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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34화 (93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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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과장을 비롯한 경호원은 다들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는 그 와중에 휴대폰 벨이 울리는 것을 확인했다.

‘지검장이구나.’

당연히 받을 수가 없었다.

최민혁 실장은 그 모습에도 넌지시 한 가지 사실을 말해주었다.

“일단 조정수 중앙지검장이 당신 사수란 거 압니다. 당신 편이라는 것도 압니다. 그러니 당신이 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죠?”

“…그건, 하, 좋습니다. 도대체 무슨 제보이기에 이런 난리를 피운 겁니까?”

“자금 은닉, 불법 외환 송금, 횡령, 자금 세탁 기타 등등의 범죄죠. 저도 구체적으로는 다 모릅니다. 대충 추론만 하니까.”

정확히는 후일 이 범죄 행위가 밝혀지지만 전부 다 알려진 것은 아니었다. 그 와중에 증거 인멸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네?”

박두영 부장검사는 화들짝 놀라서 계단에서 서고 말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최민혁 실장은 그제야 어깨를 으쓱했다.

“이 거래 받을 겁니까? 아니면 포기할 겁니까?”

“…조, 좋습니다. 하지만 증거가 명확해야 합니다. 증거가 어설프면 수사하기가…….”

최민혁 실장이 단호하게 일축했다.

“당장 영장을 발부해서 체포해도 될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박두영 부장검사는 그제야 최민혁 실장이 왜 이 자리에 직접 나타났는지 깨달았다. 지금 최민혁 실장은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움직이기를 원한 것이었다.

“…단기에 처리하란 뜻입니까?”

“오늘까지 영장을 발부받아서 바로 움직여야 할 겁니다. 시간을 질질 끌 틈이 없어요. 며칠 사이에 증거가 다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설명을 해주십시오.”

최민혁 실장은 목소리를 낮추어서 박두영 부장검사에게 속삭였다.

박두영 부장검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그로서는 정보의 출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최민혁은 간단하게 해야 할 일을 설명해 준 후에 그 의문을 풀어주었다.

“우리 최문경 부회장님이 숨겨둔 자금 관리 핵심 실세 중의 한 명이 바로 김연석 팀장입니다. 다만 최문경 부회장과의 연관성은 직접 밝혀야 할 겁니다. 그것까지는 잘 모르니까.”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란 말까지 굳이 해서 박두영 부장검사 기대를 밟지는 않았다.

‘솔직히 잘 해결되면 좋은데, 그러면 이번 일은 여기서 끝이잖아.’

솔직히 그 자신도 김연석 팀장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이 자리에 오기 전에 김연석 팀장에게 사람을 붙여서 그 동선을 쫓고 나서야 안 정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최민혁 실장은 그 정보를 전생의 정보와 혼합해서 개연성 높은 시나리오로 정리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박두영 부장검사는 이제 최민혁 실장이 방문한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받은 제보가 그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로서는 최민혁 실장의 행동에 수긍하면서도 한 가지만은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이거 혹시 최문경 부회장을 노리는 것 같은데, 그러면 KM 그룹과 관련된 것 아닙니까?”

“그건 모릅니다.”

“네? 그렇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최용욱 회장 귀에 들어가면 최 실장님에게 좋을 리가 있습니까?”

최민혁 실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압니다. 실제로 우리 최문경 부회장은 만만한 분이 아닙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야 할 겁니다. 어설프게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뒤통수를 맞을 테니까.”

“그게 무슨…….”

최민혁 실장도 집요한 박두영 부장검사의 행동을 탓하지 않았다.

“전 어디까지나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아는 사실은 그저 김연석 팀장의 수상쩍은 행동을 조사한 것에 불과하니까. 진실을 밝힌 사람은 바로 박두영 부장검사님이죠.”

“…네.”

박두영 부장검사는 그제야 돌아가는 상황을 깨닫고는 혀를 찼다. 하지만 이번 제안은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의 눈빛도 어느 사이에 탐욕을 품기 시작했다.

‘이번 일로 잘만 하면 최문경 부회장을 날려 버릴 수 있어. 그 정도 실적이라면, 중앙지검장 자리는 충분히 갈 수가 있어. 떠먹여 주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지.’

