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38화 (738/1,021)

#738.

최민혁의 행보는 확실히 이전과는 사뭇 다른 면이 많았다.

펜트하우스 매입 사건은 이전에는 전혀 없던 일이었다.

물론 최민혁이 딱히 큰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MPEG-2 원천특허 확보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방편일 뿐이다.

그런데 이걸 잘 모르는 이들은 최민혁의 행보를 심각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모건 스탠리의 에플 인수합병 팀을 관리하는 폴 고슬링은 말이다.

아, 그는 물론 분노할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타이거 펀드가 지금 노리는 일은 바트화 쪽이니 말이다.

다만 신경 쓰이는 건 타이거 펀드의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아내 명의라고 해도 자금을 벨린 투자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폴 고슬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화가 되지 않는 마이크 라이언보다는 스탠리 로버트 이사를 찾아가서 한 번 이야기를 해봤다.

“괜찮을까요?”

“글쎄요.”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골치가 아팠다. 그는 가능하면 ‘최민혁 실장’의 이름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줄리엇 로버트슨’의 이름이 나오자 그럴 수가 없었다.

연평균 수익률이 32%인 타이거 펀드의 수장인 줄리엇 로버트슨은 조지 소로스와 함께 헤지펀드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아무리 스탠리 로버트 이사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마이크 이사님은 뭐랍니까?”

“아직 이야기를 안 해봤습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대상이 이 한 사람뿐입니까?”

“아닙니다.”

폴 고슬링이 보여준 펜트하우스를 내놓은 건물 소유주는 꽤 많았다.

문제는 이 숫자가 다가 아니었다.

이들이 가진 영향력과 자금력이 더 큰 문제였다.

에플 이사회나 선 마이크로시스템 이사회와 직간접적으로 다 엮여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최민혁 실장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봤다.

자기들이 투자한 펀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 규모도 컸다.

특히 에플이 대표적이었다. 에플 주가는 벌써 23달러를 돌파해서 곧 26달러 고지가 멀지 않았다고 언론에서도 연일 난리였다.

폴 고슬링도 에플 공매도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타이밍을 쉽게 잡지 못했다. 에플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시시각각 달라졌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 이대로 일을 진행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에플에 대한 부정적인 투자 리포트를 내도 투자자들이 믿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거 하나가 아니었다.

그 밖에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최민혁 실장의 자금력 역시 변수로 넣어야 했다. 최민혁 실장이 미쳐서 에플 주식이 폭락하면 그걸 전부 쓸어 담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새롭게 만든 740 펀드입니다.”

“모인 자금이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대략 10억 달러는 가볍게 넘는 것으로 압니다.”

10억 달러는 개인 규모에서 큰 규모이지만 모건 스탠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시할 금액도 아니었다.

“…많네요.”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번에 투자한 이들은 대개가 파크 애비뉴 펜트하우스를 매각한 이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더 투자할 수 있다는 말이군요.”

“벨린 투자는 펜트하우스 매각 대금 기준으로 투자 대금을 끊었는데, 필요하다면 투자 자금 파이 자체를 더 키울 수도 있습니다.”

“하.”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그제야 혀를 내둘렀다. 폴 고슬링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아니, 아닌가?’

그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설마 최민혁 실장이 이를 노리고 이번에 대규모로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특히 줄리안 로버트슨 회장이 대리인을 내세웠다고 해도 직접 움직였지 않습니까? 이건 노렸다고 봐야 합니다!”

스탠리 로버트 이사 안색이 좋지가 않았다.

“하면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를 진행하겠군요.”

“네,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이사님을 찾은 겁니다. 이걸 한번 보십시오.”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굳은 얼굴로 폴 고슬링이 내민 자료를 살폈다. 그 안에는 최근 최민혁 실장이 한 일이 나와 있었다.

“시즈벨?”

“자세한 것은 아직 파악 중인데, 시즈벨을 대리인으로 내세워서 뭔가 일을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일본에서 말입니다.”

“정확히 무슨 일입니까?”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굳이 이사님을 찾은 이유도 이거 때문입니다. 스탠리 이사님은 그래도 최민혁 실장의 성향에 대해서 잘 알지 않습니까? 혹시 일본 일이 에플 공매도에 대한 대안인 것 아닙니까?”

“글쎄요.”

스탠리 로버트 이사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냥 무시하고 말 일이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 일은 그렇게 볼 수가 없었다.

최민혁 실장이 이제까지 저지른 일을 잘 보면 다 이유가 있었다.

구골이나 KMBOOK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KMBOOK이 하는 일이 바로 인공지능 원천기술과 관련이 된다. 그 기술이 적용된 첫 사례가 에플의 애니고 말이다.

하면 갑자기 최민혁 실장이 일본에서 뭔가 일을 꾸민다면 연관성이 없을 리가 없었다.

“…한번 확인을 해보죠.”

“제 나름의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에플 공매도를 이대로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740 펀드 변수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윗선에서 이미 정한 일입니다. 최민혁 실장을 손보기로 한 것이죠.”

“이러다가 우리 모건 스탠리가 최민혁 실장에게 박살이 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달랐다. 만약 이번 싸움에서 최민혁 실장에게 크게 당하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2조 6천억, 파크 애비뉴 펜트하우스 매입 사건이 하나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최민혁 실장은 도대체 뭘 노리는 것일까? 혹시 미국 내부 일이 아니라 국내 일 때문일까. 경영권 다툼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굳이 일을 이렇게 풀어가는 이유를 알 수가 없네.’

그로서는 도저히 최민혁 실장 행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몇몇 사람의 의중을 파악해야 했다.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줄리엇 로버트슨과 약속을 잡게.”

