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31화 (828/1,021)

#831.

[하,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나마 우리 KM 그룹은 네가 계속 경고한 덕분에 회사 체질 개선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런데 KD 통신이나 KD LCD 사정은 좀 달라.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바로 정리해 버리세요. 그 대운 그룹도 있지 않습니까. 그쪽이라면 얼씨구나 하고 달려들 겁니다.]

[…한번 생각해 보마.]

[그럼 전화를 끊겠습니다.]

* * *

최민혁은 최용욱 회장에게 가장 큰 문제를 지시해 놓고는 다시 고심에 빠졌다. 그 역시 에플 공매도 사태 이후에 솔직히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글로벌 X 리포트를 잘 보면서 대충 짐작할 수는 있었다.

따지고 보면 이번 에플 공매도 싸움은 자금과 자금의 진검 승부다.

승자는 물론 자신이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에플 공매도 이후를 대비할 조치가 필요했다.

단순히 이익을 감추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미 드러난 자신의 행적에 대한 주의를 돌리기 위함이었다.

‘확실히 인공지능 드론이 괜찮아.’

이 아이템은 당장 상업화 자체는 어렵지만 여러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자율 주행과 같은 분야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드론만큼 시선을 돌릴 수 있을 만한 주제도 없다.

일테면 에플 공매도로 주가가 폭락과 폭등을 거듭한 이슈도 간단히 덮을 수가 있었다.

혁신적인 무인 드론 시대.

딱 이 주제만으로 에플 주가 폭등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된다.

‘그렇지. 멋지네.’

최민혁은 자신이 선을 넘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IMF고, 블랙 먼데이는 그다음 문제다.

그는 결국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일단 며칠 전에 본 이지수 박사의 동향부터 살폈다.

혹시 자존심 때문에 말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성돈 팀장은 다행히 필요한 정보를 금방 가지고 왔다.

“뜻밖이네요. 이 박사가 헤매다니.”

“이 박사님이 진행한 드론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센서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진행하는 미니 드론은 이런 군사용 드론과는 다릅니다.”

이지수 박사가 진행한 군사용 드론에는 여러 가지 특수 센서가 들어간다.

당장 전파 탐지 센서가 그 하나다.

레이더는 특정 펄스를 분석해서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판단할 수 있다.

여기에 적외선 탐지 기술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열 적외선을 검출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이었다.

이는 다양한 열 감지 센서를 토대로 동작하게 된다.

또 다른 센서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음향 탐지 기술이다.

소음 주파수를 토대로 감지하는 이 기술은 꽤 유용하다.

하지만 이런 세 가지 센서 기술 외에도 다양한 센서 기술이 있다.

“이지수 박사가 한 드론 프로젝트는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합니다.”

“결국 이번에 보여준 인공지능 미니 드론과는 많이 차이가 있군요.”

“네. 물론 이지수 박사님은 나름 센서별로 따로 구축했다고 하지만 그걸 처리하는 덴 별도로 작업이 필요합니다. 결국, 수정을 해야 하는데, 그 작업도 시간을 제법 잡아먹는 것 같습니다.”

최민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면 음성 인식이나 영상 인식을 통한 작업도 아직 끝나지 않았을 텐데, 생각보다는 버그가 더 많이 생긴다는 말이군요.”

“네. 그나마 동작이라도 하는 것만 해도 놀라운 기술입니다.”

“뭐, 그런 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결과이니까. 하면 다른 대안이 없는 겁니까?”

“방법이 있습니다.”

“아, 우리 조 팀장님이 갑자기 왜 이러나 모르겠어요. 빨리 답을 말해보세요.”

“미 국방성에서 이 프로젝트를 한 전문 인력이 있습니다. 그들의 도움을 얻는다면 좀 더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최민혁은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려면 미국 국방성하고 같이 손잡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할 텐데요?”

그는 미래에 이 무인 드론 프로젝트 결과물을 떠올리고는 곧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미국 국방성이 이렇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민간인과 같이 진행하게 할 것 같지가 않았다.

“으음, 그건 어려울 겁니다.”

“아닙니다. 제가 이지수 박사님을 통해서 연락을 취해봤는데,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 선에서는 좀 힘들 뿐입니다.”

“…설마 미국 재무부를 통해서 압력을 넣으란 말입니까? 그자들이 제 말을 들을 것 같습니까?”

하지만 조성돈 팀장도 한국에 있을 때의 그 소심한 부장이 아니었다.

“글쎄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어차피 재무부에서는 최민혁 실장님을 위험인물로 관리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거기에 무인 드론 기술까지 넣는 게 뭐가 문제가 될까요? 더욱이 마냥 허황된 것도 아닙니다. 당장 이지수 박사가 있으니 말입니다.”

“흠.”

최민혁 실장은 턱을 쓰다듬으면서 잠깐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그가 원한 바는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이 뺀다고 해서 이 일이 그냥 넘어갈 것 같지는 않았다. 당장 클린턴 재선 이후에 미국 하원부터가 자신을 청문회에 불러서 괴롭힐 것 같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미니 인공지능 기술의 속성이다.

‘이건 베끼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파급 효과가 크다는 말이야.’

전생을 잘 아는 자신은 특히 이 미니 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할 방법이 많았다.

그는 그제야 자신을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 조성돈 팀장을 쳐다보았다.

“정말 이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렇게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확신에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 일에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는 이미 이지수 박사와 상의를 해서 확인을 해봤기 때문이다.

이지수 박사가 천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최민혁 실장이 준 미션은 시간제한이 있었다.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기존 인터페이스를 사용했다.

기존 군사용 무인 드론에서 사용한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물론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다 도려냈다.

