 배후에 있는 최민혁 실장을 증오했다.

다만 그도 최동영 상무의 상황을 보는 터라 침묵했을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조용히 구경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 에플 지분 매각을 잘만 이용한다면 최민혁 실장에게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의 검찰 라인을 최대한 알아본 이유였다.

그런데 검찰 쪽에도 최민혁 반대 파벌이 있었다.

그들은 윗선과도 돈독했고 말이다.

결국 정경수 대검 감찰부장이 박두영 부장검사에 대한 감사를 명분으로 최민혁까지 수사하려고 한 것은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서 일어난 일이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탐욕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들이 굳이 최민혁 실장을 타깃으로 노리는 이유는 역시 천문학적인 에플 지분 매각 차익 때문이었다.

최문경 부회장은 정치권 쪽에도 연락하면서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그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검찰, 정치권 쪽에 돈을 마구잡이로 퍼주었다.

처음에는 회의도 했다.

조카 최민혁이 워낙에 커 버린 터라 돈이 먹힐까 싶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뇌물은 역시 만능열쇠였다.

‘아니, 난 방아쇠를 당긴 것뿐일까?’

어차피 최민혁 반대 파벌 쪽에서는 최민혁 실장을 노리던 중이었다.

자신이 최민혁 실장에 대한 정보를 흘리자 때맞춰 검찰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만 그때 터진 것이 바로 버몬 연방 검사 사임이었다.

황당한 것은 검찰의 반응이었다.

그들이 갑자기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최민혁 실장에 대한 내사도 다 중단하고 말이다.

“…하.”

최문경 부회장은 이 극적인 상황에 혀를 내둘렀지만 한편으로 감탄하고 말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시기가 아니라고 해도 검찰의 행보는 비슷할 것 같았다.

‘연방 검사를 의도적으로 날려서 반대 파벌에 압력을 행사한 건가?’

정말 그랬다면 신의 한 수였다.

‘이놈 정말 대단하구나!!’

솔직히 최민혁 실장의 행보에 감탄했다.

차라리 대검이 먼저 최민혁 실장을 공격했다면, 일을 적극적으로 풀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상황이 그렇지가 못했다.

최문경 부회장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최용욱 회장을 찾아갔다.

최용욱 회장은 최문경 부회장을 보자 정원으로 나가 버렸다.

최문경 부회장은 눈치껏 최용욱 회장 뒤를 따랐고 말이다.

최용욱 회장은 저택 한쪽에 놓인 바위 위에 엉덩이를 걸쳤다.

“또 무슨 일이야?!”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네놈이 아무런 용건도 없이 이렇게 날 찾아올 리가 없잖아. 아, 혹시 민혁이 때문에 그래? 버몬인지, 지랄몬인지 그놈이 사임한 일 말이다.”

최문경 부회장은 최용욱 회장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것도 그거지만 요즘 한국 검찰의 동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민혁 그놈 때문에 우리 KM 그룹 전체를 살피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알기로 대놓고 우리 그룹을 살피는 놈은 없어. 그런데 그걸 네놈이 어떻게 알아? 혹시 네놈이 대검을 자극한 것 아냐?!!!”

“저, 절대 아닙니다. 대검 내에 제가 아는 지인이 있어서…….”

“혹시 대검 감찰부장을 말하는 거냐?”

“…뭐 그쪽은 안면만 좀 있을 뿐입니다.”

“쯧쯧쯧.”

최용욱 회장은 혀를 차면서도 최문경 부회장을 째려봤다.

최문경 부회장은 발끈했다.

“이건 제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대검에서 민혁 그놈을 보는 시선이 정말 심각해요. 어쩌면 민혁이 그놈 때문에 우리 KM 그룹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하.”

최용욱 회장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최문경 부회장의 속내는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런데도 최문경 부회장의 경고를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실제로 청와대 지인에게 듣기로 최민혁 실장에 대한 말이 많았다.

당장 10대 대기업만 해도 알아서 정부에 일정 금액을 상납한다.

그게 비자금이 되었든, 아니면 투자를 통해서든 말이다.

그런데 손자 최민혁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단돈 1달러도 아까워했다.

“…알겠다.”

“네? 무슨 말씀입니다.”

“네놈이 한 말이 전혀 틀리지는 않아. 민혁이 그놈에게 주의는 주마.”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우리 KM 그룹과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우리 KM 그룹도 청와대에 찍힐 수 있습니다!!”

최용욱 회장도 작년이라면 최문경 부회장의 경고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 그 역시 최민혁 실장과 관련한 차세대 이동 통신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너, 지금 민혁이가 뭘 하는 줄 모르느냐?”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검에 신경 쓰지 말고, 민혁이 그 녀석이 뭘 하는지나 확인해 봐!”

단호한 말을 끝으로 최용욱 회장은 최문경 부회장이 보기 싫어서 저택을 나가 버렸다.

최문경 부회장은 최용욱 회장의 뒤를 쫓다가 결국 멈추고 말았다.

그는 다급히 권재홍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해봤고, 곧 차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무, 뭐야? 그, 그게 정말이야? 아니, 그런 정보가 있는데, 왜 보고를 안 한 거야?!]

[…이제 막 확인이 끝났습니다.]

[지금 갈 테니, 당장 보고할 준비를 해!!]

* * *

최문경 부회장은 뒤늦게야 차세대 이동통신 정보를 파악하고는 경악했다.

그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는 이제 최민혁 실장에 대한 문제보다 이 차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파급부터 살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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