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24화 (821/1,021)

#824.

정보를 폭로할 수도 있다는 협박이었다.

이종수 사장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문제가 생기면 결국 자신이 혼자 바가지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으음.”

콜린 사이언은 단단히 굳은 표정을 한 채 말해주었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미국과 한국은 동맹입니다. 그래서 원전 기술을 편법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넘기는 것입니다. 그런 점을 잘 이해하면 됩니다.”

“휴우, 알겠습니다.”

이종수 사장은 결국 변호사를 호출해서 계약서에 최종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은 자신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재정경제원에서 진행한 일이다.

그리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건 또 그 윗선이었다.

자신이 이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내가 알기로 샐로먼 브러더스가 가장 유력하다고 알았는데, 그러면 그쪽에서는 이걸 그냥 지켜만 본다는 건가?’

의문이 생겼지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정도 일은 지금 마주한 이가 알아서 할 테니 말이다.

* * *

한전이 발행한 장기 미국 채권은 원래 2억 달러 규모에, 금리가 7% 안팎이었다.

그런데 이 규모가 무려 8억 달로 규모로 훌쩍 늘어났다.

이 채권만 들고 있으면 막대한 이익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한국 언론들은 단 한 줄만 설명하고 넘어갔다.

실상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타이거 펀드의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라도 가볍게 생각할 계약은 아니었다.

콜린 사이먼 수석 펀드 매니저 역시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 정말 이 채권을 최민혁 실장에게 그냥 넘길 생각입니까?”

“그래. 이익이 크지. 그것도 무려 100년 만기가 되는 채권이니까.”

“하면…….”

“하지만 지금 최민혁 실장이 들고 있는 카드는 이보다 더 매력적이야. 자네도 최근 최민혁 실장이 흘린 정보를 알잖아?”

“인공지능 미니 드론 말입니까? 그건 말도 안 되는 기술입니다. 최민혁 실장이 의도적으로 꼼수를 부린 것이 분명합니다.”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까지 최민혁 실장이 이룩한 성과를 봐. 이 인공지능 미니 드론이 단순히 꼼수가 아닐 수도 있어.”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의 최민혁 실장에 대한 평가는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이제까지 한 실적을 놓고 평가한 것이었다.

이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타이거 펀드는 다른 헤지펀드와는 성격이 좀 달랐다. 주식, 채권에 나름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회장님 말씀은 최민혁 실장이 다른 의도가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을 거야.”

“…설마 최민혁 실장이 우리 타이거 펀드를 떠봤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않을까? 배신할 상대라면 지금 딱 뒤통수 치기 좋으니까.”

“하면 최민혁 실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아니, 꼭 그렇지도 않을 거야. 이번 일이 실패한다고 해도 부담은 한국 전력이 지게 될 테니까. 그보다는 자기 뜻대로 움직여 줄 수 있나를 확인하고 싶었을 거야. 지금 하는 것을 봐서는 상대가 샐로먼 브러더스이니까.”

“으음.”

콜린 사이먼 수석 펀드 매니저는 혀를 내둘렀다. 이번 일이 그렇게 복잡한 것인지는 몰랐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재무부 건을 봐도 보통 친구는 아니니까. 이번에 한번 최민혁 실장 능력을 보자고, 어차피 그게 우리에게 이익이야.”

“…네.”

* * *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나름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했다.

수상한 점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 부분에 전문 인력을 다시 배당해서 살폈다.

당연히 조사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도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데릭 모건이 근 1년 가까이 공을 들였던 장기 미국 본드 매입에 실패한 것이었다.

무려 8억 달러 규모였다.

이번 일은 데릭 모건이 샐로먼 브러더스를 부활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한국 전력을 시작으로 해서 남미, 동남아, 심지어 중공까지 노린 것이었다.

더욱이 이번 일은 미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끼어들어서 경고까지 했다.

데릭 모건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는 혹시 미국 하원에 접근한 것 때문에 미국 정부가 빡 돌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는 결국 원전 원천기술 회사까지 조사했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다.

