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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25화 (9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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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수 실장 역시 매일 유니텔을 방문하면서 MP3 산업이 초기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때문에 LC 전자의 중앙 연구소 쪽에 특별히 MP3 관련 일을 부탁했다.

정확히는 사장 보고를 통해서 그룹 차원에서 허락도 받았고 말이다.

LC 그룹 차원에서 도움을 받자 KM 전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원천기술을 다 그 대상으로 삼았다.

LC 전자의 전력이라면 최민혁 실장에 대한 것을 파악할 것으로 생각했다.

다만 국내에서도 MP3 관련 음반업체가 타협책을 찾는 것을 보자 불안했다.

이미 발매된 음원 저작권은 느슨했으니, 타협점을 찾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건 MP3 산업 성장을 폭발적으로 앞당겼다.

이런 흐름은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미국에서도 동시에 일어났다.

LC 전자가 저작권 때문에 미적거리는 순간에도 중소, 벤처 기업은 공격적으로 움직인 것이었다.

한병수 실장은 불과 며칠 사이에 추가 조사를 통해서 디지털 웨이가 이 MP3 애니 솔루션 제품 개발에 들어간 것을 들었다.

[디지털 웨이?]

이번 미팅에 모인 이들 반응은 이전과는 달랐다.

고작 듣보잡 회사가 아닌가 하는 그런 부정적인 태도가 아니었다.

[디지털 웨이는 MP3 일본 수출을 통해서 단기에 성장한 회사입니다. 다만 이제까지는 기술 한계가 있어서 지켜보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 중입니다!]

디지털 웨이의 매출 현황이 나오자 다들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디지털 웨이 회사 설립은 작년이었다. 당시만 해도 허우적거리다가 파산할 것 같았다.

그런데 MP3 플레이어 아이템을 잡자 상황이 아주 달라졌다.

특히 KM 전자가 장악한 국내 시장이 아니라 일본 시장을 노린 것이 컸다.

다만 디지털 웨이의 매출 성장세는 이달 들어와서 주춤했다.

일본 시장이 가지는 한계 때문이다.

정확히는 저작권 문제였다.

만약 그 문제가 해결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 분명했다.

권혁수 연구소장은 설명과 동시에 최효재 부장에게 손짓했다. 최효재 부장이 그제야 회의실 단상에 올라가서 하나의 시제품을 내놓았다.

[이건 작년부터 연구해 온 성과물입니다. 아직 프로토타입 직전 단계로, 제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음성 인식으로 동작합니다.]

[오!]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다만 그렇게 칭찬할 모양새는 아니었다.

에플에서 나온 뉴튼보다 덩치가 더 컸다.

[이건 어디까지나 기능만 구현한 테스트 플랫폼에 불과합니다. 제품은 이 기능을 그대로 적용만 하면 됩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그래.

일단 기술을 구현했다는 것만으로 다들 만족했다.

확실히 음성 인식으로 동작은 했다.

최효재 부장이 애니를 분석했다는 그 결과물이었다.

정확히 인공지능이 코어인 애니와는 개발 방향이 많이 달랐다.

오직 음성 인식 기능에만 집중해서 나온 물건이었다.

당연히 LC 중앙 연구소만의 힘은 아니었다. 이 시제품 개발에는 대학 연구소 몇 곳과 LC 전자의 다른 연구소가 서로 손을 잡고 진행한 결과물이었다.

LC 전자도 놀고만 있지 않았다.

한병수 실장 역시 깜짝 놀랐다. 그는 다른 이들보다 먼저 이 시제품에 다가가서 한번 시도를 해보았다. 직접 음성으로 말이다.

[전원 켜.]

여기까지는 잘 동작했다.

[플레이해.]

이것 역시.

[앞으로 빨리 돌려.]

이것도 훌륭하게 잘 동작했다.

오오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역시 ‘기술의 LC 전자’라고 감탄했다.

[좀 더 빨리 돌려.]

여기서부터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

괜찮을 거야. 실수 좀 할 수도 있지. 다음에는 잘될 거야.

[뒤로 감아.]

이건 아예 패싱했고 말이다.