최민혁 실장은 그 모습에 혀를 차면서도 박두영 부장검사실에 가서 차를 한 잔 얻어 먹고는 조용히 사무실을 나섰다.

물론 최민혁 실장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검사들의 분위기가 조용할 리가 없었다.

당연히 박두영 부장검사실의 전화벨도 미친 듯이 울렸고 말이다.

* * *

김연석 팀장은 최근 집안 일 핑계를 대고 장기 휴가를 냈다.

아무리 팀장급이라도 막 입사한 사람이 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를 탓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저 전략 기획실 쪽 몇 사람이 투덜거릴 뿐이었다.

김연석 팀장이 갑자기 휴가를 낸 것은 그가 내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원래 하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까지 최문경 부회장이 넘긴 비자금을 관리했다.

그 자금 일부를 부인, 아들을 비롯한 외가 쪽의 지인 명의를 이용해서 빼돌렸다.

증여, 가등기와 같은 방식이다.

급매 처분하는 예도 있었다.

이런 일은 언론이나 경찰에서 냄새를 맡았을 경우다.

심지어 필리핀 쪽에 KM 산업 거래 업체를 이용해서 유령 법인을 설립했다. 홍콩 법인을 징검다리 삼아서 내부자 거래까지 했고 말이다.

이 과정에서 유령 법인을 폐업하는 수법으로 손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자금을 다시 페이퍼 컴퍼니 통해서 빼돌렸다.

김연석 팀장이 하는 일은 KM 그룹에 대한 보험으로 처리했다.

KM 그룹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금을 빼돌리는 방식이었다.

그는 때문에 부동산의 경우에 허위 매매, 급매 처분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을 사용했다.

그 경우 은행 직원과 짜고, 가등기를 한 이후에 허용 차용금 증서까지 따로 만들었다.

유령 법인 가짜 직원 명의로 해서 양도성 예금 증서까지 사들여서 자금을 숨기기도 했다.

이 일이 간단해 보여도 그렇지가 않았다.

생각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당장 한국 국내만이 아니었다.

홍콩,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쪽에 다 손을 써야 했다.

때문에 김연석 팀장은 이 일을 그 누구에게도 맡길 수가 없었다.

하여 그 차선으로써 각각의 일을 쪼개서 전체 그림을 알 수 없도록 했다.

따라서 각 회사 사장들은 김연석 팀장을 그저 ‘회장’으로 알 뿐이다.

자세한 것은 몰랐다.

이렇다 보니 김연석 팀장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바빴다.

그 와중에 최문경 부회장이 갑자기 지시를 내린 것이었다.

KM 그룹 전략 기획실에 팀장급으로 들어가란 지시였다.

하지만 그는 이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KM 그룹 비자금 관리를 자신이 맡게 되면,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다.

즉, 이 지시가 온 것은 지금까지 한 일을 다 정리하란 뜻이었다.

다만 지시가 너무 갑작스럽고, 뜬금없었다.

하던 일이 산더미 같았기 때문이다.

최문경 부회장은 우선 선위를 KM 그룹 전략 기획실에 뒀다.

나머지 일은 전략 기획실에서 일하면서 정리하라고 한 것이었다.

김연석 팀장은 내심 최문경 부회장 욕을 하면서 지시에 잘 따랐다.

그는 전략 기획실에 입사한 후에 회사 분위기를 살피면서 장승일 실장의 눈치도 봤다. 최문경 부회장이 주의할 인물로 찍었기 때문이다.

‘대단한데?’

확실히 장승일 실장의 업무 능력은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격이 다른 인물이었다.

김연석 팀장은 그래서 더 조심했다. 그는 평범한 전략 기획실 팀장 역할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알게 된 이는 최민혁 실장이었다.

최문경 부회장이 직접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는 브리핑까지 해주었다.

거기다 그는 KM 그룹 전략 기획실의 팀장답게 생각보다 세세한 정보를 추가로 얻었다. 이후 최문경 부회장의 정보와 합쳐서 분석하고 나서는 혀를 내둘렀다.

아니, 경악했다.

언론에서 묘사하는 최민혁 실장의 능력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그는 그제야 최문경 부회장이 왜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자신을 끌어들였는지 알 것 같았다.

