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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61화 (96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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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안병우 차관보에게서 연락을 받고 나서는 호기심을 드러냈다.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이거 괜찮네.’

다만 문제가 좀 있었다.

안병우 차관보의 반대 세력이 죄다 친최민혁 실장 파벌이었다.

그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일이 잘못되면 최민혁 실장과 척을 져야 할 사안이니까.

이번 권고안 역시 마찬가지다.

이 일을 진행하면서 계속 나온 이야기가 최민혁 실장이다.

특히 재정 경제원과 최민혁 실장 사이의 관계가 문제였다.

피터 어빙 수석 자문관은 이 일을 고민하다가 몇몇 지인에게 자문해 봤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그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최민혁 실장을 압박한다고? 모건 스탠리 내에서 도는 이야기도 못 들었어? 그건 정말 위험한 일이야.]

[하지만 모건 스탠리 일은 과장되었다는 이야기가 파다해.]

[그 과장됐다는 게 어디서 나온 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모건 스탠리가 조용히 입 다무는 것을 봐.]

[하지만…….]

[더욱이 최민혁 실장은 말이 통하는 인물이야. 차라리 최민혁 실장을 만나서 협상하는 것이 더 편할 거야.]

[정말 그럴까?]

[이왕이면 두 가지 방법을 다 사용하는 것이 좋겠지. 최민혁 실장은 어쭙잖은 한국 재벌 총수와는 격이 다른 인물이야.]

[그건 한번 생각해 봐야겠네.]

[괜히 최민혁 실장을 건드려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마. 안 그래도 최민혁 실장 때문에 다들 말이 많으니까.]

그 말은 좀 과장되기는 했다.

다만 최민혁 실장과 대립해서 좋은 결과를 낸 인물이 없었다.

최근의 사드 문제가 그중 하나였다.

에플 지분 매각은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대화의 핵심은 간담했다.

최민혁 실장을 건드리지 않으면, 그가 자신들을 공격할 일도 없다.

다만 최민혁 실장이 일단 공격받으면, 절대로 그냥 있지 않았다.

반드시 보복했으니까.

그 결과는 생각보다 잔인했다.

피터 어빙은 설마 그럴까 생각했지만, 한결같은 소리에 갈등했다.

‘설마 IMF를 상대로 최민혁 실장이 보복한다는 말인가?’

이전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

에플 지분이 벌써 무려 8%가 매각된 상황이었다.

최소 매각 대금이 무려 10조.

실제로는 13조가 넘을지, 15조가 넘을지 계산해 봐야 했다.

10조 기준으로 보더라도 달러로 무려 140억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었다.

이게 모두 빳빳한 달러로 미국 은행에 보관되어 있었다.

피터 어빙 수석 자문관은 그제야 심각성을 깨달았다. 최민혁 실장이 저 자금으로 무슨 짓을 할지 예상을 할 수가 없었다.

IMF가 앞으로 진행하려는 일에 장애가 될 수도 있었다.

‘만에 하나 우리 일에 끼어든다면…….’

그는 뒤늦게야 얼마 전에 모건 스탠리의 마이크 라이언 이사가 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뭐, 별것 없다.

최민혁 실장 욕으로 시작해서 최민혁 실장 비난으로 끝났으니까.

마이크 라이언 이사의 그런 모습에 다들 큰 충격을 받았다.

마이크 라이언 이사는 결코 자기 내심을 드러내는 인물은 아니니까.

피터 어빙 수석 자문관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 일을 이대로 덮어둘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결국 IMF에서 최근 진행하는 계획 몇 가지를 확인했다.

그중에 한 가지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행정부의 시장 원리 도입이라, 나쁘지 않겠어. 한국 정부에게는 꼭 필수적인 과정이니까. 이런 제안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윗선에 보고를 올렸다.

당연히 반대하는 이들은 없었다. 보고 과정에서 ‘최민혁 실장’ 이름이 나오자 다들 눈살부터 찌푸렸고, 곧 수긍하고 말았다.

