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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367화 (367/1,021)

#367.

그런데 시간이 제법 많이 남았다고 해도 이 해결책을 찾는 게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최민혁은 바로 노트북과 KMP-01을 같이 꺼내서 두 가지를 연결했다.

노트북 화면에는 KMP-01 툴이 즉시 떠올랐다.

화면 상단 메뉴에는 온라인 구매 창이 있었다. 그 창 아래에는 MP3 샘플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각 노래에는 여러 가지 정보가 있었는데, 심지어 음원 가격도 추가되어 있었다.

최민혁은 노래 파일 하나를 클릭했는데, 그다음에 결제하라는 창이 떠올랐다.

“어때요?”

“…이거 설마 MP3 파일을 온라인으로 결재할 수 있는 겁니까?”

“네. 엄밀히 말하면 MP3 온라인 판매 사이트란 표현이 정확합니다. 이 툴과 카드사를 연동만 시키면 인터넷 온라인 결제 서비스가 바로 가능합니다. 관련 프로그래밍 자료는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스터 카드 쪽에서 그 부분만 메꾸면 됩니다.”

실제로 마스터 카드에서 이미 관련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두었다. 윈도우용뿐만 아니라 리눅스, 유닉스 타입도 있다.

특히 유닉스 타입 중에는 Darwin에서 작업이 되어 있었다.

Darwin이 가지는 보안성과 안정성 때문이다.

불행히도 이 Darwin을 사용하는 OS 시장이 그렇게 큰 편이 아니다.

마스터 카드에서 아쉬워하던 부분이다.

정확히는 마스터 카드만이 아니라 다른 글로벌 카드사도 비슷했고, 온라인 결제 시스템에 관심이 있는 많은 업체도 똑같다.

최민혁이 내놓은 자료는 뜻밖에도 Darwin과 연동이 쉽게 되어 있었다.

옆에 자문 나온 엔지니어가 그 자료를 보고는 눈이 동그랗게 변해서 폴 부사장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맙소사 KMP-01이 Darwin과 연동되는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정확히는 Darwin를 기반으로 해서 만든 OS가 바로 KOS였다. 벨린 소프트에서 만든 이 OS는 이미 기존 KOS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호.”

기대를 넘어선 KMP-01 인터페이스에 폴 부사장은 흥미로운 눈으로 노트북 화면을 살폈다. 하지만 그는 곧 이 시스템의 치명적인 문제점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음반 대리점에서는 별로 안 좋아하겠군요. 이게 만약 가능해지면 매출이 격감할 테니까.”

“하지만 메이저 음반업체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들은 불법 MP3 파일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 판매 유통을 허락할지는 좀 다른 문제입니다.”

정확히는 메이저 음반 업체가 굳이 KMP-01 유통망과 손을 잡을 이유가 없다. 차라리 그들이 이런 툴을 만들면 간단했다. 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더 이익이었다.

이게 사실 KMP-01 온라인 결제 시스템의 근원적인 문제였다.

최민혁이 굳이 마스터 카드와 만난 이유다. 당장은 메이저 음반업체도 그저 흥미로만 지켜보겠지만, 검토는 할 것이다.

그들이 일단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굳이 벼랑 끝 전술로 갈 이유는 없다.

아무래도 앞으로 협상도 쉽게 진행될 것이다.

정확히는 최민혁이 그렇게 되게 할 생각이었다.

폴 부사장이 최민혁 제안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였다. 그렇다고 최민혁이 내놓은 방식을 마냥 추켜세우지는 않았다.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그들도 대리점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 그 때문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음원 온라인 결제 서비스는 메이저 음반 업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그 해결이 쉽지가 않았다. 아직은 MP3 공유 서비스가 그렇게 활성화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최민혁은 은근슬쩍 뒤로 물러서는 폴 부사장이 귀엽기만 했다. 그는 그래서 다시 한번 자신이 한 제안의 의미를 설명했다.

“굳이 이걸로 당장 수익이 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도 만약을 대비한 보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스터 카드도 인터넷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 실제로 구현된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영업하기도 좋을 테니까.”

