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69화 (96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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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앙된 어조.

하지만 스티븐은 마쿨라 이사가 이미 에플 이사회에 복귀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확인한 터라 욕설까지 하지는 못했다.

마쿨라 이사는 히죽 웃었다. 자신이 정말 원한 복수 환경이었다. 그는 데릭 모건 이사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알지. 그걸 왜 내가 몰라?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때와는 좀 달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최민혁 실장이 가진 지분은 20%가 좀 넘는 정도에 불과하니까. 에플 이사회가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얼마가 될까?!”

“그건……”

스티븐도 이를 악물었다. 마쿨라 이사의 말이 맞았다. 지금부터는 최민혁 실장의 영향력이 에플 이사회에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마쿨라 이사의 영향력은 에플 이사회를 장악할 것이고 말이다.

새삼 로스 페리를 떠올렸다. 그가 묵묵히 자신을 밀어주었기에 에플을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뀐 것이었다.

“당신이 에플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이봐, 스티븐, 솔직히 지금 하는 말이지만 에플을 말아먹은 것은 당신 탓이야. 당신이 독단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문제를 만들었잖아?!”

스티븐은 자신의 쫓겨난 기억이 떠오르자 더 참을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이 개새끼!!”

“뭐? 스티븐, 이 양반이 말을 함부로 하네. 조심 좀 해. 나 이제 곧 에플 이사회를 주도하는 임원이니까. 다시 에플에서 쫓겨나기 싫으면!”

스티븐은 복잡한 감정을 쉽게 다스릴 수가 없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지금은 마쿨라 이사를 공격해서는 곤란했다.

“…죄송합니다. 제 말이 심했습니다.”

“그래야지요. 하하하, 앞으로 우리 두 사람은 계속 얼굴을 봐야 하는데, 조심해야죠. 최민혁 실장에게 안부나 전해주세요.”

“…네.”

스티븐은 곧장 손을 흔들고는 마쿨라 이사의 사무실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 * *

마크 실러 수석 부장은 뒤늦게 마쿨라 이사 관련 서류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분노한 스티븐의 얼굴을 보자 선뜻 말을 걸지 못했다.

이번 일은 불과 며칠 되지 않은 사이에 일어났다.

아직 마쿨라 이사가 정식으로 이사가 된 것도 아니고 말이다.

다만 마쿨라 이사는 이미 에플 내부를 속속들이 잘 알았다.

그는 특히 스티븐이 에플에 와서 한 일 때문에 반대 파벌이 많다는 것도 안다. 그들을 끌어들여서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스티븐과 마크 실러 수석 부장이 마쿨라 이사가 다시 귀환한 것을 제때 알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정확히는 며칠이 더 지나야 알 일이었다.

마쿨라 이사가 그렇게 손을 써둔 것이었다.

“휴, 정말 모르겠어.”

“마쿨라 이사 말입니까?”

“아니, 최민혁 실장 말이야. 일이 이렇게 된 것을 몰랐을까?”

“…아마 모를 수도 있습니다.”

“뭐? 마쿨라 이사가 다시 귀환한 것을 말하는 거야?”

“네. 최민혁 실장은 어차피 시세 차익을 노린 것이니까요. 더욱이 에플 공매도도 문제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응하려면 에플 지분을 팔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아, 에플 공매도라…….”

스티븐은 또다시 혀를 찼다. 그 역시 에플의 회생 전략에 집중하면서 단순히 차세대 제품에만 신경을 쏟은 것은 아니었다.

나름 에플의 장기적인 플랜을 그리면서 일을 진행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 에플에 걸린 막대한 공매도는 그의 계획 자체를 불신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에플 주가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세력이 에플 주식을 이용하려 한 것을 말입니다.”

“그렇지.”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최민혁 실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최민혁 실장은 상대가 스티븐이라는 것을 알자 오리발부터 내밀었다.

[흠, 스티븐이 이렇게 자주 연락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미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전 에플 경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스티븐은 쓰게 웃었다.