* * *

최민혁이 우선하는 일은 최문경 부회장의 행보였다. 그건 꼭 국내만을 바라본 것이 아니었다. 미국 내의 동선 역시 살폈다.

모건 스탠리와 샐로먼 브러더스가 그 대상이었다. 특히 모건 스탠리 주요 인사의 행보에 대해서는 아예 따로 사람을 배정해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었다.

그는 때문에 스탠리 로버트 이사와 폴 고슬링이 갑자기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 출발한 것을 오래지 않아 확인했다.

“드디어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였네요.”

조성돈 팀장은 이들의 행적을 조사한 보고서를 슬그머니 내밀었다.

“아무래도 펜트하우스 매각 건 때문에 움직인 것 같습니다.”

최민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도 이번 일에 반응을 보인 이들 중에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있을지는 몰랐다.

그저 시선을 돌릴 목적으로 한 번 지른 결과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제까지 주목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어. 이번에 명분을 주니, 미끼를 물었다고 봐야겠지. 아니었다면 따로 연락했을 테니.’

그는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의 투자 방식을 곰곰이 떠올려 봤다. 전생의 기억에 의하면, 투자 결정은 그 혼자 했다.

하지만 그의 투자 방식은 개인적인 투자와는 방향이 좀 달랐는데, 통화, 금리, 주식 추세를 통해서 투자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나랑 투자 방식이 비슷한 걸까?’

“가만, 그런데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 반응은 어때요?”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펜트하우스 매각과 벨린 투자 이후에는 그 어떤 행보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긴 주변 시선도 있으니, 지금은 직접적인 접촉이 어렵겠어요.”

태국 바트화 투자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이가 바로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었다. 다른 헤지펀드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당연했다.

최민혁은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자신의 아군인지 그걸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깊은 사색에 잠긴 최민혁 실장 모습을 보다가 우영민 부장이 눈치를 보다가 냉큼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모건 스탠리 쪽과 같이 진행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에 태국 바트화 매입에도 같이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의도로 봐야 할까요?”

우영민 부장은 이미 이번 시나리오를 검토한 내용 한 가지를 지적했다.

“사실 태국 바트화 이벤트에 참여하는 헤지펀드 중의 하나가 타이거 펀드이기는 하지만 꼭 주류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헤지펀드끼리 서로 이해관계가 대립하기 때문입니다.”

“경쟁인가요?”

“네, 지금이야 굳이 상호 이익을 위해서 손을 잡기는 하겠지만, 내부 속사정은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실무진끼리 뒤통수를 칠 수도 있죠. 아마 그런 갈등이 이제까지 누적되었을 겁니다.”

최민혁은 그제야 ‘마이크 라이언 이사’를 떠올렸다. 탐욕스러운 그가 다른 헤지펀드와 좋게 지낼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 배후에 있는 테일러 박사 가문도 문제일 거야. 그 작자들은 다른 헤지펀드와는 폐쇄적인 성격을 띠니까. 내가 끼어드는 것을 막은 이들이 그들일 거야.’

미묘한 투자 은행과 헤지펀드의 갈등.

최민혁 자신이 던진 미끼가 이들 사이의 틈을 더 벌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다른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상관이 없다. 어차피 포식자들이 서로 믿을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다만 지금 당장은 서로 대립할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군요.”

“네. 지금 벌여놓은 일이 있으니까요. 특히 에플 공매도가 문제일 겁니다.”

“그게 왜 문제가 되죠?”

“실장님이 매각한 에플 주식 말입니다. 대부분을 모건 스탠리와 샐로먼 브러더스가 다 먹었습니다. 아닌 이들 처지에서는 이 상황을 반길 리가 없습니다. 더욱이 25달러 에플 주가를 매집해서 총알로 쓰려는 이들 입장에서는 손실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랬다.

에플 주식 8% 매각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서로 간에 이익을 위해서 힘을 합쳤다고 하지만 상황은 모르는 것이었다.

특히 에플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심상치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최전선에서 먼저 총알받이가 되었다가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을 지도 모른다.

일테면 한창 공매도를 진행 중에 우리는 손실이 너무 커서 여기서 빠지겠다 이런 식이 될 수가 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의 처지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민해야 했다.

우영민 부장은 이런 세력 간의 갈등 상황을 언급한 후에 한 가지를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직접 나설 여건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계약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최민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차라리 잘되었네요. 스탠리 로버트 이사의 행적을 한 번 살펴보세요. 만약 상황을 알기 어려우면,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과 한번 약속도 잡아보고요.”

“…알겠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한 가지 사안을 당부했다.

“혹시라도 이들이 미쓰비시 일을 알아서는 곤란합니다. 이들이 내막을 안다면 정말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미쓰비시 쪽에 손을 쓸 수도 있어요. 그건 절대로 안 될 일입니다. MPEG-2 원천특허 확보는 그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네.”

두 사람은 최민혁 실장이 말하는 바는 이해했다. 다만 그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지는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당장은 모건 스탠리와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의 상황부터 살펴야 했다.

* * *

대부분 억만장자는 신탁을 통해서 저택을 사들이기 때문에 명의자를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알음알음 알려진 인물이 있다면, 마이크 델, 대니얼 로브, 실라스 츄와 같은 인물이다.

이들은 저택 매입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3억 달러를 사용해서라도 저택을 사들인다.

줄리엇 로버트슨 역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타이거 펀드의 보스로서 최근 태국 바트화 매입에 깊숙이 개입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740번지에 있는 초호화 펜트하우스를 최민혁 실장에게 매각하고, 벨린 투자에 투자한 것은 특이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도 나름의 고민이 많았다. 최민혁 실장의 행보를 과연 자신이 무시해도 될지 확신하지 못한 것이었다.

고지식한 마이크 라이언 이사와는 입장이 많이 달랐다.

“오랜만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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