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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29화 (92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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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샐로먼 브러더스의 데니스 샐로먼 이사 때문입니까?”

“아니라고 말은 못 하겠네요. 지금은 이 정도만 하죠. 어차피 MP3 관련해서 하려는 일도 했으니. 나쁘지는 않았어요. 이보다는 소니 뮤직과 디지털 웨이 상황을 좀 더 지켜보죠. 데니스 샐로먼 이사도 LC 전자나 HY 전자 대응을 보면 느끼는 바가 많을 겁니다.”

“…네.”

조성돈 팀장 역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 역시 소니 뮤직의 앞서가는 자세에 놀랐고, 국내 음반업체의 반응에 혀를 내둘렀다.

‘하긴 그들도 이제 대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니까.’

* * *

미국 내의 냅스트 소송은 세기의 소송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미국 사정과는 많이 달랐다.

이제까지는 불법 MP3 파일이 주루였다.

그런데 이 상황이 갑자기 바뀌었다.

바로 소니 뮤직이 한국 음원 시장에 진출한다는 루머 때문이었다.

소니 뮤직은 당연히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 난리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위기를 느낀 한국 MP3 서비스 업체가 공격적으로 나섰고 말이다.

황당한 것은 기획사 역시 여기에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이다.

이들 역시 폭발적인 MP3 음원 시장을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이 날벼락 같은 사태에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가 한국으로 왔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은 없었다.

그 자신이 머물고 있는 호텔 벽면.

그 벽면에는 대문짝만 한 광고가 나왔다.

[미디어 랩은 MP3 음원 시장을 선도하겠습니다!]

음반사 몇 곳과 오성 전자 출신 MP3 전문가가 모여서 만든 미디어 랩은 단순히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MP3 음원 시장 점유까지 목표로 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한동안 호텔 벽면 광고를 본 후에 샐로먼 한국 지사로 출근했다. 그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설마 나 때문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이 한국에 다시 복귀한 이후로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언론 기사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시점이 좀 달랐다.

‘…내가 데릭 모건 이사에게 지시를 받고 난 다음이구나.’

자신 때문이 맞았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이 사안을 잘 이해할 수가 없어서 밑에 실무진과 같이 한번 검토해 봤다.

원래 자기 밑에서 일한 라이언 레비 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거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가슴이 철렁했다.

“뭐가?”

이미 최민혁 실장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라이언 레비 부장은 한 가지를 걸고넘어졌다.

“소니 뮤직 말입니다. 아무래도 최민혁 실장이 엮인 것 같습니다.”

“저, 정말이야?”

“네. 소니 뮤직 쪽 지인을 통해서 확인해 본 바로는 최민혁 실장이 직접 오다 히로 부사장을 만나 협상을 했다고 합니다. 정확한 사실은 아닙니다.”

“오다 히로 부사장? 최민혁 실장이 그쪽과 서로 잘 알아?”

“과거 오다 히로 부사장이 IFA 기조연설을 하려고 했는데, 최민혁 실장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오다 히로 부사장이 최민혁 실장을 안 좋게 보겠죠. 대신에 최민혁 실장의 정보는 꽤 알 겁니다.”

“아. 아. 아.”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그제야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도 뒤늦게 그 사실을 기억했다.

최민혁 실장이 오다 히로 부사장을 만나서 협상했을 수도 있었다.

“그 협상이 잘되기는 힘들 텐데?”

하지만 라이언 레비 부장 생각은 좀 달랐다.

“일본 애들 성향을 모르십니까? 서로 이익이 되는데, 굳이 지난 일을 긁어낼 이유가 없습니다.”

“아, 오다 히로 부사장이라면…….”

그럴 수 있다.

더욱이 상황이 좋지 않은 소니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최민혁 실장이 그 점을 노렸다면… 가만, 그러면 디지털 웨이 찌라시도 거짓이 아니란 거잖아?”

