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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03화 (800/1,021)

#803.

그들에게도, 자신의 배후에도 지분을 알아서 분배한다면 딱히 불만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욕심을 낸다면 지분 매입자를 슬쩍 공개해도 될 테니까.

마이크 라이언 이사가 아쉬운 점은 자신이 최민혁 실장을 상대로 별다른 압박을 넣지 못했다는 것이다.

“맞아, 그렇지. 역시 자네다워!”

그는 의외로 스탠리 로버트 이사를 칭찬했다.

하지만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그다지 좋은 얼굴이 아니었다.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는 마이크 라이언 이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굳이 문제를 키우지 않았다면 일을 이렇게 풀어갈 이유도 없었다.

‘계약을 이따위로 하다니.’

ARN 지분 10%를 사들이는 데 무려 4억 달러라니.

물론 ARN의 미래 가치는 놀라울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최민혁 실장과 협상을 잘 풀어가면 얼마든지 좋은 가격에 매입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근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내심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마이크 라이언 이사 표정이 냉랭해졌다.

“스탠리 이사, 따로 할 말이 있어?!”

“아, 아닙니다.”

“쯧, 자네는 매사에 그렇게 줏대가 없어서 큰일이야. 이번 실적을 고려해서 더는 언급하지 않겠네. 마무리를 잘 부탁해. 나머지 일은 이사회에서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탠리 로버트 이사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 * *

지금까지 계약을 질질 끌면서 검토한 것과는 달리 ARN 지분 인수 계약은 생각보다 순탄하고, 아주 빠르게 잘 진행되었다.

쭉쭉 가면서 사소한 문제는 그냥 그냥 다 넘어갔다.

모건 스탠리 이사회에서도 말이 나올 만도 한데, 의외로 태클 거는 이들은 없었다.

[재무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에도 한번 이야기는 해두지!]

그렇게 지켜보기만 하던 모건 스탠리 이사회는 마치 서로 판을 짜기라도 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이었다.

내무 정리를 끝낸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다시 제임스 워커에게 로비를 부탁했다.

“…장난하는 겁니까? 이제까지 재무부를 이용해서 압력을 넣으라고 하고서는 갑자기 했던 모든 활동을 없애달라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상황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니, 난 그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 재부가 당신이 기라면, 기고, 뛰라면, 뛰는 단체인 줄 압니까? 솔직히 당신네 모건 스탠리를 갈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압니다. 하지만 상황이 좀 여의치 않다고 말했지 않습니까.”

“아니, 그러니까 전 그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제임스 워커의 반발은 꽤 심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미국 하원에서 시작된 이번 재무부 내의 일은 몇 사람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그 역시 꽤 많은 이들을 만나서 중재해야 했다.

“이번 일은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상황에 변화가 생기면 바로 연락 주기 바랍니다.”

제임스 워커가 살짝 반발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의 걱정과는 달리 재무부 내부는 의외로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겉으로 봐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이 하나둘씩 작업한 것들이 비로소 힘을 발휘한 결과였다.

특히 추가로 지역 경찰에 넘어간 KM DVR이 생각보다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KM DVR 덕분에 미결로 끝난 수백 개의 여러 가지 사건이 다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샌프란시스코 지역 사회에서는 최민혁의 인기가 생각보다는 더 대단했다.

미국 언론 역시 후속 취재를 통해서 최민혁 실장의 인기를 더 키웠다.

최민혁 실장이 로비한 미국 언론이 힘을 발휘한 것이었다.

다만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ARN 지분 가격이었다.

무려 20% 지분의 가치가 모건 스탠리 쪽에 4억 달러, 그리고 펀드 쪽에 6억 달러로 세후 10억 달러에 달했다.

게다가 오성 전자 역시 5% 지분을 5억 달러에 매입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지분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성 전자의 권태성 실장은 이 일을 추진하면서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미 안건민 회장이 윗선에서 잠정적인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앞으로 있을 최민혁 실장과의 여러 가지 협상에 대한 사전 티켓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결국 최민혁은 ARN 지분 25%를 무려 15억 달러에 팔아치운 것이었다.

그것도 세후 가격에 말이다.

이건 당연히 미국 언론에서도 집중 조명할 일이었다.

