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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27화 (92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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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에플 쪽에 낸드 메모리 납품도 중간에서 도와줬고 말이다.

‘가만, 이거 이상하잖아. 거기 관련된 건 오성 전자와 도시바 회사 둘이었잖아. 여기에 HY 전자가 왜 끼어든 거지?’

결국 그는 조성돈 팀장을 호출했다.

“아, HY 전자 말입니까? HY 전자가 도시바 측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도 전생 기억으로 아는 사실이라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그가 아는 기억보다는 더 빨리 거래가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요? 그런데 왜 저는 그 사실을 몰랐을까요?”

“아, 그건…….”

조성돈 팀장도 머뭇거렸다. 그도 생각해 보고서야 이 일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 * *

도시바와 HY 전자 사이의 라이선스 거래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언론은 대다수가 잘 몰랐고, 오히려 일본 언론이 좀 알 뿐이었다.

누군가 거래 정보를 통제한 것이었다.

조성돈 팀장도 이게 이상해서 자세하게 알아봤는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최민혁도 보고를 듣고 나서는 황당했다.

“최문경 부회장이 손을 썼다고요?”

“네. 중간에 두 회사 간의 거래를 도운 것 같습니다. HY 전자와 도시바 양쪽과 거래해서 아는 인맥이 있으니, 그쪽에 손을 쓴 것 같습니다. 심지어 국내 언론에도 손을 써서 정보를 통제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알고 있나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최민혁은 어이가 없어서 당장 장승일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낸드 메모리 라이선스 계약 말입니까?]

[정말 모르는 겁니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겁니까?]

[제가 확인한 후에 바로 전화하겠습니다.]

확인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과 30분.

장승일 실장이 다시 전화를 해왔다.

[…죄송합니다.]

[설마 KM 그룹 전략 기획실에서도 이 일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비서실에서 이 일을 주도했습니다.]

[이상하군요. 그런데 기획 조정실에서 이 일을 몰랐다는 말입니까?]

[죄송합니다. 최문경 부회장이 우리 쪽과 담을 쌓는 중이라서 중요한 사안을 아예 넘기지 않습니다.]

[…실망입니다.]

[제가 다시 추가 검토를 해보겠습니다. 비서실에서 진행한 일도 다시 한번 검토해 보겠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였다.

최민혁은 자신이 한 방 맞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 * *

최민혁 역시 자신이 이제까지 한 일 때문에 전생 기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다. 심지어 나비효과도 말이다.

또한 최문경 부회장을 얕잡아 본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뒤늦게야 아차 싶었다.

때문에 그는 조성돈 팀장에게 추가 지시를 내려서 확인했다.

최문경 부회장은 놀랍게도 HY 전자의 박의진 사장을 자주 만났다.

심지어 어제도 말이다.

HY 전자가 운이 좋아서 도시바 측과 라이선스 계약을 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도시바 측의 노림수도 있었다.

이제까지 최민혁 실장이 한 일.

최민혁 실장을 견제한 것이었다.

다만 그도 이번 일을 더 크게 만들 수는 없었다.

당장은 128MB 낸드 메모리, 그리고 256MB 낸드 메모리 양산을 할 수 있는 주인공은 오성 전자와 이 뒤를 바짝 쫓기 시작한 HY 전자뿐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자신이 이런 상황을 부추겼다는 것이 정확했다.

가능하면 낸드 메모리 공급자가 많기를 원했던 것이다.

‘HY 전자 기술력을 무시하기는 힘들지. 그렇다고 먹기는 좀 그런데…….’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이 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관리할 인원이 늘어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거기에 노조는 덤이고 말이다.

다만 그는 HY 전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기회에 한 번 길을 들여볼까 고민했다.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HY 전자도 엄밀히 말해서 오성 전자의 낸드 메모리 때문에 크게 당황했다.

그들이 최문경 부회장의 중재를 받아서 도시바 측과 낸드 메모리 관련 라이선스를 사들였고 말이다.

