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268화 (268/1,021)

#268.

KM 전자에서 지난달에 이어서 나온 상여금은 물론 오큘러스 지분 매각 수익 때문에 나온 것이다. 이전 상여금에 비해서는 못하다고 해도 3~6개월 가까운 월급이 또 상여금으로 나왔다.

그는 그나마 안면이 있는 김부영 부장을 보자 이야기를 해볼까 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활기에 넘치는 KM 전자 임직원들은 이미 위성 사업부에 대해서는 깡그리 잊고 있었다.

‘빌어먹을.’

* * *

KM 전자 영업 팀장 김부영 아내 이지수는 지난달에 KM 전자에서 대출을 받아서 결국 좀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했다.

작은 방이지만 방이 하나 더 늘어난 집을 얻어서 기뻤다.

그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이 다 최민혁 실장 덕분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녀도 다른 직원은 몰라도 최민혁 실장을 알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통장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7,000만 원이란 큰돈이 통장에 들어와 있었다. 입금자는 물론 KM 전자였다.

‘7처, 천만 원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지난번에 이미 상여금을 받았기에 영문을 몰랐다.

이지수는 결국 고민을 거듭하다가 혹시 퇴직금이 아닌가 싶었다.

‘설마 이이가 회사를 그만둔 거야?!’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꼭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KM 전자에서 그만큼 인정받았다면 오성 전자로 이직할 수가 있으니까.

하지만 여자의 본능으로 오성 전자나 그 어떤 회사보다 KM 전자가 났다고 생각했다. 이 회사라면 평생 먹고 사는 것은 걱정이 없다고 봤다.

그녀는 패닉에 빠져서 온종일 다른 일을 손에 댈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남편 김부영이 퇴근하기가 무섭게 옷을 벗고 있는 남편의 손을 붙잡은 채 안방으로 질질 끌고 갔다.

“여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차가운 아내의 표정에 화들짝 놀란 김부영 팀장은 영문을 몰라서 화들짝 놀랐다.

“무, 무슨 소리야?”

“이 돈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김부영 팀장도 뒤늦게 통장을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이럴 리가 없는데.”

“당신 설마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퇴직금을 받은 거예요?!”

“그럴 리가 없잖아.”

“오성 전자 같은 곳에 스카우트된 것 아니냐구요.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요. 당신 회사 같은 곳은 없다고, 무슨 욕심이 있다고 다른 회사를 알아봐요?!”

MP3 아이템 가치를 잘 아는 김부영 영업 팀장은 혀를 내둘렀다.

“아, 그 사람도 참 내가 뭐가 아쉬워서 오성 전자로 가. 지금 이 회사에서 딴짓 안 하고, 내 일만 충실해도 앞으로 탄탄대로야!”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김부영 팀장을 째려봤다.

“정말이에요?”

“아, 그래. 내가 우리 회사 가치에 대해서 누누이 말한 사람이잖아. 그런 내가 회사를 퇴직할 이유가 없지. 아니, 당신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이렇게 화를 내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그녀는 남편의 맹렬한 반박에 주춤했다.

“그러면 혹시 TV 사업부 매각 때문에 그래요?”

“어, 당신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어?”

그녀는 KM 전자의 TV 사업부 매각 기사가 나와 있는 신문을 내밀었다.

“저도 오늘 알았어요.”

“허.”

경영의 ‘경’자도 관심이 없는 그의 아내가 경제란을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 김부영 팀장은 어이가 없었다.

“당신은 경제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

“당신하고 관련이 있는데, 안 볼 수가 없잖아요.”

“쯧.”

김부영 팀장도 사내에 소문이 무성한 TV 사업부 매각설에 대해서 잘 알았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매우 놀라지 않았다.

김부영 팀장은 MP3 가치에 대해 안다. 최민혁 실장이 이제까지 한 행동을 보면 이 TV 사업부 매각설에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던 것이었다.

그런 문제는 자신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다만 경제에 대해서 전혀 잘 모르는 아내가 KM 전자 기사를 볼 줄은 몰랐다.

“언제부터야?”

“아니, 남편이 다니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에요!”

“그 사람도 참. 잠깐만 기다려 봐.”

그 역시 인센티브가 나왔다는 것은 알지만, 그 액수가 너무 컸다. 지난번에 받은 상여금과 합치면 1억이 넘었다. 다급하게 인사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초지종을 확인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별다른 이야기는 아니었다.

