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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42화 (742/1,021)

#742.

하지만 이 정보를 안 일본 대기업 고객사는 시즈벨을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미쓰비시 역시 시즈벨의 고객 중의 하나다.

결국 다른 일본 대기업이 시즈벨을 좋은 눈으로 볼 리가 없다.

앞으로 협상이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과연 그런 손실을 감안하면서 최민혁 실장과 손을 잡은 것은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는 피식 웃으면서 집게손가락으로 패트릭 호프만 이사의 이마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패트릭 호프만 이사는 그 충격에 뒤로 밀려나면서 이를 갈았다.

“야, 제이미, 너 미쳤어?!”

“글쎄, 정신 나간 놈은 당신이 아닐까? 그거 다 네놈만의 추측일 뿐이야. 그럴 일은 생길 수가 없어. 당장 내 사무실에서 꺼져!!”

“후회할 거야!”

악당이 남길 만한 대사를 남긴 후에 패트릭 호프만 이사는 사무실을 나섰다.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아무래도 확인을 해봐야겠어. 자칫하다가는 최민혁 실장한테 오해를 살지도 몰라.’

* * *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는 패트릭 이사의 말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그는 이번 일을 가브리엘 아담스 대표이사에게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아니, 그녀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저녁을 사무실에서 주문한 음식으로 때울 때 가브리엘 아담스 대표이사가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녀는 평소와는 달리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일은 잘 끝났습니까?”

“네. 그런대로. 그런데 패트릭 이사는 왜 미친놈처럼 설치는 겁니까?”

그녀는 평소와는 달리 잠시 머뭇거렸다. 내심 갈등했다. 사실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에게 이야기해야 하는 내용이 있지만, 최민혁 실장과의 일 때문에 머뭇거리다가 대충 둘러댔다.

“자세한 내막을 몰라서 그런 겁니다. 이사회 내에서도 몇 사람만이 알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말이 좀 많습니다. 아, 최민혁 실장의 능력은 잘 압니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사실 시즈벨과 최민혁 실장은 서로 손을 잡기 힘든 이익 구조다.

둘이 추구하는 방향이 원천특허에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아담스 대표이사는 이런 원론적인 문제를 걸고넘어졌다.

하지만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의 생각은 좀 달랐다.

“지금 우리가 최민혁 실장과 손을 잡아서 일방적으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합니까?”

“그건 아닙니다. 이익을 봤습니다. 하지만 굳이 손에 들어온 MPEG-2 원천특허를 최민혁 실장에게 넘겨야…….”

그는 손을 들어서 그녀 말을 막았다.

“어차피 최민혁 실장과 계약해서 진행한 일입니다. 설마 계약서 사항을 위반해서 최민혁 실장의 뒤통수를 치라는 말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일을 효율적으로 풀어갈 수는 있습니다. 계약과는 관련이 없는 MPEG-2 원천기술을 따로 확보할 수도 있고요.”

MPEG-2 특허의 포트폴리오는 비디오 코딩, 해독, 암호화를 포함해서 다양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핵심 특허를 제외한 나머지 특허는 사실 돈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은 사각의 특허도 존재한다.

가브리엘 아담스가 말하는 것은 계약의 외각에 존재하는 특허였다.

가브리엘 아담스 대표이사는 MPEG-2 특허에 대해서 아쉬워했다. 물론 이 정보는 최민혁 실장이 내놓은 것에 기반을 뒀다.

그녀도 양심이 있는 이상 무리수를 둘 수는 없었던 것이다.

만약 최민혁 실장 뒤통수를 치게 되면 앞으로 일을 같이하기 힘든 것도 문제지만 뒤끝이 장난 아닌 최민혁 실장에게 보복을 당할 것이다.

그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MPEG-2 특허에 갈망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하지만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까지 최민혁 실장이 확보한 원천특허가 몇 가지인 줄 아십니까? 당장 CDMA 원천특허 태반을 손에 쥔 사람이 최민혁 실장입니다. 아니, 그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애니와 관련된 인공지능 특허는 어떻게 할 겁니까? 그 특허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까?!!”

