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65화 (865/1,021)

#865.

"지금 에플 쪽은 우리 쪽에서 작업한 결과물이 아닙니다. 시장이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에플 미래 가치가 그만큼 높다고 생각하니까요."

"그것도 문제군. 그런데 괜찮겠어? 지금 에플 주가에서 작업 들어가면 100달러를 돌파하게 될 텐데, 그 가격대에서 작업하게 되면 자금에 문제가 없겠어?"

"계획은 큰 줄기에서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CES 전시회를 막아 버리면, 최민혁 실장이 계획한 마케팅 전략 자체가 일그러질 겁니다. 그걸 우리가 나서서 통제하면 됩니다. 차라리 스티븐의 이번 CES 기조연설을 막아버리는 것이 한 방법입니다."

데릭 모건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가능할까?"

"원칙적으로는 힘듭니다. 그런데 원래 이번 CES 기조연설 후보자는 마이클블룸버그였습니다. 지난 성추행으로 인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이 일에 지원했는데, 스티븐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기업가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정치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는 때문에 자신의 회사에 얽힌 지난 성추행 혐의와 관련된 일이 아킬레스건이었다.

성차별적이거나 여성 혐오에 대한 이미지는 정치인이 되기에는 마이너스적인 요소였다.

데릭 모건 이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마이클 블룸버그가 정치인이 되든 말든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런 지저분한 일이라면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만, 그러면 마이클 블룸버그가 혹시 그 성추행 고소 때문에 스티븐에게 기조연설 자리를 내준 거야?"

"그랬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티븐이 그 일을 빌미로 마이클 블룸버그를 설득했다더군요. 그 일 때문에 스티븐에 대해서 앙심을 품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스티븐이 한 일이 아니었다. 마이클 블룸버그의 회사는 무려 네 차례나 고소당하면서 비판을 았기에 언론이 알아서 부풀린 일이었다.

다만 스티븐의 악명이 워낙에 높아서 가짜 뉴스가 돈 것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말이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이런 분위기를 무시하려고 했는데, 그 상황에서 스티븐이 튀어나오자 결국 적당한 선에서 러난 것이었다.

"흠."

데릭 모건 이사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는 잘만 엮으면 꽤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정말 스티븐의 이번 기조연설만 막으면 될까?"

댄 스티븐 보좌관 역시 자신하지는 못했다.

그도 원래 애플 공매도를 가지고 사건을 지금처럼 키울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이 얽히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민혁 실장이 이리저리 수작을 부리는 동안에 거기에 대응하면서 사태가 점점 커졌다.

심지어 모건 스탠리가 자금을 투자 이유로 축소하면서 그것도 메꾸어야 했다. 하지만 마이크 라이언 이사는 늘 해먹던 수법이라서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스티븐의 귀환과 관련된 동력이 상실되면 마케팅 영향력이 줄어들 겁니다. KM DVR 사태를 생각하면 될 겁니다. 그다음은 우리 입맛대로 계획을 짜면 됩니다. 조작된 애플 CF 광고 사본도 이미 마련한 상황이니, 타이밍만 잘 맞추면 됩니다. 언론 쪽과도 이미 세팅을 맞추어 놓았습니다."

"하긴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곤란하겠지.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알겠습니다."

데릭 모건 이사는 이 일이 실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 일은 단순히 자신만이 하는 일이 아니었다. 에플을 타깃으로 해서 이미 충분한 검토와 확인을 거친 플랜이었다.

***

최민혁은 최근 들어서 자신을 지켜보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초능력이나 염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경호 팀이 그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들 어느 정도 선을 지켜서 두고 보기는 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총기 휴대가 자유로운 미국인 터라 일정 거리 가까이 다가오면 물리력을 행사한다.

그 경우에 피치 못한 주먹다짐이 생길 수가 있었다.

뉴욕 도심에서 일어난 이 격투극은 누구의 승리로 끝났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뉴욕 지역 경찰이 그냥 두고 볼 리가 만무했다.

김명준 과장이 부랴부랴 나섰지만, 이 지역 경찰서장이 제법 꼴통이었다.

