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153화 (153/1,021)

* * *

DL 그룹 김상구 회장을 만나서 이번 일에 대해 들은 최용욱 회장은 더 이상 나 몰라라 할 수가 없었다. 두 집안이 사돈인 것을 떠나서 재벌가끼리 이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한편으로 교묘하게 자신을 괴롭히던 김상구 회장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자신을 찾아온 모습이 통쾌했다.

그렇다고 TV만 틀면 나오는 최민혁의 모습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기에, 시차 때문에 쉬고 있는 그를 직접 호출했다.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사람을 보냈는데, 다행히 최민혁이 저택을 찾아왔다.

“할아버지, 잘 지내셨습니까?”

“후유.”

소풍이라도 갔다 온 듯한 최민혁의 모습에 심호흡부터 했다. 새삼 유럽을 종횡무진 누빈 최민혁의 행보를 다시 떠올렸다.

심지어 KM 전자의 변화된 모습도.

그는 이번 마약 사건에 대한 것은 잊은 채 피식 웃고 말았다.

“유럽 여행은 좋았냐?”

“좋았죠. 한동안 그곳에 계속 있고 싶었는데, 일이 이것저것 생겨서 결국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러냐?”

채윤집 집사는 최용욱 회장의 시선을 받자 곧 TV를 틀었다. 때마침 최민혁의 인터뷰와 이번 대규모 마약 사건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한국 메이저 언론에서 죄다 뉴스를 내보낸 덕분에 공영 방송에서도 이 사건을 크게 다루었다.

“저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 김현탁 형을 비행기에서 만났습니다. 공항을 같이 나오다가 마침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을 뿐입니다.”

“그게 다냐? 아니, 그 많은 비행기를 두고, 하필이면 베트남을 거쳐서 한국에 온 거야?”

“베트남에 우리 KM 건설 작업장도 있고, 앞으로 증설할 공장 부지를 한번 보려고 들른 것뿐입니다.”

그는 베트남 공항만 잠깐 스쳤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어이가 없어서 그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운 좋게 김현탁과 같이 한국으로 들어오다가 마약 밀매가 걸렸다고?”

“네. 아, 김현탁 형으로선 재수가 나쁘겠어요. 저것 때문에 난리가 났더라고요.”

“그러냐?”

“네.”

최용욱 회장은 손자 녀석을 물끄러미 살펴보았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최민혁의 모습에서 별다른 특이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DL 그룹은 네 둘째 큰아버지 외가 아니냐. 그쪽 집안이 관련된 일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기자가 저도 같이 마약 사범으로 몰아가서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마약 클럽 사건 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조사받은 기억도 있어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오죽하면 이사한 집 정원에서 기자회견을 다시 열었겠습니까.”

최민혁이 다시 기자회견을 저택 정원에서 연 것은 맞다.

아예 파티 형식으로 기자 백여 명을 초청해서 느긋하게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마약 클럽 사건을 일일이 다 다루었다.

기자들은 노골적으로 최민혁의 마약 사건을 다루지는 않았다. 그들 역시 이번에는 최민혁 기조연설 에피소드에 대해서 적극 질문했다.

그런데 최민혁이 기자회견을 적극 유도해서 다양한 질문을 유도했고, 그것을 더 부풀려서 마약 사건으로 밀어붙였다.

기승전마약이었다.

불행히도 김현탁 부장이 유럽에서 최민혁을 도와줬다고 했기에 가짜 뉴스도 아니었다.

“하아.”

그도 지난 ‘마약 클럽 사건’ 이야기를 듣자 마냥 최민혁을 이상한 눈으로 보기 힘들었다. 당시 무혐의로 결국 최민혁이 풀려나기는 했지만, 자칫 감옥에 갈 수도 있었다.

‘가만. 설마 그 클럽 마약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저러는 건가?’

너무 나갔다고 생각한 최용욱 회장은 결국 최민혁을 더 타박할 수는 없었다.

