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95화 (99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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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의 도움을 얻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장승일 실장은 자신이 좀 지나쳤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최민수가 될 수 있는 대로 사고를 치지 않기만을 바랐다.

‘에플 지분 매각이 동기를 제공했지만, 최동영 상무 때문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구나. 최민수가 이렇게 욕심을 내다니. 아무래도 이 일은 최민혁 실장님에게 알려야겠어.’

* * *

최민혁 실장은 요즘 들어서 곤혹스러운 장기 임시 휴가를 보내는 중이었다.

에플 지분 매각 이후에 주변, 특히 미국의 눈치를 보는 중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미국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국 내의 일도 그다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15조 초대박.

이 소식이 국내에도 알려지면서 이상한 쪽에서 계속 연락이 왔다.

심지어 KM 전자 본사를 찾기도 했다.

바로 각종 사회단체였다.

거기에 빼놓을 수가 없는 단체는 역시 은행이었다.

이들 은행 지점장이 직접 KM 전자 기획실장실을 찾았다.

자금을 은행에 넣어두라고.

그런데 이들 은행장의 방문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은행과 척을 져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IMF 이후에 돈 되는 물건을 먹으려면, 은행과 관계도 중요하지.’

최민혁 실장은 때문에 괜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아예 얼굴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는 이상 기분이 나쁘고 말고가 없었다.

그는 이 일을 명분 삼아서 아예 회사에도 출근하지 않았다.

그가 이럴 수 있는 것은 역시 책임을 실무진에게 다 떠넘겼기 때문이다.

최병연 소장을 비롯해 이지수 박사 사단은 각자 자기 일을 알아서 하는 사람이다.

최민혁 실장이 자리에 없다고 해서 일일이 묻지도 않았다.

최민혁 실장은 이들의 능력을 잘 아는 터라 권한을 폭넓게 인정해 줬다.

특히 투자와 관련해서는 500억 정도는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둔 것이었다.

최병연 소장은 특히 열정을 가진 채 묵묵히 프로젝트 관리를 했다.

최민혁 실장은 이들 인재 덕분에 회귀한 이후로 가장 느긋한 장기 휴가를 보냈다.

다만 그도 장승일 실장에게서 최민수와 관련된 정보를 받고 나서는 혀를 찼다.

‘최동영 상무가 정말 문제구나.’

아니면 결국 데릭 모건 이사가 그 원흉이었다.

그가 한 자극이 최동영 상무를 거쳐서 최민수에게도 전해졌다.

심지어 김기범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이들 욕망의 저수지는 자신이 에플 지분 차익으로 벌어들인 15조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에 대한 탐욕 때문이다.

최민혁 실장은 미국에 있을 때와는 달리 국내 휴가를 보낸 터라 여유를 가졌다. 그는 때문에 최민수를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김기범 형도 무시할 수는 없지.’

전생 기억을 떠올렸다.

DL 그룹을 등에 업고 김기범이 한 일은 결코 무시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최민혁 실장은 이미 DL 그룹을 위한 초대형 덫을 깔아놓기도 했고 말이다.

DL 그룹은 이미 차입금 중독자였다.

‘IMF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테니, 이제는 슬슬 DL 그룹을 흔들 필요가 있어.’

그도 이제까지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지만, 국면 전환을 위한 물밑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은 바로 비밀 프로젝트.

그중에 하나가 바로 차세대 이동 통신과 관련된 것이었다.

‘스마트폰 사업을 하려면 어쩔 수가 없지. 내가 직접 나서서 차세대 이동 통신망 사업을 벌여야 해. 계속 구경만 할 수는 없으니까.’

그 자신이 끼어들지 않으면 차세대 이동 서비스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6~8년 이후다.

더욱이 표준을 둘러싼 알력 싸움 때문에 이 일이 잘 진행되지도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 적기일 수가 있어. 지금 이 시기에 내가 수작을 부려도 미래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테니까.’

어차피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 문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그가 그 간격을 벌려서 수작을 부려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곰곰이 고민하다가 자신이 기억하는 CDMA2000 관련 특허를 정리해 봤다.

정확히는 용어 위주로 해서 말이다.

동기식은.

CDMAOne IS-95A.

CDMA2000 1x.

CDMA2000 1x EV-DO.

비동기식은.

WCDMA

HSDPA.

