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648화 (648/1,021)

#648.

심지어 한국 업체에 외주를 줬는데, 그들에게는 단편적인 정보만 줬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자신들이 잘못한 것인지, 이들 중의 하나가 실수한 것인지 파악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때문에 이들은 기존 KMP 플랫폼 코드를 시뮬레이터 위에 포팅하면서 계속 삽질에 삽질을 거듭해야 했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될 리가 있겠나.

무한 버그 생성기 그 자체였다.

이들은 그제야 최민혁 실장이 제안한 프로젝트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 실감했다. 그들은 최민혁 실장이 정말 인간이 맞는지 의심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자신들이 직접 코딩하고서야 이 일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깨달은 것이다.

도대체 이 청사진을 최민혁 실장은 어떻게 혼자 머리로만 구현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강준석 팀장 역시 미국 내의 정보를 관리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머리로 어떻게 이 복잡한 설계도를 고안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최 실장님이 세기의 천재라고 해도 이건 정말 이해 불가야.’

그러니.

그가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 가지는 존경심은 종교 그 이상이었다.

사실 한국 내에서 요즘 핫하게 도는 최민혁 실장에 대한 스캔들이 그저 웃기기만 할 뿐이었다.

사실 이 사태의 본질은 최민혁 실장에 대한 시기심 때문이라 생각했다.

‘선동에 놀아나는 대중이라니. 그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일까?’

* * *

강준석 팀장은 일단 기본적인 지시를 끝낸 후에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는 곧장 최근 잘 지내고 있는 세르게이 브린을 찾았다.

러시아 유대인 부모를 둔 세르게이 브린은 그와는 코드가 잘 맞았다.

그는 미국 대학 수학과 교수인 아버지 덕분에 대학 다니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석사 과정을 거쳐서 박사 과정에 입학한 후에도 이는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돈이 넉넉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때문에 늘 호구처럼 돈을 대주는 강준석 팀장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그도 처음에는 강준석 팀장에게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싶어서 오해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준석 팀장은 자금을 대주면서 그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저 회사에서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전에 보이는 선의 정도다.

굳이 회사에 입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다만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스탠포드 대학 근처의 한 호프집에서 만난 강준석 팀장은 잔뜩 양손에 뭔가를 들고 나타났다.

이 자리에 같이 호출받고 나온 래리 페이지 역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 팀장님,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 두 사람에게 긴히 할 말이 있습니다.”

“네? 무슨 이야기죠?”

“이것부터 한번 보고 이야기합시다.”

둘 다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다.

벌써 안면을 익힌 지 몇 개월이나 지났는데, 이제까지 그가 특별한 요구를 해온 적은 없었다.

다만 두 사람도 강준석 팀장이 벨린 소프트 소속으로, 아주 잘나간다는 것을 안다. 벨린 소프트 실소유주가 그 유명한 최민혁 실장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엔지니어답게 최민혁 실장이 고안한 다양한 특허를 잘 안다.

하지만 그들이 최민혁 실장을 진정으로 존경하는 이유는 MP3 산업의 아버지라는 닉네임 때문이다.

MP3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연 사람이 최민혁 실장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사실이다.

KM 전자가 지금 보유한 MP3 원천특허가 그 증거다.

MP3 특허부터 시작해서 MP3 플레이어에 이르는 모든 원천특허의 오너가 바로 최민혁 실장이다.

덕분에 그 MP3 특허풀이 MP3 플레이어 시장을 잉태시켰다.

에플에서 최근 나오기 시작한 이야기가 바로 이 새로운 MP3 플레이어에 대한 것이다.

이에 에플의 대주주인 최민혁 실장이 도움을 줬다는 것 역시 당연한 이야기다.

최민혁 실장에 대한 음모론 중에서는 냅스트 원주인도 그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이건 냅스트 소송으로 가장 큰 수혜를 얻은 이가 바로 최민혁 실장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달라진 강준석 팀장의 태도에도 두 사람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니, 그들은 오히려 최민혁 실장을 만날 날을 기대했다.

강준석 팀장도 처음에는 최민혁 실장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천재들과 소통하면서 그 이유를 최근에서야 알았다.

인재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지금이 어떻게 보면 이들과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였다.

‘이제 그 관계를 업그레이드할 타이밍이겠지.’

그는 최민혁 실장이 조사한 페이지 랭크 특허를 살피는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

최민혁 실장이 고안한 핵심 특허 외에 본사 특허 팀이 발 빠르게 움직여서 내놓은 특허만 수백 가지였다. 핵심 특허는 이미 출원했지만, 나머지 아이디어 특허는 아니었다.

세르게이 브린은 특허를 확인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야후 검색 사이트의 문제점을 극복할 대안에 대해서 최근 구상하고 있었는데, 그 개념과 일부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고서야 이게 자신이 고안한 아이디어보다 몇 단계는 더 발전된 특허라는 것을 깨닫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발전된 개념이었다.

그러니 이 특허는 베꼈다고 하기 힘들다.

‘더욱이 그 아이디어는 내 머릿속에만 있잖아. 그걸 최 실장이 알 리가 없지.’

래리 페이지 역시 입을 딱 벌린 채 정신없이 서류를 살폈다. 그 역시 검색 엔진에 관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기에 매우 놀란 것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실제로 검색엔진을 구현하는 것은 몇 년 후의 일이다. 때문에 그들이 지금 눈앞에 보고 있는 특허가 자신들이 미래에 구현할 검색 엔진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못 했다.

심지어 그 개념에서 몇 가지는 10년 이후에나 가능한 상당히 발전된 개념이었다.

두 사람은 이 놀라운 검색엔진 원천특허의 가치를 바로 알아보았다.

“이럴 수가!”

