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26화 (726/1,021)

#726.

국세청 라인 하나가 그냥 통째로 날아갔으니 말이다.

‘나도 그러기 쉽지 않으니.’

그가 더 놀란 것은 그다음 결과다.

최민혁은 아예 자기 사람을 국세청 요직에다가 박아버렸다.

그 자신이 알아본 바로는 최근 국세청 내에 친최민혁 파벌이 급격히 팽창했다.

그는 새삼 오늘 조간신문을 다시 읽었다. 글로벌하게 사고를 치는 최민혁의 영향력은 이제 신분 여하를 떠나서 존경하는 이가 많았다.

설사 반최민혁 세력이라고 해도 최민혁을 두려운 눈으로 쳐다봤다.

채윤집 집사는 그런 최용욱 회장의 마음을 안 것처럼 말했다.

“전 그래도 최민혁 실장님이 잘할 거라 생각합니다.”

최용욱 회장은 뻔히 확신하면서도 되물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어?”

하지만 채윤집 집사는 이제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 제법 알았다.

“벨린 투자를 통해서 알아봤습니다. 에플 공매도 때문이라고 합니다.”

“에플 공매도? 그러면 상대가 누군데?”

“모건 스탠리와 샐로먼 브러더스라고 합니다.”

최용욱 회장도 이 소식에는 깜짝 놀랐다.

“뭐? 설마 민혁이 그 녀석이 걔들과 대립한다고?!”

“아직 자세한 내용은 확인 중입니다만 아무래도 에플 주가가 폭등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최용욱 회장은 곰곰이 채윤집 집사의 말을 생각하다가 뒤늦게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맙소사, 그러면 에플 공매도 때문에 지분을 8%나 매각했다는 소리야? 그러면 그놈들이 더 설칠 것 아냐. 그것도 모르고 일을 밀어붙인 거야?!”

“아마 지금 에플 주식 흐름을 볼 때, 지금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모건 스탠리가 그냥 물러날 수도 있습니다. 손실이 좀 나기는 하지만 감수할 만한 상태일 테니까요.”

“그래서 모건 스탠리 측에 브로커를 통해서 주식을 넘겼다고? 그놈들이 끝까지 달라붙도록 할 의도로? 하, 황당하네.”

최용욱 회장은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채윤집 집사는 벨린 투자 쪽과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과거 벨린 투자 인물 대다수는 떠났지만, 여전히 남은 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통해서 정보를 얻은 것이다.

정확히는 그들도 최용욱 회장의 귀에 정보가 흘러간다는 것을 알기에 한 행동이었다.

어차피 지금 벨린 투자에서 진행하는 일은 외부에 알려질 일이었기 때문이다.

최용욱 회장은 그제야 돌아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최민혁 실장의 과감한 행동에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분 8%에 2조 6천억이라니.’

그래서 더 할 말이 없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최민혁 실장은 모건 스탠리와 샐로먼 브러더스를 상대로 에플 주식을 강제로 강매했으니 말이다.

문득 최문경 부회장이 자신을 찾을 이유를 깨달은 것이었다.

‘이놈이 이것 때문에 날 찾아온 건가?’

* * *

“넌 뭐 때문에 온 거야?!”

격한 감정이 가득 담긴 최용욱 회장의 어투에 최문경 부회장은 서재 안으로 들어오기가 무섭게 조간신문을 흔들었다.

“아버지도 기사 보셨죠? 2조 6천억이라니. 뭔가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솔직히 KM 전자가 이렇게 투자 수익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버지가 밀어줘서 그런 거 아닙니까?”

최용욱 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난 그런 적 없다.”

“아버지, 그러지 좀 마세요. 물론 사돈이 논 사서 배가 아프다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그래도 2조 6천억은 다른 이야기잖습니까?”

“그건 오로지 민혁 그놈이 번 투자 수익이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다른 이들이 그렇게 생각할까요? 백이면 백 아버지가 배후에서 손을 썼다고 생각할 겁니다!”

