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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38화 (93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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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입을 쿡 다물고 말았다. 그도 자신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싶었다.

그래야 투자를 해도 좀 더 자금을 키울 테니까.

이왕이면 이익도 더 보고 말이다.

사실 말을 하지 않아서 그럴 뿐이다.

이미 타이거 펀드 내부적으로 팀을 꾸려서 이 일을 따로 조사 중이었다.

에플 투자가 그래서 고민이었다.

어느 정도 일부 에플 주식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100달러를 넘어가자 에플 투자를 더 결정하지 못했다. 오히려 에플 공매도 물량에 슬쩍 손을 담구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이 전 증권거래 위원회 부국장 조시 로버트를 통해서 친절하게 경고를 한 것이었다.

자신 역시 지인(?)을 통해서 듣고는 화들짝 놀랐다.

그가 굳이 한국에 미친 듯이 달려온 이유였다.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의 지인까지 대표해서 말이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그걸 원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최민혁 실장은 단호했다.

“이 정도 해준 것으로 전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이후에 입는 손실은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님이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으음.”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도 답답해서 한 질문이었다. 최민혁 실장을 안 이후로 좀 더 조사하고서야 최민혁 실장이 지금까지 한 일이 얼마나 황당한지 알았다.

최민혁 실장은 마치 흑막 중에서도 최종 보스 같은 인물이었다.

가장 쇼킹한 일은 록히드마틴의 사드와 관련된 일이었다.

최민혁 실장이 한 조언 때문에 록히드마틴은 발칵 뒤집혔다.

미국 국방성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미 최민혁 실장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 줄 잘 알기에 기존에 하던 일은 다 보류했다.

관점을 다시 바꾼 것이었다.

‘이 친구와 데릭 모건 이사가 싸운다라, 누가 이길까?’

최민혁 실장은 내심 갈등하는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모든 일은 잘될 겁니다.”

“…네?”

“제가 이제까지 투자해서 손해를 본 적이 있습니까? 예측? 과연 그렇게 해서 만든 결과로 보입니까? 다 제가 무대를 만들어서 한 일입니다. 이번 일도 그렇게 흘러갈 겁니다. 그러니 뒤늦게 손해를 보고 나서 절 원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전 찌질한 헤지펀드는 딱 질색이니까.”

“…으음.”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무려 10분 동안 그 자리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민혁 실장의 말의 무게는 그 자신도 잘 알았다.

절대로 최민혁 실장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은 무슨 말을 해도 항상 핵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 증거가 바로 에플 주가의 폭주였다.

무려 100달러는 넘어선 것이었다.

작년 평균 주가가 고작 1달러인 주식이 100달러를 넘어선 것이었다.

거기에 막대한 에플 공매도 물량도 같이 껴 있고 말이다.

이와 관련된 소식 때문에 미국 증권가에서 많은 말이 나오고 있었다.

‘차라리 에플 주가가 완착이 되면 좋을 텐데…….’

그는 최민혁 실장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이번 일이 잘된다면, 결코 이번 조언을 잊지 않겠습니다.”

“늘 말하지만 전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님 같은 분과 좋은 사이로 남고 싶습니다. 제가 이러는 이유는 잘 아시죠?”

“…알겠습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여전히 망설이다가 결국 사무실을 나서고 말았다.

조성돈 팀장은 2번째 미팅이 생각보다 짧게 끝나자 혀를 내둘렀다.

“정말 괜찮을까요? 저명한 헤지펀드 중의 한 사람인데…….”

최민혁 실장은 피식 웃었다.

“저로서는 할 바를 다 했습니다. 이 정도 기회를 줬는데, 그걸 걷어차면 우리의 적일 수밖에 없죠. 그 경우에는 단호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네.”

헤지펀드 양대 산맥 중에 하나인 타이거 펀드를 어떻게 처리한다는 것일까.

하지만 최민혁 실장이라면 충분히 뭔가 하고 남을 사람이었다.

증거는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점이었다.

조성돈 팀장은 차마 일이 더 크게 생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면서도 겉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는 이보다 대체 일이 왜 이렇게 풀려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 * *

조성돈 팀장은 갑작스러운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 방문 일을 정리하고서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다만 그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KM 전자 기획실 역시 비슷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아침부터 혼란스러운 터라 박상기 차장이 그런 점을 지적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최민혁 실장을 방문했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큰일은 아닙니다.”

“다들 걱정이 많은 눈치입니다. 아무래도 상대가 유명한 헤지펀드가 아닙니까?”

여기서 말하는 우려는 헤지펀드가 한국 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경우다.

지금은 외수 펀드를 이용한 편법만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그렇지가 않았다.

경제 족쇄가 풀리면 직접 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대기업이 특히 우려를 드러냈다.

그들은 국부가 외국 헤지펀드 손아귀에 넘어가는 것을 반대했다.

정확히는 자신의 밥그릇을 내어줄 수 없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배종대 과장은 이런 점을 잘 알았다.

“심지어 서울 은행을 통해서 LC 그룹 계열사 지분을 사들인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주인공 중에 하나가 타이거 펀드입니다.”

조성돈 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정말인가?”

“아, 조 팀장님은 그런 정보를 잘 모르시죠? 제가 주가 정보 관련해서는 제법 아니까요.”

배종대 과장의 잘난 척은 10분 가까이 이어졌다.

오가는 기획 팀은 배종대 과장의 자랑에 혀를 내두르면 잠잠코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가 그저 놀랍기만 했다.

그런데 정성근 대리는 달랐다.

“제가 배 과장님 조언을 따라서 LC 화재해상보험을 비롯한 LC 계열사 주식을 제법 샀거든요. 그게 벌써 20% 가까이 올랐습니다.”