[그건 잘 압니다. 다만 최민혁 실장님이 판 지분 때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마 마쿨라 이사라고 들어봤을 겁니다. 제 멘토였다가 쫓겨난 사람이죠. 그런데 그 사람이 일전에 문제를 일으켰는데, 이번에는 아예 에플 이사회로 다시 복귀했습니다.]

최민혁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에 화들짝 놀랐다.

[네? 저, 정말입니까?!]

[이번에 최민혁 실장님이 매각한 지분을 이용해서 이사회에 합류한 것 같습니다.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까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아마 샐로먼 브러더스 쪽 같군요. 그쪽하고 어떻게 연관이 있을 겁니다.]

[네? 정말입니까?]

[에플 공매도를 주도하는 세력 중의 하나가 샐로먼 브러더스였으니까요. 아마 그 일과도 관련이 있을 겁니다. 차라리 내부 첩자를 박아놓는 것이 보험이 될 테니까. 하, 설마 이런 일이 될 거라고는 정말 생각 못 했습니다.]

[…….]

스티븐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 역시 어이가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상대가 설마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일지는 몰랐다.

[으음, 이건 제 실수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샐로먼 브러더스 쪽에는 지분을 팔지 않았어요. 아마 다시 중간 브로커를 통해서 지분을 매입한 것 같아요.]

맞다.

최민혁 실장도 샐로먼 브러더스 쪽에는 에플 지분이 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그런데 샐로먼 브러더스 역시 만만하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데릭 모건 이사가 말이다.

그 역시 계속 최민혁 실장에게 이를 갈고 있다가 이번에 무리수를 둔 셈이다.

스티븐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다시 한번 상황을 점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기조연설을 CNN 측에서 방송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네.]

* * *

최민혁 실장은 스티븐의 전화를 끊고 나서는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그 역시 샐로먼 브러더스가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설마 자신이 매각한 에플 지분 일부를 이용해서 에플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집어넣을 줄은 몰랐다.

‘아니, 더 이상한 것은 에플 이사회의 다른 사람들이지. 그들이 왜 데릭 모건 이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일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자신 혼자 에플 지분으로 재미를 본 것 말이다.

기존 에플 주주들은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그는 에플 이사회 내부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고는 혀를 찼다.

‘스티븐이 잘 알아서 하겠지. 아암, 그럴 거야. 경영만큼은 스티븐이 최고니까.’

만약 스티븐이 정말 에플에서 다시 쫓겨난다면 에플 상황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에플 이사회가 아무리 최민혁 실장을 싫어한다고 해도 그렇게 함부로 처리할 일은 아니었다.

그는 고민하다가 이 문제가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에플 지분을 판 게 이렇게 문제가 되다니.’

결국 조성돈 팀장을 호출해서 집단 지성에 호소하기로 했다.

“기획 팀을 통해서 에플 상황을 한번 확인해 보세요.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포함해서요.”

“…알겠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최민혁 실장이 스티븐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머리가 아팠다. 그도 에플 이사회에서 문제가 터질지는 몰랐다.

* * *

에플 이사회 문제를 고민하려면 일단 에플 이사회 성향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에플 이사회의 대다수는 바지 형태라서 그 뒤의 세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에플 이사회 중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는 역시 로스 페리 이사였다.

문제는 이 로스 페리가 미국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것이었다.

결국 클린턴의 행보 역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당장 클린턴이 미국 경제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의 하나는 FRB였다.

클린턴은 미국 경제 성장을 위해서 FRB의 이자 정책을 계속 걸고넘어졌다.

금리, 통화 정책이 미국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주는 탓이다.

특히 선거전에 접어들면서 이 둘 사이의 관계는 좋지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집권 기관 중에 경기 부양을 치적으로 자랑했다.

그는 당연히 FRB 총재를 공격했다. FRB 총재는 인플레 억제,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둔 채 계속 금리를 인상하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미묘한 시기에 로스 페리가 뛰어든 셈이다.

다만 로스 페리가 투자한 에플 지분이 문제였다.

150달러였다면 로스 페리의 정치 자금에 대한 부담을 떨쳐 버릴 수 있으니까.

