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558화 (558/1,021)

#558.

“하지만 이번 일의 발단은 최민혁 실장 본인입니다. 스스로 이동통신 서비스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이번 일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이기에 그는 결국 범용국 기자를 데리고 최민혁 실장을 만났다.

이번 일은 정식 인터뷰 요청에 따른 만남.

따라서 큰 부담은 없었다.

그런데 최민혁은 평소와는 달랐다.

“하, 고작 TV에 나와서 몇 마디 한 걸로 족쇄를 채우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좀 심하긴 하죠.”

툴툴거리는 최민혁 실장의 모습은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색하기만 했다.

최근 MP3 로열티 협상이 진척되면서 KM 전자가 받은 계약금만 해도 무려 4천억이 넘는다는 소리가 있었다.

한 기업이 저렇게 많은 돈을 냈다는 것이 아니다.

300~400억이 모이다 보니, 저렇게 엄청난 돈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돈은 국내 기업을 상대로 갈취한 돈이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외국 기업의 로열티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일본 기업에 요구한 로열티 계약금은 대략 600~700억 선이다.

물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세계적인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금액을 말한다.

소니와 같은 기업 말이다.

그런 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는 것이 바로 최민혁 실장이었다.

“전 어디까지나 순수한 마음에서 진행한 일입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이들이 너무 불편합니다.”

“아, 네, 네…….”

‘순수는 무슨 얼어 죽을.’

“이게 어디 사람이 할 짓입니까?”

“기업이 피땀 흘려서 만든 결실을 중간에 가로채겠다는 말 아닙니까?”

“아니, 결국 특허를 다 뱉어내야 하는데, 이거 강도질 아닙니까?”

“아니, 이런 일을 보면 언론사에서는 공정한 기사를 내보내야 하지 않습니까?!”

“…….”

결국 최경진 편집장은 묵묵히 최민혁 실장이 하는 푸념을 듣기만 했다. 실상 이 자리에서 최민혁이 하는 협박만 듣게 될 거라는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이야기만 계속 들을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MP3 특허료 때문에 말들이 많습니다. 그 일 때문에 IP 시티폰 사업도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그 무슨 억울한 말씀을 하는 겁니까? 저희가 언제 중소기업 등골을 빨아먹었습니까? 특허료는 합리적으로 책정했습니다.”

“압니다. 그런데 다른 이익단체들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더욱이 그들이 우리 한영 일보를 계속 협박하고 있어요. 무조건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최민혁은 그제야 힘이 빠진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많습니까?”

“거의 모든 단체가 다 이번 IP 시티폰 사업을 하는 최민혁 실장을 부정적으로 봅니다.”

최민혁은 항거할 수 없는 권력 압박에 시달린 사람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네? 뭘 말입니까?”

“다 그렇게 부정적이라고 하는데, 제가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물러서는 수밖에 없겠지요.”

“저, 정말입니까?”

최민혁 실장은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MP3 특허료 문제도 있고 하니, IP 시티폰까지 욕심낼 수는 없죠. 필요하다면 사업부를 다 정리해야겠지요.”

최경진 편집장은 그제야 최민혁 손을 잡고는 소리쳤다.

“정말 큰 결정 하신 겁니다. 사회가 혼자 사는 곳이 아닙니다. 이익은 나눠 먹는 것도 필요한 법입니다.”

“알겠어요. 기사는 어떤 식으로 쓸 건가요?”

최경진 편집장은 이미 작성해 온 기사 초안을 최민혁 실장에게 보여주었다.

“이번 기사는 가능하면 최민혁 실장님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식으로 써보았습니다. 이게 좀 독하기는 하지만 동정표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기사 내용은 그다지 최민혁 실장에게 좋지는 않았다.

아니,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최민혁 실장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거기다 잘 보면 최민혁 실장이 잘한 일도 부정적으로 써놓았다.

물론 목적은 있었다.