김부영 팀장도 혀를 내두른 채 전화를 끊었다.

“이번에 회사에서 수익이 좀 났나 봐. 그것 때문에 차장급 이상 직급에는 인센티브를 더 할당했어. 이제까지 고생한 것도 고려해서 더 나왔어.”

“7, 7,000만 원이 이달 인센티브라고요?!”

“그래. 우리 회사가 생각보다는 돈을 잘 벌어.”

“하지만 매출이 1조 가깝다고 해도 순이익은 그렇게 크지 않잖아요?”

그는 오큘러스 관련 이야기는 위성 사업부 매각 건도 있어서 굳이 하지 않았다.

“아니, 그것 말고도 더 있어. 나도 자세한 것은 잘 모르는데, 최 실장님이 투자한 것이 또 대박이 났다고 하더군.”

그녀도 깜짝 놀랐다.

“와아, 저, 정말이에요?”

“그래. 뭐 당신이 이렇게 난리를 칠만큼 좋은 회사이니까.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마. 나도 최선을 다해서 회사 생활을 할 테니까.”

“그런데 왜 그런 사실은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지 않은 거예요?”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 안 그래도 우리 회사가 요즘 주목을 많이 받잖아. 특히 주가 때문에 계속 입에 오르내리니까. 그런 것도 이유가 될 거야.”

“그렇구나. 아, 미, 미안해요.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당신에게 화낸 거.”

“알면 됐어. 밥이나 줘.”

민망한 아내 얼굴을 보면서 김부영 팀장도 혀를 내둘렀다. 아파트를 얻고 나서 아내 태도가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인센티브가 너무 많아. 우리 최 실장님이 쏠 때는 정말 화끈하게 쏘는구나. 하지만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어. 이건 분명히 내부에서 흘린 거야. TV 사업부 매각 정보는 외부에서 흘릴 수 있는 내용이 아닌데, 도대체 최 실장님이 뭘 노리는 것인지 모르겠어.’

골치 아픈 문제.

고민은 물론 길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이 이런 일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니니까.

* * *

KM 전자 TV 사업부 매각 소문은 대다수 사람은 믿지 않았다. 당장 KM 전자 주가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여전히 10만 원대를 횡보하는 모습은 모멘텀이 확실히 떨어진 모습이다.

뒤이어서 나온 KM 전자 인센티브 대박 소식은 많은 직장인의 부러움을 샀다.

억대에 가까운 인센티브는 대기업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중견 기업이라 할 수 있는 KM 전자의 행보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최민혁 입장에서는 딱 자신이 원한 그림대로 흘러가서 만족했다.

다만 DL 스카이 내부 인사에는 혀를 내둘렀다.

“김재열이라…….”

조성돈 팀장도 다소 어이가 없는 얼굴이었다. 다만 그는 말을 하다가 김재열보다 4살이나 더 어린 최민혁이 KM 전자 실장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입을 슬그머니 다물었다.

“아무리 DL 그룹 패밀리라고 해도 이제 갓 대학교를 졸업한 김재열을 기획실장에 앉히…….”

“조 팀장님도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군요.”

“아, 아닙니다.”

조성돈 팀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딱히 그런 의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민혁은 악동같이 피식 웃고 말았다.

“괜찮아요. 이해는 하니까. 그런데 우리로서는 잘된 겁니다.”

“네?”

“재열이 형이 유명하거든요.”

최민혁이 말하는 김재열은 인생 1회차의 김재열이었다. 겉보기에는 김재열은 3수로 한국대를 입학한 김기범보다는 나은 편이다.

하지만 다혈질 성격으로 평소에는 원만하지만 흥분만 하면 성격이 바뀌어서 날뛴다.

여자와 돈을 특히 좋아해서 회사 공금을 마음대로 빼먹었다.

김기범이 한 파티 때문에 드문드문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외가에 갔을 때도 가끔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최민혁에게 이런저런 시비를 건 인간이다.

이 정도는 양호하다고 하자.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상황이 더 안 좋았다.

그는 최민혁 자신을 사사건건 괴롭힌 인간이었다.

사실 최민혁은 최문경 부회장보다는 김재열을 더 잘 기억했다.

‘집에서 별로 인정을 못 받았기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한 놈이었지. 그런데 벌써 기어 나오다니, 정말 의외네.’