이번 대안은 특히 재정 경제원에 압력을 넣어서 최민혁 실장을 견제할 목적으로 진행하는 일이었다.

아니, 당장은 힘들어도 재정 경제원이 감히 IMF 말을 거절하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잘되었어. 이번 명분이라면 한국 정부 일에 간섭하기도 좋아. 그런데 IMF 내에서 최민혁 실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다니.’

실상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까지 최민혁 실장이 한 모든 일은 IMF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었다.

정확히는 최민혁 실장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일을 벌여 온 것이다.

그는 곰곰이 자료를 살피다가 문득 한 사람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최민혁 실장 본인보다는 다른 채널을 통해서 압박하는 것이 좋겠어. 마침 괜찮은 사람으로 최용욱 회장이 있구나.’

* * *

한 나라를 상대로 자문하는 일은 IMF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큰 행사였다.

이 일이 진행되는 것만으로 언론이 떠들썩한 일이었다.

실제로 한국 언론은 난리가 났다.

IMF가 갑자기 이틀 만에 정부에 자본주의를 이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한국 언론은 의아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이 고작 이틀 만에 준비해서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그건 재정 경제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IMF의 갑작스러운 폭탄 제안에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일단 IMF를 비롯한 OECD 쪽에도 어느 정도 손을 맞추어야 했다.

그런데 OECD 쪽 역시 이 일에 대해서 잘 모르는 눈치였다.

재정 경제원의 성환수 보좌관은 갑자기 일어난 일 때문에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는 IMF 고위 인물에 대해서는 직접 나서야 했다.

그는 실제로 공항에 마중도 나갔다.

“피터 어빙 수석 자문관님, 환영합니다!”

피터 어빙 수석 자문관은 갑작스러운 재정 경제원의 환대에 다소 눈치를 봤다.

상대가 보좌관인 터라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고작 이번 한국 정부 때문에 일을 만든 게 아니었다. 그 역시 최민혁 실장을 조사했고, 몇 가지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었다.

“환대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먼저 처리할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합니다.”

최고급 관용차까지 준비한 성환수 보좌관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제가 수석 자문관님이 가려는 곳으로…….”

“아뇨. 괜찮습니다.”

“네? 하지만 IMF를 고려해야 하는지라 이렇게 그냥 넘길 수는…….”

하지만 뭐가 그리 바쁜지 피터 어빙 수석 자문관은 사과와 동시에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뛰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성환수 보좌관은 요즘 다른 부서의 압박을 받은 터라 문제를 만들 수가 없었다. 그는 피터 어빙을 따라서 뛰었다.

“수, 수석 자문관님, 한국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저희 재정 경제원에서…….”

“됐습니다!”

피터 어빙 수석 자문관은 스토커처럼 집요한 성환수 보좌관의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 그가 지금 가려는 곳은 성환수 보좌관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성환수 보좌관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피터 자문관님은 우리 한국의 정식 손님입니다. 이대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만약 괜한 일이 터지면, 국가적인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피터 어빙은 택시를 잡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자신을 막아서는 성환수 보좌관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이대로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아서다.

다만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IMF가 한 개인을 만나는 경우는 흔치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게 국가 자문이라는 명분으로 한국에 들어와서 하는 일이니까.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이어야 했다.

다만 성환수 보좌관은 이렇게 익숙한 상황을 많이 접했다.

그는 피터 어빙 수석 자문관이 한국에 와서 만나야 할 사람을 떠올려 보았다. 한국 10대 대기업 회장 정도가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그가 지금 시점에서 그들을 만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재정 경제원에서 소통 채널을 만들어주니까.

‘차라리 IMF 입장에서는 그게 맞지. 그렇다면…….’

“서, 설마 최민혁 실장님을 만나러 가는 겁니까?”

피터 어빙 수석 자문관은 몸을 움찔 떨었지만 바로 부인했다.

“절대로 아닙니다!”

“정말입니까? 정말이라면 제가 비켜 드리겠습니다.”

“진짜 아닙니다. 제가 단언할 수 있습니다!!”

“…흠.”

