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28화 (728/1,021)

#728.

이런 성과는 KM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무시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쉽네. 내가 다 하는 것이 아니라서…….’

하지만 그녀는 자신 앞에 서 있는 박병주 교수를 보자 방긋 웃었다. 그녀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박병주 교수가 보유한 CMOS 이미지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니까.

그녀의 목소리와 한결 부드러워졌다.

“박병주 교수님이 우리 김희수 연구소장님 선배라고 하셨죠?”

그녀는 팔꿈치로 멀뚱히 서 있는 김희수 연구소장 옆구리를 툭 쳤다.

김희수 연구소장은 그제야 아차 했다. 그는 헛기침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흠흠, 저기 병주 선배, 우리 KM 그룹에 대해서 들어는 봤지?”

박병주 교수가 당연히 KM 그룹을 모를 수는 없었다. 그가 받은 연구 자금은 이미 KM 그룹에서 지원한 거니, 말이다.

그는 눈치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자신이 만든 결과물의 가치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말이다.

‘어차피 내가 얻은 것은 충분하니까.’

바로 명성.

이제 대학에서 쫓겨날 걱정은 없었다.

연구비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거기에 KM 그룹이 든든한 자신의 배후가 된다면 굳이 그들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알지. 뭐 내가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지금 하는 연구 결과물도 다 KM 그룹 소유물이나 마찬가지잖아. 너 없었다면 난 아무것도 못 했어.”

김희수 연구소장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는 최영란 본부장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자신이 이래야 하나 싶었다.

그는 솔직히 박병주 선배가 좀 더 챙길 것은 챙겼으면 했다.

그런데 딱히 이번 일의 성과를 박병주 교수 덕분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이지수 박사부터 시작해서, 연구 진행까지 전부 다 최민혁 실장님이 있어서 가능했으니. 아마 최민혁 실장님 도움이 없었다면 적어도 2~3년은 걸릴 연구였어.’

특히 이지수 박사의 존재는 그에게도 쇼킹 그 자체였다.

결국 최영란 본부장은 이야기를 주도했고, 원천기술 관련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박병주 교수는 물론 이런 특허 로열티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지수 박사님을 한번 뵐 수 있을까요? 그렇게만 해준다면 제가 무엇이라도 하겠습니다.”

“교수님, 물론이죠. 다만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최영란 본부장은 쾌재를 불렀다.

‘됐다. 성공했어. 이 정도라면 할아버지도 내 능력을 인정할 거야.’

* * *

최용욱 회장은 생각보다 보수적인 인물이다. 그는 단순히 최문경 부회장만을 보지 않았다. 좀 더 넓은 안목에서 주변을 두루두루 살폈다.

이번 일도 단순히 자기 생각으로만 끝내지 않았다.

장승일 실장을 통해서 꼼꼼하게 주변 상황을 체크했다.

건설 회사 파산 이후에 정부가 나서서 땜질 식으로 손을 쓰고, 기레기들을 통해서 불안한 미래에 관한 기사 자체를 지워 버려도 말이다.

“박형철 사장이 자살했다고?”

장승일 실장의 안색이 좋지가 않았다. 이번 일에 KM 그룹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구조조정의 결과였다.

“성일 기계는 제성 체인에 납품하는 업체입니다. 제성 체인이 정리된 후에 공급 물량이 반토막 났습니다. 결국, 야간근무조까지 없애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지난 달에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제성 체인 쪽에 자금 지원은 하지 않았나?”

“제성 체인의 지사장도 살기 위해서 구조조정을 한 것 같습니다. 저희 쪽에서 지원한 자금은 여기에 다 들어갔고, 불필요한 오더는 다 취소한 것 같습니다.”

“흠.”

최용욱 회장은 KM 그룹 구조조정 이후에 KM 그룹과 관련된 보고서를 읽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제성 체인도 그렇고, 성일 기계는 이미 사전에 체질 개선을 할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KM 그룹만 보고 안주한 것이었다.

“문경이하고는 얼마나 관련이 있어?”