그는 유럽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듣고는 최민혁을 돌려보내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마약 밀수 사건이 잠잠해질 때까지 인터뷰는 자제해라. 특히 DL 그룹 관련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지 마!”

“알겠습니다.”

최민혁은 순순히 최용욱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아무리 덮으려고 해도 한 놈은 감옥에 보내야 할 테니까. 그리고 시작으로는 나쁘지 않아. 다만 DL 그룹도 KM 산업과 같이 엮이는 것이 별로 없는 것이 문제인데…….’

* * *

박두영 부장검사도 어쩔 수 없이 이곳저곳을 들쑤셨지만, 단단히 각오했다. DL 그룹이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 역시 한국 뉴스가 온통 DL 그룹과 마약 사건을 같이 엮는 것을 보면서 혀를 찼다.

‘진짜 대단하네.’

자신조차 사방에서 걸려오는 외압 전화와 심지어 김종도 차장 검사 통해서 받는 경고 때문에 더 수사를 확대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뉴스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쩔 수 없지.’

그건 한영 일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최경진 편집장도 최민혁 인터뷰 내용에서 나온 대한항공 마약 밀수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해서 재미를 봤지만 범용구 기자가 가져온 대한항공 마약 밀수 후속 추가 기사를 살피면서 입맛을 다셨다.

“기사를 다섯 줄, 아니, 세 줄로 줄여.”

“네?”

범용구 기자는 크게 당황했다. 이번 대한항공 밀수 사건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무려 재벌 3세가 관련된 일이다.

하지만 이동수 부사장에게서 이미 압력을 받은 최경진 편집장도 어쩔 수가 없었다.

“윗선에서 잘랐어.”

“이미 너도나도 다 보도를 했는데, 인제 와서 접으란 말입니까?”

“그 덕분에 충분히 재미 봤어. 이미 DL 그룹 광고는 작년 대비 50% 가까이 늘 테니까.”

“그렇습니까?”

“하지만 아직 다른 언론사는 여전히 이번 사건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쪽도 곧 조용해질 거야.”

“이번 사건은 이전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대한항공 편으로 대규모 마약을 밀수한 사건인데, 이대로 덮는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덮는 거지. 그냥 그렇다고 알아. 어차피 우리 언론사도 다른 쪽에 몇 번 도움을 받았잖아. 이번 일 통해서 그것을 갚은 것뿐이야.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일은 아냐.”

“쩝.”

눈치 빠른 범용구 기자는 입맛을 다셨다.

대신 경제 파트를 담당한 최광수 기자가 최민혁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서 가져왔다. 무려 신문 지면의 1/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꽤 많은 분량이었다.

최민혁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서 추가 인터뷰를 한 결과였다.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던 범용구 기자는 너무 방대한 양에 혀를 찼다.

“아니, 뭐가 그렇게 많아요?”

“나도 돌겠어. 차세대 패널 위주로 해서 주야장천 설명하는데, 아주 미치겠어.”

최민혁의 입장에선 MP3 프로젝트 진행을 덮기 위해서라도 주변 시선을 끌어야 했다. 이번 마약 사건도 김기범에 대한 보복에 앞서서 시선 끌기의 한 전략이었을 뿐이다.

차세대 패널은 이번 마약 사건의 연장선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최민혁이 시차 적응 때문에 생기는 피로를 무릅쓰고라도 일을 더 벌인 이유다.

이 덕분에 2차 인터뷰를 갔던 기자들은 다들 최민혁의 인터뷰에 혀를 내둘렀다. 작정하고 구구절절 다 설명하는데, 그게 오히려 부담된 것이었다.

어찌 보면 나름 제대로 취재를 해온 상황이다.

평소라면 칭찬부터 했을 최경진 편집장은 한동안 기사 초고를 읽었다. 나름 최민혁의 장황한 설명이기는 했지만, 생각을 좀 달리했다.

“분량을 좀 늘려. 으음, 신문 한 면을 다 차지할 정도면 좋겠어. 아, 아니다. 그냥 최민혁 시리즈로 해서 계속 내보내는 걸로 하자.”

