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287화 (287/1,021)

#287.

“야, 김 사장,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재열이가 왜 체포되어서 감옥에 간 거야?!”

“자, 잠깐만 이것 좀 놓고, 이야기하시죠.”

크게 당황한 김현탁 사장은 영문을 몰라서 숨을 헐떡였다.

그런데 작은아들 마저 구속된 상황 때문에 이성을 잃은 김용만 전무는 결코 멱살을 놓지 않았다.

김현탁 사장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서 헉헉거렸다.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질식사해서 죽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기겁한 박태정 비서실장이 끼어들어서 김용만 전무를 밀어냈다.

“컥컥.”

죽을 뻔한 김현탁 사장은 크게 당황해서 뒤로 허겁지겁 물러났다.

김용만 전무는 울분에 차서 입을 열었다.

그는 뒤늦게야 어젯밤에 있었던 소식을 듣고는 경악했다.

‘서, 설마 거긴 아니겠지?’

“네? 재열이가 벼, 별장에서 파티를 하다가 걸렸다고요? 도대체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개소리하지 마. 내가 모를 줄 아냐. 이 새끼야, 제발 재열이를 잘 봐달라고 했잖아. 어떻게 그사이를 참지 못해서 얘가 구속이 되냐?!”

“정말 모르는 사실입니다.”

“그게 말이 되느냐. 내가 딱 한 가지만 부탁했잖아. 재열이 뒤에서 잘 돌보라고, 그런데 도대체 이게 뭐야? 네놈이 생각이 있었다면 재열이 그놈이 헛짓하는 것을 막아야 할 것 아냐?!!”

“…….”

김현탁 사장은 넋을 잃은 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송도연 이야기가 왜 별장 이야기로 이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만 재열이 그놈은 열받으면 별장을 자주 찾아갔어. 설마 그 때문인가?’

그도 아주 가끔 일탈한 적이 있다. 다만 그건 다 지난 일이다. 지난 항공 마약 사건 이후에는 쥐 죽은 듯이 지냈다.

물론 그 말을 김용만 전무에게 할 수는 없었다.

김용만 전무는 아직도 울화를 쉽게 다스리지 못했다. 그나마 비서 이야기에 정신을 차렸다.

“재열이 사무실이 어디냐?”

“그, 그건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김용만 전무는 비서실 직원을 데리고 곧바로 사무실에서 나가 버렸다.

황당한 김현탁 사장은 어이가 없어서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려 봤다.

그는 애초에 김재열이 짠 계획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무시하지는 않았다. 박태정 비서실장의 보고도 기대와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최민혁이 여자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쉽기만 했다.

송도연은 자신도 입맛을 다실 정도로 괜찮은 미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남자는 유혹을 견디기 어려워. 아무리 민혁이 그놈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거야.’

그런데 결과는 그 자신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김재열은 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는데, 심지어 그 범행을 주도한 조폭과의 관계 때문에 상황이 심각했다.

‘내가 알기로 재열이 그놈이 미래 기획사에서 꽤 분탕질을 많이 한 것으로 아는데…….’

대충 그 자신이 기억하는 여죄만 해도 벌써 열 건이 넘었다.

골치가 아픈 김현탁 사장은 창백한 표정으로 풀썩 소파에 앉고 말았다.

‘설마 내가 별장에 갔던 기록도 남아 있는 것은 아니겠지?’

김현탁 사장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김재열 사무실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비서실 직원이 다급하게 뛰어 올라왔다.

“검찰이라고?”

“압수수색영장을 가지고 와서 일단 올려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알았어.”

영문을 알 수 없는 김현탁 사장은 혹시 자신이 뭔가 잘못했나 싶어서 최근 자신의 행적을 곰곰이 돌아보았다.

다행히 항공 마약 사건 이후에 몸을 사린 덕분에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

‘별장에 가지 않은 것은 정말 천행이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일단 사장실을 나섰다.

* * *

검찰이 소란을 피운 장소는 다름 아닌 김재열의 기획실장 사무실 자리였다.

그 안에는 김용만 전무가 압수수색 팀을 마주한 채 소리치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미쳤나. 너희 눈에는 내가 사람으로 안 보이느냐?!!”

