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311화 (311/1,021)

#311.

거기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번에 매각한 주식 수가 100만 주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최민혁 역시 벨린 투자 법인 계좌에 찍힌 수익률을 보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 어찌 보면 몇 달 전에 KM 전자에 투자한 첫 번째 수익이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 투자 수익은 이 KM 전자 주식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어차피 KM 전자 주식을 산 값은 얼마 안 되니, 그것을 빼고 대략 계산할 때 벨린에서 보유한 기존 현금을 모두 합치면, 4,200억이군요.”

“그, 그렇습니다.”

최민혁은 잠깐 고민했다. SB의 대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시장을 통해서 지분을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대략 17만 원 기준으로 해서 계속 지속해서 200만 주 내에서 물량을 털어내세요. 경영권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너무 많지 않을까요?”

최민혁은 문득 MP3 플레이어 출시가 늦어진 것을 떠올렸다. 어차피 늦어진 김에 몇 가지 기술을 더 추가할 예정이었다. 결국 콜린스 매각설이 계속 말이 나오면 증가 상승세는 멈칫할 것이다.

문제는 IMF다. 아무리 KM 전자가 잘나간다고 해도 IMF 역풍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 준비해야 했다.

‘15-18만 원선은 정략 결혼설 때문에 일어난 거품으로 빠질 거야. 그때 가서 물량 조절하면 늦어.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주식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있어. 어차피 달러를 서서히 비축해야 하니까.’

“아뇨. 너무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해요. 그리고 KM 전자 주가가 늘 상승세만 이어간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 말씀은…….”

“이미 기존에 준 보고서를 잘 검토해 보세요. 앞으로 2~3년 동안 코스피가 좋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 지침에 따라서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투자하세요. 괜히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알겠습니다.”

* * *

벨린 투자의 주식 매각은 증권 커뮤니티에서 말이 나왔다.

단순한 주식 물량도 물량이지만 무려 백만 주가 시장에 나왔는데, 주가는 여전히 상승세를 계속 이어갔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이번 투자 수익률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올해 전 저점에 주식을 사들인 사람은 이번에 한 몫 제대로 챙긴 듯.]

[1,500원에 매입한 주식을 무려 15만 원대에 팔아 치우다니.]

15억을 1,500억으로 불린 투자는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아니, 푸념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당한 듯.]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습니까?]

[아직도 전 잘 이해가 안 돼요. 도대체 1,500원 짜리 주식이 어떻게 해야 15만 원을 찍는지 말이죠. 더 황당한 것은 실적에 따른 주가란 겁니다.]

[역시 개미는 존버가 답입니다. 저 때 계속 들고 있었던 사람은 지금 다 부자가 되었을 것 아닙니까.]

주식 동호회만 가면 이 KM 전자 주식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주가 조작으로 보기 힘든 이유는 콜린스 실적이 주가를 뒷받침하기 때문이고, 거기에 오성 전자와 정략 결혼설이 크게 작용했다.

[돈과 여자도 다 챙기네. 정말 부럽다.]

[최민혁 실장이 정말 대단한 인간이라는 것을 이젠 인정해야죠.]

그런데 꼭 얌전한 반응이 아닌 이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이가 바로 이 투자금을 빌려준 김기범이었다.

김용만 전무가 차남 김재열이 무거운 죄로 구속되자 차라리 그 대안으로 장남 김기범을 보석으로 구치소에서 꺼냈다.

법원에서도 차남이 이번에 무거운 형량으로 구속된 것을 고려했다.

1심과는 달리 2심은 이런 점도 반영되었다.

그런 사정을 잊은 김기범은 서울 구치소 입구에서 최민혁 주식 대박 소식에 난리를 부렸다.

“씨발, 씨발, 이런 개 같은 일이 어디 있어!”

당시만 해도 최민혁을 곤란하게 하기 위한 편법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돈이 무려 수천억이 되었으니.

보통 사람도 화병으로 미칠 일이었다.

두부를 내미는 최민수의 표정도 별반 좋지가 않았다. 그도 김기범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그와 거리를 둘 수가 없었다.

차남 김재열이 구속된 후에 DL 그룹 측과 연결 끈이 다 끊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발광하는 김기범을 옆에서 구경하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김재열이 감방에 가고, 김현탁 사장이 물러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황당한 것은 DL 스카이가 생각보다는 순조롭게 순항했다는 점이다.

특히 무궁화 위성 퓨즈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분위기가 오히려 더 뜨거웠다.

