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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1007화 (1,007/1,021)

마쿨라 이사는 이를 그냥 지켜만 보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아는 언론사를 총동원해서 이 사태를 키우려고 했다.

결국 버몬 연방 검사는 덕분에 자택에서 나오는 중에 기자들의 습격을 받아야만 했다.

[버몬 검사님, 정말 외압이 없었다는 말입니까?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도대체 누가 버몬 검사님에게 압력을 넣은 겁니까?!]

쩌렁쩌렁한 울림.

기자들 역시 단단히 열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버몬 연방 검사는 평소와 딱히 다르지 않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뒀을 뿐입니다.]

[하필이면 그게 왜 지금이냐는 말입니다!]

버몬 연방 검사는 물러나지 않는 기자들이 자신의 차량을 막아 서자 결국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분노한 기자들을 그냥 넘긴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그는 몰려드는 수십 명의 기자들과 카메라를 앞에 두고 당황했다.

아무리 냉정한 그라도 이번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

언론의 반응은 생각한 것보다 더 격렬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사임은 지금 제가 진행하는 사건과는 무관합니다. 으음, 엄밀히 말해서 연방 검사에 대한 회의감 때문입니다. 연방 검사는 어디까지나 연방 검사장의 보좌에 불과합니다.]

연방 검사장은 연방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사실 연방 검사는 소송 자체는 검사장의 명의를 빌려서 한다. 그러니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다. 급여가 변호사와 비교하면 너무 낮은 것도 문제다.

실제로 뛰어난 법조인이 연방 검사를 피하는 이유였다.

버몬 연방 검사는 자신이 이 일을 하면서 회의를 느꼈던 부분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내심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자기 스스로 변명을 해야 했으니.

[…갑자기 그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버몬 연방 검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방 검사는 그나마 선출직으로 정치와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선임하는 연방 법무부 장관하에서 연방 검사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아니, 연방 검사 제도에 대한 문제점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거야 늘 있던 이야기 아닙니까. 왜 에플, 벨린 투자 수사를 앞두고 갑자기 그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버몬 연방 검사는 반박하는 기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자신이 말한 것 역시 그게 그 말이다. 그런데 이놈들은 평소엔 연방 검사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다 씹었다.

[제가 이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이 나면서 한계를 느꼈고, 이 직업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그러다 마침 더 나은 선택지가 있어서 사임했을 뿐입니다. 에플, 벨린 투자 건은 제 후임자가 최선을 다할 겁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외압은 없습니다.]

한 기자는 날카롭게 버몬 연방 검사의 말을 걸고넘어졌다.

[이미 연방 법무부장관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연방 검사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 말은 이미 외압을 받았다는 말 아닙니까!!]

[그건 아닙니다. 만약 혹시라도 제가 지금 언급한 내용 이상의 가짜 뉴스를 내보내면, 법적인 책임을 묻겠습니다!]

버몬 연방 검사는 이 말을 끝으로 다시 차량에 탑승한 후에 횅하게 떠나 버렸다.

기자들은 황당한 눈으로 떠나가는 차량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니, 방금 외압이 없다고 한 거 맞아?]

[…외압이 있었다고 말을 못 하나 보지. 그러니 에둘러서 말한 거고.]

[가만, 그러면 미국 연방 법무부장관이 압력을 넣었다는 소리야?]

[당장은 연방검사장이겠지. 물론 그 위로 올라가다 보면, 연방 법무부장관이 나올 거고.]

[설마?]

[괜한 상상은 마. 조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버몬 연방 검사는 가짜 뉴스를 자제하라고 했잖아. 그의 말이 전혀 틀린 것도 아니잖아. 연방 검사는 별로 권한도 없고, 급료도 짜. 좋은 기회가 생겼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지. 다만 중요한 건 그 기회를 누가 줬느냐겠지.]

[설마 에플의 스티븐이 수작을 부렸다고?]

[그보다는 에플 대주주로 이번에 에플 지분 매각해서 재미를 단단히 본 최민혁 실장이 아닐까? 그라면 버몬 연방 검사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할 테니까.]

[…….]