사실 최민혁 실장도 작년만 같았다면 HY 전자를 뒤흔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IMF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손익 관점에서 따져야 할 일이었다.

‘HY 전자의 낸드 수급이 흔들리면 오성 전자만 좋아할 일이야.’

최민혁은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너무 많았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미래를 바꾼 덕분에 변수를 고정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도시바를 이용해서 HY 전자를 제소하게 할까?’

“조 팀장님, 한 가지 검토를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최민혁 실장은 그 전생에서 후일 문제가 되는 도시바와 HY 전자 사이의 특허 침해 관련된 사안을 천천히 말해주었다.

“…….”

조성돈 팀장은 묵묵히 최민혁 실장 이야기를 들으면서 혀를 차고 말았다. 그는 솔직히 최민혁 실장이 이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 그게 궁금했다.

다만 풋내기처럼 질문 따위는 하지 않았다.

* * *

“조 팀장님, 이 정보는 도대체 어떻게 안 겁니까?”

다시 긴급 사안으로 모인 KM 전자 기획 팀은 혀를 내둘렀다.

HY 전자가 도시바에서 낸드 메모리 라이선스를 얻었다는 것에 놀랐고.

그와 관련된 낸드 회로 구조가 라이선스와는 무관하다는 것에 혀를 찼다.

그들이 진짜 경악한 것은 이 정보였다.

HY 전자와 도시바 사이의 특허 계약은 언론을 통해서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종대 과장은 이 일을 그냥 두지 않았다.

“다른 것은 다 이해가 되는데, HY 전자 담당 엔지니어가 아니면 이 정보를 알 수가 없잖아요. HY 전자 처지에서도 꽤 기밀일 텐데, 도대체 이 정보를 어떻게 얻은 겁니까?”

회로 특허 침해 부분은 예민했다.

이미 기획 팀은 자료를 받고 나서 특허 팀에 문의도 했고 말이다.

[반드시 문제가 될 겁니다. 막대한 특허 침해 보상금을 토해내야 합니다!]

HY 전자는 나름 절박했기에 꼼수를 쓴 것이었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장담했고 말이다.

하지만 정작 HY 전자도 이 특허 침해의 위험성은 잘 몰랐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도대체 무슨 수로 이런 문제점을 발견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조성돈 팀장은 그 침착한 박상기 차장의 눈빛을 접하면서 혀를 찼다.

“나도 지시를 받았을 뿐이야.”

“네? 누구 지시오? 서, 설마 최민혁 실장님이 이 정보를 준 겁니까?”

“어.”

“…….”

KM 전자 기획 팀은 오랜만에 침묵했다.

도시바도 바보가 아닌데, MP3 시장의 성장세를 모를 수가 없었다.

낸드 메모리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냥 기술만 들고 있어도 수익이 쌓인다.

그런데 그런 기술 일부를 HY 전자에게 라이선스를 제공해 버리다니.

정성근 대리가 슬쩍 나섰다.

“낸드 메모리 시장이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장 오성 전자와 도시바만이 독식하는 구조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오성 전자와 최민혁 실장님의 관계가 너무 가깝다는 거죠. 애니 아파트가 그 증거이니까요.”

조성돈 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도시바 측에 문제가 된다고?”

“도시바 처지에서는 불안했을 겁니다. 만약 최민혁 실장이 오성 전자를 일방적으로 밀어준다면 자신은 설 자리가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HY 전자에 낸드 메모리 특허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협상했다고?”

“저라면 그랬을 겁니다. 적의 적은 친구니까요. KM 전자는 태생적으로 한국 대기업과 잘 맞지 않는 점을 노렸을 겁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MP3 애니 솔루션입니다. 이미 인공지능 기술 관련해서는 연초부터 말이 많았으니, 도시바 역시 불안을 느꼈을 겁니다.”

“흠.”

조성돈 팀장은 턱을 쓰다듬으면서 정성근 대리의 말을 되새겼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최민혁 실장과 오성 전자 관계는 이미 콜린스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서 계속 말이 나왔다.