이제는 그저 환상으로 여긴 디지털 위성 방송 시대가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일은 최민수가 그 덕분에 DL 스카이 내부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김기범이라고 해서 최민수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김용만 전무에게 고작 전화 한 통 받은 것이 다라서 최민수를 구박하지는 못했다.

그는 감옥에 있을 때도 DL 그룹 뉴스를 접했고, 집사 변호사 통해서 꾸준히 정보를 얻었다. 그래서 지금 DL 그룹 사정이 어떤지 잘 알았다.

아버지 김용만 전무가 그렇게 부담스러워하던 큰아버지 김희찬 부사장도 박살이 난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민수야, 지난 일은 미안하다.”

“괜찮아.”

둘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김기범도 솔직히 최민수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건 최민수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금 최민혁 때문에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최민수 문제보다는 벨린 투자 대박 소식을 다시 확인하면서 이를 갈았다.

“젠장맞을 이게 다 내 돈으로 투자한 거잖아!”

최민혁 투자 초창금 돈 중에 40억이 김기범 자산이었다.

‘가, 가만 전부 다 합치면 무려 3, 3,000억이잖아!’

울화 때문에 입에 거품을 푼 김기범은 한동안 호흡도 하지 못했다.

그는 구치소 앞에서 컥컥 거리다가 심화를 참지 못한 채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구치소 앞에 있던 경비원이 다급하게 뛰어와서 심폐소생술을 했다.

“컥컥.”

김기범은 가까스로 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따가운 시선을 보자 최민수 손을 잡고 일단 구치소 앞을 떠나고 말았다.

‘엿 같네.’

* * *

김기범은 최민혁에 대한 원한 때문에 도저히 견디기 어려웠다. 아니, 자신이 투자한 돈 때문에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KM 전자에 있는 최민혁을 직접 찾아갔다.

“어? 기범이 형이네. 민수 형도 왔구나. 웬일이야. 감옥에 갔다고 들었는데?”

“너, 이 새끼가!”

심화를 견디지 못한 김기범은 최민혁의 이죽거리는 말을 듣자 최민혁 멱살을 잡았다. 그의 두 눈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내 돈 내놔!”

“무슨 참신한 개소리야?”

“네가 투자한 돈을 벌써 잊은 거야.”

“그거 다 돌려준 거로 기억하는데?”

“그거야 원금만 돌려준 거잖아!”

“이자도 충분히 친 것으로 기억해. 그리고 이거 좀 놓고 이야기하지!”

가볍게 양손을 잡아서 밀어붙였다. 김기범은 그 힘에 못 이겨서 뒤로 물러서다가 소파에 걸려서 벌렁 넘어졌다.

다시 분노한 김기범은 사무실이 울릴 정도로 버럭 소리쳤다.

“야, 너도 양심이 있으면 그러면 안 되잖아. 막말로 KM 전자 지분은 전부 다 낸 돈을 씨앗 자금으로 해서 이익을 번 거지. 그러면 거기에 따른 이익금을 일부 돌려줘야 하잖아?”

“지랄한다. 아예 그냥 투자 수익금을 다 내놓으라고 그러지?!”

“나도 양심이 있어. 하지만 이익금 일부는 돌려줘야 하는 것이 맞아!”

“그런 개소리할 거면 그냥 가. 아, 정말 좋게 대우해 주려고 해도 정말 너무하네. 아니, 가만 원래는 감방에 있어야 하는 것 아냐? 너 설마 탈옥한 거야!”

감방 이야기가 나오자 김기범은 결국 분노를 견디다 못하고 최민혁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김명준 과장의 살기가 가득한 눈에 움찔 뒤로 물러났다.

김기범은 이를 갈았지만, 탐욕을 쉽게 떨치지 못했다.

“계산만 똑바로 하자. 내가 너에게 투자한 수익 일부를 돌려줘.”

“그건 이미 돌려주지 않았어?”

“하지만 그 돈으로 난 수익 일부는 받지 않았다.”

“이상한 소리 하네. 이미 계산이 다 끝난 상황인데,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지. 아직 안 끝났다. 내가 투자한 40억은 사실이니까.”

최민혁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지난 계약서 일부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계약 종결과 동시에 후속 투자에 대한 이익금 반환 의무는 없었다.

“아니지. 이건 사기 계약이야. 당시 투자한 15억이 1,500억이 되었잖아. 내가 투자한 돈이 모두 40억이니, 그걸 고려하면 3,000억은 무리겠지. 하지만 2,000억은 내 돈이야!”

