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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321화 (321/1,021)

#321.

KM 전자 기획 팀은 정략결혼설 전까지 딱히 이전과 비교하면 특별한 일은 없었다. 있다고 한다면 바로 송도연이다. 기획 팀은 KM 전자와 단일 계약이 체결된 그녀를 돌아가면서 관리했다.

문제는 이 일을 기획 팀원이 서로 하려고 싸움을 벌였다.

다행히 여자인 이영란 대리가 당첨되었다.

이를 두고 기획 팀 내에서는 남녀 차별이라고 맹렬하게 항의했다.

“그만 좀 해!”

조성돈 팀장은 깔끔하게 이를 무시했다. 송도연은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을 떠나서 귀여움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었다.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마약 못지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그 행동에 기획 팀은 자지러졌다.

그런 차에 메스 기획 김지영 사장이 기획 팀을 방문했다. 그녀는 지분 매각에 정신이 팔려 있는 최민혁 실장을 직접 만날 수가 없었다.

“공연 테이프입니다. 혹시 그쪽에서 찾을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

막내 박광민 사원은 영문을 몰랐다. 그는 별생각 없이 테이프를 받아서 내용을 확인해 봤다.

테이프 안에는 놀랍게도 최민혁과 송도연의 듀엣 공연 장면이 담겨 있었다.

“와아.”

박광민 사원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최민혁 실장의 능숙한 무대 공연은 전문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노래 실력을 떠나서 자연스러운 그의 행동은 관객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었다.

김지영 사장도 혀를 내둘렀다.

“진짜 대단하죠. 제가 아는 지인 평으로는 지금 당장 방송에 나가도 이상하지 않다고 하니까.”

하지만 정말로 놀라운 것은 최민혁의 노래 실력이 아니었다.

기타를 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송도연을 이끌어내는 솜씨다.

그 모습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박광민 사원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뒤늦게 이 동영상을 본 다른 기획 팀 직원이 우르르 몰려와서 탄식했다.

“실장님 실력도 대단하지만 무대 매너가 더 놀랍습니다.”

그리고 송도연의 무대공포증 이야기도 나왔다. 기획팀도 갑자기 송도연이 무대공포증을 이겨낸 이유를 몰랐는데, 그 원인을 찾았다.

박상기 차장조차 혀를 내둘렀다.

“실장님 능력을 다시 봐야겠어.”

기획 팀도 최민혁 실장의 경영 능력을 잘 알았다. 다만 그들도 최민혁이 무대공포증과 같이 정신적인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김지영 사장이 떠나기가 무섭게 한 가지 이야기가 임웅 대리 입에서 나왔다.

“실장님 능력 보면 여자가 따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실장님과 오성가 결혼 이야기도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도 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배종대 과장은 싱글벙글했다.

“그게 진짜 기회였지. 난 덕분에 재미를 단단히 봤으니까.”

“혹시 배 과장님은 우리 회사 주식을 다시 사들인 겁니까?”

“이번 경우는 회사 내부 정보와는 관계가 없잖아. 그래서 1억 정도 퍼부었어. 난 평단 13만 원일 때 샀는데, 20만 원은 너무 나간 것 같아서 그때 팔았지.”

“와!”

임웅 대리만 놀란 것은 아니었다.

다른 직원 역시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이번에 주식을 매입한 것은 배종대 과장만은 아니었다.

정성근 대리 역시 제법 주식을 샀다. 다만 씩 웃기만 했다.

박광민 사원은 이 문제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다.

“설마 실장님 나이가 이제 고작 20살인데, 진짜 결혼할까요? 저만 언론이 과장해서 뉴스를 퍼뜨렸다고 생각해요?”

배종대 과장은 슬쩍 최민혁과 안지연이 같이 나와 있는 기사를 양손으로 들고 기획 팀 한 사람씩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두 사람이 오붓하게 나와 있었다.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그는 손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콕콕 찍어서 가면서 반론했다.

“그냥 만난 거잖아요. 실제로 사귀는 것도 아니고요. 실장님께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 생각은 달라. 오성가 막내 안지연 씨잖아. 세상에 재벌가 사위야. 아무리 KM 전자라도 오성가와는 비교조차 할 수가 없어. 최 실장님 상대로 나쁘지 않아. 그녀가 벌써 증여받은 지분 가치만 해도 수천억이 넘으니까. 솔직히 그런 여자랑 만나는 기분이 어떨까? 환상 그 자체일 것 같아!”