[최민혁 실장, ARN 지분 25%를 15억 달러에 모건 스탠리와 오성 전자에 매각하다!]

이 뉴스는 당연히 미국 메이저 언론에서 앞다투어 다루었다.

ARN은 아직 매출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회사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에플 뉴턴 이후로 손실만 잔뜩 봤고 말이다.

다들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그냥 정말 갑툭튀로 툭 튀어나와서 다들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ARN도 불투명했지만, 최민혁 실장의 행보 역시 만만치 않았다.

거기에 모건 스탠리 역시 입을 다물었다.

더 황당한 것은 모건 스탠리에 투자한 투자자들 역시 다들 침묵했다는 사실이다.

오성 전자 역시 언론 취재에 그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 언론은 미국 언론보다 더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특히 오성 전자가 ARN 지분 5%를 5억 달러에 매입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했다.

내막을 잘 모르는 그들로서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역시 최문경 부회장이었다. 그는 가족과 식사하러 평창동 최용욱 회장의 저택으로 가는 중에 이 사실을 알았다.

그는 차량 안에서 권재홍 비서실장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자세히 알아보고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정말 몰랐어?”

“오성 전자와 모건 스탠리 일이라서 그쪽은 잘 몰랐습니다.”

만약 DL 그룹 쪽 일이라면 상황이 좀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오성 전자는 최근 사장단 회의가 몇 번 열리면서 내부적으로 어수선했다. 심지어 미국 내에서 진행되는 일이라서 알 수가 없었다.

“하면 장승일 실장 그놈은?”

권재홍 비서실장은 바로 비서실에 전화해서 다급하게 정보를 확인했다.

다행히 정보는 바로 얻을 수가 있었다.

“기획 조정실 역시 어수선하다고 합니다. 아마 회장님도 아직 보고를 안 받은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최문경 부회장은 그제야 눈살을 찌푸렸다. 최민혁이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했다면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는 때문에 오늘 가족 모임에서 아버지 뜻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뒤늦게야 최민혁을 떠올리다가 오늘 식사 시간에 올 한 사람을 기억해 냈다.

“참 막내 제수씨도 오늘 식사 시간에 오는 거야?”

“그런 것으로 보고받았습니다.”

“쯧.”

최문경 부회장은 영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는 장녀 최영란 본부장에게도 구박을 받는 상황이었다. 짜증스럽기만 했다.

‘이거 안 되겠어. 뭔가 수단을 취해야겠어.’

“가만, 민수 그놈도 오늘 오지?”

권재홍 비서실장은 혹시나 싶어서 전화로 확인했다.

“다행히 오늘 식사 시간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그놈은 요즘 뭐 해?”

“집에서 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녀석, DL 그룹의 김현탁 사장이 알아서 챙겨주지 않았어?”

“회사에서 적응을 못 해서 그만둔 것으로 압니다.”

“쯧.”

최문경 부회장은 그제야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잘만 하면 방법이 생길 것 같았다.

‘KM 센서에 일단 그놈을 밀어 넣으면 될 것 같아. 그렇게만 된다면, 대안이 생길 수도 있어. 지금은 민혁 그놈이 없으니, 잘만 머리를 굴리면 될 것 같은데…….’

* * *

정미선은 오늘도 가족 모임 자리에 가기 위해서 밖으로 나오면서 부담을 느꼈다. 그녀는 지금 정식 막내며느리 대우를 받고 있었기에 딱히 위치가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집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할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들 최민혁과 관련된 소식을 떠올렸다.

15억 달러에 ARN 지분 25%를 모건 스탠리와 오성 전자에 팔아치웠다는 뉴스였다.

그녀도 한편으로 어이가 없었다. 아들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았다. 그런데 미국에서 벌이는 일은 단순히 놀랍다는 말로도 설명이 부족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최민혁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별일 없으시죠?]

[어, 난 그냥 그렇지. 우리 아들은 늘 바쁜 것 같아. 네 뉴스 봤다.]

[아, ARN 지분 매각 소식을 들었군요.]

[그것 때문에 말이 많은 것 같아. 내가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아홉 시 뉴스에서도 계속 그 내용을 언급하니까.]