이 기사를 본 일반인이 기사가 과하다는 것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최민혁은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기사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는 왜 최경진 편집장이 직접 인터뷰하러 이 자리에 온 곳인지 깨달았다.

하지만 최경진 편집장은 할 말이 많았다. 차라리 이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어설프면 일이 깔끔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확실히 최 실장님이 압박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IP 시티폰 사업에 깔끔하게 손을 뗄 수 있을 테니까요. 더욱이 이 정도 기사라면 IP 시티폰 사업을 정리하기에도 좋지 않습니까?”

“…한 번 고민해 보죠.”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 * *

최민혁은 자신이 만든 계획이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기가 막혔다.

거의 모든 세력이 한통속이 되어서 자신을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조성돈 팀장은 이런 상황을 마냥 좋게만 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이제까지 한 일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정말 이상하군요. 제가 손을 댄 기업이라고 해봐야 오성 전자, DL 그룹, 우리 첫째 큰아버지가 다이지 않습니까?”

“아뇨. 생각보다는 더 있습니다. LC 전자, HY 전자, 대운 전자 역시 조금씩 피해를 봤습니다. 더욱이 우리 KM 전자가 아주 잘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요? 하면 조 팀장님은 차라리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거하게 하자는 말이세요?”

“…전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않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면 동정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이번 일은 어차피 실장님이 다 판을 짜놓은 것이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손해를 볼 것도 없습니다.”

실제로 금전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이번 일로 KM 전자가 크게 손해 볼 일은 없었다. 겉으로야 한국 언론사가 KM 전자를 가루가 되도록 까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악성 댓글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가 있다.

KM 전자에 관한 이야기가 무성할수록 오히려 KM 전자의 브랜드가치는 더 커진다.

홍보 팀 이용식 부장이 다소 떨리는 소리로 이야기했다.

“저도 이번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만 잘 넘기면, 우리 KM 전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게 될 겁니다.”

“그렇게 좋아요?”

“오디오 사업부 판매만 봐도 알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IP 시티폰 광고 이후에 KM 전자의 국내 인지도는 완벽히 달라졌다.

비록 KM 전자에서 판매하는 물품이 제약이 있지만 그게 아닌 제품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뒀다.

이건 과거에는 전혀 없던 일이었다.

최민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도 이번 일을 통해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을 수가 있었다. 바로 자신에게 반하는 세력이 뭉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상 그 자신이 쭉 원해오던 그림이다. 어차피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한 방에 날려 버릴 생각이니까.

“좋아요. 다만 면밀하게 상황을 주시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최민혁은 그제야 웃고 말았다. 차라리 이번에 IP 시티폰으로 시선을 끈다면 스마트폰 개발은 생각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을 수도 있어. 그런데 IP 시티폰의 인기가 기대치보다 더 좋아서 다행이야. 이걸 잘만 이용하면 스마트폰 개발에 대한 것은 숨길 수도 있겠어.’

* * *

IP 시티폰 독점과 관련된 기사를 가장 먼저 내보낸 것은 역시 한영 일보였다.

한영 일보는 무려 1면 전체를 할애해서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자 다른 언론사가 앞다투어서 최민혁 실장의 행보를 비판했다.

[최민혁 실장 스스로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불과 그 말을 한 지가 채 몇 개월이 되지 않아서 IP 시티폰 사업을 시작한 것은 비난받아야 할 일이다.]

[이미 최민혁 실장은 퀄컴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다. 심지어 ETRI 측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적지 않은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그 로열티만으로도 이미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IP 시티폰까지 한다는 것은 이동통신 사업에 대한 독과점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모든 언론사가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최민혁 실장을 공격했다.

다만 이번 기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민은 많지가 않았다.

그들은 최민혁 실장이 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다들 언론사들을 기레기라고 맹비난했다.

그렇다고 한국 언론사가 죄다 힘을 합쳐서 몰아붙이는 일이 쉽게 끝나지는 않았다.

