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339화 (339/1,021)

#339.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굳이 이번에 신입 321명을 다 데려온 것도 그렇고, 이번 일도 우리 첫째 큰아버지를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하긴 나도 자네 의도를 알지 못했으니.”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 * *

콜린스 매각에 이은 정략결혼설 이슈는 쉽게 가라앉았다가도 다시 가끔 주목을 받았다.

아이러니한 점은 최민혁이 이 두 가지 문제에 애매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최문경 부회장으로서는 실로 짜증스러운 상황이었다.

콜린스 사업을 매각하거나 정략결혼을 진행하면, 차라리 그렇게만 한다면 대응책을 세우면 된다.

그런데 하다가 ‘어, 아니네’ 이러면 대처가 애매해진다.

막상 정략결혼을 반대하려고 찾아가서 항의해 보면,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

최문경 부회장 아내 김이경 여사도 몇 번이나 이 문제를 가지고 최용욱 회장을 찾아갔다가 민망한 꼴을 몇 번이나 당했다.

“나도 이제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혼사는 집안 문제입니다. 민혁이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안건민 회장에게서 두 사람의 관계를 들은 최용욱 회장은 내심 화가 치밀었다. 차라리 두 사람이 잘되고 있다면 웃고 넘길 일이다. 그런데 두 사람 상황이 그렇지가 않았다.

안지민은 연락을 참다 못해서 먼저 연락을 했는데, 최민혁 답변은 한결같았다.

-바쁩니다!

이놈의 손자 최민혁은 여자 보기를 아주 개똥같이 했다.

안지민이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는지 집 안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안건민 회장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선뜻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역대급 재벌 사위가 될 기회를 아주 우습게 생각하는 최민혁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기 딸이라서 아니라 안지민은 일반적인 재벌가 여식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말할 수가 없으니, 혼자 끙끙 앓았다.

다행히 안건민 회장 측근을 통해서 사실을 안 최용욱 회장은 손자 최민혁을 불러서 잔소리를 해야 할까 고민 중이었다.

“아니, 정략결혼은 그렇다고 하자. 두 사람은 제대로 만나지도 않는 상황인데, 무슨 집안 문제 타령을 하는 거야?!”

“네?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뭐가 안 그래. 따지려면 제대로 알아나 보고 와서 항의해!”

“…네.”

결국 분노한 김이경 여사는 최문경 부회장을 찾아가서 스토커처럼 한동안 괴롭혔다.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둥, 어쩐 둥 식으로 해서 최문경 부회장 측근이 무능하니, 잘라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빌어먹을.’

최문경 부회장은 아내 김이경 여사의 잔소리 때문에 피곤했다. 그런 차에 안 좋은 소식은 찔끔찔끔 계속 보고받았다.

콜린스 국내 판매가 점점 늘어나더니, 최근 와서는 그 수량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이게 사실이야? 정말 이달 콜린스 판매량이 5만 대를 넘었다는 말이야?!”

권재홍 비서실장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당혹스러운 얼굴이었다.

“정확히는 2만 대가 팔렸고, 재고가 없어서 3만 대는 주문 예약만 걸린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렇다 쳐도 5만 대면 2,000억이 넘는 물량이잖아?!”

“네. 그게 국내 다른 오성이나 LC 전자 시장까지 건드린 것 같습니다.”

“하.”

국내 월 판매 5만 대는 사상 최대였다. 오성 전자나 LC 전자 시장 전반을 잠식했다는 의미다. 물론 일시적인 일이라도 쉽게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다.

최문경 부회장은 이마를 잡았다. 그로서는 상상도 못 한 매출액이었다.

그런데 국내 매출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지속적인 콜린스 판매와도 관련이 있다. 찔끔찔끔 늘어난 물량이 팔릴수록 이를 사용해 본 소비자 리뷰가 계속 퍼져갔기 때문이다.

입소문이 나면서도 콜린스를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가격이 무려 대당 400만 원이라는 점이 걸림돌이 되었지만, 소니를 뛰어넘은 품질 때문에 이 가격도 소비자들의 구매에 장애가 되지 않았다.

가장 주효한 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환불해도 된다는 강력한 대처였다. 자기 품질에 그만큼 자신을 가진 것이다. 뒤늦게야 이 사실을 안 소비자가 결국 지갑을 연 것이었다.