“…….”

가브리엘 아담스 대표이사는 입을 쿡 다물고 말았다. 솔직히 인공 지능 관련 기술은 시즈벨에서도 이제 겨우 조사를 시작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인공지능 관련 특허는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았다.

특히 이지수 박사가 고안한 애니 관련 인공지능 특허는 아예 새로운 세상이었다.

시즈벨에서 이 원천특허를 욕심내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차라리 최민혁 실장과 손을 끊는 한이 있더라도 이 특허에 관심을 기울이자고 이야기하는 이가 시즈벨 이사회에서 나왔다.

가브리엘 아담스 대표이사도 이런 방식을 취할 때의 리스크를 잘 알았다.

“후유.”

그녀도 골치가 아픈지 이마를 잡았다.

흥분한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는 가브리엘 아담스 대표이사에게 경고했다.

“이제는 최민혁 실장과 대립하기보다는 그와 손을 잡고 이익을 더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만약 최민혁 실장과 척을 졌을 때 우리 시즈벨이 제대로 존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존립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갈 것이 뻔했다.

최민혁이 시즈벨을 망가뜨릴 방법으로 시즈벨이 가지고 있는 특허에 대항하는 특허를 막 찍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아담스 대표이사는 굳은 얼굴을 한 채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도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검토했다.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는 가브리엘 아담스의 표정을 보고서야 그제야 안도했다.

“지금은 좀 늦었습니다. 최민혁 실장이 가진 특허에 욕심이 나나 본데, 싸워서 이길 상대가 아닙니다. 전 가브리엘 대표이사님이라면 이사회도 알아서 잘 관리할 거로 생각합니다!!”

냉랭한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의 말에 가브리엘 아담스 대표이사는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다가 결국 한마디만 남긴 후에 사무실을 나서고 말았다.

“지금은 제가 약속이 있어서 더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그 부분은 따로 이야기하죠.”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가브리엘 아담스 대표이사의 모습이 평소 같지 않았다. 그가 알기로 그녀는 저런 사람이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마이클 리트는 그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은 얼굴이었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우리 시즈벨에게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는 쓰게 웃고 말았다. 그 역시 모토롤라 협상이나 미쓰비시 협상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 역시 욕망을 자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과 이야기를 할 때는 특히 더 주체하기 힘들었다. 탐욕은 쉽게 떨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우리가 욕심을 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최민혁 실장이 만든 큰 그림이야. 그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지도 못했어!”

그 역시 욕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코다 도시히로 이사를 비롯한 원천특허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난 후에 말이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과 척을 져서는 곤란해.’

다만 이보다 염려가 되는 것은 시즈벨 내부 사안이었다.

패트릭 호프만 이사와 가브리엘 아담스 대표이사 모습이 평소와는 너무 달랐다.

‘아무래도 한번 알아봐야겠어. 괜한 걱정일지 모르겠지만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만약 최민혁 실장이 내부 사정을 안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어. 그 전에 확인해야 해!’

* * *

최민혁도 딱히 시즈벨의 배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도 MPEG-2 원천특허에 욕심을 냈다.

심지어 지금 진행하는 일을 보류한 채 이 일에 매달렸다.

당장 에플 공매도, CES 전시회, 아이컴을 비롯해서 산적한 일이 많아도 말이다.

실제로 스티븐에게서 자주 연락이 왔다.

[요즘 통 연락이 없으십니다.]

[아, 좀 다른 일이 있습니다.]

[이상하군요. 지금 최민혁 실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이번 CES 전시회 아닙니까. 특히 애니 성능이 중요할 것 아닙니까. 아무리 애니 성능이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해도 확인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래야 하는데, 지금 더 급한 일이 있어서요. 지금 하는 일은 이 시기를 놓치면 하기 힘든 일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으음, 그만큼 급한 일이란 말씀이군요.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현재까지 크게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습니다. 송도연 씨 리허설 준비도 어느 정도 안정권에 도달했습니다.]

[다행이군요. 제가 신경을 쓰지 못해도 스티븐이 알아서 좀 해주십시오.]