로맨스에 푹 빠져서 열광하는 배종대 과장 태도에 기획 팀은 혀를 찼다. 하지만 한편으로 배종대 과장의 의견에 반박하지 않았다.

그들도 나름 역대급 재벌가 사위가 된다는 환상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배종대 과장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안지연을 만나는 것이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종대 과장은 마냥 낭만적인 사람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주식을 사 모은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어. 이 기사가 나오기 전에 이미 사내에서 정략결혼설 소문이 돈 것은 알아?”

박상기 차장조차 수긍했다. 그 역시 그 부분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긴 그런 이야기가 있었지.”

정성근 대리가 툴툴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그 소문이 왜 우리 회사 내에 돌았는지 이상하더라고요.”

배종대 과장은 이걸 비밀이란 듯이 넌지시 힌트만 던졌다.

“소문 출처가 우리 KM 그룹 기조실이라는 소리도 있어.”

“에이, 그건 정말 말도 안 됩니다. 아니, 어떻게 그룹 기조실에서 소문을 퍼뜨린다고 말합니까?”

“야, 이건 내가 직접 기조실 직원에게 들은 소리야. 그러니 거짓이 아니야. 그리고 잘 생각해 봐. 회장님으로서 실장님이 오성가 사위가 되는 것을 반대할 것 같아? 아니면 환호성을 지른 것 같아? 난 오히려 그룹 기조실까지 동원해서 이번 일을 어떻게라도 성사시키려고 했을 거야. 그러면 말이 되잖아!”

화나서 한 말이지만 기획실 직원을 깜짝 놀라게 할 뉴스였다.

조성돈 부장조차 슬쩍 끼어들었다.

“그게 정말인가?”

“아, 저도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조실에서 소문이 난 것은 틀림없어요. 뭐 카더라 이야기로는 의도성이 다분하다고 하니까.”

“아니, 그런 소문을 퍼뜨려서 얻은 것이 뭐가 있다고 그래?”

“KM 그룹과 오성 그룹이 정략결혼으로 묶이는 것 아닙니까. 우리 회사 차원에서는 손해를 볼 일은 아닐 겁니다. 두 회사 다 주가가 폭등했지 않습니까? 우리 회사 주식은 무려 22만 원까지 폭등했습니다.”

실제로 이 소문은 증권가에도 퍼졌다. 그 덕분에 KM 그룹 계열사 주가가 평균적으로 무려 13% 가까이 상승했다.

배종대 과장은 그제야 슬며시 입을 열었다.

“딱 그 소문이 돌고 난 후에 얼마 있지 않아서 이 기사가 터졌죠. 그리고 KM 전자 주가는 폭등하자 벨린 투자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지분을 정리했죠.”

“…그건 주가 조작이잖아.”

“글쎄요. 남녀가 만나는 것을 주가 조작이라고 몰기는 좀 그렇죠. 전 벨린 투자가 KM 전자 지분을 너무 많이 사 모으기에 언젠가 정리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딱 이 시기일 줄은 몰랐죠.”

하지만 조성돈 팀장은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괜히 이 일로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실장님이 잘 알아서 하겠지만, 검찰 쪽에서도 들여다보기 시작할 텐데, 걱정이야.’

* * *

김상구 회장은 김현탁 사장이 구속되자 크게 분노했다. 그는 이번 일은 최용욱 회장에게 경고하는 선에서 끝내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

그런 차에 터진 사건이 바로 KM 전자 주가 폭등이었다.

정략결혼설이 나오고, 최민혁이 안지연과 데이트하는 사진이 나오자 KM 전자 주가가 22만 원까지 치솟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배가 아팠다.

최민혁 실장 지분 실소유주가 최용욱 회장이라고 판단하자 김희찬 부사장을 불렀다.

“현탁이 일은 어떻게 되어가냐?”