그런데 이 일이 다시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면서 지금도 예약 물량은 계속 늘어났다.

마치 폭탄이 터진 듯 쾅 소리가 사무실에 울렸다.

분노를 참지 못한 최문경 부회장이 부회장실을 왔다 갔다 하다가 골프채로 자기 책상을 후려친 것이었다.

흉한 몰골을 한 책상 모습에 권재홍 비서실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뒤에서 실무 서류를 들고 있던 민상수 팀장은 그저 눈치만 살폈다.

“이게 말이 돼? 어떻게 망해가던 그 회사가 국내 월 매출이 2천억이 넘을 수가 있어!!!”

“…….”

“이봐 권 실장, 도대체 입이 있으면 말이라도 해보란 말이야. 아니, 콜린스 같은 고급 모델은 국내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고 했잖아. 도대체 이 일을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하는 거야?”

실제로 국내 대형 TV 시장은 그렇게 큰 편이 아니었다.

이렇게 많은 물량이 팔려 나가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놀랍게도 콜린스가 국내 고급 대형 TV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넘어서 시장 파이 자체를 키운 것이었다.

콜린스는 PDP나 LCD가 가지는 장점을 극복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그대로 가졌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가만 이런데도 콜린스 매각설이 진짜야? 민혁이, 이놈이 미치지 않고서야 콜린스 사업부를 팔아 치울 이유가 없잖아?”

“…….”

권재홍 비서실장도 자포자기했다. 그도 예측을 계속 벗어나는 최민혁 실장 행보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겨우 흥분을 가라앉힌 최문경 부회장은 사무실을 왔다갔다 움직이다가 양손으로 다시 책상 위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래, 민혁, 고놈이 콜린스 개발을 숨겼다고 하자. 최소한 이후에 콜린스 대응책은 확실히 챙겨야 할 것 아냐.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콜린스 매출 변화는 그들 예측과는 너무도 달랐다.

당시만 해도 최민혁이 왜 저렇게 미적거리나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초반 작은 물량 공급을 통해서 불량률을 철저히 검토했고, 차후에 반영한 것이다.

특히 부품 교환과 같은 다양한 수익성 활동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약 문제는 철저하게 KM 전자에게 유리하게 진행되었다.

KM 전자 현금 흐름이 한국 다른 대기업보다 좋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왔다.

이런 점은 KM 그룹 비서실에서도 혀를 내두르는 일이다.

최문경 부회장은 혀를 차면서 풀썩 자기 의자에 앉았다.

돌아가는 상황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외국 투자자가 왜 KM 전자 주식에 그렇게 미친놈처럼 날뛰는지 그 이유는 찾았어?”

“그건 지금 확인 중입니다.”

“아직도 확인만 해? 그놈의 확인은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아니, 제대로 확인은 하는 거야? 매사에 제대로 확인된 것이 아무것도 없잖아?!!”

“죄송합니다.”

최문경 부회장은 화가 너무 나서 참을 수가 없어서 버럭 소리쳤다.

“그딴 소리는 하지도 마. 지금 최민혁, 그놈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파악했어?”

“신입 사원 교육에 기획 팀을 보낸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분노한 최문경 부회장이 눈살을 와락 구겼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니다. 도저히 그냥 있을 수는 없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최문경 부회장은 양복 상의를 챙겼다.

“뭐해? 당장 안 따라오고!”

“아, 알겠습니다.”

* * *

대기업 신입 사원 교육은 대기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다양한 자료와 논리적인 기반으로 한 교육은 짜임새 있게 진행된다.

더욱이 이 과정에 대한 평가가 진급과 관련이 있다면 더 열정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다.

[우리 KM 전자가 향후 나아갈 방향은 디지털 시대 변화 시점에 맞추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진행한 구조조정은 필요악이었습니다.]

[위성 사업부는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지만, 그 이상은 힘듭니다. 앞으로 더 큰 시장을 보는 KM 전자 처지에서는 적절한 조치였습니다.]

