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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19화 (9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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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성돈 팀장은 아직 오다 히로 부사장이 결정을 내리지 않은 터라 섣불리 최민혁 실장의 의견에 공감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막 전화가 온 것이었다.

“…소니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 지금은 뷔페나 즐기죠.”

“…….”

* * *

최민혁 실장은 번민에 빠져 있는 오다 히로 부사장과 소니 실무진 모습을 보면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다시 내놓았다.

“이미 잘 살펴보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간은 짧지만 이미 내부적인 검토도 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굳이 소니 측과 손을 잡으려고 한 것은 이 모델에 한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언어의 한계입니다. 한국어 모델은 우리 쪽에서 하고, 영어는 에플 쪽에서 담당하면 됩니다. 그런데 일본어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물론 우리가 직접 해도 되지만…….”

그런데 그러면 좀 문제가 된다.

언어 속성 차이에 따라서 여러 가지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지수 박사도 이걸 해결하기란 쉽지 않았다.

일본어 화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었다.

단순 반복에 따른 노가다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관리다.

일본인을 채용해서 따로 이 일을 전담을 시켜야 하는데,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어차피 진행해야 할 일이긴 했다.

각 나라 언어는 각 나라 전문가가 하는 것이 좋았다.

동남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 수출 모델도 동일하게 적용할 생각이었다.

최민혁 실장은 애초에 잡다한 일을 굳이 다 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이런 부분을 이용해서 한 가지를 더 노렸다.

‘일본 내에도 아군이 필요하지. 우리 최문경 부회장이 헛짓 못 하게 사전에 막아둘 필요가 있으니까. 동남아, 중동, 유럽 국가 역시 마찬가지야.’

물론 소니가 자신의 뒤통수를 칠 수는 있다.

그런데 과연 소니가 지금 자신을 상대로 헛짓할 수 있을까.

‘그건 힘들지.’

최민혁 실장은 자신의 뒤통수를 친 기업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소니 정도 되면 저항은 하겠지만, MP3, 인공지능 관련 사업을 다 막아버릴 생각이니까.

그런데 소니 뮤직이 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생각하면 그럴 리가 없었다.

자신을 뒤통수치기보다는 자신과 손을 잡는 것이 훨씬 소니에게 이익이었다.

“어떻습니까? 제 제안이? 제가 장담하지만, 소니 뮤직은 절대로 거절하기 힘든 제안일 겁니다. 그건 제가 장담하죠. 소니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당연히 MP3 산업을 혼자 다 먹다가는 탈이 나기 때문입니다. 일본 시장에서 동맹으로 소니를 선택한 겁니다.”

“…생각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이사회 결정도 들어봐야 합니다.”

오다 히로 부사장은 최민혁 실장의 눈치를 계속 봤다.

소니 부사장으로선 말도 안 되는 행동이었다.

실상 다른 소니 임원만 이 자리에 있어도 최민혁 실장에게 분노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IFA 기조연설 자리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에게 뺏긴 터라 그 분노는 더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서 최민혁 실장의 행보를 누구보다 자세히 살폈다.

최민혁 실장이 미국에서 저지른 일도 제법 알았다.

이건 일본 방위청 지인에게서 최근 들은 정보도 있었다.

‘사드를 훼방 놓다니.’

황당한 일이지만 결국 최민혁 실장 뜻대로 되었다.

미국 정부가 결국 사드와 관련한 일을 접고 만 것이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최민혁 실장은 자꾸 시간을 끄려는 소니의 속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글쎄요. 이미 소니 뮤직은 내부 준비가 다 끝났는데, 뭐가 더 필요합니까. 필요하다면 유니버설이나 이쪽과 관계 설정이 문제죠. 하지만 설사 유니버설이라고 해도 대세에 저항할 수는 없습니다.”

노골적인 갑질에 오다 히로 부사장은 최민혁 실장을 째려봤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소니 측 실무진 측 표정은 달랐다.

그들은 다들 이 협상을 감수한 얼굴이었다.

애초에 MP3 산업 관련 핵심 기술은 최민혁 실장이 다 쥐고 있었다.

