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575화 (575/1,021)

#575.

한쪽의 아이디어 특허를 다른 쪽에 응용하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정성근 대리가 슬그머니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노텔 네트워크는 캐나다의 통신업체로, 네트워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들이 한 특허 출원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입니다. 지금 당장은 네트워크 기반이지만 언제 모바일에 영향을 줄지 모릅니다.”

“…….”

조성돈 팀장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힐끗, 다른 팀원들을 쳐다보았다. 다들 각자 맡은 일 때문에 피로에 절어 있어서 답하는 이는 없었다.

그들이 각자 맡은 부분은 모바일 CPU IP를 비롯한 스마트폰의 일부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헉헉대는 중이었다.

정성근 대리처럼 이를 깊이 들여다본 이는 없었다.

그나마 박상기 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 과장이나 정 대리 의견이 맞습니다. 스마트폰은 폰과는 달라서 네트워크, 정확히는 모바일 네트워크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다 개념이 틀려서 문제가 될 만한 것을 사전에 찾아야 합니다. 다들 피곤하지만 각자 원칙대로 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힐끗, 다른 팀원들을 쳐다보았다. 다들 피로했지만 수긍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들은 원망 어린 시선으로 배종대 과장과 정성근 대리를 쳐다보았다.

지금도 일을 따라가기 바빠서 죽을 지경인데, 한 걸음 나아가서 사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건 인력을 뽑아서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자신들이 보고 있는 것은 생전 처음 보는 개념이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성돈 팀장도 어쩔 수가 없었다.

“다들 힘든 것은 알아. 그런데 잘 생각을 해야 할 것이 있어. 당장 IP 시티폰 사업권 매각 대금이 2,950억이란 소리가 나와. 물론 그 가격으로 결정되지는 않겠지만, 우리 일도 마찬가지야. 천문학적인 가치가 있는 기술이니, 자부심을 가져.”

“…네.”

다들 침울한 얼굴을 한 채 입을 다물고 말았다. 하지만 조성돈 팀장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로 자긍심을 가졌다.

보상도 좋고, 회사 발전도 좋다. 하지만 일이 생각보다는 너무 힘들었다.

스마트폰이라는 생소한 개념도 신기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기술은 더욱더 그들이 아는 상식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에 조성돈 팀장이 한마디 해주었다.

“잘 생각해야 할 일은 최민혁 실장님은 맨땅에 헤딩해서 이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는 거야. 자네들은 그 개요에 따라서 일을 하는 것뿐이잖아. 정말 어려운 일을 한 분은 최민혁 실장님이야. 그걸 염두에 뒀으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그들 역시 다들 수긍했다. 생각해 보면, 최민혁 실장은 정말 괴물 위의 괴물, 즉 초괴물이었다. 그들 머리로는 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 * *

“…이건 놀랍네요.”

감탄 어린 최민혁의 반응에 조성돈 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 일입니까?”

최민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노텔이라…….’

노텔이란 기업의 미래를 잘 알기 때문이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이 회사는 6년 후에 시가총액이 무려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초거대 통신회사로 성장한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불과 몇 년을 채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무너졌다.

원인은 중국 저가 업체의 공세도 있지만, 이동통신 시장과의 연결 사업을 놓친 것이 컸다.

‘2G, 3G, 4G에 이르는 광범위한 이동통신 분야 특허를 확보하기는 했지만 결국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이니까.’

노텔은 마치 거대한 공룡처럼 덩치를 키웠지만 에플이라는 적과의 경쟁에서 견디지 못한 셈이다.

물론 후일 6,000건을 넘어서는 노텔 특허를 다 매입할 이유는 없다.

지금 나오지 않은 특허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핵심 특허는 20가지 안팎이다.

여기에 정성근 대리가 지적한 네트워크 모바일 특허는 300건 내외였다.

이 핵심 특허는 따로 관리해야 한다. 물론 방어 특허 900건은 추가로 내야 하지만 말이다. 거기에 만약을 위해서 관련 특허를 더 추가해서 2,000건 안팎으로 만들어야 했다.