최민혁은 김기범이 왜 저러나 싶었는데, 질투심에 미쳐서 억지를 부린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그는 어이가 없었다.

“미친놈!”

“뭐야? 이 새끼가…….”

“김 과장님, 끌어내세요!”

하지만 그도 김명준 과장이 다가오자 놀라서 주춤 뒤로 물러났다. 다만 이번에는 쉽게 포기할 사안이 아니었다.

“좋아. 내가 그 돈을 다 달라는 것은 아냐. 그래도 1,000억, 아니 500억은 요구할 권리가 있어. 아니 내가 인심 써서 300억만 내놔!”

그는 어이가 없어서 한쪽에 서 있는 최민수를 힐끗 쳐다보았다.

“병신 소리하네. 설마 민수 형도 이 일 때문에 같이 온 거야?”

“그게…….”

“하, 정말 인간들 너무하네. 아무리 가족이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할 것 아냐!”

최민수는 민망한 듯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 역시 김기범이 한 말이 억지라는 것을 안다. 다만 그 역시 질투를 참았다.

‘하다못해 20~30억만 받아도 괜찮은데…….’

“최민혁 너도 양심이 있다면 어느 정도 계산은 해야 할 것 아냐. 네놈이 이제까지 나에게 한 일을 다 잊었다는 소리야?”

“정확히 내가 뭘 어쨌다는 소리야. 감방에 간 것은 결국 본인이 불법을 저질러서잖아.”

“이 새끼야, 그 일의 배후가 네놈이라는 것은 이제 나도 안다.”

“증거는 있고?”

“찾을 거다.”

정신이 나간 김기범은 계속 억지를 부렸다.

“이번 투자 수익만 돌려주면 과거 일은 더 따지지 않겠어.”

“좋은 말 할 때 가라. 또 불법 침입으로 고소할 테니까. 너 보석으로 나왔지? 만약 여기서 고소당하면 바로 감방에 갈 텐데, 괜찮겠어?”

안 그래도 보석으로 억지로 풀려난 김기범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는 여전히 탐욕을 쉽게 떨치지 못했다. 이번에는 태도를 바꾸었다. 최민혁에게 하소연했다.

“민혁아, 이건 아니잖아. 분명히 그때 내가 투자금을 빌려준 것은 사실이야. 그것 때문에 지금의 네가 있는 거잖아.”

최민혁은 딱히 좋아서가 아니라 김기범을 더 자극할 목적으로 순순히 인정했다.

“도움은 받았지.”

“바로 그거야. 그러니 나에게도 이익 일부를 줘야 하잖아.”

“그럴 수는 없지.”

“야!”

“어!”

김기범은 주먹을 꽉 쥔 채로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살기가 가득한 김명준 과장 때문에 최민혁에게 덤벼들 수도 없었다.

그런데 김명준 과장조차 김기범의 억지에 탄식하고 말았다. 그 역시 최민혁의 이번 주식 매각 수익에 놀라기는 했지만, 김기범의 행동은 도가 지나쳤기 때문이다.

최민혁은 혀를 찼다.

“좋은 말 할 때 그냥 가. 겨우 보석으로 나온 사람을 다시 감옥에 보내고 싶지 않으니까.”

“…이,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다. 소송을 걸어서라도 내 돈을 찾고 말겠어!”

김기범은 분노, 탐욕이 가득한 눈으로 최민혁을 보다가 결국 몸을 돌리고 말았다.

최민혁은 한동안 어이가 없어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 * *

DL 그룹도 이제는 최민혁 실장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들은 덕분에 최문경 부회장과 최민혁 실장의 갈등을 바로 알아봤다. 정확히는 모르면 그게 더 이상할 정도로 두 사람의 대립은 심각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최근 최문경 부회장의 행보는 DL 그룹에게 더할 나위 없는 찬스였다.

이 일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던 DL 전자 김용만 전무는 아들 김기범의 소식 어이가 없었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김기범을 쳐다보았다. 한숨만 절로 나왔다.

“구치소에서 나오자마자 민혁이를 찾아갔다고?”

“죄송합니다.”

“내가 분명히 회사로 바로 오라고 민수 통해서 연락을 했을 텐데?”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지금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널 보석으로 빼낸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냐. 그나마 재열이가 구속된 덕분에 네가 풀려나온 거야. 넌 1심에서 실형을 유죄 판결을 받은 놈이 정신이 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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