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329화 (329/1,021)

#329.

“그런데 그때 KM 전자 주가는 1,500원 시절이었습니다. 그 정도 가치는 안 됩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올해 연초 주가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김현우 수석 부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 역시 생각하기 싫은 기억을 떠올렸다. 바로 자신이 KM 전자에서 쫓겨난 일이다.

회사 주가는 그 이후로 무서울 정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러면 형은 황금알을 낳는 KM 전자 주식을 1,500원에 최민혁 그 새끼에게 몽땅 다 넘겼다는 소리야?!”

“으음, 대충 그렇습니다.”

“맙소사, 아니 그거 사기잖아. 아니, 형은 그 꼴을 당하고서도 최민혁 그 새끼를 그냥 내버려 둔 거야?!”

김현우 수석 부장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도 최근에 와서 당시 자신을 이용해서 최민혁이 딜을 봤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사실마저 말할 수는 없었다.

“작은아버지, 지금 그런 이야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미 다 지난 일인데, 인제 와서 뭘 어쩌란 말입니까?!”

“아, 그래, 미안하다. 속상한 것을 따지면, 네가 더하겠지. 넌 그때 KM 전자 상무로 있었으니, 하, 그 자리만 해도 어마어마하구나.”

“작은아버지!”

“아, 미, 미안.”

최주민은 눈동자를 도르르 굴리면서 김현우 수석 부장 얼굴을 살폈다. 그는 KM 전자에 대해서 파면 팔수록 황당한 진실을 묻혀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혀를 차고 말았다.

씩씩대던 김현우 수석 부장도 억지로 화를 참았다. 그 역시 최근 최민혁 1조 주식 초대박 이야기를 들을수록 화를 참기 쉽지 않았다.

최주민이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적극 나선 이유였다.

“어제 다시 파악한 바로는 아버지가 가진 지분은 6%에요. 1,500원에 5%를 사들였고, 나머지는 30,000원일 때 1%를 사들였죠.”

“그러면 고작 100억도 안 들었다는 소리구나. 그 돈이 지금은 3,600억 원을 넘겼으니.”

김현우 수석 부장 눈빛이 반짝였다.

“그 돈의 일부만 있어도 작은 아버지에게 큰 도움이 되겠죠?”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래서 말인데요. 일단 이번 생일에 가족 모임을 해요.”

“흠, 괜찮기는 한데, 그래서 과연 될까?”

“지금은 아버지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이에요. 아버지가 최 회장이랑 서로 잘 어울리는 것도 가족을 우선으로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래, 일단 네 의견대로 해보자. 하지만 민혁이 그놈에게 간 주식은 정말 아깝구나. 내 생각 같아서는 당장 검찰에 고발이라도 하겠는데…….”

김현우 수석 부장은 내심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 역시 속상한 것으로 치면 가장 억울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 * *

최두진 사장은 가까스로 최주민을 돌려보내고 난 후에 곰곰이 고민했다. 그는 자신의 주식 정보가 어떻게 흘러 나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있다고 한다면 KM 전자 지분과 관련된 일을 잘 아는 김현우 수석 부장이었다. 그로서는 김현우 수석 부장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팠다.

당연히 동생 최주민 문제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당시 김현우 수석 부장도 자신이 잘만 컨트롤 했다면 지금과 같은 꼴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민기식 고문 변호사를 불렀다.

“민 변, 나도 동생이 저러는 모습을 보니 애잔해서 죽겠어. 주민이 그 녀석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기에 저렇게 된 거야? 상황이 그렇게 나빠?”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정부가 손 놓고 있지는 않을 텐데?”

“그게 시작은 대주주의 불법 대출 때문이기는 합니다만 신용금고 5곳 중에서 3곳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다른 은행에 넘어간다면, 자칫하면 불법 대출이라서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은행 자금 대출에도 영향을 주겠군.”

“돈줄 역할이 막히면서 결국 청주 지역의 업체가 직격타를 받았습니다. 어음부도율이 벌써 1,89%로 늘어난 것은 심상치 않은 일입니다.”

