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674화 (674/1,021)

#674.

아직도 존 맥커니 모건 스탠리 사장을 비롯한 윗선에서는 최민혁 실장과 관련된 일은 모두 자기에게 떠넘기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최근 태도가 바뀐 최민혁 얼굴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아무리 봐도 쉽게 해결될 것 같지가 않아.’

* * *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는 최민혁 실장 때문에 국무부 아태 차관보로 승차했다. 때문에 그는 최민혁 실장과 인맥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그는 스탠리 이사와 만나서 한 이야기, 정확히는 모건 스탠리 내부 상황을 최민혁 실장에게 넌지시 홀렸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전 언제나 최민혁 실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혼자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뇌물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이 대신 흘린 정보는 역시 에플 내부 정보였다.

[에플 차세대 제품에 인공지능 관련 옵션이 들어갈 겁니다.]

에플 주식을 매각하지 말라는 충고다. 아니, 여윳돈이 있다면 에플 주식을 더 사들이란 이야기다. 최소한 아이컴 출시 전까지는 에플 주가가 계속 오를 테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는 최민혁 실장을 전적으로 믿어서 자세하게 질문하지는 않았다.

최민혁도 굳이 차명 폰이라고 해도 중요한 정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보다 모건 스탠리 내부 상황이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간다는 정보를 얻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긴 사람 사는 곳은 어딜 가나 비슷하지.’

모건 스탠리라는 거대한 투자은행 내부에 이권 싸움이 없을 리가 없다. 오히려 더 첨예하게 대립한다고 봐야 한다.

그 관점에서 본다면 태국 바트화 사태는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에플 차세대 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둘이 가지는 가치는 수익성에 있다.

어느 것이 크냐는 것.

또한 이에 따라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어디가 크냐 하는 점이다.

그렇게 본다면 최민혁 자신이 던진 미끼 포지션은 절대 작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란을 일으키기에는 약발이 좀 약해.’

최민혁이 CES 기조연설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한 것은 실상 모건 스탠리를 흔들기 위함이다. 모건 스탠리 내부에 분란을 일으킬 생각까지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그는 최병연 소장을 비롯한 이번 에플 연구에 같이 참여한 이들을 PC 통신 원격 회의로 호출했다.

작년에 만들어진 화상 회의 시스템이라서 그런지 안정성이 좋지는 않았다.

화면도 깨지고, 딜레이도 심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다른 기업에 비해서는 앞선 기술이었다.

하지만 인생 2회 차를 경험하는 최민혁은 불만이 많았다.

‘정말 불편하군. 진짜 메신저 서비스를 빨리 만들기는 해야겠어.’

조성돈 팀장이 나서서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풀어갔다.

구골 법인 설립부터 시작해서 KMBOOK에 이르는 일들 말이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이 회사들의 법인 설립이 아직 정식으로 나오지 않았다.

미국 공무원이 아무리 빨라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일이었다.

최병연 소장조차 혀를 내둘렀다.

[저도 강 팀장을 통해서 소식 일부는 들었지만,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게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이니까요. 당장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할까 검토 중인데,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침묵이 감돌았다.

다들 열심히 아이컴 자료를 살폈다. 이 시스템에 음성 지능형 인공지능 시스템을 적용할 거라고는 그 어느 사람도 상상하지 못했다.

최민혁이 한 가지를 덧붙였다.

[에플 측에서는 스티븐이 따로 인력을 모아서 검토 중입니다. 이건 단순한 검토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우선 이것부터 보고 이야기합시다.]

조성돈 팀장이 다시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바로 애니와 관련된 동영상이었다.

그 안에는 최민혁 실장과 이지수 박사가 나서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심지어 KMBOOK 전 직원을 동원해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정확도가 97%를 넘었다.

비록 사용자 수가 제한되어서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비율은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이 테스트 환경은 노이즈 자체를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최첨단 스피커를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컴 시제품으로 했을 때는 문제가 될 겁니다.]

최구만 과장이 슬쩍 나섰다.