“흠.”

폴 부사장은 팔짱을 낀 채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 역시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 온라인 시스템이 당장 호응이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MP3 파일 결제 시스템이 있다면 꽤 괜찮은 영업 수단이 된다. 최민혁 실장의 말대로 음반 업체 역시 지금 한창 고민을 하고 있을 터. 그들도 이것을 본다면 일방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지금 당장은 반대한다고 해도 뒤돌아서면 이 구매 시스템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다. 설사 KMP-01 툴을 사용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개발할 것이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들이 KMP-01을 배척하지만 않는다면 인내를 가지고 영업한다면 얼마든지 합리적인 협상을 할 수가 있었다.

폴 부사장 역시 세계적인 메이저 음반 업체가 가진 자금력을 잘 알기에 그들과 일방적인 협상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았다.

그렇다면 문제는.

“보안은 문제가 없는 겁니까?”

“이 시스템은 보안 그 자체죠. KMP-01에 사용되는 OS는 유닉스 기반 시스템입니다. Darwin이라면 그쪽에서도 아는 것 같더군요. 따라서 안정성과 보안성은 윈도우와 비교조차 하기 힘듭니다.”

폴 부사장은 엔지니어가 옆에 붙어서 침이 튀도록 떠들어대는 소리에 인상부터 썼다가 다시 최민혁을 향해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좋습니다.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죠.”

최민혁은 꽤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은 이 협상에서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겠지만, 메이저 음반 업체와 앞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아니면 스티븐을 이용해야겠지. 하지만 그도 한 일을 내가 못할 일은 없어. 기술적인 부분은 충분히 검토가 끝났으니까.’

* * *

마스터 카드의 인터넷 온라인 결제 서비스는 미국 대기업과 손을 잡고 진행하는 일이다. 따라서 실패할 이유는 없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인터넷 자금 결제 표준안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업체끼리 견해 차이도 있고, 보안 이슈도 있었다.

KMP-01 경우처럼 입맛에 맞는 시스템은 없었다.

따라서 마스터 카드는 말로 하는 것보다는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그들이 최민혁 실장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메이저 음반 업체는 샘플 음원 공급 제안에 예상대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들은 이미 탄탄한 음원 판매 유통망이 있는데, 굳이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에 끼어들어서 문제를 만들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어이가 없었다.

지금 한창 한국 PC 통신업체와 용산 상가를 상대로 규모 소송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도 KM 전자를 이전처럼 살기가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보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이 내놓은 시스템은 꽤 매력적인 유통안이었다.

음원 유통이 편리한 만큼 기존 유통과 비교하면 가지는 강점이 꽤 컸다.

더욱이 지금 한창 문제가 되는 불법 MP3 파일에 대한 대안이기도 했다.

공짜 MP3 유저를 상대로 적절한 대안을 만들어준다면 그 일부를 흡수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그 숫자가 폭증하고 있었다.

그들은 결국 슬그머니 다른 방법을 말해주었다.

“저작권 기간이 끝난 옛날 노래에 대해서는 우리가 태클을 걸 이유가 없습니다.”

* * *

마스터 카드는 결국 최민혁 실장 제안을 받아서 KMP-01을 기자 회견장에서 직접 보여주었다.

제대로 된 서비스가 아니라 보여주기식으로 만든 쇼에 가까운 임시 결제 시스템이다. 따라서 개발 자체는 불과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결제 시스템에 호기심을 드러낸 이들도 많았다.

한국 기자들은 인터넷으로 마스터 카드 결제가 되는 것이 신기해서 이 기자 회견 뉴스를 꽤 정성스럽게 다루었다.

덕분에 KMP-01은 또 한 번 뉴스를 탔다. KMP-01 툴을 이용해서 인터넷으로 음원을 구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서비스는 당연히 없었다.

세계 최초의 MP3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었다.

다만 메이저 음반 업체에서는 겉으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에 그저 뉴스 쇼에 불과했다. ‘아 이런 신기술이 있다!’에 불과한 뉴스 말이다.