“최악은 검찰이 사기죄로 걸고넘어질 수도 있겠어.”

“아니, 그 이상입니다. 금액 규모가 커서 형량이 가볍지가 않을 겁니다.”

민기식 고문 변호사도 이전과는 달리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유는 KM 그룹 구조조정을 보면서 심상치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청주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국적으로 드문드문 발생했다.

지역 업체는 다들 쉬쉬하지만, 눈치 빠른 이들은 자금을 몰래 회수하는 중이었다.

최두진 사장은 차마 그렇게 행동하지는 못했다. 자신 역시 다른 이들과 같은 행동을 한다면 삼익 건설은 더 큰 자금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골치 아픈 동생 문제를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보다 KM 전자의 주식 가치 때문에 최민혁의 행보를 더 고심했다.

“KM 그룹 구조조정이 문경이 때문에 주춤한다는 소리는 있던데, 그건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노조 때문에 한때 멈추기는 했지만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겁니다. 다만 그 일 때문에 최민혁 실장을 우려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가? 민혁이 역량이 어떤지도 알면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놈이 있어?”

“기존 임직원은 여전히 최민혁 실장을 지지합니다만 구조조정 대상이 된 이들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그들은 오히려 최민혁 실장을 반대합니다!”

“쯧.”

그로서는 최민혁 실장을 반대하는 인간에 대해서 혀를 차고 말았다.

‘민혁, 이놈이 정말 물건이란 말이야.’

그런 차에 마침 이곳 별장까지 찾아온 이가 있었는데, 바로 장승일 실장이었다.

“그 친구는 그만 급해서 이곳 별장까지 찾아온 거야. 들어오라고 해.”

* * *

최두진 사장은 KM 그룹에서 일어난 일이 궁금해서 장승일 실장을 유쾌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는 혹시나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최주민을 별장에서 쫓아내 버렸다.

그런데 장승일 실장을 동행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최민혁이었다.

“어, 민혁이, 넌 웬일이냐?

최민혁은 눈치를 보는 장승일 실장에게 넌지시 배턴을 넘겼다.

장승일 실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 지시로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응? 최 회장이? 그래, 앉아봐. 나도 할 이야기가 좀 있으니까.”

다과가 나오자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최두진 사장은 최민혁의 방문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유쾌한 얼굴로 최민혁에게 살갑게 굴었다. 최민혁 때문에 재미를 단단히 봤기 때문이다.

‘아쉽네.’

최민혁에게 넘긴 KM 전자 주식은 아쉬웠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지금 있는 KM 전자 주식만으로 이익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제야 조용히 한쪽에 서 있는 최민혁 얼굴을 힐끗 살폈다.

최민혁은 마치 자신은 전혀 이 일과 관계가 없는 사람처럼 침묵했다.

“쟤는 왜 저래?”

최민혁은 힐끗 장승일 실장을 쳐다보았다.

장승일 실장은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실장님이 회장님의 KM 산업의 지분을 원하고 있습니다.”

최두진 사장은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서 고개를 갸웃했다. 오히려 찬성했다. 최민혁 성과를 봐서는 KM 산업도 차라리 최민혁이 경영권에 간섭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내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잖아. 난 경영권에 간섭할 생각이 없어.”

“그 문제 때문이 아닙니다. 최문경 부회장님 때문에 이 일이 간단하게 넘어갈 리 없습니다.”

“응? 문경이가 왜? 아, 지분. 흠, 확실히 문경이가 알면 난리가 나겠어.”

최두진 사장은 솔직히 자나 깨나 KM 전자 주식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도 생각 같아서는 지분을 늘리고 싶었지만 지금 주가는 무려 18만 원이었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

그러니 차라리 최민혁이 KM 산업 지분을 얻어서 그 가치를 올리는 것에 찬성한다.

그런데 한때는 KM 그룹 경영 승계권을 확보했다는 최문경 부회장이 그 일을 알면 최용욱 회장을 찾아가서 대판 싸우고도 남을 일이었다.

“…가만 설마 내 지분을 민혁이 저 녀석에게 매각하란 소리야?”