[향후 IT 시대의 미래에 콘텐츠 사업도 빼놓기 힘듭니다. 지금은 인프라가 없어서 아무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여기에 매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문경 부회장은 디지털 미래라는 주제로 구체적인 맥락에 따라서 의견을 피력하는 신입 사원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이곳이 오성 그룹이 사용하는 교육 건물이라는 것에 놀랐지만, 안으로 들어와서 본 KM 전자 신입 사원 모습에 감탄했다.

‘놀랍군.’

단순한 자기 발표가 아니라 팀 구성원이 향후 팀 목표를 위해서 유기적인 발표를 이어가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는 솔직히 321명의 신입 사원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정말 저놈들이 최하 등급을 맞은 신입 사원들이 맞아?”

“…….”

권재홍 비서실장은 크게 당황해서 민상수 비서실 2팀장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민상수 팀장도 억울했다. 그도 밑에 직원에게 큰소리는 치지만 분노한 최문경 부회장에게는 그저 고개만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그놈의 죄송. 지겹지도 않아? 이제 말이나 좀 바꿔서 해. 물려서 미칠 것 같으니까.”

최문경 부회장은 자신이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신입 사원 교육 분위기에 화마저 났다. 하지만 그는 굳이 교육 과정에 끼어들어서 분탕질은 치지 않았다.

아마 조카 최민혁이 그 사실을 알면 냉큼 내려와서 삿대질하면서 자신을 협박할 것이 분명했다.

“권 실장, 분명히 사전에 연락해 둔 친구들이 있다고 했지?”

“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좀 제대로 하자. 부회장인 내가 계열사 신입 사원 교육받는 곳을 직접 찾아와서 확인해야겠나? 권 실장은 자존심도 없어? 정말 생각을 하기는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아, 그놈의 죄송, 차라리 입이나 닥쳐!”

“…….”

꾸벅 고개를 숙인 두 사람은 할 말이 없었다. 설마 일이 이런 식으로 풀려갈지는 상상도 못 했다.

‘설마 신입 사원 채용에도 최 실장이 뭔가 손을 썼다는 말인가?’

* * *

최민혁이 강준석을 찍은 것처럼 최문경 부회장 비서실도 미리 사전에 연락해 놓은 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통해서 신입 사원 교육 과정에서 특이점을 찾으려고 했다.

그중에 대표적인 이가 바로 서울대 출신의 김정현이다. 그 역시 KM 계열사보다는 KM 그룹 본사를 노렸던 것이다.

자신의 출신 대학인 서울대인만큼 KM 그룹 요직에 앉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정확히는 졸업 학점이 좋지 않아서 오성 그룹과 같은 곳을 피했던 것이다.

김정현은 그 덕분에 KM 전자 신입 사원 교육을 받으면서도 연락을 기다렸다. 그런데 예상보다 빠른 연락에 흥분했다.

그는 권재홍 비서실장 도움을 얻어서 신입 사원 교육관에서 빠져나왔다.

신입 사원 교육관에서 가장 가까운 한정식집에서 권재홍 비서실장을 만났다. 아니, 최문경 부회장을 그 자리에서 대면했다.

김정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기, 김정현입니다!”

“그래. 자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아직 사회 초년생인 김정현은 겉으로는 덤덤한 최문경 부회장의 속내는 알아보지 못했다.

“아, 아닙니다. 부회장님을 이 자리에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그래? 젊은 친구가 의욕이 넘쳐. 암, 그래야지.”

최문경 부회장은 자신에게 납작 엎드리는 김정현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이게 실제 상식적인 반응이었다.

까칠한 조카 최민혁이 보인 반응은 비정상이었다.

‘그놈은 진짜 돌연변이야.’

그는 열기가 가득한 김정현의 모습에 그나마 기분이 풀렸다. 다만 이번 신입 사원 교육 모습을 떠올리자 눈살을 찌푸렸다.

‘전부 다 내 신입사원들인데…….’

막상 자기 품 안에 있을 때는 귀찮기만 하던 이들이었다.

그런데 최민혁 손에 들어간 것을 보자 배가 아주 아팠다.

뭔가 자기 보물을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아니, 일단 확인이 우선이었다.

“신입 사원 교육 분위기가 좋던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네?”

“인사 팀 요청으로 그룹 내에 모였을 때와는 분위기가 너무 많이 달라서 그래.”

“아,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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