기획 팀은 다들 날카로운 정성근 대리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사실 HY 전자에 대한 보복은 당연한 일이기는 했다.

문제는 낸드 라이선스와 관련된 부분은 KM 전자 역시 이해관계를 피해 가기 어려웠다.

“당장 두 회사 사이에 갈등을 부추기게 되면, 낸드 수급에 문제가 생깁니다. 아무리 오성 전자라도 혼자 그 많은 물량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특히 에플이 타격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기조연설, CES에 이어서 곧 시장에 출시된 아이팟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었다.

조성돈 팀장은 협의 내용에 순순히 수긍했다.

“수고했네.”

“아닙니다. 그보다는 최 실장님이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을 뿐입니다.”

“그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

* * *

최민혁 실장의 전생에 따르면, HY 전자는 사실 낸드 특허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편법을 사용했다.

도시바는 물론 몇 년 후에 HY 전자를 낸드 메모리 특허 침해로 제소했고 말이다.

최민혁 실장은 고민했다. 낸드 메모리와 관련해서 HY 전자를 당장 건드려서는 재미를 보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런 일이 있었구나. 난 HY 전자가 낸드 메모리 기술을 오성 전자 기술을 참조해서 베꼈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그는 HY 전자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이 행태에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심했다.

다만 이번 일은 자신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가 없었다.

시기적으로 애매한 상황.

거기에 나비효과까지 꽤 크게 일어난 상황이니.

조성돈 팀장은 아니나 다를까 기획 팀 협의를 통해서 얻은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렇습니까?”

“네. 이번 일은 우리 KM 전자 이익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가요?”

최민혁 실장은 입맛을 다셨다. 그도 자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래가 통째로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그 일이 벌써 생길 줄은 몰랐다.

조성돈 팀장은 최민혁 실장 속내를 들여다본 것처럼 다독였다.

“굳이 서두를 일은 아니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죠.”

“이미 MP3 음원 소송 국면도 위축된 상황입니다. 이제는 다시 MP3 서비스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굳이 우리가 나서서 MP3 시장을 흔들 필요가 없습니다. 그랬다간 오히려 우리 이미지만 나빠집니다. 최 실장님이 제일 비난을 많이 받을 겁니다.”

“왜요? 제 욕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아, 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추앙한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MP3 서비스를 내세우면서 나타난 전문업체는 날이 지날수록 넘쳐났다.

언론이나 시사 방송 역시 이런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방송에 나오기만 하면 늘 하는 이야기가 바로 MP3의 아버지, 최민혁 실장이었다.

조성돈 팀장은 시장 조사 과정에서 기획 팀이 취합한 최민혁 실장 관련 녹화 영상본을 직접 보여주었다.

[MP3 산업에 대해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KM 전자의 최민혁 실장님입니다. 이제는 국민 실장으로 더 유명합니다.]

[지금 와서 보면,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만 해도 MP3 서비스라는 말은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최민혁 실장님은 세계 최고의 선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솔직히 지금이야 MP3 서비스다 뭐다 하죠. 하지만 최민혁 실장님이 없었다면 이런 이야기를 하고 말고 자체가 없었을 겁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최민혁 실장 추앙론은 가끔 그 선을 벗어났다.

마치 종교적인 색채로 최민혁 실장을 언급하는 이도 있었다.

“…선을 좀 넘었네요.”

조성돈 팀장은 피식 웃었다.

“지난달 들어서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칭찬 고마워요.”

하지만 그는 진지했다.

“이들 말이 마냥 틀린 것은 아니니까요.”

“설마 조 팀장님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전 최 실장님이 위대한 예언자라고 생각합니다.”

“…진담이세요?”

“…농담입니다.”

“후후후.”

최민혁 실장은 그제야 웃고 말았다. 하지만 그도 조성돈 팀장을 표정을 보고서야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마냥 장난으로 하는 말 같지가 않았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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