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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44화 (94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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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의외로 최문경 부회장의 연락을 받고 나서도 매우 놀라지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뜻밖의 멘트였다.

최문경 부회장은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압니다.”

“아뇨. 데니스 이사는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만약 민혁 그놈이 LC 전자, HY 전자와 손을 잡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을 것 같습니까?!”

“그거야…….”

최문경 부회장은 답답한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반응을 참지 못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에요. 바로 생산성이 문제인 겁니다. 민혁 그놈이 이제까지 아이디어로만 생각한 것이 실제로 현실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선뜻 바로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런 점까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최문경 부회장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하고서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KM 센서만 해도 생산성 자체는 그다지 좋지가 않았잖아.’

그 덕분에 KM DVR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도 바로 공급하지 못했다.

당장 계열사를 설립해도 마찬가지다.

협력업체를 인수해서 세팅을 하는 것 자체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아니 이게 다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생기는 사내 여러 가지 문제다.

노조를 비롯해서 꽤 많은 일이 있다.

심지어 차기 모델 개발 문제도 있고 말이다.

그 좋은 예가 미래 기술이다.

최민혁 실장이 손을 쓴 덕분에 배터리 원천기술을 손에 넣기는 했지만, 생산성 때문에 여전히 버벅거리는 중이었다.

물론 이런 문제가 KM 센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다른 공장 역시 비슷했다.

최문경 부회장이 걱정하는 게 바로 이거였다.

“아니, 생각을 해보세요. 애니 솔루션을 적용한 제품을 만든다고 했는데, 이 협업이 단순히 이런 사업으로만 끝납니까. 민혁 그놈이 아이디어만 내놓아도 LC 전자는 입맛대로 맞춰 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전에도…….”

“IPS LCD 납품 말하는 겁니까?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그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에 최민혁 실장과 서로 소통이 안 되어서 삽질을 한 것 말입니다. 에플과의 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둘 사이에는 신뢰하기 힘든 간격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까?!”

“으음.”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그제야 이번 일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번 협상이 빌미가 되어서 또 다른 사태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거 간단한 문제가 아니구나.’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물론 그냥 구경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까지 자잘한 간섭을 하면서도 LC 전자와 HY 전자의 대응을 하나씩 살펴본 것이었다.

그가 특히 주목한 것은 LC 전자가 아니라 HY 전자였다.

원래 HY 전자가 원한 것은 오성 전자와 같은 애니 모바일 솔루션이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이 제안한 것은 뜻밖에도 차량용 애니 솔루션이었다.

‘…특별한 것은 없어. 그런데…….’

애니 인공지능이 처음 나왔을 때 당장 적용 가능한 분야 중의 하나가 차량이었다.

그러니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그 당시는 그저 차량에 인공지능 애니가 사용될 수도 있다는 상상일 뿐이었다.

그 일이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HY 전자, 아니, HY 자동차가 정말 그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신형 자동차 개발에 자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보수적인 자동차 업계가 그 일을 하기에는 무리가 많이 따랐다.

그런데 이젠 HY 전자가 KM 센서를 중재로 KM 전자와 협상 중이었다.

다른 기업이라면 이 협상에만 적어도 2~3년은 족히 걸리고, 개발에 들어가서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려면 4~5년은 걸린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이라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차량에 모바일 애니가 탑재될 경우의 실질적인 미래를 생각해 봤다. 애니가 알아서 차량 시스템을 통제하는 것이다.

일테면 차량 탑재용으로 말이 나오는 모바일 솔루션 말이다.

악명이 자자한 뉴튼이 그 증거였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 역시 과거 에플을 믿었기에 뉴튼을 하나 구입했고, 지금은 차량 트렁크에 처박아 놓아 버렸다.

그는 오랜만에 뉴턴을 꺼내서 살펴보았다.

‘여기에 애니를 탑재한다라……. 모바일 형태의 미래 자동차인가.’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그가 생각한 것보다는 더 심각한 일이었다.

‘이건 미래 자동차 시장의 캐쉬 카우가 될 수도 있잖아.’

다만 그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었다.

지금 차량 기술 수준으로 그게 뭔지 알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이 가진 기술을 다 융합한다면 이야기가 좀 달랐다.

최문경 부회장은 그제야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다가 생각하자 버럭 소리쳤다.

“이번 일은 절대로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될 겁니다. 이번 일은 에플에도 영향을 줄 수가 있어요!!!”

“…네.”

자신이야 명확하게 그림을 그리지 못해도 최민혁 실장을 다를 테니까.

‘아무래도 데릭 모건 이사를 찾아가야겠어.’

* * *

무한 경쟁이 가져올 미래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기업은 이 때문에 체질 개선에 사력을 다했다.

특히 한국 기업은 이미 무한 경쟁 시대가 열린 터라 더 절박했다.

전문화가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이건 꼭 국내 기업에만 해당하지는 않았다.

외국 기업들 역시 비슷했다.

특히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은 이 문제가 더 심각하기만 했다.

데릭 모건 이사는 이런 기술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는 샐로먼 브러더스를 움직이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이미 이전에 중간 보고를 받은 내용으로 데니스 샐로먼 이사가 지시도 받지 않고 움직인 일에 대해서 별달리 타박하지 않았다.

다만 너무 머리가 아파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다.

그는 때문에 갑자기 쳐들어온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말을 무시한 채 보고하다가 입을 다문 제임스 러너 이사에게 지시했다.

“제임스 러너 이사, 계속해 보세요.”

제임스 러너 이사 역시 현실을 잊기 위해서라도 지금 진행하는 일을 계속 말했다.

