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65화 (844/1,021)

#765.

[가족이 가장 우선이다. 그 원칙을 지키거라!]

최민혁도 혀를 내둘렀다. 최용욱 회장의 철학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인생 2회 차인 최민혁은 최용욱 회장의 말을 절실히 느꼈다.

[…네.]

전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최용욱 회장은 손자 최민혁의 행보에 대해서 걱정을 드러냈다. 그 역시 미국 재무부 반응이 걱정스러웠다. 솔직히 한국도 아닌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손자가 잘 처신할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최민혁은 자신만만했다.

[필요하다면 미국 정부를 압박할 다른 대안을 찾으면 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알았다.]

최용욱 회장은 도대체 미국 정부를 압박할 수단이 뭔지 묻고 싶은 질문이 많았지만 통화를 길게 이어가지 않았다.

‘하긴, 민혁 이놈이 보통이 아니지.’

* * *

최민혁은 아침부터 걸려온 최용욱 회장의 전화를 받고 나서는 혀를 찼다. 미국 재무부 만남 이전에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정신없이 여러 계열사 기획안을 검토하느라 매우 바빴다.

지금까지는 방어책만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만남에서 자신이 얻을 것을 챙겨야만 했다.

그런데 생각해 봐도 마땅한 아이템이 없었다.

‘스마트폰은 시간상으로 무리야.’

더욱이 미국 정부가 자신의 눈치를 볼 정도의 수단도 필요했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조커가 없는 듯했다.

‘미래 기술 역시 미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기술은 아냐. 다른 원천기술 역시 협상 대상일 뿐이잖아. 눈에 보이는 과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해.’

최민혁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문득 KM 그룹의 최영란 본부장이 보낸 보고서를 꼼꼼히 살폈다. CMOS 이미지 센서 프로젝트 진행 사안이었다.

딱히 그가 신경을 쓸 부분은 없었다.

그런데 그 보고서 뒤편에 붙은 첨부서는 아니었다.

그는 조성돈 팀장에게 질문했다.

“CCTV라……. 이건 뭐죠?”

“아, CMOS 이미지 프로젝트는 사이즈가 작고, 모바일 형태라서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온 것 같습니다. 대안을 찾고는 있는데, 쉽지가 않다고 합니다. 차선책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모바일 CMOS 컨트롤 로직은 ARN에서도 헤매는 중이었다.

최민혁 실장의 조언을 받아서 쉽게 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랐다.

단순히 논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저전력 소자는 논리가 아니라 경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런데 최민혁조차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지식이 없었다.

‘이지수 박사도 거기까지 판 것은 아니니까.’

이유는 간단했다.

이지수 박사가 많은 영역에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깊이가 얕은 부분도 존재했다.

모바일 저전력 부분이 그것이다.

물론 이지수 박사도 어느 정도 피상적인 것까지는 안다.

그런데 상업적인 스마트폰 저전력 기능에 대해서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이지수 박사가 이 저전력 분야만 전문으로 판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KM 센서 엔지니어도 다른 보험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몇 가지 있다. 그 프로젝트 중의 하나가 가끔 나온 CCTV 장비였다. 이건 CMOS 핸드폰에 비해서 덩치가 커서 실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담당 엔지니어가 이 사업이 가능해서인지 여기에 매달려서 결과를 이끌어냈다.

조성돈 팀장은 최민혁 눈치를 봤다. 혹시라도 그가 실망할까 싶어서다. 그런데 최민혁의 안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이미 이 일을 사전에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가 원한 것은 KM 센서란 계열사가 성장하면서 최문경 부회장을 압박하는 일이었다.

다른 차선책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그가 원한 바였다.

다만 최민혁도 CCTV 장비 자체는 예상했지만, CCTV 업그레이드는 예측 못 했다.

보고서에 대략 나온 내용을 봐서는 아날로그 CCTV 업체와 손을 잡고 일을 제대로 하는 중이었다. 이 업체를 인수하면 CCTV 관련 기반 기술을 쉽게 얻을 수도 있고 말이다.