최민혁 실장은 실로 어이가 없었다.

그는 자신 때문에 뉴욕 지역 경찰에 잡힌 경호원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가 직접 지역 경찰서로 찾아갔다.

김명준 과장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해서 말입니다."

"다 저를 지키는 제 사람입니다. 당연한 일이에요. 그보다 법무 팀에는 연락했죠?"

"네. 곧 올 겁니다."

"그렇다면 일단 가서 한번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아, 혹시 모르니, 제가 아는 인맥 쪽에도 전화를 돌려 보세요."

"…알겠습니다."

윌버트 리베라 서장은 벨린 투자나 벨린 소프트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싹 무시했다. 그는 뉴욕 지역 경찰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법을 위반한 자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대는 뜻밖에도 반응이 빨랐다.

오전에 잡아들인 범인의 보스라는 인간이 오후 3시경에 나타났다.

지역 경찰서 앞은 시끄러웠다.

보스라는 이가 무려 경호원 12명을 동반한 채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탓에 지역 경찰서 내부가 어수선해졌다.

윌버트 리베라 서장은 오히려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도 때마침 걸려온 전화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네? 국무부요? 아, 아태 차관보시라고요?]

아태 차관보라는 인간은 딱히 그를 협박하거나 압박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찾은 인간이 미국 국익과 꽤 관련이 있다고만 말했다.

심지어 이중국적자라서 국무부 아태차관보인 자신이 끼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성격이 지랄 같아서 건드리면 절대로 물러나지 않는다는 말도 같이 말이다.

윌버트 리베라 서장은 소위 말하는 반골이라서 정 억울하면 워싱턴 포스트에 윗선의 압력을 제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굉장히 애매했다.

아태 차관보는 절대로 자신을 협박하거나, 압력을 넣지는 않았다.

단지 상대가 어떤 인물이고, 앞으로 어떤 짓을 할 수 있는지만 말했다.

[국방부도 그 친구 때문에 지금 괴로워서 말도 못 합니다. 뭐 굳이 자세한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말입니다.]

로비와 관련된 일이다. 그것도 천문학적인 자금이거나 아니면 보안과 관련된 군사 기술 말이다.

[…하고자 하는 말뜻은 잘 알겠습니다.]

[전 국무부 아태 차관보 자격으로 일을 잘 풀어가자는 뜻에서 진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제 조언을 받고 안 받고는 서장님 선택입니다. 다만 그 결과는 순순히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

윌버트 리베라 서장은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그는 이 전화가 공갈 협박인지 한동안 고민했다. 결론은 '아니다'였다.

'빌어먹을 공무원 새끼들!'

그는 결국 입술을 깨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

윌버트 리베라 서장은 반골 중의 반골로 뉴욕 경찰서장 중에도 꽤 악명이 높았다.

그는 뉴욕시장조차 정면에서 들이박아 버릴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시아계 동양인인 최민혁 실장을 앞에 두고는 그럴 수가 없었다.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최민혁 실장님을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천만에요. 저도 이 자리에 오고 싶어서 온 것은 아니니까."

최민혁 실장은 크게 당황해서 힐끗 김명준 과장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김명준 과장 역시 당황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경호원을 빼내기 위해서 윌버트 리베라 서장을 처음 만났을 때는 이런 반응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시끌시끌한 지역 경찰서 내부가 갑자기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경찰서 내에 있는 모든 경찰이 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윌버트 리베라 서장을 쳐다보았다.

"야, 뭐 해? 가서 할 일들 해!!"

"아, 네, 네!"

그제야 다들 자기 일에 빠졌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윌버트 리베라 서장을 향했다. 그들은 미친개 윌버트 리베라 서장이 갑자기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최민혁은 얼마 있지 않아 '아태 차관보' 이야기를 흘러가듯 들었고, 자신이 권력의 맛을 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 월남 파병군이었던 윌버트 리베라 서장이 뉴욕 시장은 받아버릴 수 있지만, 국익에 당장 도움이 될 일까지 차마 무시할 수는 없었다.