최민혁은 이 세 가지 관련 특허를 큰 카테고리로 묶어서 다시 세분화했다. 거기에 구체적인 목차와 만들어야 할 특허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걸 기반으로 한번 메꿔보세요. 이 부분은 베트랑드를 비롯한 세 사람에게 주지시켜야 합니다.”

“…베트랑드도 알아야 합니까?”

“네. 물론 엔지니어이니, 굳이 알 필요가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상황에 따라서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당장 IP 시티폰도 관련 특허가 있을 수 있으니, 확인하기 바랍니다.

“…네트워크 관련 IP 시티폰 특허 말씀하시는군요.”

“네. 그건 특허 매각 대상에서 따로 제외해야 합니다. 그러니 임기석 부장에게 따로 지시해서 철저하게 관리하라고 해두세요.”

“…의도는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걸 그렇게 중요하게 관리를 해야 할까요?”

최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허 가치가 46억 달러를 넘기 때문입니다.”

“네? 서, 설마 그렇게까지 비싸다는 말입니까?”

“단순하게 보면 이해할 수가 없죠. 그런데 네트워크 산업은 빠르게 발전할 겁니다. 그 산업 규모가 커질수록 이 특허의 가치 역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놀랍군요.”

조성돈 팀장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그는 정성근 대리가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필요하다면 그 특허는 매각에서 제외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최민혁 실장이 바로 눈앞에서 만든 지적안을 몇 번이나 살피면서 혀를 찼다. 그는 정성근 대리가 한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이 첨가한 목차를 보자 그제야 수긍한 것이었다.

정성근 대리가 지적한 것과는 달리 최민혁 실장이 만든 것은 해결안이었다.

최민혁은 바로 이 자리에서 질문을 듣자마자 답을 찾은 셈이다.

“저기, 실장님…….”

최민혁은 정성근 대리가 지적한 부분을 살피면서 휘파람을 부는 중이었다.

“네?”

“이거 말입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이렇게 결론을 쉽게 만들 수가 있는 겁니까?”

“아, 그거야 정 대리가 정확하게 질문을 했으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노텔 특허를 정확히 알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그렇습니까?”

조성돈 팀장은 한숨을 내쉰 채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최민혁은 물론 조성돈 팀장의 마음을 알지만, 그 어떤 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는 이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몇 가지를 고민하다가 빼먹은 기술 한 가지를 떠올렸다.

‘가만, 배터리 문제도 확인을 해봐야겠어.’

* * *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 전지에 흑연 음극을 개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를 세계 최초로 상업화한 것은 역시 소니였다.

이 리튬이온전지는 가전제품 분야의 혁명이나 마찬가지였다.

KMP-01에 적용된 배터리가 바로 이 타입이다.

최민혁은 굳이 배터리까지 따로 개발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소니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했다.

그런데 스마트폰 배터리는 이야기가 좀 달랐다.

여기에 그의 고민이 있었다.

그는 어차피 이차 전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다.

새로운 특허보다는 효율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선은 역시 리튬, 코발트, 산소를 포함하는 양극 활물질이 좋겠어.’

그다음은 리튬 이온 복합체를 선택했다.

이 특허는 각 원소 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서 기존 특허와는 성격이 좀 달랐다.

거기에 음극 물질 관련 첨가제도 따로 특허에 추가했다.

최민혁은 이 특허가 뜬금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만 기존 특허와는 달리 화학 관련 전문 서적을 따로 사들여서 같이 살폈다.

김명준 과장도 어지간해서는 입을 다물겠지만, 이번 일은 자신이 책을 구해야 했다. 특히 화학 관련 전문 서적은 다른 이의 도움을 얻었다.

“설마 화학 분야를 파는 겁니까?”

“네, 힘들어요.”

최민혁은 피곤한 얼굴을 한 채 손을 흔들고 말았다. 그는 솔직히 화학과 대학원생이나 보는 전공 서적을 살피면서 지쳤다.

다른 특허와는 달리 화학 특허는 기반 지식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특허를 안다고 해서 제대로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관련 특허가 다 기억이 난다는 거다.