큰 사고를 치지 않았을 뿐인지, 패거리와 함께 온갖 패악질을 다 저질렀다.

김용만 전무에게도 찍혀서 집안에서도 따돌림을 당할 정도였다.

‘아, 기범이 형이 감방에 가 있구나. 그러면 별수가 없겠네. 설마 일이 이렇게 흘러가다니.’

최민혁은 자신이 비튼 역사 때문에 김재열이 더 빨리 경영 수업을 받게 된 것에 혀를 찼다. 이것을 좋아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했다.

“그래도 뭐, 이거 괜찮은 소식이네요.”

“네?”

“우리 재열이 형이 생각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쉽게 남에게 잘 놀아나는 타입이라서 잘만 이용하면 재미를 볼 수가 있습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습니까?”

“물론 겉으로 봐서는 티가 잘 안 납니다. 다만 돈과 여자만 보면 사람이 완전히 바뀝니다. 그것 때문에 집안에서도 내놓은 자식이었으니까.”

“정말 별걸 다 아십니다.”

“그래도 외가인데, 모르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닌가요?”

“…….”

조성돈 팀장은 ‘재벌가는 원래 그렇습니까.’라고 질문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도 뒤늦게야 언론에서 흔히 말하는 망나니 재벌 3세가 김재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민혁은 김명준 과장을 호출해서 김재열에 대해서 특히 신경을 쓰라고 당부했다.

“주로 사생활을 위주로 한번 파보세요. 재미있는 것이 많이 나올 겁니다. 아, 다만 킵을 해두고 저에게 다 보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최민혁은 뒤늦게야 이일태 이사, 최민수도 침몰하는 배에 합류한 사실을 깨달았다. 입가에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그도 이전과는 생각을 좀 달리했다. 어떻게 하면 대형 부실함을 침몰시킬까 고민했다.

‘지금은 타격이 크지 않을 거야. 좀 더 덩치가 커진다면 상황이 다르지. 이건 계획이 좀 필요한 것 같은데, 서두를 필요는 없겠어. 아, 일이 이렇게도 풀려가다니.’

최민혁이 머리 굴리는 소리를 들은 조성돈 팀장은 옆에서 묵묵히 듣기만 하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딱히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습니까?”

“네!”

힘찬 최민혁 대답.

눈빛에 떠오른 것은 복잡한 상념이다.

김기범이 감옥에 간 사실을 잘 아는 조성돈 팀장은 망설이다가 결국 질문하지 못했다. 그는 대신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후나이 TV가 파산했습니다.”

최민혁은 인생 1회차 기억에서 후나이 TV는 별로 떠오른 것이 없는 회사라서 심드렁했다.

“그래요?”

“네, 아무래도 콜린스 여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본 TV 회사도 서서히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TV 사업부 매각설에 관심을 기울이겠군요.”

“몇몇 업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쪽을 만나서 계속 정보를 흘리세요.”

“알겠습니다.”

* * *

후나이 TV 파산은 최민혁에는 영양가가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일본 TV 업계는 이야기가 달랐다. 그들은 후나이 TV 사태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덕분에 후나이 TV의 갑작스러운 파산에 대한 원인도 쉽게 드러났다.

KM 전자가 콜린스를 무기로 고급화 시장을 공략하면서 다른 경쟁 회사는 다른 쪽으로 영업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다른 나라로 번져갔는데, 이 결과 때문에 대미지를 받은 기업이 결국 나오고 말았다.

일본 후나이 텔레비전이다.

소니, 히타치, 도시바, 필립스를 넘어서 러시아 시장에서 국민 TV로 성공한 후나이가 매출 감소로 퇴락을 경험한 것이다.

이런 원인은 소니, 히타치, 오성, 대운, LC 전자가 콜린스로 말미암은 매출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서 러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한 덕분이다.

거기에 후나이 TV의 잘못된 전략도 한몫했다.

저가 TV를 앞세워서 러시아 시장을 공략했지만, 손실을 줄이기 위한 다른 경쟁업체의 공세에 견디지 못한 것이다.

특히 LC와 오성 전자의 공격적인 영업에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이 후나이의 몰락에 일본 TV 업체도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비록 러시아 시장에서 사후관리 엉망으로 악명이 자자하다고 해도 후나이 TV가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몰락할지는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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