“디지털 웨이가 공개적으로 부정했지만,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그게 곧 MP3 음원 서비스에 영향을 줬을 겁니다. 거기다가 소니 뮤직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소송이…….”

“글쎄요. 과연 소니 뮤직하고 소송해서 이길 수가 있을까요? 적어도 한 10년은 질질 끌면, 답이 없을 텐데요?”

더욱이 상대는 소니 뮤직이다.

국내 음원 서비스 업체가 소니 뮤직과 싸워서 이기기 쉽지 않았다.

“만약 소니 뮤직이 국내 대기업과 손을 잡으면 더 답이 없습니다.”

“LC 전자나 HY 전자 같은 대기업도?”

“대기업이 더하지 않을까요?”

“하.”

자신이 LC 전자와 HY 전자를 부추긴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들 두 대기업은 믿을 수가 없는 존재였다.

이익이 된다고 하면 얼마든지 자신의 뒤통수를 칠 수도 있었다.

소니 뮤직과 손을 잡는 것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그제야 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말았다. 그는 자기 때문에 최민혁 실장이 나섰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상황이 그게 다가 아니었다.

MP3 음원 서비스 시장 분위기가 이상했다.

“…소니 뮤직 말인데, 다른 메이저 음반 업체에서 두고만 볼까?”

라이언 레비 부장도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저도 그 부분이 좀 이상해서 살펴봤는데, 소니 뮤직 생각은 다른 메이저 음반 업체와 다른 것 같습니다. 소니 뮤직이라면 그들의 뒤통수를 치고도 남습니다.”

소니 뮤직이나 메이저 음반 업체나 다 똑같은 놈들이었다.

돈이 되면 서로 가슴에 비수를 꽂고도 남았다.

그들이 자신이 의도한 대로 움직인 것은 이익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군.”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허탈하게 웃고만 말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벌인 것인지 금방 깨닫고 말았다.

서로 하루 이틀 상대한 적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는 데릭 모건 이사에게 이 사안을 보고해야 고민했다.

그런데 보고할 수가 없었다.

실패한 일이니까.

다행히 라이언 레비 부장이 한 가지 다른 제안을 내놓았다.

“HY 전자도 그렇고, LC 전자도 MP3 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들이 굳이 데니스 샐로먼 이사님의 의도대로 움직인 것이 그 증거였습니다. 이 점을 좀 더 활용하면 어떻겠습니까?”

“방법이 없잖아. 지금 봐서는 HY 전자도 최민혁 실장 압력에 한 걸음 물러난 것 같으니까.”

정확히 그 방법은 몰랐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 일은 샐로먼 브러더스 자신들의 방향과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언 레비 부장의 생각은 좀 달랐다.

“물론 지금 봐서는 최민혁 실장이 우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 생각이 같지는 않습니다. LC 전자와 HY 전자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까요.”

“쉽게 말해 봐.”

“제 말은…….”

라이언 레비 부장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만 갔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의외로 꽤 합리적이었다.

“…최문경 부회장과 약속을 잡아 봐.”

* * *

최문경 부회장은 샐로먼 브러더스와 좋지 않은 상황이라서 요즘 몸을 사렸다. 그런 상황에 데니스 샐로먼 이사 쪽의 연락을 받자 오히려 반가웠다. 제임스 러너 이사와는 특히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마치 친한 친구를 10년 만에 만난 것처럼 데니스 샐로먼 이사를 환대했다.

다만 그 주제가 ‘최민혁 실장’이라는 것을 알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또 민혁 그놈이 수작을 부린 겁니까?”

“…으음, 그건 아닙니다. 이야기가 좀 복잡한데…….”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제임스 러너 이사와는 달리 차분하게 지금까지 일을 설명했다.

그는 굳이 MP3 산업에 대한 것을 숨기지 않았다.

최문경 부회장은 뜻밖에 많은 사실을 알았다.