[이지수 박사님 같은 분을 스카우트했는데, 제가 더 이상 요구하기는 좀 그렇죠. 굳이 지금 잔소리를 한 것은 최민혁 실장님이 여전히 에플 대주주이기에 했을 뿐입니다.]

[네.]

최민혁은 스티븐의 푸념을 들으면서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런데 연락은 스티븐만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송도연이었다.

[실장 오빠, 정말 너무한 것 아니에요. 아예 전화 한 번 하지 않네요!]

[아, 미안, 그런데 내가 윌리엄 고디 실장에게 듣기로 도연이가 잘하고 있다고 해서.]

[에이, 윌리엄 고디 실장하고 최민혁 오빠하고 같은가요? 정말 너무한 것 아니에요?!!]

행패를 부리는 송도연은 꽤 외로운 것 같았다. 애정 결핍증 현상이 보였다. 사실 미국에 갑자기 와서 혼자 리허설 준비를 하는 중이니, 그녀로서는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더욱이 이번 CES 공연은 TV를 통해서 중계되기로 되어 있었다.

스티븐과 모타운 레코드가 그만큼 신경을 썼다는 의미였다.

따라서 리허설은 생각보다 빡빡하게 돌아갔다.

그런데 최민혁을 쪼는 이는 두 사람이 다가 아니었다.

최영란 본부장 역시 두 사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최민혁을 괴롭혔다.

[민혁아, 정말 너무한 것 아냐?]

[미안, 바빴어.]

[미녀 마사지사에게 초호화 펜트하우스에서 마사지 받는다고 바빴어?]

[설마?]

[야, 미국 가십지에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나왔더라. 그런데 지금 거짓말하는 거야?]

[…좀 쉰다고 그랬어. 정말 나 바빠.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

[진짜야?]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그래. 나도 예상을 못 한 일이라서 어쩔 수가 없어.]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최민혁은 최영란 본부장에게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시즈벨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알 때까지는 정보를 제한할 필요가 있었다.

[나중에 이야기해 줄게.]

[하지만 그래도 연락은 좀 해. 할아버지도 툭하면 날 호출해서 괴롭혀. 전부 네 소식을 들으려고 그래. 아니면 우리 할아버지에게 연락이 좀 해!]

[…그래.]

최민혁은 혀를 찼다. 최용욱 회장 역시 만만한 최영란 본부장을 괴롭히는 중이었다. 그는 계속되는 최영란 본부장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렸다.

그녀는 CMOS 이미지 센서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고 푸념을 계속 늘어놓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 * *

최민혁은 최용욱 회장에게 전화해서 이곳 사정을 대충 정리해서 말했다. 최용욱 회장은 다른 사람과는 달리 크게 질문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MPEG-2 원천특허와 시즈벨 일에 집중했다.

“조 팀장님, 어때요? 시즈벨에 특별한 반응이 있던가요?”

조성돈 팀장은 김명준 과장에게서 받아서 정리한 보고서를 슬쩍 내밀었다.

“김 과장님이 최근 확충한 경호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리한 보고서입니다.”

“이제 좀 정보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는 것 같군요.”

최민혁의 탄식은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김명준 과장은 최근 최민혁 실장이 미국까지 와서 행동 반경을 넓힌 덕분에 경호 인력을 대거 확충했다. 굳이 국내 인력에 한정한 게 아니라 미국 PMC 출신 전문 인력까지 말이다.

그는 의외로 이쪽 경비나 정보 분야에 꽤 능력이 있어서인지 200명 가까이 인력을 늘렸다. 국내 경호 인력을 포함하면 이제는 단순히 경호 팀으로 보기가 힘든 수준이었다.

이미 최민혁 실장의 지시를 받아서 아예 경호나 정보만을 다루는 법인도 설립 중이었다.

그래서인지 시즈벨 관련된 정보는 이전과는 다르게 체계가 있었다.

“좋네요. 진작 이렇게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경호 법인 설립 때문에 정신이 없는 김명준 과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이제는 제법 지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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