데릭 모건 이사 입장에는 큰일이 난 셈이다.

그는 평소처럼 느긋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킬리언 시몬스 이사를 호출해서 괴롭히기 시작했다.

[킬리언 이사, 지금 회사 사정이 어떤지 알면서 그래?!]

[내가 좋게 말하니, 사람을 호구로 본 거야? 당장 올 중반기 구조조정이 예정되어 있어. 자네는 퇴출 0순위야!]

[도대체 박사 학위가 있으면 뭐 해. 결과가 아무것도 없잖아? 제대로 조사한 결과가 어디 있어?!!!]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천천히 살펴야 한다고 몇 번이나 제안했다.

[이사님, 절대로 이런 식으로 서둘러서 일을 진행하면 안 됩니다!]

데릭 모건 이사는 그의 말을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고등학생도 자네보다는 일 잘해. 정 하기 싫으면 당장 때려치워!!!]

* * *

여러 장의 사진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한 쪽에는 킬리언 시몬스 이사가 수십 명의 임직원들을 괴롭히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분류는 킬리언 시몬스 이사가 데릭 모건 이사에게 욕을 먹는 사진들이었다.

마지막은 샐로먼 브러더스 임직원들이 미친 듯이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샐로먼 브러더스 역사상 전례가 없는 모습이었다.

이 사진을 구해 온 김명준 과장이 혀를 찼다.

“이 일 때문에 지난주만 샐로먼 브러더스를 그만둔 사람이 3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관계가 있어요?”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무서워서 그만뒀다고 합니다.”

데릭 모건 이사의 상태가 그만큼 안 좋다는 의미였다.

최민혁은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간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좋네요. 딱 맞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사진을 힐끗 살피면서 최민혁 실장 눈치를 봤다.

“그런데 이들도 바보가 아닙니다. 이상하다는 것을 알지 않을까요?”

“뭐,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도록 하죠. 인공지능 미니 드론 가지고 좀 더 돌아다녀 보세요. 이왕이면 이번에 초호화 펜트하우스를 판 이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보세요.”

“…알겠습니다.”

* * *

초호화 펜트하우스 원주인을 상대로 한 영업 활동은 효과가 컸다.

입소문이 무진장 빠르게 퍼질 수밖에 없었다.

킬리언 시몬스 이사 역시 당연히 그 소식을 들었고, 그 탓에 이전처럼 꼼꼼하게 자료를 확인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일단 손에 들어온 자료를 가지고 검토를 해야 했다.

물론 그 탓에 그가 원래 목표한 방식대로 일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심지어 해당 자료의 내용은 눈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는 인공지능 미니 드론과 관련된 사진을 보고는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곧바로 샐로먼 브러더스 본사에 복귀한 후에 데릭 모건에게 인공지능 미니 드론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허공을 날고 있는 미니 드론은 놀랍게도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미니 드론과 사람이 서로 이야기까지 했다.

질문하는 이의 얼굴은 패닉에 빠져 있었다.

그는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motherfucking’을 남발하는 것이 그 증거였다. 재무장관이 있는 자리에서 실무진이 욕설을 내뱉을 정도로 상황은 패닉이었다.

연속으로 찍은 사진은 정말이지 동영상과 비슷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UFO 모임에서 일어나는 일 같았다.

하지만 데릭 모건 이사는 이 사진을 보고는 오히려 발끈했다.

“아니, 이 사진만을 보고 지금 인공지능 드론이라는 것을 믿으란 소리야? 그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소리야? 자네는 실리콘 밸리 담당이잖아. 그러면 기술에 대해서 알 것 아니야. 자네 의견을 말해봐!!!”

“…….”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그도 미친 듯이 일을 하다 보니,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아는 상식으로는 ‘이 인공지능 미니 드론은 말이 안 된다’였다.

군사용 드론이라면 그렇다고 치자.