[뭐, 그렇죠. 사실 좀 복잡한 문제가 있어서 말하자면 사연이 길어요.]

[그래? 우리 아들에게 한번 이야기를 들어볼 수 없을까?]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엄마 부탁이라면 이야기를 해줘야죠.]

[언제 한국에 올 거니?]

[글쎄요. 흠, 사실 지금 한국에 잠깐 와 있기는 한데, 시간 내볼까요?]

[어, 그래? 아니, 그러면 왜 연락을 안 했어?]

[오성 전자 측과 만나서 몇 가지 사안을 추가로 작성해야 하는데, 미국 쪽에도 일이 남아 있어서 바로 가야 합니다. 그래서 연락을 못 드렸어요.]

정확히는 미국 재무부 쪽의 미팅이었다.

[어머, 잘됐다. 안 그래도 아버님에게 인사를 드려야지.]

최민혁은 잠깐 고민하다가 식사 자리에 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어머니 일도 있고, 최문경 부회장에 대한 상황도 검사해야 하니까.

[알겠어요. 전 평창동으로 바로 갈게요. 아, 혹시 우리 첫째 큰아버지 분위기는 어때요? 엄마에게 행패를 부리지는 않아요?]

[어머, 그런 적 없다.]

[그래요? 알았어요.]

최민혁도 별생각이 없었다. 정미선 혼자 가족 식사 시간에 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기왕 얘기가 나온 김에 그 자리에 자신도 참석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그는 곰곰이 머리를 굴렸다. 최문경 부회장을 어떻게 건드릴지 말이다. 그리고 최용욱 회장에 관한 확인도 필요했다.

‘한 번쯤은 우리 첫째 큰아버지가 스스로 자기 위치를 깨닫도록 해줘야지 텃세를 못 부릴 테니까. 그리고 이왕이면 잘 자극해서 무리수를 두게 하는 것도 필요하지. 할아버지도 이전과는 태도가 많이 달라진 것 같으니까.’

* * *

최문경 부회장은 평창동 저택 안에 들어가서 이미 식사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 중에 최동영 상무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거 봤냐?”

신문 일 면에 대문짝만하게 나온 이는 다름 아닌 최민혁 실장의 모습이었다.

이지수 박사와 헬렌을 양옆에 거느린 채 걷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솔직히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였다.

“…쯧.”

최동영 상무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옆자리에 앉은 와이프 조희정의 눈치를 봤다. 겉으로 봐서는 티가 잘 나지 않았다.

다만 분위기를 봐서는 뭔가 마음에 안 드는 얼굴이었다.

다름 아닌 질투 때문이었다.

최훈열 전무의 아내 김여정은 이 상황이 짜증스러웠다.

“꼭 식사 자리에 그런 이야기를 하셔야 합니까?!”

최문경 부회장은 이미 계획해 둔 일이어서 짜증스러웠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다.

“제가 제수씨에게 한 말은 아닙니다.”

“그러면 굳이 신문까지 들고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나요? 아홉 시 뉴스만 틀어도 지긋지긋하게 그 내용이 나와요!”

최민혁에 의해 감방에 간 남편 최훈열 전무 때문에 김여정의 말은 곱지가 않았다. 그녀는 최민혁 실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짜증이 났다.

안 그래도 최민혁 때문에 기가 팍 죽은 최민수는 아예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는 솔직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나선 이는 최문경 부회장의 차녀 최지연이었다.

“민혁이 정말 대단하다. 솔직히 난 봐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아버지는 계속 그런 식으로 질투만 하지 말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아요?”

“지금 네가 그런 말을 꼭 해야겠느냐?”

“아빠는 왜 그렇게 민혁이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는지 모르겠어요.”

“난 그런 적 없다.”

최지연 역시 쌓인 것이 많아서인지 최문경 부회장을 계속 긁었다.

“아빠는 솔직하지 못한 것도 문제예요. 제발 그러지 좀 마세요.”

“지금은 그런 이야기 말거라.”

하지만 최지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최문경 부회장의 심사를 계속 건드려 댔다.

“지금도 질투심 때문에 미쳐서 난리를 치잖아요. 그게 큰아버지로서 할 태도예요?”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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