귀를 쫑긋하던 KM 전자 기획실 직원은 그제야 LC 계열사 주가를 살폈다.

사실이었다.

물론 이 일은 LC 전자 때문에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헤지펀드가 LC 그룹에 관심이 많았던 거뿐이었다.

하지만 대기업들에 전반적으로 헤지펀드의 투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었다.

조성돈 팀장은 그제야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개방 때문인가?”

배종대 과장은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왜 최민혁 실장님을 만난 건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흠.”

조성돈 팀장은 따가운 팀원들의 시선에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단순히 투자 때문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갑자기 방한하기가 무섭게 최민혁 실장을 찾은 것이 궁금할 따름이었다.

이는 정성근 대리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번 일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 기획실 직원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조성돈 팀장은 피식 웃었다. 그는 굳이 이 사안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특별한 일은 아니야. 그냥 최민혁 실장님 때문에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찾아온 것이니까.”

“…아니 세계적인 헤지펀드가 아무런 일도 없이 최민혁 실장님을 방한했다는 말입니까?”

“아, 그런가? 그렇다면, 으음, 요즘 LC 전자와 HY 전자 협상 때문에 말이 많은 것은 알지? 그 일에 오성 전자도 엮여 있어. 그리고 최종적으로 에플도 관련이 있잖아.”

“아, 에플의 차세대 제품 때문이군요. 하면 인공지능 기술이 문제가 될 거고, 오성 아파트와 엮여 있으니, 인공지능 제품 협상 때문이란 말씀이세요?”

조성돈 팀장은 정성근 대리의 깔끔한 추론에 감탄하고 말았다.

“맞아. 그런데 에플 주가가 100달러를 돌파하고 말았잖아. 그러니 이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 최민혁 실장님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에플 주가가 요동 칠 테니까.”

배종대 과장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탄식하고 말았다.

“…그건 정말 문제네요. 만약 일이 잘못되면, 미국 투자자의 맹비난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괜찮습니까?”

“안 괜찮지. 그러니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대표로 방문한 거지.”

“…그럴 만했군요.”

단순히 그렇게 말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KM 전자 기획실 직원들은 다들 입을 딱 벌린 채 놀라워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의 방한에 이런 의미가 깔려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안 것이었다.

그들은 최민혁 실장의 저력에 새삼 경악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 같은 사람이 방한하자마자 최민혁 실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다만 배종대 과장의 생각은 좀 달랐다.

“으음. 그런데 말이죠.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손해만 보는 것 같아서 좀 아쉽네요.”

조성돈 팀장은 의아한 눈으로 배종대 과장을 쳐다보았다.

잔술수에 능한 배종대 과장은 계속해서 불만을 토로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세계적인 헤지펀드입니다. 그런 사람이 방문한 이벤트를 그냥 날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무슨 소리야, 좀 쉽게 말해 봐.”

“일테면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KM 그룹 주식에 관심이 있다고 정보를 흘리는 것도 한 방법이죠. 편법을 사용하면 우리 KM 그룹 주식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 결국 KM 그룹 주가는 전반적으로 다 오를 거고, 그건 경영권 승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흠.”

조성돈 팀장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다른 팀원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런데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하는 눈치였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의 방한 내막을 알자 다들 이걸 최대한 이용하려는 것 같았다.

“…알겠네. 배 과장이 정리해서 한번 의견을 올려봐.”

“넵!”

배종대 과장은 신이 난 얼굴로 자기 자리에 돌아갔다. 그는 ‘정 대리’를 외쳤고, 두 사람은 일란성쌍둥이처럼 일에 집중했다.

조성돈 팀장은 그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 * *

최민혁도 불과 한 시간 전에 떠난 조성돈 팀장이 돌아와서 뱉은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의 방한을 이용하자는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다만 그냥 대수롭게 넘기지는 않았다.

그는 전생의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타이거 펀드의 편법적인 투자가 꽤 있었다.

‘IMF 이전에 이미 투자를 했구나. 하면 IMF 플랜에 대해서는 정말 몰랐다는 이야기가 되는군.’

그로서는 더 자세한 것은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배종대 과장의 조언은 전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의 방한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하죠. 한국 언론사 몇 곳에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의 방한에 대한 정보를 흘려보세요. 절 만나서 이야기한 것도 포함해서요.”

“괜찮겠습니까? 애초에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을 적대하지 않으려고 했지 않습니까?”

“적대라뇨? 고작 정보를 흘린 것만으로 무슨 적이 됩니까? 그저 이용하는 거죠. 상대가 절 이용하는 만큼 말이죠.”

“그거야…….”

“배 과장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의 방한은 꽤 써먹기 좋은 소재죠.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KM 그룹 주가도 끌어올리고, LC 전자나 HY 전자에게도 압력을 넣을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 * *

방법은 어렵지가 않았다. 이미 KM 그룹 기획실 내에는 언론을 전담할 수 있는 채널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건 가짜 뉴스도 아니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방한하자마자 최민혁 실장을 찾은 것은 사실이었다.

한영일보의 범용구 기자는 이 정보를 듣고 나서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윗선의 지시를 무시할 수가 없어서 최광수 기자와 같이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묵고 있는 호텔을 찾았다.

그곳에는 이미 오십여 명의 기자가 와르르 몰려와 있었다.

심지어 나가는 차량을 막아섰다.

그 안에는 황당한 표정의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있었다.

호텔 경비가 나와서 기자들을 막아섰다.

그러자 호텔을 오가는 이들 역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우르르 몰려들었다.

덕분에 호텔 입구는 혼잡스럽기 그지없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님, 이번 방한은 KM 전자의 최민혁 실장을 만나서 투자 협상을 하기 위한 거라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도 처음에는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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