‘거기에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아. 아무래도 이것 때문에 비자금 정리에 속도를 올리려는 것 같아.’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 비자금 정리의 원인을 제공한 소스가 최민혁 실장이란 거다.

최민혁 실장의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배운 것 중의 하나였다.

다 좋았다.

위기를 사전에 대처하니까.

다만 자신이 하다가 내버려 둔 일이 문제였다.

그는 최문경 부회장의 의도가 아닌, 최민혁 실장이 말하는 미래 일부를 짐작하자 다급하게 장기 휴가를 낸 후에 한국 내의 관련 직원을 다 불러 모았다.

원래라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차피 최문경 부회장의 지시에 따르자면, 국내 일을 이제 정리해야 했다.

비록 손실이 좀 있다고 해도 어차피 미국 쪽에 투자를 진행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이익이 날 것이 분명했다.

‘뭐, 부회장님 뜻에 따라서 일을 처리했을 때 손해를 본 적이 없으니까.’

* * *

김연석 팀장은 때문에 평소와는 달리 무리수를 많이 뒀다.

전국에 흩어진 자잘한 유령 회사 사장과 실무진을 죄다 불러 모았으니까.

그런데 경비원이 갑자기 굳은 얼굴을 한 채 나타난 것이었다.

“바, 밖에 나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야?”

“제 설명보다는 직접 보셔야…….”

경비원은 마치 공포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벌벌 떨었다.

김연석 팀장은 자신을 쳐다보는 이들에게 별일 아니라는 포즈를 취한 후에 건물 입구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지금 자신이 있는 건물은 경기도 외곽 쪽에 있어서 사람이 별로 오가지도 않았다.

그나마 있다고 하면, 시골 농사꾼 정도였다.

그런데 건물 입구에는 무려 50명 정도의 사람이 몰려와 있었다.

전부 경찰이었다.

그 앞에는 검은색 정장을 한 이들이 있었다.

제일 앞쪽에 선 이는 서류 한 장을 그에게 내밀었다.

“압수수색영장입니다.”

그리고 나온 이야기는 흔히 TV에서 나오는 검사의 흔한 레퍼토리다.

“네? 이 무슨…….”

“아, 우리가 누구인지 안 밝혔군요. 저는 중앙지검의 박두영 부장검사입니다. 이쪽은 중앙지검에서 나온 검사들과 수사 팀입니다. 뒤쪽에 있는 이들은 이곳 지역 관할 경찰들이고요. 이 압수수색영장은 법원에서 막 발급받은 겁니다. 확인해 보시죠.”

“…아.”

김연석 팀장은 반사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서 확인해 봤다. 그는 결국 패닉에 빠져서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어 하고 있을 때.

박두영 부장검사가 손짓했다.

그러자 담당 수사관과 검사들이 우르르 건물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그들 앞쪽에는 만약을 대비한 경찰 특공대도 있었다.

그들은 아니나 다를까 반항하는 경비원을 단호하게 때려눕혔다.

곳곳에서 비명이 이어졌다.

습격에 겁먹은 용역 경비원은 잽싸게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무려 오십 명의 수사관과 검사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난리가 났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게 불법적인 일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그들이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 손을 쓸 수도 없었다.

경찰 특공대가 서슬 퍼런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두영 부장검사는 건물 입구 쪽의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확인하고는 휘파람을 불었다. 무려 50억 짜리 건물을 빼돌리기 위한 자료였다.

꼼꼼하게 기록된 이 자료는 부동산의 출처가 누구인지도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다.

‘하, 은행도 연루되어 있었나? 하긴 당연한 건가.’

하지만 그도 나중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건물은 시작에 불과했다.

양도성 예금증서 양이 심상치 않았다.

심지어 정리담보권 신고를 누락시켜서 근저당권을 직권 말소시키고도 했다.

비자금 세탁 교과서의 정석이 이곳에 있었다.

‘…와, 이거 장난 아니잖아?’

하지만 박두영 부장검사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박두영 부장검사의 지시에 이 자리에 참여한 이들 역시 다들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자금 은닉의 정석이라고 할 만한 현장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더 황당한 것은 한쪽에서는 서류를 태우는 중이었다.

증거 인멸 말이다.

그러다 딱 걸린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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