‘심지어 양산도 문제가 없겠어. 제대로 된 제품은 무리라고 해도 당장 쓸 만한 제품 정도는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렇다면 이야기가 다른데…….’

“이 CCTV 장비 말입니다. 완성도가 어느 정도까지 나온 겁니까? 여기 보고서에는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아요.”

“잠시만요.”

조성돈 팀장 역시 뒤늦게 CCTV 관련 자료를 하나씩 살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의 지적처럼 자세한 내용이 없었다.

기존에 CCTV에 관해서 언급한 내용이 다였다.

“아무래도 CMOS 이미지 사업 쪽에 집중해서 이 사업은 뒤로 미룬 것 같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보고서에 들어와 있지 않습니까?”

“하면 한번 알아볼까요? 하지만 이쪽은 핸드폰 이미지 센서 쪽하고는 완벽히 달라…….”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설마 절 바보로 아는 겁니까? 이미지 센서 쪽 기술은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달랑 한두 달이 아니라 몇 년을 집중해야 나올 만한 물건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업은 좀 다를 수 있습니다. 기간을 단축할 만한 아이템이 있을 수 있어요. KM 센서 기획 팀이라면 다른 대안을 검토했을 겁니다. 어쩌면 이게 그것일 수도 있어요.”

“네? 하지만 최 실장님이 이전에는 일정을 단축하라고 지시를…….”

최민혁은 어이가 없어서 조성돈 팀장을 한동안 물끄러미 째려봤다.

“조 팀장님, 바보입니까? 저로서야 말이 안 되는 지시로 압박해야죠. 그래야 뭔가 나와도 나오니까요. 다만 실무진 입장은 달라요. 제 지시가 말이 안 되는 프로젝트면 적당한 선에서 차선책을 마련해야죠. 지금 이런 결과처럼 말이죠.”

“…….”

조성돈 팀장은 할 말을 잃어서인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최민혁에게 이런 잔소리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벨린 투자의 우영민 부장은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였다. 최민혁의 지적은 타당했다. 그 짧은 기간 안에 결과가 나오면 그게 더 이상했다.

최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만하죠. 일단 이 새로운 CCTV 프로젝트에 대한 현황부터 파악해 보세요. 재무부 미팅 전에 우리가 얻을 것을 챙겨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쓸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이 CCTV 결과가 좋다면, 이게 괜찮을 수도 있어요. 이 성과물이 가치가 있다면, 재무부 미팅 일정을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미국 재무부, 아니, 미국 연방 정부 쪽에 납품할 제품이죠. CCTV 보안 장비는 납품 가격이 생각보다 비쌉니다. 한 대 팔면 꽤 많이 남습니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납품만 생각하면 콜린스도 한 대안이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최민혁은 굳이 자신의 말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왕이면 CCTV 산업 시장 쪽을 한번 조사해 보세요. 그러면 제 말뜻을 알 테니까.”

최민혁은 한 가지를 더 말했다. 그는 물론 이 CCTV를 이용할 다른 수단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단순한 매출 때문이 아니라 이걸 잘만 이용하면 재미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만, 시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도 가능성이 있어.’

* * *

조성돈 팀장도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는 최민혁 실장이 이제까지 허언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는 결국 KM 센서 측에 연락해서 실무진을 상대로 집요하게 조사했다.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KM 센서 측은 이제 막 법인을 세우고, 공장도 설립했다.

직원도 새로 채용하면서 내부를 정리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애초에 CCTV 사업은 응용사업으로 조사의 대상일 뿐이다.

실제로 그 사업을 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진행되었다면, 실무진 측에서 업체를 만나서 연구 개발을 진행했을 것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KM 센서는 지금 어수선하면서도 최민혁 실장의 지시가 최우선이었다.

때문에 조성돈 팀장은 전화로 검토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당장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가 없었다.

일단 지금 바로 뭔가를 발견해야 했다.

또한 조성돈 팀장은 이미 이와 비슷한 시행착오를 KM 전자 내에서 본 적이 있었다.