“회장님이 차후 상황을 봐서 최 사장님에게 지분을 넘길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래?”

최두진 사장은 그제야 자신의 차명 지분 일부를 최민혁에게 넘기라는 제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이미 KM 전자 주식으로 뒤통수를 거하게 맞았기 때문이다.

“설마 공짜로 지분을 넘기란 소리는 아니겠지?”

“회장님이 매각 가격에 주식을 넘길 것입니다. 그러니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아, 내가 최 회장을 못 믿는 것은 아냐.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 나도 뭔가 중간에 챙기는 것이 있어야 하잖아?”

최민혁은 힐끗 장승일 실장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장승일 실장도 크게 당황했다. 최두진 사장이 저런 행동을 보일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두진 사장은 솔직히 지난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미 지난 일이라서 나도 뭐라고 하기는 싫다. 하지만 내 지분을 1,500원에 넘긴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는 않아. 최 회장이 나서지 않았다면 결코 지분을 넘기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거야…….”

장승일 실장도 할 말은 많았지만, 과거 KM 전자를 둘러싸고 있었던 복잡한 일을 걸고넘어질 수는 없었다. 그는 결국 최민혁에게 도움을 청했다.

최민혁은 혀를 찼다. 그는 잠깐 머리를 굴렸다. 최두진 사장에게 줄 만한 건수를 떠올려 보았다. 기획 팀에서 올라온 보고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그중에 하나가 마침 그가 인생 1회차에서 일어난 사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삼익 건설이 파산한다라. 아, 최주민 사장 사건도 있구나.’

최민혁은 그제야 최주민 사건 여파 때문에 최두진 사장이 홍역을 치른 사건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감옥에 있어서 자세한 내막은 잘 몰랐다.

이 일 때문에 최두진 사장이 사기로 검찰에 조사를 받았다는 것까지 기억했다.

최두진 사장 처지에서는 꽤 억울한 일이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최주민에게 투자를 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민혁은 이 사건을 어떻게 포장해서 최두진 사장에게 말할까 고민했다. 호기심으로 물끄러미 쳐다보는 최두진 사장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참, 김 상무님은 잘 지냅니까?”

“…그런 것으로 안다.”

“이번에 혹시 오성 전자에서 또 사고 치지는 않았고요?”

“무슨 뜻이냐? 설마 현우 그놈이 또 불법을 저질렀다는 소리냐?”

“아, 그건 아닙니다. 으음, 이걸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한쪽에서 조용히 서 있는 김명준 과장을 쳐다보았다. 이번 일은 김명준 과장조차 전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식 웃고 말았다. 뭐 이런 일이 하루 이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동생인 최주민 사장님 이야기입니다.”

최두진 사장도 인상을 와락 구긴 채 버럭 소리쳤다.

“주민이? 갑자기 주민이 이야기가 여기 왜 나와?!”

“당연히 사장님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죠.”

최주민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짜증이 난 최두진 사장은 그제야 몸을 움찔 떨었다. 최민혁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저런 이야기를 할 녀석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그런데 이 일이 과연 사장님에게 이익일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판단하마. 무슨 일인지나 일단 말해봐.”

최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잘 아실지 모르겠지만 최근 검찰에서 KM 전자를 지켜보는 중에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장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요새 저희 회사가 조금 시끄럽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검찰 쪽에 알아보는 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검찰이 KM 전자를 조사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덕산그룹 부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검찰 통해서 들은 이야기로는 청주 사채 시장도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서, 설마 그중에 한 사람이 주민이란 소리냐?”

“작은 일이라면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지역 금융 기관, 사채업자, 중소기업, 중견기업에서 꽤 많은 돈을 빌렸더군요. 그 규모만 해도 천억 원이 넘는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마, 말도 안 돼. 그놈은 그럴 돈이 없어!”

“정상적으로 대출하기 힘들죠. 하지만 불법 대출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안 그래도 청주 경제가 악화하는 중인데, 만약 자금난이 생긴 업체가 생긴다면 펑하고 터질 겁니다.”

“말 너무 함부로 하는 것 아니냐?!”

버럭 소리친 최두진 사장은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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