시제품은 화자 이야기를 무시한 채 묵묵히 MP3 음원만을 동작시켰다.

넌 떠들어라, 난 플레이한다 식이다.

[…좀 이상한데.]

회의실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최효재 부장은 그제야 식은땀을 흘리면서 눈치를 봤다.

이 시제품에서 가능하다던 명령어 5~6개를 돌려봐도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최효재 부장은 크게 당황했다. 그는 다급하게 엔지니어를 불러서 확인을 시켰다. 그런데 여전히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

그리고 담당 엔지니어는 뒤늦게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한 실장님의 음성이 등록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면 딱 동작하는 음성이 따로 있다는 소리야?]

[그게…….]

사실 시스템이 불안정해서였다.

이 시제품을 테스트할 때 사용한 음원이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음성도 되기는 했다. 그것까지는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병수 실장의 음원은 그들과는 많이 달랐던 것이었다.

한병수 실장은 자신의 목소리가 독특하다는 소리에 쓰게 웃으면서 회의실을 돌아보았다. 그는 환호하던 시선과는 전혀 달라진 따가운 눈총에 기가 막혔다.

다만 그는 이 시제품을 욕할 수는 없었다.

말없이 자리를 차지한 한봉준 사장의 차가운 눈빛 때문이었다.

한봉준 사장은 말없이 지켜만 보다가 불쑥 끼어들었다.

[바로잡는 데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해?]

[그게 좀…….]

한봉준 사장은 뒤늦게 한숨을 내쉰 후에 일단 회의를 중단시켰다.

[한 실장은 나 좀 봐.]

* * *

“이제까지 도대체 뭘 한 거야?”

한병수 실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한봉준 사장의 눈을 볼 수가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자는 것이 아니잖아. 요즘 분위기는 너도 알지? HY 전자가 우릴 따라잡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그들이 막대한 부채까지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잖아.”

“…….”

한병수 실장은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HY 전자가 너무 많은 부채 때문에 앞으로 힘들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쪽과 힘을 합쳐야 할 상황이니.’

최민혁 실장의 대응에 힘을 합치자고 하는데, 정작 둘 사이는 그렇게 좋지가 않았다.

한봉준 사장은 차가운 어조로 소리쳤다.

“이번 승진을 그룹 내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이번 일은 실수 없이 잘 처리해야 할 거야.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만들어서는 곤란해.”

“…명심하겠습니다.”

“제대로 하라고. 경영권 승계 후보자는 차고도 넘치니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봉준 사장은 계속 한병수 실장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우린 KM 그룹처럼 경영권 승계자가 둘로 좁혀진 게 아니야.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번 일에 매달려야 할 거야.”

“…네.”

한병수 실장은 내심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을 괜히 노렸나 싶었다. 지금 봐서는 최민혁 실장을 공격하기 전에 제풀에 나가떨어질 것 같았다.

그 역시 최민혁 실장이 했으니, 자신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젠장.’

* * *

다시 시작된 회의에서 권혁수 연구소장은 차가운 한병수 실장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최효재 부장을 쳐다보았다.

최효재 부장 역시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는 잠깐 휴식 기간에 살펴보았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한병수 실장은 MP3 애니 솔루션을 제일 깊이 들여다봤다. 그는 다소 낙담한 얼굴을 한 채 질문했다.

“혹시 음원 노이즈 때문입니까?”

“아마… 그게 한 원인일 겁니다.”

지금 봐서는 복합적인 원인 때문이었다.

단순히 노이즈를 잡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물론 그게 또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최민혁이 이런 부분에 대한 여러 가지 대비책을 추가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사실 최민혁 실장이 간섭하지 않았다면 KM 전자나 KMBOOK 역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KM 전자의 모델을 벤치마킹했으니.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리가 없었다.

한병수 실장이 오히려 더 잘 알았다.

“그러면 혹시 이 MP3 애니 솔루션에 나오는 투 마이크 시스템이 그런 것인가요?”

“아, 네? 네, 마, 맞습니다.”

최효재 부장은 그제야 수긍하고 말았다. 아차 싶었다. 분석할 때는 저게 왜 들어갔나 싶었다. 너무 비효율적이고, 단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상업적인 면을 최대한 살리려면 중복되는 기능을 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해당 시스템이 적용된 이유를 이제야 깨달은 것이었다.