최용욱 회장도 짜증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굳이 최민혁을 건드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정확히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나도 이번 기회에 남아 있던 에플 주식으로 투자 수익을 좀 봤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민혁이 그 녀석이 과거 괜찮은 투자 아이템으로 에플을 조언하더라. 그때 주식을 꽤 매입했지. 1달러가 좀 더 되는 가격으로 말이다. 에플 주식은 그때 조금씩 정리했어.”

“설마 그 이야기는…….”

“그래 이번에 남아 있던 에플 주식을 다 정리했다. 아쉽지. 계속 들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팔았으면 좋았을 텐데, 설마 13달러를 돌파할지는 상상도 못 했다.”

정확히는 최민혁의 조언에 따랐다. 에플 공매도가 곧 진행되는 마당에 굳이 에플 주식을 들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다만 갈등을 좀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딱 그 순간에 에플 주가가 13달러를 넘어섰다.

그래서 부랴부랴 에플 주식을 정리한 것이었다.

“하.”

최문경 부회장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결국, 최용욱 회장은 에플 주식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봤을 것이 분명했다.

비록 최민혁 실장 수준의 이익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는 또한 그 자금이 자신에게 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도 자신이 샐로먼 브러더스 통해서 투자한 기억을 떠올렸다.

“아버지, 제 능력을 무시하지는 마세요.”

“결과가 없어.”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나름 최선을 다해서 노력 중입니다.”

“그런 이야기는 사장단 회의에서 해야 하지 않냐? 영란이 실적보다 못한 것이 너야!”

“영란이 말씀 잘하셨습니다. 그 카메라 센서 기술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그렇게 알고 있다.”

“절대로 안 됩니다. 당장 모바일에 적용하기에는 파워 소모가 너무 큽니다. 핸드폰에는 적용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때 보여준 기술은 그저 동작에 불과합니다!”

최문경 부회장의 지적은 맞는 이야기였다.

최용욱 회장 역시 보고받기로 그런 문제를 알고 있었다.

그는 굳이 최영란 본부장을 생각해서 그런 점을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다.

“글쎄다. 난 영란이가 그런 점을 모를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최문경 부회장은 답답해서 소리쳤다.

“아니, 안 된다고 말을 해도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만약 영란이가 이번 일을 성공하게 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네가 부회장님에서 물러날 생각이라도 있는 거야?!”

“네? 마, 말씀이 너무 지나칩니다!”

최문경 부회장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는 최용욱 회장이 이런 식으로 자신을 압박할지는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용욱 회장은 이미 최문경 부회장을 신뢰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네가 최근 보여준 성과가 너무 없어.”

“좋습니다. 이번에 저도 제 실력을 보이겠습니다. 투자 수익으로 제 능력을 증명하겠습니다!”

“비자금을 쓴 거냐?”

“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

“흠, 좋다. 그래. 내가 그것까지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처럼 말로는 곤란해. 영란이처럼 결과로 네가 KM 그룹을 승계받을 수 있는지 증명해라!”

“아, 알겠습니다.”

최문경 부회장은 최용욱 회장에게 대답하고도 잠시 고민했다.

그는 만약의 경우에 성공했지만 최민혁 실장의 ‘2조 6천억’을 떠올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모습에도 최용욱 회장의 눈빛은 변화가 없었다. 아니, 과거 최문경 부회장을 바라볼 때의 시선과는 너무도 많이 달랐다.

최용욱 회장의 마음이 이미 최문경 부회장을 떠났다는 의미다.

최문경 부회장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최용욱 회장은 순순히 인정했다.

“그래. 단편적인 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어. 나도 공정한 심판자가 되겠다. 하지만 네가 지금까지 보인 행동은 실망스럽기만 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부지런히 움직여!”

“…믿겠습니다. 아버지가 늘 말하는 그 공정을 말입니다.”

“약속하마.”

최문경 부회장은 말없이 서재를 나섰다.

최용욱 회장은 곧 손을 들어서 서재에 있는 다른 이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의 머릿속은 생각보다 너무 복잡했다.