하지만 최문경 부회장, 오성 전자의 권태성 실장, LC 실장은 이 뉴스를 아주 심각한 눈으로 지켜봤다. 그들은 만약 이 서비스가 정말 성공한다면 KM 전자는 그 수수료만으로 수백억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이 서비스가 만드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공격했다.

그들은 가능한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서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 일상화된다면, 음원 대리점은 줄도산 할 것이라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해관계 당사자 간의 갈등은 폭발했다.

사실 음원 대리점 매출에 당장은 영향을 받을 일이 없는데도 과장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KM 전자 본사로 몰려가서 시위하는 대리점주는 없었다.

그들은 당장 자신이 손해를 보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KM 전자는 덕분에 제대로 주목을 받았다.

그 이후에 나오는 뉴스들은 이전의 뉴스와는 좀 달랐다.

지난 뉴스는 그저 정보를 알리는 선이다.

그런데 이번 뉴스는 악의를 가지고 KM 전자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조성돈 팀장은 홍보 팀 이용식 부장에게서 경고를 듣자 최민혁에게 달려갔다.

“큰일 났습니다.”

하지만 이미 최민혁은 KMP-01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결정한 일이었다. 지금과 같은 흑색선전이 있어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될 것 같았으면, 이미 난리가 났겠지.’

“예상한 일이에요.”

“네?”

“어차피 인터넷 음원 서비스가 시작되면 음반 대리점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다만 그 문제를 과장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문제죠.”

“하지만 만약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그런 일은 안 생길 겁니다. 이보다는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되었죠. 그게 더 의미 있는 일입니다. 예약 물량이 더 늘어난 것으로 압니다만?”

“아, 그렇기는 하지만…….”

실제로 예약 물량이 10만 대 가까이 더 늘어났다. 판매된 물량 20만 대를 포함하면 누적 물량만 무려 50만 대나 되었다.

단순 수치만으로 대략 1,500억이 좀 안 되는 매출이었다.

작년 오디오 사업부 매출이 고작 1,500억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엄청난 매출인지는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조성돈 팀장도 난감한 얼굴로 질문했다.

“설마 이대로 두고 보실 겁니까?”

“으음, 이렇게 하죠. 조 팀장님이 기자회견을 여세요. 이런 식으로 말하세요. ‘저도 기사 봤습니다. 여러분의 걱정 잘 압니다. 하지만 인터넷 음원 서비스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오프라인 음반 대리점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될 것 같네요.”

“지, 진심입니까?”

“그게 사실입니다. 1~2년은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어요. 만약 인터넷 속도가 더 빨라지고, 더 쉽게 많은 사람이 사용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만, 그건 5~6년 후의 일입니다.”

최민혁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을 챙겼다. 그는 조성돈 팀장이 따라붙는 것을 보면서 툴툴거렸다.

“또 할 말이 있습니까?”

“아니,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죠.”

“지금 난리가 났는데, 다른 일을 처리하신다는 말입니까?”

“난리가 나라고, 그렇게 한 겁니다. 우리 첫째 큰아버지가 너무 실력이 떨어져서 명분을 준 겁니다. 우리 부회장님이 만든 판에 조 팀장님이 춤을 추면서 어울리면 될 겁니다.”

“하, 하지만…….”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시대의 큰 흐름은 못 막습니다. 그 과정에서 퇴보하는 이들이 나오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기술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조성돈 팀장도 최민혁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지 않았다. 그는 이보다 최민혁이 양복을 입은 채 실장실을 나가는 것이 더 궁금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미국에 좀 가봐야겠습니다. 그러니까. 조 팀장님이 판을 크게 벌여서 제 행적을 좀 가려주세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설마 의도적으로 일을 이렇게 만든 겁니까?”

“네. 안 그러면 제 미국 행적을 보고 미행을 붙일지도 모르죠. 우리 첫째 큰아버지라면 그렇게 하고도 남아요.”

“…….”

조성돈 팀장은 사장실을 향해 가는 최민혁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ARN 보고서 때문이구나. 진짜 실장님 행동력은 알아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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