“최문경 부회장이 직접 관련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측근 몇 사람이 엮여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쪽으로 계속 뇌물을 제공했습니다. 아마 그 때문에 이익이 크지 않았을 겁니다.”

성일 기계와 같은 업체는 한둘이 아니었다.

진영 금형이란 업체는 매출만 무려 60억을 넘기는 견실한 업체였다. 하지만 이들 역시 KM 그룹, 정확히는 최문경 부회장만 바라봤다.

때문에 이들 역시 KM 그룹에의 납품을 중단하자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이 업체의 경우에는 불량률이 동종업계 중에서는 밑바닥을 길 정도로 높았다.

이런 회사가 대체 어떻게 KM 그룹 계열사에 납품했는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KM 그룹 감사 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문경 부회장 라인에 너무 선을 댔다.

장승일 실장은 최용욱 회장의 눈치를 보면서 그런 점을 하나씩 걸고 넘어갔다.

최용욱 회장도 설마 했다. 그는 최민혁의 조언을 이제 단순한 조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KM 그룹 계열사 구조조정을 하면서 관련 중소기업을 살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직접 찾아와서 항의하는 이들은 없었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무 팀에서 나섰나 보군.”

“네.”

“하.”

최용욱 회장은 이마를 붙잡았다. 그는 요즘 들어서 유독 설치는 최문경 부회장의 행동을 그냥 지켜만 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몇 가지를 살폈는데, 최문경 부회장과 관련된 불법적인 결과가 마구잡이로 쏟아졌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설사 소송이 걸려도 최문경 부회장님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부장 단계에서 정리된 일입니다.”

“심증은 가는데, 증거는 없다는 말이군. 하긴 문경이 그놈이 그런 쪽으로 잔머리를 잘 굴리지.”

최용욱 회장 역시 한국 대기업이 어떤 식으로 이익을 보는지 잘 안다. 그 역시 과거 최문경 부회장의 행동을 알면서도 묵인했다.

다른 대기업도 관습적으로 그렇게 하니까.

이런 갑질이 있어야 중소기업들을 관리하기 쉽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잘해주면, 마냥 고마워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나중엔 반복되는 도움을 당연히 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도 손자 최민혁 실장의 행보를 보면서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

굳이 중소기업 등골을 빨아먹지 않아도 돈 벌 방법은 많으니 말이다.

‘2조 6천억이라.’

이 엄청난 수익을 벌려면 수천 개의 하청업체들 피와 고름을 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손자 최민혁은 그걸 아주 쉽고, 깔끔하게 해결했다.

최용욱 회장은 착잡했다. 그도 이번 일을 보고받으면서 최문경 부회장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승일 실장의 보고처럼 문제 삼으려 해도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영란이는 어때? 저번에 보고한 CCD 관련 기술은 잘 진행이 돼?”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최용욱 회장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채윤집 집사를 통해서 사전에 정보를 보고받았다.

“하지만 CCD 센서 기술은 내가 듣기로 모바일 쪽에 적용하기 힘들다고 들었어. 더욱이 핵심 기술은 전부 일본 대기업이 다 소유한 것으로 아는데?”

“CCD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CMOS 타입은 좀 다릅니다.”

“계속해 봐.”

장승일 실장은 박병주 교수를 통해서 진행된 결과에 대해서 가감 없이 말했다. 심지어 CMOS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까지 말이다.

최영란 본부장은 어수룩하게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녀는 최민혁 실장이 준 자료와 정보를 토대로 꼼꼼하게 정보를 확인했다.

필요하다면 전문 인력에 조언까지 받아가면서 말이다.

전문가는 최영란 본부장에게 황당하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영란 본부장은 그 말을 최용욱 회장처럼 듣지 않았다.

그녀는 난제가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는 당연히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장승일 실장은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 실장님이 직접 자본을 대겠다고 했습니다.”

최용욱 회장 역시 손자 최민혁을 인정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최영란 본부장에게 직접 개입하는 것까지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장 실장, 자네가 영란이 일을 방해한 거야?”