배종대 과장으로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아마 우리 최민혁 실장님에 대한 원한이 상당한 거야. 최민혁 실장님이 아니었다면 150달러를 돌파했을 테니까.”

정성근 대리 역시 주식을 잘 모르지만, 배종대 과장을 통해서 주식이 뭔지는 배웠다.

“그대로 뒀으면 적어도 200달러를 돌파했을 겁니다. 아마 에플 이사회도 이 타이밍을 노려서 에플 주식을 팔아치우려고 했을 겁니다.”

박상기 차장 역시 휘파람을 불었다.

“그런데 지금 에플 주가는 고작 100달러 밑으로 추락했으니. 기분이 어떨까? 내가 비록 주식은 안 하지만 미쳐 버릴 것 같아.”

배종대 과장 역시 피식 웃었다. 그는 자신이 조사한 보고서 내용을 살피면서 로스 페리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말았다.

“아무리 로스 페리가 스티븐을 좋아해도 최민혁 실장님을 밀어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건 다른 에플 이사회 역시 마찬가질 것 같아요.”

정성근 대리 역시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이거 정말 괜찮을까요? 이들이 만약 마쿨라 이사를 밀어준다면 스티븐이 다시 에플에서 쫓겨날 수도 있잖아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최민혁 실장님이 계획한 일은 다 엉클어질 것 아닙니까?”

배종대 과장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곧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그건 아닐 거야.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가 에플 주가가 진짜 폭락하면, 자신들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테니까. 다만 에플 이사회 내부에서 갈등이 격화될 수는 있겠지.”

박상기 차장은 어지간해서는 회사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일만큼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일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가 않네. 솔직히 난 에플 이사회의 갈등보다는 사내에서 배신자가 나올까 걱정이야.”

배종대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 정보를 빼돌리는 인간 말입니까?”

“어.”

“설마 스티븐이 바보가 아닌데, 그걸 그냥 두고만 보겠습니까?”

“그렇겠지.”

다만 소모성 이야기 중에 역시 나온 이야기 한 가지.

“…우리 최민혁 실장님은 참 대단한 것 같아. 이번에는 에플 이사회를 뒤집어 버렸잖아.”

“에플 이사회가 뭐야? 미국 대선 레이스에도 영향을 준 거잖아. 아마 클린턴 캠프에서는 최민혁 실장 찬양가를 부를 거야.”

“…진짜네.”

기획 팀의 협의는 시간이 갈수록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최민혁 실장이 매각한 에플 지분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최민혁 실장이 이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최민혁 실장으로서는 상당히 억울한 일이었다.

KM 전자 기획 팀은 에플 내부 변화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선 에플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

조성돈 팀장은 묵묵히 회의 상황을 검토하면서 최민혁 실장에게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게다가 평소와는 달리 기획 팀도 별다른 대안을 낼 수가 없었다.

‘골치 아프네.’

* * *

최민혁 실장은 이제까지 만병통치약 구실을 하던 KM 전자 기획실의 모호한 결론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이번 일은 자신이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탓이다.

더욱이 그 상황을 잘 알고 말이다.

‘아쉽네.’

그는 문득 데릭 모건 이사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어. 에플 공매도 상황이 터진 후에야 손을 쓸 수 있어.’

어차피 마쿨라 이사가 에플 내부에서 깽판을 친다고 해도 스티븐이 그렇게 쉽게 당할 것이라 볼 수는 없었다.

더욱이 에플 이사회가 그걸 용납할 리도 없고 말이다.

만약 일이 생긴다면 에플 주가가 다시 폭락한 이후일 것이다.

‘그 전에 에플 주식을 집어 던질까?’

최민혁은 그제야 피식 웃고 말았다. 자신이 한 일 말이다.

에플 공매도에 잿더미를 잔뜩 뿌려놓은 형국이니 말이다.

다만 그가 아직 에플 주식 20%를 보유했다는 점은 감안해야 했다.

그러니 그쪽도 자신을 직접 건드리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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