강준석 팀장은 괴팍하기로 유명한 두 사람이 단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자신은 지시를 받고 특허 출원을 했다. 하지만 그 의미까지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이야기가 좀 달랐다. 그들은 자신이 아는 천재 중에도 손에 꼽히는 천재였기 때문이다.

‘역시 최 실장님!’

명불허전.

딱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사실 두 사람에게 자금을 대주어도 거리를 좁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두 사람에게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가슴을 활짝 열어두고 있으니까.

이젠 그의 차례다.

수확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 회사 오너가 최민혁 실장님이라는 것은 아시죠? 이 특허는 그분이 지난주에 고안한 겁니다. 그런데 직접 구현하기에는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검색엔진 전문가가 필요한 셈입니다. 마침 이 일을 할 사람을 찾고 있는데, 제가 두 사람을 추천했습니다.”

세르게이 브린은 특허 보고서에서 눈을 뗐다. 그는 오늘 강준석 팀장의 태도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자신이 반감을 보이기에는 강준석 팀장이 너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설마 스카우트 제안입니까?”

“조금 다릅니다. 일종의 벤처 설립이니까. 다만 두 분에게는 능력을 인정해서 지분 5%를 각각 배당할 겁니다.”

그는 반사적으로 질문하다가 뒤늦게 최민혁 실장의 자산을 떠올렸다.

“…자본금은, 아 바보스러운 질문이군요.”

강준석 팀장은 내심 괴짜인 두 사람이 튕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게 다 최민혁 실장의 명성과 거절하기 힘든 제안 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작 자금은 역시 가볍게 100억? 아니, 200억이면 됩니까?”

“…지금 분위기 같아서는 300억 불러도 오케이군요.”

“300억이라, 콜, 까짓것 300억 좋습니다. 두 분에게 확실히 투자하죠.”

“…….”

두 사람은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아무리 부유한 집안에서 살았다고 해도 300억, 미화로 2,800만 달러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거기에 자신들이 해놓은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원천기술을 제안한 사람은 최민혁 실장이니까.

이것은 두 사람의 능력을 그만큼 믿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강준석 팀장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강준석 팀장은 결정권자가 아니라 단순한 임직원이었다.

그런데도 무려 3,000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그냥 막 부르고 있었다.

“…윗선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이미 최 실장님은 몇 개월 전에 지시를 내렸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면 됩니다. 전 두 분의 신뢰만 얻으면 됩니다.”

“그렇게까지…….”

두 사람은 가슴 한구석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런 제안은 그들로서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강준석 팀장은 이미 자신이 관리하는 이들이 얼마나 천재적인 인물인지 잘 안다. 그가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본인이 지켜본 바로는 이들에게 돈을 아무리 퍼부어도 아깝지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최 실장님이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맡기지 않았을 테니까.’

최근 느낀 사실인데, 최민혁 실장이 굳이 자신을 방임한 이유는 그만큼 자신을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뛰어난 인재는 투자하는 것 이상으로 천문학적인 이익을 벌어다 줄 거라는,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면 굳이 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겠군요. 마침 최 실장님이 내일 시간이 비는데, 만날 수 있겠습니까? 아, 물론 스카우트 제안에 대한 답도 같이 가지고 오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 * *

세르게이 브린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그런데 강준석 팀장의 제안을 도저히 거절하기 힘들었다.

이건 강준석 팀장이나 벨린 소프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보다는 자신이 보고 있는 페이지 랭크 원천기술 때문이다.

이 기술은 마치 자신의 영혼이 낳은 생명체 같았다.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만약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래리, 어쩔 거야?”

래리 페이지 역시 특허 항목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뭘?”

“제안받을 거야?”

“받아야 하지 않겠어? 여기 특허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한데, 상업적인 면에서 보면 부족한 점이 많아. 특히 수학적인 부분의 효율이 문제가 될 거야. 그쪽은 네가 최고잖아! 아마 그런 문제 때문에 우리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한 것일 테니까.”

그랬다.

특허와 실제 검색엔진은 좀 달랐다.

실제로 운용하기에는 중요한 부분이 꽤 빠져 있었다.

하지만 특허가 없어서야 독자적으로 뭘 할 수도 없다.

두 사람의 미래는 이미 최민혁 실장이 원천봉쇄 해놓은 셈이다.

이 특허가 있어야 생명을 가지니까.

더욱이 두 사람은 이 정도 특허를 고안한 최민혁 실장이라면 얼마든지 다른 전문가를 고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벨린 소프트에 입사한 직원 중에는 괴물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완전 외통수야.”

“그러게 말이야.”

세르게이 역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이 스카우트 제안은 도저히 자신들로서는 영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꿈꾸던 바로 염원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또 싫지는 않았다.

강준석 팀장이 지금까지 보인 행동 때문에 최민혁 실장에 대한 호기심을 떨치지 못했다.

그 어떤 오너가 임직원을 그렇게까지 내버려 두겠나.

미국 유명 회사에 가 있는 지인에게서도 KM 전자 같은 분위기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일단 만나보자. 정 아니다 싶으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되잖아?”

* * *

두 사람은 결국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최민혁 실장을 만났다.

아 물론 사전에 최민혁 실장을 좀 더 조사했다.

결과는 좀 황당하기는 했지만, 기사를 믿지는 않았다.

그들은 최민혁 실장이 지금까지 내놓은 성과물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이다.

최민혁 실장은 수행원 몇 사람과 같이 나타났는데, 그 모습에 둘 다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몇 살이야? 정말 사십 대 맞아?’

일단 첫인상부터 쇼킹했다.

그들도 나름 천재 소리를 듣지만 최민혁 실장은 그보다 더했다.

일단 나이에서부터 패배를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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