핵심 키워드는 CDMA2000과 WCDMA로 정했다.

한국은 특이하게도 이 두 가지를 다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하드웨어 구조와 소프트웨어 구조를 중심으로 작업했다.

다만 이전 MP3, MPEG-2와는 달리 구체적인 부분을 뺐다.

‘기억이 애매해.’

정확히는 자신의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었다.

전생에 제대로 이 시스템을 공부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최민혁 실장의 스승은 열정적으로 지식을 전하려고 했는데, 최민혁 자신이 그 지식을 흡수하지 않았다.

여자에 빠져 있었으니까.

그 스승은 놀랍게도 헬렌이었다.

‘헬렌이 참 정열적인 여자지. 침대에서는 무쌍을 찍었으니까.’

그것도 헬렌 혼자가 아니었다.

헬렌 친구와 같이 한 쓰리섬이었으니까.

최민혁 실장의 이제 꿈처럼 느껴지는 전생의 살이 녹아내리는 뜨거운 밤을 떠올리면서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그는 때문에 헬렌이 전해준 지식 중에서 필요한 부분을 꽤 힘들게 찾아야 했다.

특히 교환기 전체 시스템을 비롯한 부분을 중점으로 말이다.

‘헬렌이 이 통신 분야만큼은 세계 최고의 전문가이니까.’

실제로 헬렌은 ITU 표준 작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곧 헬렌과 관련된 전생의 이상한 상념을 털어버렸다.

지금 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그는 이미 보고받은 테스트 시스템 자료를 살피면서 기준이 된 프로토콜을 만들고,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특허를 작성했다.

정확히는 특허 제목과 줄거리 위주였다.

‘차세대 LTE와의 연결고리는 빼놓을 수가 없지.’

CDMA 시스템이 LTE와의 연동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했다.

이왕 하는 김에 4세대 망까지 고려했다.

이건 그냥 형식적으로 생각했다.

LTE를 건드리다 보면, 자신이 잊은 지식이 자연스럽게 더 연상될 것으로 생각했다.

최민혁 실장은 곧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여기서 더 작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넘길까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가 비록 아이디어 위주로 특허 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자료도 필요했다.

그는 결국 고민 끝에 헬렌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최민혁 실장. 네? 아, 지금 통화 가능합니까?]

* * *

헬렌은 요즘 최민혁 실장이 만든 쓸데없는 일 때문에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차라리 대학 연구소 시절이 훨씬 나았다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모니터 삼매경에 빠진 이지수 박사는 그녀의 푸념을 듣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할 거야?”

노골적인 반말.

그만큼 헬렌이 화가 나 있다는 거다.

이지수 박사 역시 헬렌이 저기압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어쩔 수 없잖아.”

“아니, 무인 항공기 개발은 이해가 돼. 그건 이전에 했던 프로젝트이니까. 메이런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의도라고 생각할 수가 있어. 그런데 사드는 좀 다르잖아?”

이지수 박사는 헬렌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최민혁 실장님이 특히 신경 써 달라고 했어.”

“하, 그놈의 최민혁 실장. 정말 징글징글하다니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최민혁 실장님에게 받은 것이 있으니까.”

“쯧.”

헬렌은 혀를 찼다. 그녀 역시 최민혁 실장이 이지수에게 해준 일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그래서 더 심통이 나고, 질투마저 했다.

당장 최민혁 실장이 눈앞에 있다면 주리를 틀었을 것이다.

그녀는 엄한 놈에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아니, 록히드마틴 새끼들은 우리 쪽은 전혀 생각 안 하고 있잖아?”

이지수 박사도 한숨을 내쉬었다. 록히드마틴이 하는 일을 보면, 결국 최민혁 실장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었다. 그런데 대놓고 부정하지는 않았다. 미 국방성의 압박 때문이었다.

그러니 가장 피곤한 것은 중간에 낀 그녀였다.

다만 그녀도 헬렌의 표정을 보자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자료는 이미 받았잖아.”

이지수 박사는 턱짓으로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사드 관련 자료를 가리켰다.

헬렌은 치를 떨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냐구? 이거 1급 군사 보안 자료야. 그런데 공식적인 문건도 없이 그냥 던져 주고 가버렸잖아.”

“그렇지. 문제의 소지가 있지.”

하지만 헬렌은 좀 달리 생각했다.