안 그래도 김기범이 감방에 갔다.

차남 김재열 부탁을 받아서 이곳에 온 이유는 증거를 지우기 위함이다.

하지만 압수수색 팀 역시 강경했다.

“아실 만한 분이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영장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야, 영장이면 사무실을 다 수색할 수 있는 줄 알아? 여기 딱 정해진 영역만 확인해!”

압수수색영장에 나와 있는 것은 김재열 책상 한쪽에만 해당한다. 따라서 뒤편에 있는 서가를 비롯한 사무실 다른 곳은 해당하지 않았다.

압수수색 팀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그들은 다급하게 법원에 전화를 걸어서 추가 수색영장을 요청했다.

뒤늦게 이곳에 나타난 김현탁 사장은 우선 흥분한 김용만 전무를 가까스로 안정시켰다. 저대로 뒀다가 공무 방해죄로 체포될 수도 있다.

그는 다급하게 법무 팀을 불러오라고 한 후에 차가운 눈을 한 채 압수수색영장을 내보이는 최해진 검사를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김재열 씨는 대규모 마약 사건에 연루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무실을 조사 중입니다. 김재열 씨 자택도 지금 압수수색 중입니다.”

“…대규모 마약 사건?”

“김재열 씨 명의의 별장에서 마약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이 별장 성 접대에서 사용되었습니다. 미래 기획사의 연습생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로…….”

김현탁 사장은 자신은 전혀 모르는 사실인 양 질문했다.

“자, 잠깐. 별장 성 접대는 또 뭡니까?”

“경기도 근처에 있는 별장에서 방송국 PD, 기획사, 고위 공무원이 연루된 성 접대 파티가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진짜였네. 큰일 났다.’

김현탁 사장은 뒤늦게 축소되어서 언급된 이 뉴스 사건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그 역시 그 별장을 자주 이용했다. 아니 그 자신만이 아니다. 그가 아는 바로 주변에 연관된 사람만 이미 열 손가락에 꼽기 때문이다.

“…알았습니다.”

그는 뒤로 물러나면서 회사 경비원에게 막지 말라고 손짓했다.

김용만 전무에게도 고개를 흔들면서 물러나라고 했다.

“…제가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상황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검찰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말대로 하세요.”

“확실해?”

김현탁 사장은 뒤늦게 돌아가는 상황을 완전히 파악했다. 그도 긴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당시 그와 같이 파티에 참석한 이들을 잘 안다. 그들이 결코 이번 사건이 제대로 수사가 되도록 둘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저만 믿으세요. 그리고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런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래, 알겠다.”

김용만 전무도 바보는 아니다. 김기범이 마약 사건에 연루된 이후로 조사를 제법 했기 때문이다. 다만 차남 김재열도 마약에 연루된 것까지는 상상도 못했다.

‘빌어먹을.’

“…….”

김현탁 사장은 사무실을 완전히 가루로 만드는 중앙지검 수사대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일어난 이번 일이 그냥 일어난 것 같지가 않았다.

송도연을 본 순간부터 뭔가 싸하다 싶었다. 아니다 싶어서 중간에 막을까도 고민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옳은 판단이었다.

‘…설마 이것도 민혁이 그 새끼 짓은 아니겠지?’

* * *

최민혁은 송도연을 얻고 나자 그녀에게 도움을 줄 만한 전문가를 섭외했다.

이 일은 조성돈 팀장이 주도해서 기획 팀에서 알아서 했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제 좀 굴러가네.’

기획팀도 이미 MP3 탑재 음원을 조사하면서 제법 식견을 얻었던 것이다.

그는 송도연 문제에서 손을 떼자 김재열과 DL 그룹을 살폈다.

김명준 과장은 이미 핵심 인물에 대해서 사람을 배치했기에 제법 정보를 얻었다.

“이번 일에 대해서 실장님을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한 일이라고는 박두영 부장검사에게 전화한 것뿐이죠. 그런데 누가 그 사실을 알겠습니까.”

“그렇지만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번 일 때문에 단단히 분노했습니다.”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전 김 과장님을 믿습니다.”

김명준 과장은 피식 웃으면서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말해주었다.