“한국 주식 시장이 지금은 분위기가 좋지만 2분기, 3분기를 넘어가면 사정이 많이 달라질 겁니다.”

“하지만 설사 한국의 경상 수지 적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GDP 기준으로 볼 때 5%를 채 넘지 않을 텐데요?”

“아무래도 그런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컴퓨터 메모리 칩 가격이 생각보다는 많이 떨어질 겁니다.”

단순히 메모리만이 아니었다.

철강, 화학제품 역시 가격 하락을 피할 수가 없었다.

이건 단순히 한국 국내 문제가 아니라 국외 수요와 관련이 있었다.

“하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상황이 한국보다는 안 좋다는 말이군요.”

“네. 특히 태국 바트화 사태 역시 예측대로 흘러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예측한 일정과는 많이 다릅니다.”

제임스 러너 이사는 곧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는 순간 머뭇거렸다. 하지만 데릭 모건 이사의 표정을 보자 숨길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타이거 펀드의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원래 계획한 투자 비용에서 대폭 줄였습니다.”

데릭 모건 이사는 이미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과 크게 싸운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감정이 욱하는 바람에 무리수를 둬버렸다.

하지만 그는 그 일을 후회하지 않았다.

마이클 블룸버그의 행동은 비난받아도 싼 일이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서 다소 아쉽기는 했다.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마이클 블룸버그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은 그런 대우를 받을 인물이 아니었다.

‘미치겠네.’

다만 지금은 사과할 수 없었다.

다시 타이밍이 된다면 가서 이야기해야 했다.

앞으로 일도 말이다.

‘에플 주식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데릭 모건 이사는 그 일이 샐로먼 브러더스, 모건 스탠리, 심지어 골드만 삭스를 비롯한 미국 대형 투자사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니, 그 일을 자신이 주도하고 있으니.

“…설마 그게 우리 때문이란 소리입니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설사 타이거 펀드가 우리와 관계가 나쁘다고 해서 이익을 포기할 집단은 아닙니다. 이보다는 에플 주식과 공매도 쪽에 자금을 더 늘리는 것을 봐서는…….”

“에플? 스티븐인가요?”

“네. 아무래도 스티븐 쪽에 배팅을 더 늘린 것 같습니다.”

스티븐이라면 이번 CES 기조연설 건이다.

이 일에는 최민혁 실장이 많이 손을 썼고 말이다.

여기에 이지수 박사도 엮여 있었다.

데릭 모건 이사는 또 ‘최민혁 이사’인가 싶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제임스 러너 이사는 그나마 기분 좋은 소식을 말해주었다.

“일단 홍콩 쪽의 증권 시장 분위기를 봐서는 우리가 계획한 대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태국의 바트화 사태가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흘러가지 않아서…….”

“이익이 많이 줄었다라? 얼마 정도 줄 것 같습니까?”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울컥해서 분노하려다가 일단 참았다. 자신도 잘한 것이 없었다. 아니, 일이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꼬인 것에는 자신의 역할이 컸다.

“…해당 부분 확인한 후에 다시 회의하죠.”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분위기가 이상하자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저기 이사님…….”

“아, 그 보고는 나중에 다시 받는 것으로 하죠.”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당황해서 다급하게 말을 하려고 했다.

“하, 하지만 이번 보고는 중요한…….”

“됐습니다.”

데릭 모건 이사는 일단 머리가 아파서 그냥 손을 들어서 데니스 샐로먼 이사 입을 막고는 회의를 여기서 끝내고 말았다.

그는 지금 ‘최민혁 실장’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 또 피해 의식에 사로잡힐 것을 염려했다.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으니.’

이게 아닌데라고 스스로 자책했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일은 최민혁 실장이 아니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속이 타들어 갔지만 더 언급할 수는 없었다.

‘하, 머리 아프네.’

* * *

데릭 모건 이사는 잠깐 휴식을 취했다. 최민혁 실장의 이름만 생각해도 골치가 아파서 그 일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는 그제야 이성을 찾았다. 지금까지 최민혁 실장에게 집착해서 보지 못하던 것을 가까스로 다시 볼 수가 있었다.

‘이게 아니었어.’

실상 지금 자신이 해야할 가장 큰일이 동아시아 투자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 일에 집착할 수가 없었다.

그는 때문에 이미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일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도 당장 보고를 받고 싶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말이다.

받아도 머리가 돌지도 않고 말이다.

그는 과거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야 경험했던 벽을 다시 접한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현실에서 도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결국 제임스 러너 이사와 데니스 샐로먼 이사를 호출했다.

제임스 러너 이사가 데릭 모건 이사의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 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타이거 펀드가 투자를 줄인 덕분에 이를 참조로 한 다른 투자자 역시 투자를 줄였다.

그들 역시 에플 주식과 에플 공매도 쪽에 투자를 더 늘렸다.

전혀 상상도 못 한 그림이었다.

‘개판이구나.’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어제 보고를 받았다면 화병에 입원했을지도 몰랐다.

최민혁 실장이 의도적으로 손을 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관련이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묘하게 최민혁 실장과 다 엮여 있었다.

‘정말 최민혁 실장 이 새끼 짓일까?’

자신이 모건 스탠리 쪽 이야기 듣기로는 최민혁 실장은 태국 바트화 플랜에 관심이 있기는 했지만 집착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 최민혁 실장이 타이거 펀드에도 손을 썼다는 것넵이다.

‘그건 방송 아이템이잖아. 설마 이 일과도 관련이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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