물론 이 말에 딱히 대답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머릿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들은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다. 증거가 없는 이상 가짜 뉴스를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도 조심 좀 해야지. 만약 최민혁 실장이 최종 배후라면, 문제가 될 만한 증거 따위는 남기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겠지.’

기자들은 다들 입맛을 다시면서도 상상의 나래를 폈다.

최민혁 실장과 관련된 음모론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뭐가 진실인지는 몰랐다.

다만 모인 기자들이 모두 바보는 아니었다.

[차세대 이동 통신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던데, 혹시 그 이권 때문이 아닐까? 그쪽 투자하고 관련된 쪽에는 연방 법무부 장관도 엮여 있을 테니.]

[에이, 그건 말이 안 돼. 나도 알아보고는 있지만 그게 지금 가능한 기술이야? 이제 2G 망도 겨우 막 시작한 단계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3G 망 사업에 대해서는 다들 회의적인 얼굴이었다. 그들 역시 이미 전문가를 통해서 알아봤다. 차세대 이동 통신 표준 작업이 이제 막 시작한 단계였다.

그런데 무슨 3G 망 서비스란 말인가.

‘그래도 최민혁 실장이 연루된 것은 사실일 거야.’

다들 입맛을 다셨다.

다만 최민혁 실장 음모론을 언급할 수는 없었다.

* * *

최민혁 실장 역시 버몬 연방 검사의 사임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소동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로서는 이 일에 직접 손을 댈 수는 없었다.

‘벌집을 건드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더욱이 이 소동의 기반은 자신의 에플 지분 매각과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때문이다.

‘좋은 게 좋다고, 좀 조용히 넘어가면 좋을 텐데…….’

하지만 미국 언론은 그의 내심을 아는 것처럼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최민혁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웠다.

‘이런 부분만큼은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쉽지가 않네.’

조성돈 팀장은 이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계속 염려했다.

“어떻게 할까요? 미국 언론 쪽과 한번 접촉해 볼까요?”

“아니, 그러지 마세요.”

“만약 대비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광고라도 한번 시도…….”

“조 팀장님 제안이 합리적입니다. 평소라면 그렇게 하죠. 그런데 이번 사태로 더 상황이 꼬이게 할 수는 없습니다.”

“사태가 자칫 이상한 쪽으로 굴러갈 수 있습니다.”

“그렇겠죠. 하지만 이번 에플 지분 매각 때문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입장을 감안해야죠. 그들의 반감은 에플 주가가 올라야 사라집니다.”

정확했다.

이 사태가 끝나지 않는 이유는 에플 주가 폭락의 주범이 최민혁 실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문학적인 차익을 올린 사람은 최민혁 실장이 유일했다.

“그렇지만 에플 주가는 계속 70달러에서 횡보 중입니다.”

그는 잠깐 고민했다. 이대로 가다간 차세대 이동 통신 이슈조차 버몬 연방 검사 사임에 묻힐 상황이었다.

“그건 저 때문이 맞을 겁니다. 그러니 미국 언론이 이번 사태를 계속 물고 넘어지는 거죠. 이미 차세대 이동 통신에 대한 미끼를 던져놓았으니, 이렇게 하죠. 미국 언론을 희석시키려면, 오성 전자 측과 만나서 MOU 체결이나 하죠.”

“네?”

최민혁 실장은 자신의 전생의 기억 일부를 떠올리면서 피식 웃었다.

“오성의 안 회장은 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미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 대한 작업이 진행 중일 겁니다. 그 화제를 이용하죠.”

“혹시 비메모리, LCD, 차세대 전지 사업, CDMA 관련 사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특히 차세대 이동 통신에 대한 개발은 이미 진행 중일 겁니다. 그러니 우리 쪽의 제안을 거절하지는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 * *

조성돈 팀장의 제안은 곧 권태성 기획실장의 귀에도 들어갔다.

권태성 기획실장은 화들짝 놀랐다.

실제로 오성 전자는 비메모리 분야만 해도 차세대 CPU, 멀티미디어 반도체, 주문형 반도체, 마이컴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개발이 모두 KM 전자와 겹친다는 점이다.