심지어 듣도 보도 못한 애니 인공지능 기술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 두 기술로 인한 초격차는 소니라고 해서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자리에서 최민혁 실장에게 고개 숙이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빠가야로!”

최민혁 실장 눈썹이 꿈틀했다.

“빠가 뭐요?”

“아, 아닙니다. 최민혁 실장님에게 한 말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믿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

“내일까지 답변 주세요.”

“…네.”

오다 히로 부사장은 황당한 눈으로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아마 소니의 다른 경영진이 최민혁 실장을 만났다면 오히려 분노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IFA 기조연설 이후에 최민혁 실장의 행보를 철저하게 지켜봤기 때문이다. 최민혁 실장과 어설프게 척을 질 바에는 차라리 손을 잡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KM 전자와 제대로 붙어야 하는데, 그럴 이유가 없었다.

소니도 자금이 넘쳐나기는 하지만 최민혁 실장은 수중에 현금이 넘쳐나서 주체를 못 하는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최민혁 실장은 이쪽저쪽을 다 파헤치는 돈키호테 같은 친구는 아니니.’

* * *

오다 히로 부사장의 답변은 불과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아서 나왔다.

그는 최민혁 실장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소니 이사회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최민혁 실장과 동맹이 되는 것이 이익이라고 봤다.

소니 뮤직이 KMP-02A에 음원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었다.

거기에 KM 전자와 소니의 포괄적인 협상도 같이해서 말이다.

일본어 애니 솔루션 말이다.

이를 적용한 제품 개발과 관련된 협상이 진행됐다.

당연히 특허료에 대한 계약금은 필수였고 말이다.

아직 이 부분은 협상 여지가 많아서 금액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물론 최민혁 실장은 풋내기처럼 핵심 기술을 소니 측에 넘기거나 하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언어 측면에서 잡일만 맡기고, 그 관리 일을 분담시킬 테니까.

소니 입장에서는 일방적인 협상이었다.

그런데도 이 협상을 받아들인 건 오다 히로 부사장이 소니에서 비밀리에 개발 중인 디지털 워크맨이 MP3 플레이어와 경쟁해서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해서였다.

소니 경영진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MP3 애니 인공지능 솔루션을 보고 나서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실무진을 불러 모아서 밤을 꼬박 새워서 회의해야 했다.

결론은 어쩔 수가 없다는 거다.

그들은 오히려 오다 히로 부사장의 선견지명에 찬사를 보냈다.

오다 히로 부사장은 세계 메이저 음반 업체들의 움직임과는 달리 MP3 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이 작업을 끝내놓고도 망설인 것은 눈치를 본 것에 불과했다.

최민혁이 이 타이밍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원래는 3~4년이 더 지나야 일어날 일이지만 MP3 플레이어 출시가 빨라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어. 데니스 샐로먼 이사와 HY 전자가 시작한 일이지만 어차피 하려고 했던 일이니까.’

* * *

[MP3 산업의 빅뱅 배후는 누군가!]

[MP3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이 폭주했다. 저작권료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벌써 수십 건이니 진행 중이다. 미국의 냅스트 소송이 이제 남의 일은 아니다.

MP3 산업은 마치 빅뱅처럼 터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MP3 산업 성장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기업은 다름 아닌 KM 전자였다.

불과 몇 달 전에 KM 전자의 최민혁 실장은 MP3 관련 특허풀을 국내 중소기업을 비롯한 한국 기업에 다 공개했다.

당시만 해도 최민혁 실장을 비웃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폭주하는 KM 전자의 특허 수익 규모를 본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었다.

올해만 벌써 5,000억 규모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만 KM 전자가 벌어들이는 특허 수익은 MP3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다양한 기술 특허 수익이 존재했다.

그것까지는 이 기사를 쓴 기자가 미처 알지 못한 것이었다.

KM 전자 기획 팀은 좀 달랐다. 그들은 이런 기사를 보면서 씩 웃기만 했다.