‘콜린스도 그랬지.’

당시 콜린스에 관한 연구가 제대로 진행된다는 것은 콜린스 연구 팀 외에는 몰랐다.

그나마 최민혁 실장이 콜린스에 대한 것을 찾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상 콜린스 재발견은 초대박이었다.

KM 전자가 환골탈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조성돈 팀장은 인내를 가졌다. 그는 CCTV에 보수적인 KM 센서 임직원의 이야기를 무시한 채 계속 파고 들어갔다.

그러다가 그가 알게 된 사실은 콜린스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최민혁 실장이 원한 것을 찾아냈다.

“…하.”

최민혁의 답은 아주 간단했다.

“당장 한국행 비행기를 예약하세요.”

“하면 재무부 미팅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지금 연락해서 상황에 따라서 일정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하세요. 아마 거부하지는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 * *

CCTV 시장 영역은 생각보다는 더 크다. 7년 후의 기준으로 본다면 무려 CCTV와 엮이는 시장 규모는 무려 135조를 넘는다.

이게 디지털 CCTV의 미래다. 지금은 아날로그 CCTV가 주류인 것을 고려한다면, 상상을 초월한 이익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대기업이 뛰어들기에는 모호한 시장이었다. 그건 디지털 시장 시대가 열려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런 생각은 지금 이 시점에서는 누구도 할 수가 없다.

디지털 CCTV 시장이 올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그건 AD 설계에서 검증팀장을 맡은 이기수 부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가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 것은 역시 CMOS 이미지 테스트 때문이다. 이 작업은 다른 팀에서 진행했는데, 그걸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저게 되나?’

이유는 ARN에서 파견 나온 팀이 삽질을 계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들 딴에는 최민혁 실장의 지시를 믿는지라 나름 가능성이 보인다고 해서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모바일 CMOS 컨트롤 개발 작업은 생각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간간이 잘될 때도 있었다. 이 결과를 KM 그룹에 보고했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었다.

계속해서 잘될 것 같았는데, 다시 실험을 진행하면 실패할 때가 더 많았다.

이유는 이게 PC 같은 전원 시스템이 아니라 모바일 시스템이어서다.

이런 일을 처음 해본 ARN이나 AD 설계 엔지니어는 크게 당황했다.

“어, 이게 왜 안 되지?”

만약 최민혁 실장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힌트라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건 그들 외에는 없었다.

애초에 모바일 시스템이 처음인 터라 답을 찾지를 못했다.

아무리 서로 소통을 해도 말이다.

이기수 부장은 김희수 연구소장에게 문제점을 얘기하면서도 다른 대안을 강구했다.

“저거, 두고 볼 겁니까?”

“어쩔 수가 없잖아. 윗선에서 지시를 내렸으니까.”

“그 윗선이라는 것은 최민혁 실장님을 말하는 것 같은데, 최민혁 실장님도 틀릴 수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잖아. 증거도 당장 없으니까.”

결국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ARN, KM 센서 엔지니어만 갈려 나가는 중이었다.

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은 채 미친 듯이 일을 해야만 했다.

최민혁 실장을 신처럼 믿기 때문이다.

이기수 부장은 생각이 좀 달랐다. 그는 이 문제가 환경이 모바일이기 때문에 생기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굳이 모바일에 집착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이미 기획 단계에서 CCTV와 같은 분야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비모바일이면 상관이 없지 않을까?’

CCTV는 기존의 아날로그 CCTV 대신에 이미지 센서 제어 칩을 직접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CMOS 이미지 센서 논리는 간결해지고, 문제점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든다. 모바일 기능 부분을 꺼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몇 가지 수정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 일이 모바일 CMOS 컨트롤러보다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이기수 부장은 자기 밑에 있는 최태훈 차장에게 지시해서 KM 센서 기획 팀과 사전 조율을 진행했다. 다행이라면 기획 팀 역시 CCTV 기획안이 있었다.

괜찮은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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