그렇다고 해서 원래 만들어 둔 인터페이스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수정 코드는 기존 군사용 드론 소스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따라서 두 가지 소스는 얼마든지 결합, 융합해서 쓸 수가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은 이렇게 써먹지 못한다.

오직 이지수 박사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이지수 박사는 테일러 박사와 엮일 것을 염려해서 굳이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다.

조성돈 팀장은 최대한 효율을 뽑기 위해서 이걸 확인했고 말이다.

그는 이지수 박사와 검토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해주었다.

“지금 설명한 것처럼 시간이 그렇게 많이 소요 안 됩니다. 저도 대략 확인한 바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기기나 기술이 이미 있습니다. 다만 그걸 사용하려면 미국 국방성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최민혁은 오히려 지금이라서 이 일이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좋아요. 일단 한번 연락을 잡아보세요.”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조성돈 팀장이 신바람이 난 얼굴로 사무실을 나가고 말았다.

최민혁은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 걸까?’

* * *

조성돈 팀장이 최근 최민혁 실장의 행보에 놀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꼼꼼하게 다 기록했다.

거기다 최민혁 실장이 만난 인맥에 관한 재조사도 진행했고 말이다.

이들의 성향이 어떤지, 가족 구성원이 어떤지 이런 것을 다 조사한 것이었다.

조성돈 팀장의 이런 행보는 일종의 습관이었다.

그는 후일 이런 정보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미국 재무부 부장관인 서머스였다.

서머스 부장관은 최민혁 실장을 노린 사람답게 꽤나 보수적이었다.

이런 성향 때문에 그는 미국 국방성 쪽에도 아는 지인이 제법 있다.

조성돈 팀장이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벨린 투자는 앞으로 미국 군용 무기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 무인 드론 말이다.

물론 이지수 박사 이름을 내세워서다.

[최민혁 실장님이 이지수 박사를 스카우트한 것은 무인 드론에 관한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쪽에 관한 연구도 진행했고, 그 사안은 미국 국방성 측에 알렸습니다.]

[…….]

[물론 이 일이 민감한 일이라는 것은 잘 압니다. 그렇다고 이지수 박사님의 재능을 그냥 덮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

서머스 부장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이 일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몰랐다.

조성돈 팀장 역시 서머스 부장관의 위치를 아주 잘 알았다.

[서머스 부장관님이 이 일과 관련이 없다는 것은 아주 잘 압니다. 그저 도와달라는 부탁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서로 도움이 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우리 벨린 투자는 미국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기회를 주십시오.]

[…연락드리겠습니다.]

* * *

서머스 부장관은 이미 최민혁 실장에게 크게 당한 적이 있어서 조성돈 팀장의 제안을 무시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 배후인 최민혁 실장의 제안 말이다.

그래도 이 일은 재무부가 할 일이 아니었다.

요식적으로 일단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전화를 몇 번 돌리고 난 후에 예상치 못한 대답을 했다.

“이 문제는 서머스 부장관이 한번 알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국방부 쪽에서 부탁했습니다. 윌리엄 국방장관도 북핵 문제 때문에 욕을 많이 듣는 중이에요. 임기 시작 때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무인 드론 문제로 주목받고 싶지 않은 눈치입니다.”

북한의 서울 불바다 설이 나온 이후부터 윌리엄 국방장관의 입장은 좋지 않았다.

윌리엄 국방장관은 그 대안으로 북한 봉쇄와 같은 방식을 고려했다.

이 방식이 좋을 리가 없었다.

결국 북한 정권에 대한 설득이라는 또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핵 사찰이 진행되면서 북핵 문제는 어느 정도 끝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문제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성 내부의 비리 문제를 터뜨릴 수는 없었다.

그 부패 문제도 역시 최민혁 실장과 관련이 있다.

이제 와서 최민혁 실장을 상대하는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 수는 없었다.

재무부가 최민혁 실장 문제를 잘 처리했으니, 이 문제도 잘 처리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서머스 부장관으로서는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그도 한편으로는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을 원활하게 잘 해결하면, 국무부 차관도 한번 노려볼 만했다.

그는 일단 국방성 지인 몇 사람에게 이 인공지능 드론과 관련해서 자문해 봤다.

대부분은 잘 몰랐지만 다행히 아는 이가 있었다. 이 군용 드론 프로젝트는 내부적으로 아직 쉬쉬하면서도 일단 폐기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프로젝트를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무리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가 무인 드론이 몇 번이나 추락한 사건이 있었다.

민가에 무인 드론이 떨어졌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당시는 운이 좋아서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다.

다급하게 언론 몇 곳에 연락해서 이 사고를 급하게 막았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드론을 날리는 거야 어떻게 하지만 드론을 고공에서 유지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였다.

더욱이 인공지능이 이 무인 드론을 제어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미국 국방성이 이 무인 드론을 포기하지 않은 진정한 이유였다.

불가능하다는 말만 나오는 와중에 결국 이지수 박사의 이름이 나왔다.

테일러 박사는 이지수 박사의 이름이 나오자 자신 가문의 힘을 이용해서 그 이름을 다시 버렸다. 그는 대신 이 프로젝트를 계속 질질 끌기만 한 것이었다.

서머스 부장관은 최민혁 실장을 위험인물로 간주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국방성 내부의 부패를 그냥 좌시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테일러 박사의 폭거를 보고받고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아무리 보수적인 견해지만 이건 선을 넘은 행위였다.

“그거 불법 아닙니까?”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한 이는 이 프로젝트 실무를 책임진 자레드 해리스 대령이었다. 그는 윗선의 갑작스러운 지시를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반박했다.

“잘 알면서 그런 질문을 합니까.”

“아니,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재무부 소속인 것을 자랑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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