“네?”

죽어라고 기사를 작성한 최광수 기자도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나름 보수적으로 기사를 작성해 왔는데,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인터뷰 내용이 딱 정해져 있는데, 나머지 4/5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되었다.

“설마 KM 전자 쪽에서도 광고 물량을 대폭 늘린 겁니까?”

“아니, 그건 아냐. 그쪽에서 그럴 이유가 없잖아. 굳이 KM 전자가 날뛰지 않아도 뉴스거리는 많아. 지금 KM 전자 주가는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아무런 이익도 나지 않는데, 굳이 이 일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이거 다 작업하려면 만만한 양이 아닙니다.”

최경진 편집장이 턱으로 범용구 기자를 가리켰다.

“정 힘들면 범 기자랑 같이 작업해. 으음, 가능하면 최민혁을 좀 더 띄우면 좋겠어. 일테면 최민혁 실장은 LCD에 투자를 대폭 늘린다는 부분을 좀 더 파고들어서 과장해도 좋아.”

“제가 알아보니, 그 LCD 기술은 문제가 많습니다. 다른 것을 떠나서 반응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그걸 극복할 대안이 현재 없습…….”

“아니, 상관없어. 중요한 것은 대립과 갈등 문제니까. 무조건 오성 전자와 KM 전자의 대립 구도가 될 테니까. 이왕이면 권태성 실장이 얼마 전에 한 인터뷰와 비교하는 것도 좋아. 내 말은 최민혁 실장을 최대한 띄우란 말이야.”

“…진담입니까?”

범용구 기자가 옆에서 최민혁의 인터뷰 초안을 읽다가 최경진 편집장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이번 마약 사건을 덮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어쩔 수 없잖아. 이번 마약 사건을 최대한 덮기 위해서 지금 당장 연예인 추문을 낼 수도 없어. 그렇다고 마약 관련 사건을 터트리면 오히려 더 문제가 되잖아. 그러니 차라리 최민혁 실장 인터뷰를 더 키워서 오성 전자와 대항마로 만들어. 카, 좋잖아. 무섭게 성장하는 중견 기업과 이미 정상에서 군림하는 오성 전자의 대립. 어때?”

‘그건 소설 아닙니까?’란 말이 턱밑에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강압적인 최경진 편집장의 두 눈을 보자 꿀꺽 삼키고 말았다.

“사장님 지시 사항이니까 무조건 해. 그리고 이 일은 우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언론사도 같이 띄울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이번 마약 사건은 싹 덮을 정도로 기사로 밟아 버리란 말이야!”

“으음, 알겠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군요. 도대체 김현탁 부장의 마약 밀수 사건 진실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그건 자네가 몰라도 돼!”

두 사람은 잠깐 최경진 편집장의 눈치를 봤지만, 어깨를 으쓱한 채 물러나고 말았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에고, 모르겠다.’

* * *

[KM 전자의 최민혁 실장이 LCD로 오성 전자의 PDP에 도전장을 던지다!]

특별한 것이 없는 기사다.

그런데 한영 일보가 먼저 이 기사를 터트리면서 최민혁 이슈에 불을 붙였다.

이 기사를 본 메이저 언론에서 LCD vs PDP 기사를 좀 더 확대해 키우면서 점점 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다른 중견 언론사는 이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같이 기사를 냈다.

기사가 점점 늘어나면서 큰 의미도 없는 기사가 오히려 진실처럼 힘을 발휘했다.

이 과정에서 최민혁이 LCD의 미래를 예견한 것과 결합하면서 논쟁이 격화되었다.

황당한 것은 공영방송에서 최민혁의 귀국을 특종으로 다루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모든 언론이 갑자기 최민혁어천가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마약 빼고.

한국에 와서 시차 때문에 정신이 없던 최민혁은 최용욱 회장을 만난 후에 겨우 숨을 좀 쉬나 싶었는데, 자신의 기사 쓰나미를 보고서야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다 뭐야?’