[그건 아마 노이즈 때문일 겁니다. 사실 노이즈캔슬링 문제는 여러 분야에서 하는 고민거리입니다.]

헤드폰이나 이어폰 마이크에는 노이즈가 반드시 들어간다.

따라서 이 노이즈를 없애지 않으면 실제로 써먹을 수가 없다.

콜센터나 항공기같이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특히 빼놓을 수가 없다.

만약 이런 노이즈가 들어가게 되면, 그 신호를 제대로 분석할 수 있을까.

[아니, PC로 분석할 수 있다고 해도 시간 딜레이가 생길 겁니다.]

오류는 덤이다.

정확한 음성을 넣어야 그나마 가능한 것이 음성 인식이었다.

그런데 하드웨어 노이즈마저 들어가면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가 있다.

최민혁은 그제야 한 가지 기술을 떠올렸다.

‘아, 내가 왜 노이즈캔슬링 기술을 깜빡했을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최민혁 자신이 기술을 알아도 그걸 다 써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노이즈캔슬링은 MP3와는 달리 특수한 분야였다.

‘그래도 기억나는 특허는 있구나. 이것도 이지수 박사 때문이군. 생각해 보면, 그녀도 음성인식 기술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어.’

최민혁은 그제야 이지수 박사가 자신에게 가르쳐 준 기술이 한 가지 큰 카테고리 안에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 사실을 잘 모르는 최구만 과장은 이 기술의 문제점을 계속 걸고넘어졌다.

[노이즈캔슬링 기술은 지금도 레이싱카나 공항에서 사용합니다. 그런데 그걸 PC에 적용하려면 시간이 제법 필요합니다.]

제법이나 아니라 꽤 필요했다.

단순히 기능을 넣는 것을 넘어서 안정성까지 요구하니 말이다.

원천기술은 덤이고 말이다.

최구만 과장은 뜻밖에 이쪽 분야에도 안목이 있었다. 그는 아날로그 칩 설계와 파워 설계에서 같이 경험을 쌓은 덕분에 이런 쪽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좀 더 정확히는 노이즈캔슬링 설계 기술 쪽이다.

이 분야 역시 파워 노이즈 방지 대책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아는 최민혁은 역시 문제의 초점을 단숨에 맞출 수 있었다.

[물론 노이즈캔슬링을 위한 기술 개발도 필요합니다. 다만 그건 시간을 두고 해야 할 일이고, 다른 대안이 없습니까?]

[네?]

[일테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방법 말입니다.]

[글쎄요.]

최구만 과장도 당황했다. 아니, 다른 이들은 다들 자료만 봤다. 당장 이 자리에서 노이즈캔슬링 기술을 들었는데, 무슨 대안이 있겠나.

아이컴은 애초에 인공지능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도 않았다.

최병연 실장이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스티븐이 강조해서 한 가지 적용한 것이 있는데, 바로 2 마이크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아이컴은 마이크 두 개를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는 힐끗 최구만 과장을 쳐다보았다.

[최 과장, 혹시 2 마이크 시스템이면, 노이즈캔슬링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

[2 마이크라면… 아무래도 낫습니다. 두 개의 신호를 받아서 신호 처리를 하면 되니까요. 아, 아이컴 CPU 성능이라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가만…….]

최병연 소장이 다시 보여준 것은 아이컴 내부 설계도면이다. 그 안에는 2 마이크를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다만 1 마이크 관련된 부분은 다 빠져 있었다. 이걸 적용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최민혁은 혀를 찼다.

[설마 에플 측에서 제안한 겁니까?]

[네. 특히 스티븐이 몇 번이나 강조한 부분입니다. 그것 때문에 기구와 보드 설계를 몇 번이나 다시 했습니다. 다만 저걸 적용해서 얼마나 효율이 좋아질지는 모릅니다.]

이것 역시 최민혁의 인생 1회 차와 달라진 일이다.

스티븐은 최민혁이 깔아놓은 밥상 때문에 꽤 여력이 남았다. 그는 때문에 가능한 미래 기술을 좀 더 적극 검토했다.