그 역시 시간이 많았다면 MP3 애니 솔루션을 분석해서 원인을 제대로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MP3 애니 솔루션을 받아 검토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한병수 실장은 MP3 애니 솔루션에 적용된 기술 하나하나를 일일이 지적했다.

최효재 부장은 그때마다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MP3 애니 솔루션에 적용된 기술은 기술적으로 봤을 때 짧게는 한 세대, 길게는 몇 세대를 앞서간 것이었다.

그도 듣고 나서야 아, 하며 탄식을 할 뿐이었다.

한봉준 사장은 이 어이가 없는 회의 분위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한 실장, 어떻게 된 거야? 사전 분석은 다 끝났다고 했잖아?”

“아, 그게…….”

“자네랑 연구소 측과 소통이 제대로 되기는 한 거야?”

한병수 실장은 잘 아는데, 최효재 부장이 잘 모른 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한병수 실장은 크게 당황해서 권혁수 연구소장을 쳐다보았다.

권혁수 연구소장 역시 식은땀을 흘리고 말았다. 그는 KM 전자와 최민혁 실장과 관련된 벤치마킹과 관련해서 본사 차원에서 지시를 받았다.

이과 관련된 자금과 인력은 따로 할당했고 말이다.

그런데 정작 나온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권 소장님!!”

“아, 죄, 죄송합니다.”

“내가 지금 그 말을 듣자고 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도 분위기를 파악했어야지. 우리가 몰라서 KM 전자를 그냥 지켜만 봤다고 생각합니까?!”

정확히는 권혁수 연구소장 같은 이들이 따로 최민혁 실장을 조사했다. 그걸 믿고 기다린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재개된 회의는 겉돌기 시작했고, 결국 여기서 중단되고 말았다.

한봉준 사장은 결국 자기 성질을 참지 못한 채 길길이 날뛰었다.

회의실 분위기는 마치 지옥처럼 바뀌고 말았다.

반문하는 이는 없었다.

그저 다들 고개를 숙인 채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 * *

임시 회의가 끝난 후에 그 여파는 LC 전자 전체로 퍼져갔다.

LC 전자의 분위기는 역대 최악이라는 말로 표현이 가능했다.

한병수 실장은 나름대로 온 힘을 다했지만, 기술적으로 최민혁 실장을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애니 레벨 1수준만 해도 그랬다.

이 기술 자체는 아직 인공지능이라고 부를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펌웨어 수준의 애니도 지능 레벨이 따로 있었다.

모두 1~5레벨까지 말이다.

이 각 지능은 하드웨어에서 사용된 CPU, 메모리에 따라서 적용이 달랐다.

그리고 레벨 6부터는 하위 레벨과는 또 격이 달랐다.

이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는 곳이 바로 가전제품이었다.

모바일 제품보다 덩치가 있는 쪽 말이다.

이 지능 수준은 레벨 5~10까지였다.

애니 인공 지능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는 것은 바로 레벨 11이후다.

노트북과 데스크탑 컴퓨터에 적용된다.

다만 이 수준 역시 11~15로 딱 기준이 있었다.

레벨 16 이상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바가 없고 말이다.

당연히 외부에서는 이런 기술적인 격차를 알 수가 없었다.

결국 LC 전자는 여러 채널을 통해서 KM 전자에 항의했다.

하지만 그들의 답변은 실로 황당한 것이었다.

[MP3 애니 음원 솔루션 매뉴얼 한계 부분을 찾아보면, 관련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확인해 보니 실제로 있었다.

애니 지능 레벨과 관련된 부분 말이다.

다만 단 한 줄의 첨부 사안으로 달려 있었다.

“…….”

한병수 실장 처지에서는 실로 황당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다만 한봉준 사장은 이 일 때문에 더 크게 실망했다. 그는 분노한 후에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병수야, 실망이다.”

“죄, 죄송합니다.”

그로서는 뼈아픈 말이었다.

이제 인정을 받아서 실장으로 진급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될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제동이 걸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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