심지어 KM 전자의 멀티미디어 반도체 관련 원천기술은 상당히 앞서 있었다.

그들로서는 최민혁 실장 제안을 적극 검토해야만 했다.

아니, 이와 관련해서 최민혁 실장의 의도대로 MOU 관련 체결을 알렸다.

평소라면 난리가 날 일이었다.

오성 전자의 주가는 폭등하고 말이다.

하지만 한국 언론의 반응은 생각보다 시큰둥했다.

그들은 오히려 버몬 연방 검사의 사임 기사를 더 많이 내보냈다.

[미국 연방 검사의 정치 독립성 문제는 미국 내에서도 말이 많았다. 이번 버몬 연방 검사의 사임은 이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버몬 연방 검사는 당장 에플의 스티븐, 벨린 투자의 최민혁 실장 수사를 앞두고 그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CNN을 위시한 미국 메이저 언론이 앞다투어 이 문제를 특종으로 다루었다. 버몬 연방 검사의 사임은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그 주인공이 최민혁 실장이었으니.

한국인조차 이 뉴스를 접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가 혀를 내둘렀다.

[이거 정말이야? 최민혁 실장이 버몬 미국 연방 검사에게 압력을 넣어서 사임하게 한 거야?]

[그런 이야기가 무성하잖아. 버몬 연방 검사가 에플 스티븐에 이어서 최민혁 실장을 수사한다는 설이 파다했으니까.]

[하긴 15조가 넘는 이익을 봤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거 에플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차익을 챙긴 거잖아?]

[정확히는 에플 지분을 팔아서 문제가 생긴 것이지만 다들 그렇게 안 생각한다는 것이 문제지.]

그것은 국내 사법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박두영 부장검사 역시 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휴게실 TV에서 이 CNN 충격 특종 뉴스를 접하고는 혀를 찼다.

국내가 아니라 미국 언론이 마치 내전이라도 터진 것처럼 난리였다.

‘…역시 최민혁 실장이구나.’

최근 좀 조용하나 싶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미국 연방 검사를 잘라 버렸다.

도대체 뭘 어떻게 했는지 자신도 묻고 싶었다.

‘저게 가능하나?’

한국 언론은 죄다 자신이 직접 취재하기보다는 CNN를 비롯한 미국 메이저 언론들의 기사를 그대로 송출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을 다루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이 사건에 최민혁 실장이 관련되어서 죄다 자극적인 뉴스였기 때문이다.

뉴스 패널조차 이 뉴스를 다루면서 혀를 내둘렀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최민혁 실장이 이번 버몬 연방 검사 사임과 어떤 식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말입니까?]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미국 사법 시스템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다만 연방 검사의 위치가 문제가 됩니다. 외부 압력에 쉽게 휘둘리니까요.]

[우리가 아는 상식과는 좀 다른 내용입니다. 연방 검사 정도 되면 정치 중립성이 명확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건 선출직인 지역 검사가 그렇습니다. 이들은 주민 선거로 뽑힌 터라 아무래도 정치 중립성이 보장된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연방 검사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박두영 부장검사는 이 사건 때문에 중앙지검 내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가 최민혁 실장 라인이라는 소문이 나서 일어난 일이었다.

다른 것이 아니라 미국 연방 검사마저 잘라 버릴 수 있는 최민혁 실장의 능력 때문이다.

저 정도라면 국내 검사장 자르는 거야 식은 죽 먹기니까.

최근 중앙지검 내에도 최민혁 실장에 관한 이야기가 무성했다.

최민혁 실장은 정부와 대립각을 알게 모르게 세웠기 때문이다.

일테면 경제 위기설 같은 것 말이다.

거기에 에플 지분 매각 대금을 둘러싼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최민혁 실장은 에플 지분 매각 자금 중에 단 1달러도 국내로 반입하지 않았다.

미국에 재투자한다는 설만 파다했다.

재정 경제원조차 이 문제 때문에 윗선에서 결딴나는 중이었다.

박두영 부장 검사는 혀를 찼다. 그는 다시 자신의 눈치를 보는 동료들의 행동을 보면서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최근 자신에게 반기를 든 이들도 있었으니까.

‘차라리 잘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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