한편으로 이런 패러다임이 가능하게 만든 최민혁 실장을 다시 떠올리면서 그저 감탄만 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상황이 바뀔 줄이야.]

그들도 한때는 최민혁 실장을 불안한 눈으로 본 적이 있었다.

너무 호구처럼 퍼주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보면 전혀 아니었다.

최민혁 실장은 결코 바보처럼 퍼주기만 한 게 아니었다.

싹을 심어서, 관리를 제대로 한 것뿐이다.

싹이 제대로 뿌리를 뻗고, 덩치를 키우자 그제야 이익을 보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KM 전자 기획 팀은 오랜만에 모여서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도 최민혁 실장이 지금 진행하는 일을 떠올렸다.

최민혁 실장 수행원 역할을 하면서 외부로 나돌았던 조성돈 팀장은 그래서 말하기가 편했다. 그는 기획 팀을 불러 모아서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정황을 간단하게 말했다.

배종대 과장이 혀를 찼다.

“아, 그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들어봤습니다.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사람이 꼭 형사 스타일 같아서 말하기 불편했죠.”

조성돈 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배 과장이 데니스 이사를 본 적이 있어?”

“업무 미팅 때문에 샐로먼 브러더스 쪽 인사와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에는 정말 깐깐하고, 집요한 사람입니다. 절대로 쉽게 포기할 스타일은 아니니까요.”

“하면 데니스 샐로먼 이사가 HY 전자와 관련이 있다면 일이 쉽게 중단되지 않을 거라는 말이군.”

“네? 무슨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데니스 샐로먼 이사가 일을 시작했다면, 그냥 끝내지는 않을 겁니다. 뭔가 결과를 내야 할 테니까.”

배종대 과장은 평소와는 달리 데니스 샐로먼 이사에 대한 과거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억했다.

정성근 대리는 뜻밖에도 배종대 과장을 옹호했다.

“배 과장님이 그렇게 봤다면,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HY 전자 측에서 이 일을 심각하게 생각할 겁니다.”

배종대 과장은 심지어 최민혁 실장의 소니 일까지 옹호했다.

“차라리 최민혁 실장님 판단이 맞습니다. 소니의 오다 히로 부사장과 직접 접촉한 것은 특이한 일이지만 차라리 잘한 것 같습니다. MP3 관련해서 일본 내에서도 말들이 많으니까요.”

박상기 차장 역시 조용히 듣기만 하다가 곧 수긍했다.

“저도 배 과장 의견에 찬성합니다. 더욱이 시기적으로 봤을 때 이제는 MP3 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는 시기입니다. 차라리 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

조성돈 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CES 전시회가 시작인데, 딱 이 틈을 타고 일어나는 일이라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박상기 차장은 피식 웃었다.

“세상 일이 어디 우리 뜻대로 됩니까. 일을 하다 보면, 늘 시간에 치여서 일을 겪지 않습니까. MP3 산업 시장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중입니다. HY 전자가 수작을 부리는 건 다들 예상했지 않습니까? 이제까지 조용한 것만 해도 오히려 신기한 일이죠.”

KM 전자 기획 팀 대다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한국 대기업이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아니,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아, 오성 전자나 LC 전자가 있었구나. 이 두 기업은 최민혁 실장이 계속 스토커처럼 괴롭혔고, 처음에는 대체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몰랐는데 말이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최민혁 실장이 왜 그렇게 오성 전자를 거머리처럼 괴롭힌 것인지 말이다.

KM 전자 기획 팀은 다행히 최민혁 실장 일에 반기를 들지 않았다.

그들이 리더인 최민혁 실장이 하는 일에 적극 옹호하기 시작한 셈이다.

조성돈 팀장은 새삼 마음이 편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지시를 내려도 부담이 되지 않았다. 당장 KM 전자 기획 팀도 일이 너무 많아서 헉헉거리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MP3 업체 선정부터 합시다. 각자 역할을 나누어서 밀어줄 기업을 정하는 것으로 하죠. HY 전자 같은 대기업에 압력을 넣을 정도는 되어야 하니, 믿을 만한 기업이어야 합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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