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63화 (863/1,021)

#863

한편으로는 자신이 100% 의도해서 한 일이 아니었다.

나름의 발버둥이었다.

그의 전생 웹소설에서 흔히 말하는 최종 보스 역할을 자신이 했다.

결코 자신이 원한 바가 아니었다.

정말 일이 이렇게 커질지는 몰랐다.

아니, 지금 이 순간도 커지고 있었다.

그가 원래 계획한 목표는 아니었다.

그가 원한 것은 CES 전시회 한 번하고, 에플 주가 터뜨리고, 샐로먼 브러더스, 최문경 부회장에게 복수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계속 중간에 끼어든 이해관계 당사자가 있었다.

그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자신은 정말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다만 이전과는 사뭇 다른 요청이라서 호기심도 은근히 생겼다.

그런데 약속 장소가 흔히 말하는 미국 정보기관이 주로 사용하는 은밀한 안가였다.

그 역시 경호원 소대 인력을 데리고 다니지만 찜찜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인수합병이라……."

방산업체 중의 하나인 록웰이 항공우주, 방위산업 분야 매각을 준비 중이었다.

그 대상은 보잉과 맥도널 더글러스사였다.

미국 방산업계 구조 조정의 여파 덕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록웰의 지분 소유주중에는 유럽 국가가 제법 있었다.

미국 국무부에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으음, 사정은 저도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저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만나자고 한 겁니까?"

"최민혁 실장님이 최근 무인 항공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록웰이 매각하려는 방위 분야 중에는 무인 항공기, 인공위성 기술이 있습니다."

최민혁은 황당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미묘한 사업에 결코 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상대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았다.

'아니구나. 무인 항공기 기술 역시 핵심 기술 중의 하나일 테니.'

"제가 그쪽에 관심을 둘 거로 생각합니까?"

"관련성이 있습니다. 설마 모른다고 잡아떼실 겁니까?"

"혹시나 해서 하는 질문인데, 설마 인공지능이 적용된 인공위성 기술을 말하는 겁니까?"

"네. 솔직히 요즘 실장님이 방산업계 인사를 계속 만나는 중 아닙니까. 국방성에서는 넌지시 방산업체 인수합병을 제안한 것으로 압니다."

"그건 대충 짐작하실 텐데요? 전 미국 정부 비위를 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계속 문제가 될 만한 사업 쪽을 건드려 보시더군요. 하시는 말과 행동이 맞지가 않습니다?"

최민혁은 괜한 오해를 더 받고 싶지 않았다.

"제가 원하는 것은 인공지능 기술입니다. 그런데 이 기술이 메이런 프로젝트와 연결이 되어 있어요. 그래서 필요한 부분만 살피는 겁니다."

"그게 그렇게 칼로 자르듯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 말을 믿지 않는군요."

"설마 실장님이 저라면 믿을 겁니까?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입니다. 필요한 기술만 얻고, 슬쩍 한 다리만 걸쳐도 어지간한 정보는 다 얻습니다. 그 정보로 최 실장님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그건 최 실장님이 지금까지 보여준 성과로 증명됩니다."

"그건 오해입니다. 전 일을 크게 키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미국 정부와는 트러블을 절대로 일으키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아니, 설사 그런 의도를 가졌다고 해도 우리 측 이해 관계자는 믿지 않습니다."

"……."

최민혁은 평행선을 그리는 논쟁에 혀를 찼다. 다만 한 편으로 어이가 없었다. 왜 자신을 이렇게 부담스러워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으음, 전 정말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한국의 재벌 3세로 조용히 살고 싶을 뿐입니다."

"……."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와 파르빈라미네즈 국장 두 사람은 한동안 최민혁 실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최민혁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러면 지금까지 한 일은 뭔데!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는 그제야 깊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미국 정부 처지에서는 어차피 방산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그 일부를 최민혁 실장에게 떠넘기려 했다. 다만 중요한 군사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이 그런 제안을 순순히 수긍할 리가 없었다.

결국 미국 국방성과 최민혁 실장의 대립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최민혁 실장은 굳이 방산업체 인수를 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심지어 방산업 라이센스에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가 미국 국내 일이라면 이렇게 최민혁 실장을 만나자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방산업체 자본 중에는 미국외에 유럽 국가 역시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들 사이에 계약 문제가 생각보다는 더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단순히 기업가가 끼어들 덩치가 아니었다.

그래서 사전 점검이 필요했다.

'최민혁 실장이 그런 사실을 모르고 일을 밀어붙인 건가?'

그로서는 그 지향점을 알아야 했다.

다만 그는 최민혁 실장의 눈치를 보다가 잠깐 주의를 환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잠깐 산책은 어떻습니까?"

***

저택은 산타야네즈 밸리 근처에 있는 덴마크 작은 마을에서 불과 30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오가는 차량은 가끔 있었다.

해질녘에는 핑크빛 하늘로 유명했다.

다만 이 주변을 지키는 이들은 검은 정장을 입은 정보기관 요원이었다.

최민혁은 힐끗 저택 주변을 걸으면서 생각에 빠졌다.

상황이 그가 생각한 대로이기는 했다.

그런데 직접 체험한 기분은 썩 좋지가 않았다.

한편으로 자신이 꽤 주의할 인물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들은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역할이니까.

더욱이 김명준 과장은 알게 모르게 그의 뒤를 따르는 중이었다.

솔직히 저들 전부가 덤벼도 김명준 과장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최민혁은 덕분에 감정을 다시 추스를 수 있었다.