거기다 최민혁은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IP 시티폰 사업에 발을 빼겠다고 발표했다.

[국민 여러분에게 걱정을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한국 언론사와 최민혁 실장은 타이밍을 맞추어서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

김현탁 본부장은 이 사태를 보면서 황당해서 한동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최민혁 실장 이 새끼가 IP 시티폰 사업을 매각한다는 거야?”

이 일을 조사한 박태정 부장도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사실입니다. 다만 의아한 점은 이제 막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뭐야? 그러면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잖아?”

“그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낸 IP 시티폰 특허는 무려 3,000건이 넘습니다.”

“아니, 그 사이에 무슨 특허를 그렇게 많이 내? 인쇄기에 넣고 돌려도 그 정도는 안 나오겠다!”

“제가 따로 확인한 바로는 이미 사전에 IP 시티폰 특허를 준비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

김현탁 본부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지금까지 최민혁 실장이 한 K투스, MP3를 보면 이 일이 전혀 근거 없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실제로 그렇게 해왔으니까.

박태정 부장도 한 가지를 더 말했다.

“출원한 특허를 따로 시티폰 전문가와 같이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그 특허가 쓰레기가 아닙니다. 전부 다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가만, 그러면 그 특허 매입 비용은 얼마가 되는 거야? 아니, 이상하잖아. 최민혁 그 새끼가 왜 그 특허를 매각한다는 거야?”

“아무래도 이번 언론사 공격이 특허료 수익에 있다 보니, 더 부담을 느낀 것 같습니다.”

“웃기지 좀 마. 최민혁 그 새끼가 어떤 놈인데, 언론사 이야기에 겁을 먹어?”

“하지만 이번 사태는 이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가 실제로 보여준 것은 바로 이번 일과 관련된 시사 방송국 녹화본이다.

단순히 뉴스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시사 매체에서 특허료를 이용해서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KM 전자를 공격한 것이다.

“…이번에는 좀 심하긴 하네. 아니, 왜들 저렇게 지나치게 공격하는 거야?”

“아무래도 MP3 특허료 로열티 협상 때문입니다.”

그가 내놓은 것은 오성 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이 KM 전자와 협상한 특허료 자료였다.

최종 금액을 확인한 김현탁 본부장은 이 특허료가 고작 국내 기업에만 해당한다는 것을 알고는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최민혁 실장이 이상할 정도로 계약금을 받아서 퉁 치는 방식으로 특허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러면 손해를 많이 볼 텐데?”

“하지만 특허료를 당겨서 받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아니, KM 전자에 무슨 일이 있어? 이 회사가 망하기라도 해? 내가 알기로 부채 비율이 20%도 안 된다고 들었는데?”

“0%입니다.”

“하.”

그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일이 시작된 탓에 더 자신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젠장, 나도 모르겠다.’

* * *

IP 시티폰 사업자 허가 작업이 정보 통신부에서 빠르게 진행되었다.

최민혁 실장 자신이 만든 계획대로이기는 하지만 이 IP 시티폰의 이권을 노린 세력들이 숨김없이 그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아니, 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격화되어 갔다.

기존의 시티폰 지역 사업자들의 투자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샐로먼 브러더스와 같은 기업 투자자도 대폭 늘어났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역시 뜨거운 문제가 된 것은 KM 전자가 가진 시티폰 특허였다.

최민혁은 이 협상을 특허 팀에 던져놓고는 신경을 끊었다.

그는 한국 뉴스가 온통 이 IP 시티폰 사태로 시끄러워도 무시했다.

이보다는 미국에 가 있는 조창호 차장에게 연락해서 미국 일을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 지으라고 지시했다.

차세대 ARN IP 검토 때문에 ARN 본사에서 상주하다시피 했던 조창호 차장은 최민혁 실장의 연락을 받자 곧바로 에플 본사에 있는 최병연 이사를 직접 찾아갔다.

“설마 이곳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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