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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78화 (97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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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칩을 만들기에는 무리가 따라도 테스트용 칩을 제작할 수는 있었다.

당연히 수백억이 넘는 자금이 소모되었다.

낭비는 덤이고 말이다.

상시 칩을 제작하지 않으면, 그게 손실로 잡히니까.

그럼에도 최민혁 실장은 미래 투자를 위해서 돈을 아끼지 않았다.

“…대단하구나.”

“투자를 위해서 자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그래도 이건 정말…….”

최용욱 회장은 보고가 아니라 눈으로 직접 설비를 보면서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역시 미래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막 투자하는 경우는 흔치가 않았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말이다.

더 황당한 점은 그런 투자가 제대로 먹힌다는 점이다.

두 자리 숫자 차익을 기록한 에플 주식 매각이 그 증거였다.

다들 최민혁 실장을 비난하면서도 존경하는 이유가 그랬다.

최용욱 회장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도 집착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저 새로운 칩을 만들 수 있다는 공정을 둘러볼 뿐이었다.

다양한 칩 설계가 이루어지는 곳도 있었다.

이런 쇼가 단순히 자신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민혁 실장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첫째 큰아버지보다는 제가 능력이 월등하죠. 제가 경영권 승계를 받는다면, KM 그룹은 10배, 아니, 100배 이상 성장할 겁니다.”

“…….”

최용욱 회장은 이 황당한 이야기에도 반박하지 못했다.

결과가 눈앞에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자식을 떠올렸다. 가족이다.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민혁에게는 섭섭하겠지만.

‘이 녀석도 그랬으니까.’

최민혁 실장을 KM 전자 기획실장으로 앉힌 것도 엄밀히 말해서 그 자신이었다. 당신 최민혁 실장은 최동영 상무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최동영 상무의 주장을 다시 떠올렸다.

“새로운 칩이라니, 정확히는 어떤 칩이냐?”

최민혁 실장이 슬쩍 나섰다.

“그냥 이런저런 잡다한 칩을 다 테스트합니다.”

“잡다한 칩을 개발하려고 200억이 넘는 자금을 이 프로젝트에 태웠다는 말이야? 추가로 들어간 자금은 별개인 것 같은데?”

최민혁은 오히려 반문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입니다. 그깟 푼돈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200억이 고작 푼돈은 아닌 것 같다만?”

“성공만 한다면 그만한 성과를 내니까요. 에플 주식이 좋은 예입니다. MP3 칩도 그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에 불과합니다.”

“흠.”

최용욱 회장도 ‘MP3 칩’ 이야기가 나오자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는 최동영 상무가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자신이 물어봐도 손자 최민혁은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설마 샐로먼 브러더스가 동영이 녀석을 부추긴 것도 이 기술 때문이었나?’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는 없니?”

“할아버지가 그 설명을 들으면 알 수 있어요? 그렇다면…….”

최민혁은 술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대다수가 전문적인 내용이었다. 당장 CDMA만 해도 담당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

최용욱 회장은 손자 최민혁이 자신을 놀리나 해서 째려봤다.

하지만 최민혁 표정에는 그런 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진지했다. 아니,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그의 진심이 일부 담겨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최민혁 실장이 얘기한 건 전문성을 더해서 한 설명이라서 어지간한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가 어려웠다.

‘이놈이.’

최용욱 회장은 차마 내심을 말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제야 최동영 상무가 왜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는지 알았다. 최동영이 부탁한다고 해서 최민혁이 들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나마 자신이 나섰는데도 이 정도였으니.

그는 결국 손자 최민혁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다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나를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첫째 그 녀석이 한 짓이 있으니, 셋째도 같이 한통속으로 보는 것 같구나.’

이전에 일어난 일을 고려하면 손자 최민혁을 무조건 비난할 일은 아니었다.

그가 그나마 해야 할 일이라면 최동영 상무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다만 그게 쉬워 보이지 않았다.

다름아닌 손자 최민혁의 까칠한 태도 때문이다.

“…….”

주변을 수행하는 이들조차 마른침을 삼키면서 최민혁 실장의 눈치만 봤다. 손자 최민혁은 이제 작년의 그 최민혁이 아니었다.

