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19화 (816/1,021)

#819.

최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면 다른 투자자들은 생각이 좀 다르겠군요. 샐로먼 브러더스 같은 애들은 미니 인공지능 드론을 아예 믿지 않으려고 하겠습니다.”

“당연합니다. 샐로먼 브러더스가 아니라도 다른 투자 회사 역시 믿지 않습니다. 모건 스탠리만 해도 최민혁 실장님이라서 고개를 갸웃했을 뿐입니다. 파티에서는 한창 비웃다가 최민혁 실장님이 엮여 있다는 것을 알고는 다들 고개를 갸웃했을 정도입니다.”

스티븐이 비록 파티에 자주 참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맥 관리 차원에서 모임에 나간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습니까?”

최민혁은 내심 짐작한 일이지만 실제로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사건이 일어나자 어이가 없었다. 다만 이번 일로 미국 고위층의 입을 믿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일을 꾸미기에 좋았다.

“그렇다면 대안만 있다면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거죠?”

“가능하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정말 가능하겠습니까?”

“방법을 잘 연구해 봐야죠.”

최민혁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인공지능 미니 드론을 응용할 방법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일의 핵심은 그게 아니었다.

허허실실이다.

다른 투자자와는 달리 샐로먼 브러더스는 자신의 말을 믿어서는 곤란했다. 인공지능 미니 드론이 가짜라고 생각하게끔 하여야 했다.

최민혁은 이 일이 어렵지 않다고 확신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캘리포니아 연기금 같은 자금이 에플에 들어와야 한다는 점이다. 이게 있어야 투자자를 더 끌어올 수 있으니까.

그렇게만 한다면 샐로먼 브러더스와 일반 투자자 대립 구도로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대중의 반응이다.

‘이것은 굳이 대중에게 인공지능 미니 드론에 대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어. CES 전시회에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기술 정도면 충분하니까.’

* * *

최민혁 실장은 일단 스티븐을 통해서 인공지능 드론 가짜 뉴스가 제법 효과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일하기에 앞서서 이지수 박사를 찾아가서 자기 생각을 말했다.

이지수 박사는 최민혁 실장의 제안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지했다.

“결국 CES 전시회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만 나오는 아이템이면 된다는 말이군요. 들어가는 비용은 전혀 상관이 없고요?”

“네. 초고가의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해도 됩니다. 필요하다면 특수 배터리를 이용해도 됩니다. SF 영화에서 보일 수 있는 효과만 구현 가능하면 됩니다.”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 일에 인력을 집중하면 될 겁니다. 하지만 일을 그렇게 할 필요가 있어요?”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저도 일을 이렇게 극단적으로 하기는 싫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입니다. 만약을 위한 보험이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알았어요. 그 일은 제가 한번 해볼게요. 어차피 과거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다양한 업체와 협업한 적이 있어요. 다만 미국 국방성 쪽에도 사전에 이야기를 해둬야 합니다.”

최민혁은 안 그래도 미국 보안 문제와 자신이 엮여 있는 사실을 알기에 ‘미국 국방성’ 이야기 나오자 몸을 움찔 떨었다.

“…꼭 미국 국방성 측에 알려야 합니까?”

이지수 박사는 피식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그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미묘한 분위기인데 건수가 잡혀서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다만 그는 곧 생각을 바꾸었다.

어차피 미국 정부와 대립하더라도 출구 전략을 구사해야 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어차피 무인 드론 개발은 미국 국방성에서 할 테니까.’

최민혁은 차라리 이 문제를 이용해서 미국 정부와 딜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일은 어디까지나 보험용이다.

그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했다.

이지수 박사는 이런 최민혁 마음을 잘 몰랐다.

“어차피 이 일은 미국 국방성 문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으니까. 단순히 지켜보는 선에서 끝낼 겁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최민혁은 왠지 찜찜하기는 했지만 이지수 박사의 계획대로 따랐다. 어차피 미국 국방성의 능력이라면 사전에 정보를 알 일이다.

괜히 그들에게 정보를 숨겼다고 오해받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실제로 인공지능 미니 드론은 문제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특수한 목적으로 5~6대 만드는 거야 가능하지만 대량 생산 자체가 불가능했다. 아니, 어쩌면 가능할지라도 최악이 경우 대당 100억을 넘어갈 물건을 쓸데가 없었다.

‘…확실히 군사용이라면 상황이 좀 달라. 단가를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건 나중에 한 번 생각을 해봐야겠어.’

물론 이런 내심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잘 부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지수 박사는 따스한 눈으로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 * *

최민혁은 이지수 박사를 통해서 자신이 하려는 일이 순탄하게 잘 진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당연히 이유는 있다.

그 역시 일이 순탄하게 흘러가도록 최대한 지원할 생각이었다. 때문에 이 일을 굳이 모건 스탠리 통해서 정보를 흘리려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이왕이면 운 좋게 정보를 얻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잖아. 그렇다면…….’

그 대상은 KM 센서의 이기수 기획실장이다.

최민혁 실장은 일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조성돈 팀장을 한국으로 보내서 이기수 기획실장을 만나도록 했다.

조성돈 팀장은 단순히 그만을 따로 만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의 지시대로 KM DVR실 인원 전체를 불러서 새로운 아이템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로 인공지능 미니 드론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접한 KM DVR실 임직원은 뒤집어졌다.

그들은 SF 공상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물건을 직접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간단한 데모도 있었다.

딱 5분이었다.

조성돈 팀장 역시 인공지능 미니 드론의 한계를 잘 알기에 그 이상은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회의실을 한 번 돌면서 보여준 인공지능 미니 드론에 다들 패닉에 빠졌다.