“나 이놈들 수작이 의심스러워. 우리가 만약 손대서 사드가 잘 풀리면 그때는 나 몰라라 할 것 아냐? 자신들이 다 했다고 다 먹겠지!”

“…그럴지도.”

이지수 박사도 순순히 수긍했다. 과거 메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이런 수법을 사용했다. 지금 미 국방성과 록히드마틴이 하는 짓이 비열하기 짝이 없었다.

최민혁 실장에게 지분을 넘기지 않은 것은 그만큼 최민혁 실장이 부담스러워서다.

그런데 두 사람이 하는 말은 실로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사드 프로젝트 때문에 이곳에 파견 나온 연구원은 흠칫 몸을 떨다가 슬그머니 휴게실로 다 대피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들도 불만이 많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지수 박사와 헬렌 실력이 진짜라는 거다.

그리고 두 사람은 물론 바보가 아니다.

연구 성과를 가지고 질질 끌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지수 박사는 피식 웃으면서 워싱턴 포스트 오늘 신문을 헬렌에게 던졌다.

“이거 봐. 지금 에플은 난리가 났어. 그런데 우리 쪽은 조용하잖아. 다 이것 때문이라고 봐야지.”

“…설마 최민혁 실장이 이걸 노리고 이 일을 하는 거라고?”

이지수 박사는 그제야 모니터에서 시선을 뗐다.

“나도 처음에는 최민혁 실장님을 잘 이해를 못 했어. 왜 일을 이따위로 하는지 말이야. 그런데 지금 우리 계열사 상황을 봐. SEC나 FBI가 에플 지분 매각 주인공인 벨린 투자는 아예 건드리지도 않잖아.”

“하긴…….”

헬렌은 신문을 대충 넘기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

“가만, FBI가 스티븐을 건드린 이유에는 최민혁 실장을 압박할 의도도 있다는 이야기네.”

“그렇겠지.”

헬렌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상황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는 소리이니까.

그런데 때마침 걸려온 전화.

놀랍게도 최민혁 실장이었다.

[…접니다. 최민혁 실장. 네? 아, 지금 통화 가능합니까?]

하지만 헬렌은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참 급한 일이 있어서요. 제가 다시 연락할게요.]

* * *

헬렌은 이지수 박사에게 최민혁 실장의 전화를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록히드마틴 파견 연구원을 불러서 그들을 갈구었다.

특히 업무적인 면으로 말이다.

“하, 제가 몇 번 이야기해야 합니까. 우리가 만든 기존 프로토콜을 그대로 따라가라니까. 이해가 안 되면 외우란 말이야!”

“…….”

파견 엔지니어는 다들 이지수 박사의 타박에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여기서 물러나서는 곤란했다.

이지수 박사가 보다 못해서 헬렌을 말렸고 말이다.

그녀는 그러다가 다시 걸려온 최민혁 실장 전화를 받았다.

“가만, 조금 전의 전화가 최민혁 실장님에게서 온 거였어?”

헬렌은 기겁했다. 그녀는 이지수 박사 손에 있는 폰을 받았다.

[저 바쁘다고 했는데, 왜 자꾸 전화질이에요. 도대체 무슨 일로 이렇게 전화를 걸었어요? 이지수 박사님에게 전화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이지수 박사는 귀를 쫑긋하고 말았다. 그녀는 헬렌을 위해서 자리에 일어서려다가 슬그머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헬렌은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최민혁 실장 이야기를 들었다.

최민혁은 헬렌 성격을 잘 아는 터라 그녀에게 반응하지 않았다. 지금은 도움이 우선이었다.

[CDMA2000이라면……. 혹시 차세대 이동 통신 표준을 말하는 건가요?]

헬렌도 처음에 싫다고 말할까 하다가 자신이 한 행동이 있어서 수긍하고 말았다.

[네, 맞습니다. CDMA2000을 3세대라고 할 때, LTE는 4세대 정도가 되겠군요. 제가 궁금한 것은 두 시스템의 공유와 관련된 프로토콜입니다.]

[엑세스한 복수 프로토콜 처리를 말하는 건가요? 잠깐만요.]

헬렌도 처음에는 최민혁 실장의 지적을 단순하게 생각하다가 그럴 수가 없었다. 최민혁 실장이 말한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고, 장황해서 일일이 다 적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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