‘하아.’

* * *

최민혁 실장은 최용욱 회장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샐로먼 브러더스의 행보가 생각보다는 공격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좀 늦은 건가?’

자신이 한 일이 있으니 말이다.

이번 일은 가볍게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최병연 소장 역시 이 일을 심각하게 생각했다.

“괜찮을까요?”

“숨긴다고 해서 될 문제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압니다. 그래도 무조건 다 숨기려고 해서는 곤란해요. 앞으로 있을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무슨 말씀입니까?”

그는 최용욱 회장에게 기술을 소개해 주면서 빼먹은 중요한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그중에 한 가지는 뒤늦게 기억했다.

“대표적인 기술이 3G죠. 이번 소개에서 아예 빼 먹었잖아요. 아, 그 전에 제가 지시한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최병연 소장은 멋쩍은 표정이었다.

“일단 메시지와 단락을 보내고 받는 것에는 성공했습니다.”

최민혁은 화들짝 놀랐다. 당연했다. 지금 곧 서비스할 예정인 서비스가 2G였다. 그런데 벌써 3G가 성공했다니.

최병연 소장도 뒤늦게야 최민혁 실장이 뭘 말하는지 깨달았다. 그는 안 그래도 3G와 관련해서 최민혁 실장에게 보고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단일 단말기, 임시 교환기를 이용해서 실험했을 뿐입니다. 그저 테스트한 것에 불과합니다. 당장 단말기 숫자가 늘어나도 대안이 없습니다. 더욱이 이번 3G는 분위기부터가 2G와는 많이 다릅니다.”

“3G 통신 표준말이죠?”

“…네.”

사실 이 일도 최민혁 실장과 관련이 있었다.

그가 CDMA 관련 원천기술도 쪽쪽 빨아먹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CDMA 서비스 관련 하드웨어 쪽은 ETRI를 도와서 핵심 특허를 꽤 먹었고 말이다.

사실 최민혁 자신이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가 CDMA 관련 기술을 다 먹어치우면, 독과점으로 제소당할 수 있었다.

아니, 미국은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최병연 소장은 더 구체적인 문제를 거론했다.

“아직 3G 관련 시스템에 대한 구상조차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진행한 실험은 그저 기본 사양을 실험했을 뿐입니다. 전체 청사진을 만들려면…….”

최민혁 실장은 최병연 소장이 들고 있는 노트와 필기구를 받아서 쭉쭉 뭔가를 써 내려갔다.

3G와 관련이 있는 전체 시스템 청사진이었다.

단말기, 교환기를 시작으로 해서 필요한 장비 전부 다 말이다.

다만 이 정보 안에는 아주 구체적인 부분까지는 빠져 있었다.

그래도 엔지니어라면 이것을 보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기반 수준은 되었다.

“……!”

최병연 소장도 처음에는 최민혁 실장이 뭘 하나 싶었는데, 그 자리에서 자신이 원하던 것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자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최병연 소장은 3G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이미 어느 정도 이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간다는 것을 잘 알았다. 2G의 문자, 통화 수준을 넘어서 무선 인터넷까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최민혁 실장은 흥이 나서 주섬주섬 내용을 적어 내려가다가 이를 보고 경악한 최병연 소장의 모습에 씩 웃어 주었다. 그가 의도한 바가 제대로 먹힌 것이다.

그는 슬쩍 대충 낙서하듯이 정리한 자료를 내밀었다.

“필요한 것은 특허를 내고, 방어 성격 특허를 기준으로 작업하세요. 이 초안을 이용한 프로젝트는 ETRI과 손을 잡는 게 좋겠죠. 아니, 이왕이면 오성, LC 전자도 같이 엮어 보세요.”

“아, 그건…….”

“압니다. 이제 다른 업체들이 우리 KM 전자를 어떻게 해서라도 견제하려고 할 겁니다. 신사업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죠. 모든 수단을 동원할 테니, 그들과 싸워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아니, 이겨서도 안 되고요.”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방해 공작이 들어올 것이었다.

아무리 최민혁 실장 자신이라도 그들 모두를 적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어차피 오늘 우리 할아버지 일은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걸음, 아니, 두 걸음 더 나아가면 됩니다.”