그중에 한 가지가 바로 음성 인식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이다.

따로 팀을 꾸렸을 정도다.

2 마이크 시스템은 그 과정에서 검토된 기술이었다.

다만 스티븐도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를 잘 알아서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그저 만약을 대비해서 보험을 들어둔 것뿐이다.

최민혁은 인생 1회 차에서 에플의 미래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때부터 이미 인공지능 기술을 사전에 준비한 것 같아. 아니면 나 때문에 미래가 바뀐 것일 수도 있고, 뭐, 상관은 없지.’

[…역시 스티븐입니다. 능력이 있는 인재가 참 좋습니다. 일을 두 번 하지 않아서 좋군요. 그러면 최 소장님은 노이즈캔슬링을 적용할 방법을 한번 연구해 보세요. 스티븐 측에는 직접 도움을 청하고요. 가능한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굳이 제대로 된 성능이 아니어도 됩니다. PC와는 차별화된 기술 우위면 됩니다. 저도 노이즈캔슬링 관련 기술을 검토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 * *

노이즈캔슬링 기술을 가진 독보적인 회사는 다름 아닌 보스였다.

이 회사는 항공기 내의 소음이 매우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기술을 개발했다.

무려 11년에 걸친 노력의 과실이다.

개발에만 600억 가까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다.

덕분에 이 기술은 항공 분야에서 빼놓을 수가 없었다.

다만 이 회사의 기술은 아직 항공 분야를 비롯한 몇몇 분야에 제한되어 있었다.

최민혁은 이 보스를 인수할 수 있다면 인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협상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보스에서는 단호하게 ‘NO’라고 거절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 지분을 최민혁 실장님에게 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건 보스 이사회를 통해서 정식으로 결정이 난 일입니다.]

아니, 그들은 최민혁 실장이 자신들의 기술을 노린다는 것을 알자 오히려 환호했다.

자신들의 기술이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보스 이사회의 결정은 전격 그 자체였다.

‘쯧.’

최민혁은 그제야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자신은 이제 KM 전자에 입사할 때의 풋내기가 아니었다.

그는 미국 내에서도 마이더스의 손으로 일약 주목을 받았다.

자신이 관심을 기울인 분야는 돈이 된다는 것을 다들 안 것이다.

이미 안정적인 원천기술을 가진 보스는 더 논할 수가 없는 기업이었다.

최민혁도 이제는 진짜 차명으로 투자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았다.

에플 CES 전시회 이전에 모든 일을 끝마무리 지어야 했다.

정신없이 움직여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는 결국 머리를 감싸맨 채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상황이 또 달랐다.

노이즈캔슬링 관련 기술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가 없었다.

‘디지털 시스템의 최소 대기 시간, 동적 신호 처리 위상학, ANR 필터 차단 기술, 고주파 보상 기술, 고주파 위상 보상이라.’

대충 머리에 떠오른 화두다.

다행이라면 이 특허는 보스가 일부 가지고 있기는 해도 전부는 아니다. 보스 역시 계속 이 분야에 투자를 진행했고, 특허 기술 완성은 좀 더 먼 훗날의 일이다.

단적인 예로 동적 신호 처리 위상학과 같은 부분 특허를 보스가 모두 가질 수는 없다.

세부적인 디테일 부분에서는 달라지니까.

최민혁에게 행운인 점은 보스 관련 특허는 주로 항공이나 차량 시스템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모바일 쪽은 특히 취약했다.

K투스와 관련된 무선 쪽의 특허는 더 부실했고 말이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기술이니까.’

최민혁은 전체적인 그림을 어느 정도 그리자 이 부분을 하나씩 채워갔다. 그는 그나마 꽤 적지 않은 기술을 떠올렸다.

‘이 정도면 보스에게도 압박되겠어. 자칫하면 특허 분쟁으로 이어지겠지만, 굳이 그렇게 칼부림할 사이는 아니지. 적당히 양보하면 되니까. 대신 우리 것도 챙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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