그의 표정만 살피던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 차관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민혁 실장님 의도는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최민혁 실장님은 위험한 거래를 하고 계십니다. 만약 정말 의도가 조용히 살고 싶으신 거라면, 그러지 마셨으면 합니다."

최민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지금 미국 정부가 저를 가장 위험한 인물로 꼽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말씀은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무슨 말과 행동을 해도 선입견을 두고 저를 바라볼 텐데요?"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걸 잘 아시는 분이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습니까?"

"이상한 말씀이군요. 제가 정말 이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까? 애초에 시작은 가치가 무궁무진한 메이런 프로젝트였고, 이를 갈취하려고 한 세력이 미국 군산 복합체와 미국 국방성 고위 관료입니다. 뭐 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날로 다 먹으려고 하시면 안 됩니다."

"메이런 프로젝트는……."

"무인 항공기 가치를 잘 알지 않습니까? 설마 이제 와서 모른다고 하실 겁니까?"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도 처음에는 최민혁 실장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데 그는 뒤늦게 최민혁 실장이 지금까지 한 성과를 떠올리고는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설마 메이런 프로젝트의 돌파구를 마련한 겁니까?!!"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가 아는 최민혁 실장은 돈이 안 되는 일을 할 리가 없었다.

이번에도 무인 항공기의 가치를 알아서 뭔가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더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물밑에서 일이 복잡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민혁 실장이 저렇게 말을 할 때는 대답할 수 없는 내막이 있다.

그걸 그가 모르지 않았다.

"…어쩔 생각입니까?"

"그걸 저에게 물어봐야 소용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저를 노리는 세력의 행동에 달려 있으니까. 그들이 누군지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하."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는 이마를 잡고 말았다. 그 역시 최민혁 실장과 그 반대 파벌 사이에 대립과 갈등을 잘 안다. 특히 최민혁 실장이 한 경고 대상자가 샐로먼 브러더스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샐로먼 브러더스가 중국, 유럽, 일본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그 자금에 투자한 세력은 또 여러 곳이고 말이다.

이들이 실상 클린턴 행정부를 지지했다.

이번 재선에서도 말이다.

그는 뒤늦게야 최민혁 실장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최민혁 실장이 선제공격한 적은 없잖아. 다만 당하고만 있지 않을뿐. 그리고 그 대상 중에 하나가…….'

"혹시 재무부에 여전히 유감이 있는 겁니까?"

"…기분이 좋을 리가 없죠. 하지만 그렇다고 재무부를 보복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 능력으로 할 수도 없고 말입니다."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는 최민혁말을 액면 그대로 듣지 않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재무부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거 아무래도 다시 상황을 살펴봐야겠어.'

"……다시 말하지만 전 한국의 재벌 3세로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제 물건을 남에게 갈취당한 채 호구처럼 살 생각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최민혁은 굳이 구체적으로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았다. 자신이 대충 한 말을 상대가 잘 알아들었다는 것을 느꼈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딱이 선만 지킨다면 미국 정부가 적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 같아.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가 로비스트 역할을 다 해준다면 문제가 없겠어. 그렇다면 문제는 역시 샐로먼 브러더스겠군.'

***

데릭 모건 이사 역시 로비스트를 통해서 미국 국방성, 국무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들었다. 특히 최민혁실장과 관련해서는 끊임없는 이슈가 터져 나왔다.

그는 때문에 카스 프리먼 차관을 통해서 밀리아머를 이용한 계획이 시작부터 삐걱거린다는 것을 보고받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만약 애니 인공지능에 대한 자료를 이전에 쉽게 빼돌릴 수 있었다면 이렇게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놓았으니, 당연하겠지.'

사실 최민혁 실장에 관한 조사를 진 행하면서 여기까지 오기는 했다.

원래 집중해야 할 CES 전시회는 그냥 내팽개쳤다.

은밀하게 밀어주는 송도연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창 키우던 스티븐 역시 방류를 해버렸다.

이러니 최민혁 실장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도대체 최민혁 실장이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갈팡질팡하였다.

정작 일을 벌여놓은 일을 제대로 거둬들이지도 않았다.

그 덕분에 최민혁 실장을 더 치열하게 조사한 것이 문제였다.

그나마 KMBOOK 방산업 라이센스정보를 얻고서야 가닥을 잡았고, 메이런 프로젝트 통해서 확신할 수가 있었다.

그것도 추측이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한 모든 것은 다 이 일을 숨기기 위한 미끼였던 거야. 틀림없어.'

당연히 오해다.

최민혁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인공지능 미니 드론을 상용화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았다.

어째 그 고비를 지금은 넘겼지만 말이다.

그는 이 일을 서둘러서 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만약 최민혁도 샐로먼 브러더스 배후 세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대상이 미국 정부일 수도 있었다.

아니, 미국 정부 내의 소수 단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상대가 누구라도 최소한 자신을 지킬 비장의 무기는 있어야 했던 것이다.

데릭 모건 이사는 그런 내막까지는 몰랐다. 그저 근사적으로 추측만 할 뿐이었다.

'이 일을 그냥 놔둘 수가 없어.'

다행이라면 보좌관인 댄 스티븐 부장이 지금까지 조사한 것이 있었다.

"이번 일은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핵심은 이번 CES 전시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CES 전시회를 대하는 태도가 이상해. 당장 그 바트화 투자를 봐도 알 수가 있잖아. 모건 스탠리를 그렇게 괴롭히다가 중간에 손을 뗐다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