특히 군사 보안이 필요할 정도로 중요한 군사 기술이 아군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는 더욱이 최민혁 실장이 지역 경찰에 KM DVR를 증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자 아예 저자세를 취했다.

"…이것 참."

최민혁은 지역 경찰서를 빠져나오면서도 힐끗 입구를 쳐다보았다.

윌버트 리베라 서장은 건물 입구에 나와서도 최민혁 실장에게 인사했다.

최민혁 실장은 이런 일이 익숙하지 않았다.

"…저 서장이 그렇게 과장님을 괴롭혔습니까? 절대로 그런 인물 같지 않아서 하는 말입니다."

김명준 과장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아는 윌버트 서장은 말이 통하는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에이, 김 과장님이 선입견을 품었겠죠."

"절대로 아닙니다."

"뭐 설마 미국 정부에서 편의를 봐줬다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아태 차관보가 굳이 서장에게 전화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그럴까요? 뭐 그렇다고 하죠. 좋은 게 좋은 것이니까.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전 미국 정부와 대립할 생각이 없어요."

"…… 그러시겠죠."

김명준 과장은 혀를 찼다. 그는 경찰서에서 풀려난 경호원을 힐끗 쳐다보았다. 동료가 알아서 그 경호원을 챙겨주었다.

그들은 다들 힐끗힐끗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설마 경호원을 구해주기 위해서 직접 발걸음을 할 줄은, 심지어 미국 국무부에 압력을 넣을 줄은 몰랐다.

실상 전혀 그게 아니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믿었다.

최민혁 실장 역시 조시 로버트 아태차관보를 만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제안이 미국 정부에도 먹혔다는 이야기였다.

'당분간은 미국 정부에 당근을 좀 줘야겠어. 이런 분위기를 잘 활용하면 일이 생각보다는 더 잘 풀릴 것도 같고.'

***

최민혁 실장의 추론은 틀리지 않았다. 벨린 투자와 관련이 있는 정부 관련 조직은 대다수가 최민혁 실장에게 호의적이었다.

이런 효과는 최민혁 실장이 최근 설립한 정보 조직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일단 정보를 얻기가 더 쉬워지고, 접근할 수 있는 정보도 더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그중에 대표적인 곳이 바로 샐로먼 브러더스였다.

샐로먼 브러더스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용하는 세계적인 투자 회사다.

따라서 석유 선물과 같은 선물 투자부터 시작해서 국채와 같은 다양한 아이템에 투자한다.

따라서 이 회사 내부 투자 정보를 다 아는 사람은 핵심 경영진뿐이다.

최민혁 실장이 아무리 정보 조직을 보완했다고 해도 이 샐로먼 브러더스의 투자 규모 전체를 다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최민혁 자신과 관련이 있는 정보는 좀 다르다.

몇몇 제한된 범위 내이기 때문이다.

조성돈 팀장은 특히 미국 정부 기관 쪽에게서 이런저런 암묵적인 도움을 받아서 완성도가 올라간 정보를 취합해서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샐로먼 브러더스가 이상할 정도로 마이클 블룸버그를 조사 중입니다."

최민혁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골치 아픈 일이 많았다. 그는 특히 인공지능 관련 사업과 기존 로드맵을 매핑한다고 머리가 복잡했다.

타임 로드맵이 자신이 한 행동 때문에 바뀌면서 고려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았다.

"그거야 내부 사정이 있겠죠. 그런데 그 사람 정보를 제가 알아야 합니까?"

그는 말하면서도 '마이클 블룸버그'에 대한 전생 기억을 떠올렸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가만, 설마 블룸버그 창립자인 그 마이클 블룸버그를 말하는 겁니까?"

"…네. 그 사람 맞습니다. "

"아, 블룸버그라."

블룸버그는 21세기에 들어서 TV, 인터넷과 같은 미디어 그룹으로 증권 시장, 외환 시장, 정치, 사회, 시사 뉴스까지 다룬다.

그야말로 정보를 다루는 제국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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