최민혁 실장이 벌어들인 투자 수익 2조 6천억 때문이었다.

‘많아도. 너무 많아. 이것 때문에 저 난리를 치는구나. 아무래도 영란이 고 녀석에게 경고를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 * *

최민혁은 자신의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고, 저택 전화선도 다 뽑아 버렸다.

너무 많은 전화가 걸려 와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짜증스럽군.”

조성돈 팀장은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미국은 시끄러워도 상관이 없습니다만 국내가 걱정입니다.”

“아직은 제가 스폰남으로 유명하지 않아요?”

“2조 6천억이면, 굳이 스폰할 동기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돈 주인은 KM 전자죠.”

“그 KM 전자의 실제 오너는 최민혁 실장님입니다.”

“그런가요?”

“네. 확실히 주식보다는 현금이 파급효과가 더 큰 것 같네요.”

“괜찮을까요?”

최민혁은 다소 난감한 얼굴을 했다. 그도 이 상황을 무시하려고 해도 그렇지가 못했다. 미국 언론은 죄다 최민혁 실장에 대한 뉴스를 보냈다.

사실 이런 부분은 그도 간과한 것이었다.

KM 전자를 내세웠으니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에플 주가 입니다. 이미 20달러를 넘어선 후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매수세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일에 끼어든 게 모건 스탠리나 샐로먼 브러더스만이 아니란 이야기입니까?”

“네. 미국 투자 회사가 그 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민혁도 잠깐 고민하기는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번 일은 무조건 진행해야 했다.

“마쿨라 이사가 선 마이크로시스템을 통해서 자금을 마련한 것 맞죠? 그 자금 출처가 샐로먼 브러더스와 모건 스탠리이고?”

“네. 그래서 더 난리인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이라면 두 회사는 에플의 미래 가치에 대해서 몇 달 내내 씹었다.

정말 쉴 새 없이 에플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남발했다.

정작 그러고 나서 한 행동은 선 마이크로시스템을 이용해서 에플 지분을 인수한 것이었다.

“그 소식은 알려지지 않았나요?”

“일부 작은 언론사를 통해서 정보가 돌기는 합니다만 잘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쯧.”

최민혁은 혀를 찼다. 자신이 무슨 흑막의 보스도 아니고 말이다.

그는 일이 생각보다 지저분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있었다.

“에플 주식을 어느 정도 매각했으니, 에플 주가 폭락을 가지고 시비를 걸지는 않겠죠?”

“휴우, 잘 모르겠습니다.”

“뭐, 일단 기다려 보죠. CES 전시회도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에플 CF 역시 문제가 없도록 잘 지켜보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를 잊지 않았다. 이번 일이 결국 최문경 부회장을 압박하는 일이란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도 신경을 써야 했다.

그는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참 영란 누나가 하는 일의 진척은 어느 정도일까? 설마 중간에 접은 것은 아니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에 있는 최영란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최영란 본부장은 마치 그의 전화를 기다린 사람처럼 소리쳤다.

[야, 최민혁, 제발 전화 좀 받아!!!]

[아, 미안, 여기저기서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전화기 선을 뽑아 버렸어.]

[그래도 나한테 전화 한 통은 해줄 수 있잖아!]

최민혁은 격한 최영란 본부장의 말에 의아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하, 정말 미치겠다. 내가 널 믿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네가 나에게 기술과 자료를 넘겼으면, 최소한 신경을 써야지!]

최민혁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준 기술은 사실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미안,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 참, 카메라 센서 기술 현황은 어때? 문제라도 생긴 거야?]

최영란 본부장은 치밀어 오르는 감정부터 우선 다스렸다.

하지만 그녀도 공사 구분은 하는 사람이다.

[사실 나도 이 카메라 센서 기술을 잘 몰라서 김희수 연구소장님에게 맡겼어. 그런데 김 소장님도 이쪽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었어.]

[문제가 생겼구나.]

[어, 그 과정에서 나도 문제가 제법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 당장 CCD 기술은 일본 쪽에서 꽉 잡고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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