단호한 피터 어빙 수석 자문관의 대답에 성환수 보좌관은 그제야 뒤로 물러섰다.

실상 피터 어빙 수석 자문관이 한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다시 보게 될 겁니다.”

“…네.”

성환수 보좌관은 혀를 차면서 떠나는 피터 어빙이 탄 차량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IMF의 갑작스러운 행보는 이해할 수가 없어. 하지만 무시할 수만도 없는 일이야. 국제 적자가 문제가 되니까.’

그 역시 최근 급증하는 무역 수지 적자 규모를 떠올렸다.

근심이 안 될 수가 없었다.

IMF의 최근 권고 사안은 이 국제 수지 변화와 관련이 있어 보였다.

물론 한국 정부에 불리할 방향으로 말이다.

‘별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는데…….’

* * *

최민혁은 KM 그룹과 관련해서 주요 인물은 평소에도 살폈다.

최용욱 회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는 때문에 피터 어빙 재정국 수석 자문관이 한국에 오자 재정 경제원의 요청도 무시한 채 최용욱 회장을 방문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황당하네요.”

이상한 게 너무 많았다.

다만 그는 IMF의 행보가 딱히 이상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한 일이 있으니,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만 개연성이 문제였다.

조성돈 팀장은 좀 생각을 달랐다.

“배종대 과장 이야기로는 아무래도 최민혁 실장님을 우회적으로 압박할 목적이 아닌가 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인물이 안병우 차관보였다.

기획 팀에서 조사하다가 성환수 보좌관의 입을 통해서 안 인물이다.

아니, 정확히는 재정 경제원 내에 반최민혁 파벌을 이미 조사했고, 그중에 적발된 인물이었다.

최민혁은 아직 안병우 차관보란 인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보다 지금 상황에 혀를 찼다. 최용욱 회장이 실제로 자신의 실드가 되어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포지션은 아직도 유효했다.

그 역시 최용욱 회장의 그런 점을 간혹 써먹고도 하니까.

“재정 경제원으로 안 되니, 이제 IMF까지 나섰다. 그리고 그중에는 안병우 차관보 같은 인물이 있다, 이 얘기네요. 결국, 할아버지를 이용해서 절 다시 설득한다는 그런 이야기입니까?”

“네. 이번 행정부 일이 그 증거입니다. 한국 정부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실상 최민혁 실장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것 같습니다.”

“하긴 직접 얼굴을 맞대고 행동하는 것이 훨씬 낫겠지요.”

최민혁은 웃고 말았다.

그런데 다른 기업은 지금 상황이 그렇지가 못했다.

그건 한국 10대 대기업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상대는 무려 IMF이니 말이다.

하지만 최민혁은 코웃음을 쳤다. 애초에 이번 일을 벌일 때 좌고우면하지 않기로 했다. 심지어 힘숨찐도 이제 포기했다.

그는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안병수 차관보, 피터 어빙 재정국 수석 자문관, 샐로먼 브러더스, 최용욱 회장, 최문경 부회장의 동향을 면밀하게 지켜보세요. 필요하다면 인력을 더 추가해도 됩니다. 무슨 짓을 할지 한번 두고 보죠.”

“…혹시 생각해 둔 계획이 있습니까?”

“원래는 별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에플 지분 차익 팔아서 이익만 보면 되니까. 에플 공매도는 우리 일이 아니죠.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잖아요.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죠.”

의도치 않게 기회가 와서 놓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조성돈 팀장은 최민혁 실장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실장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근데 굳이 IMF와 이렇게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까? 만나서 좋게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건 힘들 겁니다.”

“네?”

최민혁은 쓰게 웃었다.

“IMF가 노리는 방향과 제가 하고자 하는 방향이 서로 대립하는 면이 있어요. 그 이해관계는 누구 한 명이 손해를 봐야 할 일입니다. 알다시피 전 그런 손해를 볼 생각이 전혀 없어요.”

IMF를 상대로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최민혁 실장의 단호한 외침.

조성돈 팀장은 그런 면이 선뜻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명색이 IMF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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