‘인생 2회 차 특전일지도.’

최민혁은 이제 좋게 생각했다. 그는 솔직히 IP 시티폰 특허를 정리하면서 많이 지쳤고, 스마트폰 핵심 특허를 정리하면서 요즘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들 특허 기술은 그 자신이 기억만 할 뿐이지, 제대로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에 배터리 특허까지 같이 연구하니, 아주 머리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솔직히 음극 활물질과 관련된 특허는 그 자신이 아는 분야가 아니었다.

그러니 보면서 계속 외우고, 그걸 다시 이해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화학식을 이용해서 결합 구조가 이루어지는 형태를 살필 때는 토가 나올 것 같았다.

분리만 특성이나, 고온 내구성 향상을 위한 제조 방법은 또 다른 문제다.

최민혁은 자신이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부터 하나씩 검토했다.

‘흠, 제대로 가는 것 맞지?’

솔직히 답해줄 사람은 없었다.

이들 특허는 대다수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후에나 나올 것이다.

다만 좀 걱정스러웠다.

이 특허를 어느 정도 증명하려면 기존 KM 전자 계열사만으로 부족했다.

‘배터리 제조업체가 필요해.’

최민혁도 원래는 쉽게 대기업 화학 회사를 선택할까 고민했다. 그가 그러다가 떠올린 것은 정성근 대리였다. 그는 생각보다 능력이 좋았다.

차라리 획일화된 대기업보다는 오히려 진심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어떨까 싶었다.

물론 믿을 만해야 했다.

그런데 마침 추가로 떠오른 이가 강준석 팀장이었다.

자신이 인생 1회 차 경험을 토대로 선택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물론 인생 1회 차에서 받은 빚을 갚기도 하고 말이다.

다만 꼭 거기에만 한정해서 생각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쪽도 마침 그런 사람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중요하겠지. 지금쯤이면 그 선배가…….’

그는 결국 필요한 핵심 특허를 다 정리한 후에 우선 조성돈 팀장을 불렀다.

“네? 배터리 제조업체를 인수하겠다는 말입니까? 혹시 KMP-02A 때문입니까? 하지만 굳이 우리 회사가 배터리 제조까지 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닐까요?”

“무리 맞습니다. 그런데 어쩔 도리가 없어요. 스마트폰에 적용될 배터리 덩치가 너무 커서 지금의 소니 리튬이온배터리로는 곤란해요.”

배터리 용량 문제 때문이다.

KMP-02A에 적용되는 용량과 스마트폰에서 필요한 크기는 달랐다.

설사 적용이 가능하다고 해도 단가가 문제였다.

“소니도 스마트폰 배터리라는 시장이 없어서 네고를 해주지 않을 겁니다. 결국, 우리가 소니를 설득해야 하는데,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습니다. 설사 소니 배터리의 일부를 쓴다고 해도 우리 배터리 기술이 있는 게 협상하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과연 스마트폰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을까요?”

“쉽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스마트폰 개발까지 시간은 넉넉합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굳이 더 질문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일은 이미 몇 번이나 했던 일이다. 다만 아예 전자 분야와는 생뚱맞은 화학 쪽 분야로 영역을 넓힐 줄은 몰랐다.

다만 한 가지 부분은 지적했다.

“실장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제조도 결국에는 제조 아닙니까. 실장님이 하신 방향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최민혁은 씩 웃고 말았다.

“필요하다면 팔아야죠. 다만 우리 쪽에 공급한다는 전제를 깔아서 말입니다. 그리고 아마 우리 제안을 거절할 업체는 많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미친 듯이 달라붙을 겁니다.”

“…네.”

조성돈 팀장은 혀를 찼다. 최민혁의 표정을 봐서는 단단히 비싼 가격에 처리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IP 시티폰과는 이야기가 많이 달랐다.

이차 전지 분야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하긴 스마트폰에 맞는 배터리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일 수도 있어. 실장님도 참 대단한 분이다.’

조성돈 팀장도 새삼 최민혁의 처신에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ETRI의 오현종 박사에게 연락해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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