“아, 그건 아닙니다. 최 실장님은 아예 CMOS 센서 관련 계열사 하나를 설립하기를 원했습니다. 원천기술 문제도 있고, KM 그룹 다른 계열사와는 많이 달라서 말입니다.”

최용욱 회장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는 장승일 실장을 탓하지 않았다. 지난 일을 돌이켜보면 자신이 꼰대질 할 수도 있었다.

“장 실장, 자네 생각은 어때? 내가 설마 영란이 그 녀석 일을 방해할 거로 생각해?”

장승일 실장은 최용욱 회장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회장님이라면 굳이 그럴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 실장님은 나름 최영란 본부장을 걱정한 것 같습니다. 아니면 최문경 부회장을 염려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 최 부회장이라면 그렇지. 좋아. 이번 일은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하지. 필요한 자금은 모두 지원해.”

“…알겠습니다.”

장승일 실장은 슬쩍 최용욱 회장의 눈치를 봤다. 아무리 최용욱 회장이 최영란 본부장을 인정한다고 해도 육백억 가까운 투자를 바로 결정 내릴 줄은 몰랐다.

단순히 최영란 본부장을 믿어서는 아닐 것이다.

‘최민혁 실장님 때문이겠지.’

“하아, 장 실장, 우리도 중소기업 등골 빼먹는 짓은 하지 말자.”

“…알겠습니다.”

하지만 장승일 실장은 좀 걱정스러웠다.

“다만 CMOS 원천기술이 확보된다고 해도 카메라 이미지를 처리하는 기술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최용욱 회장은 깜짝 놀랐다. 그가 보기에는 답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민혁이가 그걸 모르는 거야?”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영란 본부장님 말로는 그 부분은 최 실장님이 직접 따로 관리하는 것 같았습니다.”

최용욱 회장은 혀를 찼다. 그가 경험한 바로는 모든 일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최영란 본부장만 있었다면 이번 기획안을 몇 번이나 재확인을 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손자 최민혁이 한 손 거드는 이상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확신했다.

“지금은 지켜보는 것으로 하지. 하지만 영란에게 필요한 일이 생기면 자네가 무조건 지원하는 걸로 해. 이번 일은 우리 KM 그룹에서 진행하는 일이야. 계열사를 세워도 우리 계열사이니까.”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문경이 자식 동선을 잘 살펴봐. 만약 헛짓하면 나에게 바로 보고하고.”

“…네.”

장승일 실장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최용욱 회장이 지금 하는 일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과거의 최용욱 회장이라면 절대로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역시 2조 6천억이라는 투자 수익 때문일까?’

* * *

지금 미국 부동산 시장 호황은 일시적인 이야기란 이야기가 많았다.

내년 역시 별반 다르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미국 부동산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 자체는 미국 경제 발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발전하는 이상 미국 부동산 호황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이런 기대심리는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게 마련이었다.

그 이후 경기 둔화는 피할 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최민혁은 이런 인간의 심리보다는 미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 자체를 알고 있었다.

바로 미국 주택 가격지수 추이 말이다.

이 추이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 때문에 미국 부동산이 대폭 폭락하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벨린 투자의 투자 수익은 계속되는 상황이니, 굳이 그 자금을 놀릴 이유는 없었다.

30에이커에 달하는 저택 매입 역시 그런 믿음 때문이었다.

침실은 모두 15개, 20개의 욕실, 맞춤 가구와 샹들리에로 화려하기 짝이 없어도 말이다.

최민혁은 이보다 저택 내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이지수 박사와 헬렌의 몸매를 힐끗 응시했다. 수영장에서 나올 때 두 사람의 늘씬한 몸매를 감상할 수가 있었다.

그녀들 역시 사용인이 내놓은 포도주를 즐기는 중이었다.

처음부터 저런 모습이 연출된 것은 아니었다.

CMOS 관련 기술 회의를 하는 중에 헬렌이 놀고 있는 수영장을 걸고넘어졌다.

최민혁은 쿨하게 헬렌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굳이 놔둘 이유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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