이기수 기획실장이 큰 충격을 받았을 정도이니, 나머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조성돈 팀장은 어색한 상황에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최민혁 실장 밑에 있다 보니, 이제는 이런 연기도 자연스러웠다.

그는 그런 중에도 최민수의 눈치를 계속 봤다. 다행히 그는 자신의 의도를 모르는 것 같았다.

“……!”

이중 첩자 역할을 하는 최민수는 패닉에 빠져서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어,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단순히 그냥 미니 드론만 있어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알아보고, 대화도 가능하면, 심지어 생각마저 할 수 있는 드론이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첫째 큰아버지가 그래서 부탁했구나.’

* * *

최민수는 업무가 끝나기가 무섭게 권재홍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확인이 끝나기가 무섭게 KM 그룹 부회장실을 찾았다.

부회장실 안에는 최문경 부회장, 권재홍 비서실장뿐만 아니라 비서실 실무진 역시 이미 같이 대기한 상태였다.

아니, 그들 중에는 KM 산업 내에서 최문경 부회장 측 전문가도 있었다.

최민수는 자신이 본 것을 가감 없이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는 보고서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드론이 혼자 날면서 사람과 대화하는 장면은 보고도 잘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SF 영화 속에서나…….”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야기는 들떴다.

당연히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그 내용은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 설명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일단 이 자리에 참석한 엔지니어 전문가는 바로 반문을 제시했다.

“혹시 마약을 한 것은 아니겠죠?”

“저, 절대로 아닙니다!”

“아니 스스로 생각해 보고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미니 드론이 어떻게 사람을 인식하고, 말도 하며, 원격 제어까지 가능합니까?”

“그거야…….”

최민수도 뒤늦게야 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결국 버벅거렸다.

그가 한 이야기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권재홍 비서실장은 최민수가 과거 마약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최민수를 쳐다보았다.

최민수는 미칠 것만 같아서 가슴을 탁탁 쳤다.

“이건 저만 본 것이 아닙니다. KM DVR실 임직원들은 다 봤습니다. 그쪽에 아는 지인이 있다면, 전화를 걸어서 확인만 하면 됩니다!!!”

최문경 부회장은 썩 마음에 든 얼굴은 아니지만, 혹시 몰라서 권재홍 비서실장에게 턱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권재홍 비서실장은 만약을 위해서 만든 다른 채널을 통해서 최민수 이야기를 확인했다. 그런데 최민수의 이야기는 진실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민수의 이야기에 반발한 이가 기술 전문가로 초빙한 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 미니 드론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것을 떠나서 음성 인식이 된다고 하죠. 그러면 비교 데이터를 드론 시스템 안에 저장해야 합니다. 근데 대체 무슨 수로 저장한다는 말입니까?!”

당장 낸드 메모리가 있기는 했지만 낸드 메모리 용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거기에 더 큰 문제는 동영상 처리다. 모바일 CPU로 이 동영상 데이터를 받아서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걸 바탕으로 이리저리 상황을 꿰맞춰 봐도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말도 안 됩니다. 틀림없이 뭔가 속임수가 있습니다. 최문경 부회장님 뒤통수를 치려고 수작을 부린 것이 분명합니다!”

“흠.”

최문경 부회장은 크게 당황했다. 그는 힐끗 최민수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최민수의 표정이 이상했다. 그도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인공지능 미니 드론에 대해서 의심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회의실에서 인공지능 미니 드론을 직접 확인했다.

‘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최문경 부회장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자리 좀 비워주지, 권 실장 자네만 좀 자리에 남아.”

“…네.”

권재홍 비서실장은 다른 이들이 자리를 비우자 조심스럽게 말했다.

“뭔가 좀 이상합니다.”

최문경 부회장은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마. 화가 나니까.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어. 난 이번 일에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일테면 민혁이 그놈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린 것 같아. 다만 그 의도를 잘 모르겠어.”

“최민수가 첩자였다는 것을 알았다는 말입니까?”

“그놈이 바보가 아닌데, 모를 수가 없잖아.”

이 부분은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여서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 인공지능 미니 드론은 진짜라는 말씀입니까?”

최문경 부회장은 조금 전에 초빙한 전문가 이야기를 떠올렸다.

“지금 기술로 인공지능 미니 드론이 가능하기나 할까? 아무리 봐도 불가능해. 그러니 민혁이 그놈이 수작을 부린 것이 분명해.”

하지만 권재홍 비서실장은 최민수 외에 다른 채널을 통해서 진실을 확인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KM 그룹 내에서 괜찮은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았다.

그런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최문경 부회장도 두 달 전이라면 의욕을 가지고 이번 일을 파헤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인공지능 미니 드론의 출처를 떠올렸다. 국내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그렇다고 굳이 국내에서 파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제임스 러너 이사와 약속을 잡게.”

“괜찮을까요? 그쪽에서 지난 일 때문에 반발이…….”

“그래서 약속 잡으란 거야. 계속 지금과 같은 냉각기로 갈 수는 없으니까. 우리 적은 최민혁 그놈이라는 것을 잊지 마.”

“…알겠습니다.”

* * *

제임스 러너 이사는 최문경 부회장과 대립한 후에 그쪽 일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필요하다면 다른 대리인을 보냈다.

아이러니한 점은 최문경 부회장을 멀리한 이후에 일이 제법 잘 풀렸다.

샐로먼 브러더스 본사 측에서 무려 10억 달러 가까운 자금을 추가로 보냈다.

주로 국내 주식을 더 사들이라는 뜻이다.

‘특히 KM 전자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