최민혁은 묵묵히 들으면서 그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에게 반격할지 떠올려 보았다. 방법이 생각보다는 많지가 않았다.

“김현탁 사장이나 김용만 전무에게도 인원 배정을 더 늘려서 한번 철저하게 조사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 * *

김현탁 사장은 김재열이 결국 구속되자 김용만 전무의 구박을 받았다. 의도적으로 이번 일을 만들어서 자기 자식을 감방에 집어넣었다는 황당한 소리도 들었다.

그는 결국 김재열에게 면회를 가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민혁이 배후라니. 확실해?”

“솔직히 심증뿐입니다. 그런데 때맞추어 송도연 계약서를 가지고 나타났어요. 그게 우연일 리가 있습니까?”

“이해할 수가 없네.”

“아마 절 미행했을지도 모릅니다.”

“미행이라…….”

김현탁 사장은 뒤늦게 김재열이 기획실장 자리에 앉은 것을 떠올렸다. 그 사실을 알았다면 최민혁이 뭔가 수작을 부렸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설마 재열이 이놈을 노리고 있다는 말인가? 아냐. 김용만 전무에 대한 감정이 있을 테니, 그럴 수도 있어.’

그는 문득 이 일이 김용만 전무가 KM 전자에 수작을 부린 것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김용만 전무가 최훈열 전무에게 한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최훈열 전무가 KM 전자를 망가뜨린 대부분이 배후에 김용만 전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일을 이렇게 만들다니.’

혹시나 싶어서 박태정 비서실장을 쳐다보았다.

박태정 비서실장도 이번만큼은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지켜본 바로 최민혁 실장은 특별히 뭔가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송도연 계약을 해지한 것은 사실이잖아. 어떻게 그렇게 이 사건이 일어날 것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가서 자기 이익을 챙겨?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할 수는 없는 일이야.”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더 파볼 것은 없어. 최민혁, 이 새끼를 그냥 놔둘 수는 없어.”

박태정 비서실장도 더 반박할 수는 없었다.

“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김현탁 사장은 보복할 수 있는 대안을 떠올려 보았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역시 TV 사업부 매각설이다.

“그 TV 사업부 매각 말이야. 어쩌면 사실인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냥 이대로 구경만 할 수는 없어. 조처를 해야 해.”

“인수 대금 말씀이군요.”

“갑자기 소니의 오다 히로 부사장이 찾아온 것부터가 수상한 일이었어. 매각 대금을 올릴 계획이라면 말이 되지.”

“하긴 그렇게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렇지. 그 흉악한 새끼라면 이번 거래를 통해서 막대한 이익을 보려고 할 거야.”

최민혁에 대한 집착 때문에 나온 추론은 생각보다는 정확했다.

다만 그는 스스로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김현탁 사장은 고심을 거듭했다. 그는 아버지 김희찬 부사장에게 가서 이 문제를 논의할까도 고민했다. 곧 생각을 바꾸었다.

보수적인 자기 아버지가 자기 추론을 공감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방해를 안 하면 다행이야.’

곧 떠오른 사람은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최민혁이란 공통의 적을 가진 DL 전자의 김용만 전무였다. 더욱이 김재열 구속 때문에 최민혁에게 이를 가는 그라면 자기 계획을 쉽게 따를 것이다.

그는 곧장 김용만 전무에게 전화를 걸었고, 쉽게 약속을 잡았다.

아들 김재열 때문인지 김용만 전무는 김현탁 본부장을 환영했다.

다만 그도 김현탁 본부장이 TV 사업부 매각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 흠칫 놀랐다.

김용만 전무도 차남 김재열 때문에 지쳐 있었지만, 사업만큼은 냉정했다.

“TV 사업부 매각설이 진짜라고? 나도 뉴스는 봤다. 아무리 민혁이 그놈이 정신이 나갔다고 해도 콜린스를 매각하기는 어려울 거다. 최 회장이 TV 사업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대단한지 안다면 용납하지 않을 거다.”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그놈이 미친 짓을 벌인 게 어디 하루 이틀입니까? 어쩌면 최 회장을 설득했을지도 모릅니다.”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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