“…네.”

최병연 소장은 의문이 너무 많았지만, 최민혁 실장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그 역시 조성돈 팀장을 통해서 최민혁 실장 성격을 들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3G와 관련된 기술을 어떻게 이 자리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황당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세히 살펴보고서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단순히 그냥 낙서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 실무진과 검토해도 될 만한 수준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걸로 당면한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한 수 있었다.

이 기술을 이용한다면 ETRI, 오성 전자, LC 전자, 심지어 미국 업체까지 끌어들여서 3G 표준화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절대 우리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겠지.’

최민혁 실장은 최병연 소장 표정이 꽤 마음에 든 얼굴이었다.

“우리 셋째 큰아버지가 한 지적이 틀리지 않았네요. 감추고 있는 기술이 참 많다는 것 말이죠. 당장 이것부터가 문제일 테니까.”

“…네.”

“이번 기회에 우리도 미국 기업이 늘 하는 것처럼 기술 갑질을 한번 해봅시다. 아,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겠어요.”

“…….”

“그러니 너무 우리 회장님이 기술을 많이 알아 갔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참 많으니까.”

“…알겠습니다.”

* * *

최민혁은 정말 중요한 기술은 최용욱 회장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 그는 최용욱 회장에게 KM 전자 내의 연구소 프로젝트를 간단히 알렸다. 다만 대충대충 해서 말이다. 기술 부분을 다 쪼개서 알린 터라 최용욱 회장은 최민혁 실장이 진행하는 일을 알 리가 없었다.

실제로 보안 때문에 프로젝트를 다 쪼개 놓았고 말이다.

최민혁은 최용욱 회장에게 KM 전자 내의 연구소 프로젝트를 간단히 알려줬다. 다만 대충대충 해서 말이다. 기술 부분을 다 쪼개서 알린 터라 최용욱 회장이 그걸 듣는다고 최민혁 실장이 진행하는 일을 알 리가 없었다.

실제로 보안 때문에 프로젝트를 다 쪼개 놓았고 말이다.

정확히는 스마트폰 관련 기술이 늘어진 덕분에 보안에 더 신경을 썼다.

아니, 꼭 이게 아니어도 각 기술 하나하나가 다 영역이었다.

당장 CDMA 하나만 해도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알아듣기 어려웠다.

최민혁은 그런 점을 이용했다. 다만 그도 최용욱 회장을 보낸 후에 내심 혀를 차고 말았다.

“이거 골치 아픈데요?”

조성돈 팀장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스마트폰 관련해서는 딱히 문제가 될 것이 있습니까. 안다고 해서 따라올 수 있는 것도 아닌 기술이니 말입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약간의 정보가 흘러가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지금 샐로먼 브러더스의 분위기를 봐서는 이전처럼 멍청하지 않으니까. 샐로먼 브러더스가 스마트폰 배경을 안다면, 구경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정 안 되면 자체적으로 개발을 밀어붙일 수 있으니까요.”

“네? 그게 가능할까요?”

“샐로먼 브러더스만이라면 어렵겠죠. 하지만 그들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는 다르잖아요. 아니면 협업할 수도 있고요.”

정확히는 최민혁 실장 자신이 바꾼 미래 때문이었다.

자신을 조사하는 다국적 기업 숫자는 많았다.

그들이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지 않았다.

모두가 최민혁 실장 타도를 외칠 테니까.

이번 일도 따지고 보면 그 연장선이었다.

샐로먼 브러더스는 그 점을 교묘하게 악용했고 말이다.

“아.”

“아마도 데릭 모건 이사가 우리 셋째 큰아버지를 부추긴 것은 그 일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해서가 아닐 겁니다. 한번 찔러만 보자는 의도도 있을 겁니다.”

“…찔러서 뭔가 나오면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는 뜻입니까?”

최민혁은 쓰게 웃고 말았다.

“그렇죠. 확실히 이상하잖아요. 제가 통신 사업 쪽에는 이상할 정도로 손을 쓰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그걸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일 겁니다.”

그도 말해놓고서야 상황이 골치 아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호구처럼 당하기만 하던 샐로먼 브러더스도 이젠 각 잡고 자신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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