군사용 감시, 정찰 수요는 꽤 있다.

따라서 전투용으로 드론에 대해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퍼부을 수 있다.

이 무선 드론만 있다면, 항법 기술, 열 영상 기술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가 있다.

그런데 지금 사진에 나오는 드론은 그것과는 격이 다른 물건이다.

마치 인간처럼 인식하고, 말하고, 판단하는 새로운 형태의 드론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드론 스스로 판단해서 몸을 숨길 수도 있고, 공격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드론은 당연히 미국 국방성에서 0순위로 원하는 군사 기술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최민혁 실장이 이 일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진 속에는 최민혁 실장이 나온다. 마치 그가 인공지능 미니 드론을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걸 듣는 사람은 샌프란시스코 재무장관과 실무진이고 말이다.

물론 소개를 듣는 당사자들의 사진은 찍혀 있지 않았다.

누군가 최민혁 실장과 인공지능 드론만 교묘하게 편집한 것이었다.

‘사실 이 사진만 보면, 최민혁 실장이 수작을 부렸다고 봐야 하지 않나?’

인공지능 미니 드론 이야기는 너무 허황하여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직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최민혁 실장이 엮인 이상 무조건 부정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인공지능 미니 드론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진척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모호한 추측성 발언.

안 될 수도 있다는 뜻도 내포했다.

데릭 모건 이사도 반박하려다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그 역시 ‘최민혁 실장’ 이름이 나오자 이 일을 그냥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당장 그가 한 일은 최민혁 실장의 과거 이력을 조사하는 것이었고, 이권이 될 만한 일은 어떻게 해서라도 차지했다.

실제로 ARN 지분 일부는 먹었고 말이다.

문제는 KM DVR 사태 이후에 일이 이전처럼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을 노리는 하이에나가 대폭 늘어나서 서로 손을 잡았다.

그들이 한 일은 최민혁 실장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견제였다.

데릭 모건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캘리포니아 재무장관 매트 퐁의 입을 통해서 확인한 사실이라고?”

“그뿐만 아닙니다. 다른 몇 사람도 같이 확인한 내용입니다.”

“최민혁 실장이 제안했고?”

“네. 최민혁 실장과 직접 만나서 확인한 사실이라고 합니다.”

“으음.”

데릭 모건 이사는 고민을 해봤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아는 상식 범주로는 이 일이 될 리가 없었다.

“…정말 지금 기술로 이 인공지능 드론 기술이 가능할까?”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불가능하다가 정확한 답변이었다.

당연히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이성과 사진이 대립했다.

뭐가 옳고 그런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모르겠습니다.”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솔직히 대답하지 못했다. 그 역시 정신을 차리고 난 후에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자신의 판단 능력으로도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가 천재 투자자로 명성이 자자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물리학, 전자공학 박사 학위 소지자였다.

그는 혹시 자신이 잘못 알았나 싶어서 아는 지인 몇 사람에게 연락해 봤다.

대답은 똑같았다.

다들 부정적이었다.

지금 나와 있는 상업용 CPU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있다고 한다면 데스크탑 용인데, 그걸 드론에 적용할 수는 없었다.

‘가능성이 있다면 군사용 드론처럼 사이즈가 커져야 해. 이 사이즈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해. 최민혁 실장이 뭔가 꼼수를 부린 것 같은데…….’

데릭 모건 이사 역시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킬리언 시몬스 이사의 표정이 비관적인 걸 보고 추가로 상대를 압박하지는 않았다.

“좋아. 이게 정말이라고 가정해 보자고. 하면 이 인공지능 미니 드론 기술 중에 어떤 기술을 에플 제품에 적용했다는 건가?”

“…인공지능 기술이 가장 개연성이 높습니다.”

“그게 가능해?”

“다른 것은 어려워도 인공지능은 좀 다릅니다. 아이컴 CPU라면 어느 정도 감당이 될 겁니다. 다만 그 인공지능 기술이 진짜로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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