“아, MP3 솔루션을 말하는가 보군요. 거기 들어간 AC9701 제조도 우리 반도체 쪽에서 담당하니, 모를 수가 없죠.”

“아.”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을 듣자 화들짝 놀랐다.

MP3 음원 솔루션이 단순히 소프트웨어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 안에 하드웨어도 담겨 있으니까.

다만 그 아이템이 반도체 사업 쪽으로 이어질지는 상상도 못 했다.

“…정말 놀랍습니다. 단 하나도 그냥 넘기는 일이 없군요.”

최문경 부회장 역시 이번에는 조카 최민혁 실장의 능력을 칭찬했다.

“대단한 놈이죠. 뭐 하나 그냥 넘기는 일이 없으니까. 설마 AC9701을 이용해서 비메모리 사업 쪽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줄은 몰랐습니다.”

“그 AC9701 말입니다. 모바일 오디오 기기 쪽에는 다 들어갑니까?”

“심지어 터치 인터페이스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터치 LCD 제품도 적용됩니다.”

“네? 터치 LCD 말입니까?”

“저도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한번 직접 확인을 해보기 바랍니다.”

최문경 부회장 역시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AC9701 정보를 알자마자 전문가를 이용해서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다만 터치 인터페이스 관련해서는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지 않았다.

최민혁이 자세한 정보를 빼버린 것이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그 부분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그는 노트를 꺼내서 따로 메모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일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HY 전자나 LC 전자가 이 MP3 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이들 업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 그렇겠죠. 그놈은 늘 혼자 처먹어야 만족하는 놈이니까.”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최문경 부회장이 최민혁이라면 이를 가는 것을 보면서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굳이 그 점을 자극하지 않았다.

“그래서 말입니다. 부회장님이 나서서 중재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제가요? 민혁 그놈이 제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 제 말은 최용욱 회장님 말입니다. 그분은 인화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니까.”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말하고서도 기대 어린 눈빛으로 최문경 부회장을 쳐다보았다. 과거 막대한 차입금을 이용해서 KM 그룹을 꿀꺽 삼키려고 했던 일도 다 같은 연장선이었다.

‘잘될 것 같은데?’

“아버지 말인가요? 흠.”

최문경 부회장도 그제야 턱을 쓰다듬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런데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제안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최용욱 회장은 최민혁 실장을 믿기는 하지만 주변 불화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았다.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그런데 이제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온 겁니까?”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어색하게 웃었다.

“뭐, 이번 일만 잘 풀리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그거 좋네요. 아니, 저도 진지하게 이 일에 매달려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이 정도 성과라면 데릭 모건 이사도 기분 나빠할 것 같지는 않았다.

* * *

최문경 부회장은 실제로 데니스 샐로먼 이사를 만난 이후에 LC 전자, HY 전자 쪽에 연락해서 실무진을 만났다.

LC 전자의 한병수 실장과 HY 전자의 박용혁 전무를 만난 것이다.

협상은 당연히 쉽게 풀려갔다.

두 사람 다 최민혁 실장에게 질려 있는 터라 최문경 부회장은 그들에게 로또나 마찬가지였다.

최문경 부회장은 당연히 권재홍 비서실장에게 지시해서 최용욱 회장 집사에게 연락하여 미팅이 문제가 없도록 조율했다.

“어르신, 오랜만입니다.”

부침이 없는 인사에 최용욱 회장은 한숨부터 내쉬고 말았다.

그는 자신 앞에 놓인 150년근 산삼 선물을 보면서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다.

지금 그는 손자 최민혁이 록히드마틴을 상대로 벌인 일을 지켜본다고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니었다.

아니, 최근 국내에 들어와서 갑자기 일을 벌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니 뮤직을 갑자기 만나서 협상을 하나 싶더니, 디지털 웨이를 이용해서 애니 솔루션을 서비스한 것 말이다.

이 사실을 안 이들이 최용욱 회장에게 자문하기도 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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