“아무래도 트럭 운전수 안용만이 거짓으로 자백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지간한 일에 흥분하지 않던 김상구 회장도 버럭 소리쳤다.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안용만 딸이 현재 백혈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 치료비 때문에 이번 일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설마 우리 보고 그 치료비를 내달라고 협박이라도 하는 거야?”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법무 팀 이야기로 딸 백혈병 치료만 처리해 주면 자신이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고 넌지시 밝혔습니다.”

김상구 회장은 화가 너무 나서 바로 대답하지도 않았다.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아니, 정말 답답하네. 그러면 백혈병 치료비는 일단 내면 되잖아?”

“그게 자기 딸이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보고 난 후에 나서겠다고 해서 아직 처리를 못 했습니다.”

“하.”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김상구 회장도 한동안 화가 너무 나서 일을 열지 못했다.

김희찬 부사장도 마냥 얼굴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도 장남 김현탁이 살인 교사죄로 구속될지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결국 울화를 참다못한 김상구 회장은 두통약을 먹고 난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일도 설마 KM 전자의 최민혁이란 놈의 짓이야?”

“그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최 실장이 이번 일과는 직접 연루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랬다.

최민혁이 한 일은 김현탁 사장을 살인 교사범으로 몰고 간 것뿐이지, 정작 뭔가 행동으로 옮긴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현탁 사장이 안용만에게 사람을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안용만은 어차피 감옥에서 출소해도 돈이 없었고, 전과자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딸 백혈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는 뉴스에서 김현탁 사장이 살인 교사범 이야기가 나오자 그것을 최대한 이용한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김상구 회장도 이제는 이전처럼 그냥 덮고 갈 수가 없었다.

“설마 이대로 두고만 보지는 않겠지?”

“안 그래도 KM 전자 주식 폭등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진행하는 일이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도 김현탁이 살인 교사범으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해서는 곤란해. 그러면 문제가 복잡해져.”

“최문경 부회장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김상구 회장도 최문경 부회장과 최민혁 실장 갈등을 이제 모를 수가 없었다.

“아, 문경이가 있었구나.”

“최문경 부회장도 최민혁 실장 때문에 단단히 분노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조사한 주가 조작 자료를 본다면 알아서 최민혁 실장을 상대로 보복할 것이라 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최 회장에게 제대로 엿 먹일 수가 있겠어.”

“그렇습니다.”

“좋아. 진행해 봐.”

* * *

최문경 부회장은 최근 최민혁 실장 행보에 분노하면서도 딱히 나서지 않았다. 그는 이미 뜨거운 맛을 충분히 본 터라 절호의 찬스만 노렸다.

그런데 김상구 회장 쪽에서 정보를 얻게 되자 고민을 했다.

“김현탁 사장이 구속되었다고?”

“이번 DL 그룹 특정금전신탁 관련 소송 피해자인 김소연 아버지 김창주 부장을 청부 살인한 협의로 현재 구속되었습니다.”

“그 보복의 일환인가?”

“아무래도 회장님 시선이 부담스러우니, 오히려 우리를 이용하려는 것 같습니다.”

“아니, 보복하려면 김 회장이 민혁, 그놈에게 직접 하면 되잖아?”

“그게 증거가 없습니다. 자백한 안용만과 최민혁 실장 연결 고리가 없습니다.”

“그러면 왜 민혁이는 공격하려는 거야?”

“김현탁 사장 살인 교사설을 제기한 사람이 최민혁 실장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최문경 부회장은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조카 최민혁이 얼마나 용의주도한지 깨달았다.

“그것도 증거가 없고?”

권재홍 비서실장도 최문경 부회장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찾으려고 했을 때는 이미 모든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뉴스라서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때마침 안용만이 자백을 해버린 겁니다.”

“진짜 기가 막히네.”

최문경 부회장은 최민혁 꼼수에 질려서 한동안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는 가능하면 최민혁 일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

효과는 제법 있었다.

일단 자신은 최민혁 레이더에서 비켜난 덕분에 뜨거운 맛을 보지 않았다.

그 대신에 당한 사람이 바로 김현탁 사장과 DL 그룹이었다.

하지만 그도 DL 그룹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서 조카 최민혁 행동에 분노보다는 오히려 탄식하고 말았다.

“내 조카지만 진짜 무서운 놈이야.”

권재홍 비서실장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순순히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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