자신이 아니라 마약 사건이 주목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된 것이었다.

김명준 과장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사건을 조사했다.

“김현탁 관련 기사가 다 사라졌습니다.”

“마약 밀수 사건 말입니까?”

“네. 모든 언론사가 이상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을 보였습니다.”

“흠.”

‘역시 DL 그룹인가? 하긴 돈이 많은 그룹이니까.’

거기에 최민혁이 문득 떠올린 것은 바로 연례행사처럼 열린 클럽 파티다. 그때마다 사용된 마약을 한 번 고민해 봤다.

‘마약을 구하기 힘든 자들이겠어. 재벌 3세는 당연히 포함될 거야. 그런데 그게 한둘이 아니라면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어.’

바로 김현탁이 이 마약을 사들인 이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증거가 있다면 과연 어떨까.

더욱이 클럽이나 다른 별장에서 마약 파티를 벌였을 수도 있었다.

‘설마 별장 성접대에 사용된 것은 아니겠지?’

최민혁은 지난 클럽 마약 사건도 그렇고, 이번 마약 밀수 사건에 의외로 많은 이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잠깐 고민을 해봤지만, 마약으로 더 일을 키울 방법은 없었다.

김명준 과장을 쳐다보았다.

“요즘 김희찬 부사장하고 김용만 전무 사이는 어때요?”

“두 사람 다 정신이 없습니다. 김현탁 부장은 마약 중독자 수준은 아니라서 마약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다고 나왔습니다만, 김기범은 이번 마약 검사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김기범은 원래도 주기적으로 마약을 했었다. 그런데 특히나 최민혁에 대한 질투심을 쉽게 참지 못했던 김기범은, 최민수의 일이 실패하자 결국 평소보다 더 자주 마약을 했다.

그러던 차에 이번 클럽 파티 준비를 위해서 모아온 마약을 보자 참지 못한 것이었다.

결국 박두영 부장검사 팀도 김현탁 부장 대신에 이상수 과장을 구속했고, 김기범 역시 마약 사범으로 엮어 넣었다.

이번 마약 거래는 양이 너무 많아서 김기범은 실형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폭력배와 어울리면서 상습적으로 마약을 해서 체포된 이가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학원 이사나 내과 의사까지 포함되어 있고, 그 수만 해도 10여 명이 넘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충북 지방의 지역 유지 자녀를 중심으로 해서 일어난 사건이다. 골프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모임에서 마약을 사용한 것이었다.

마약을 공급한 이들 중에는 청주 지방의 폭력 조직도 끼어 있었다.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터지면서 최민혁 인생 1회차와는 다르게 사건이 흘러갔다.

“어쩔 수 없죠. 하지만 김기범만 실형을 받는다면 김용만 전무도 그냥 있지 않겠군요.”

“안 그래도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완전히 갈라진 셈입니다.”

“그래요?”

김희찬 부사장은 DL 그룹의 핵심인 DL 화재를 쥐고 있지만 김용만 전무는 DL 그룹의 새로운 계열사를 잡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는 근본적으로 좋을 리가 없었다.

‘KM 그룹을 노린 사냥개 역할을 한 것은 김용만 전무이니까. 하지만 그 돈줄은 역시 김희찬 부사장이란 말이야.’

최민혁은 문득 DL 그룹 내의 계열사 구조를 쭉 떠올리면서 입맛을 다셨다.

‘DL 화재 쪽은 경험이 없으니. 결국 DL 그룹을 흔들려면 DL 전자나 DL 정보통신이 계속 흔들려야 한다는 소리가 돼.’

하지만 지금 당장은 DL 그룹에 대한 흔들기 작업이 어려웠다.

정확히는 아직 DL 그룹 투자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상황이 아니라서 큰 타격을 줄 수는 없었다.

‘IMF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 DL 그룹 기둥뿌리부터 흔들 수가 있으니까.’

최민혁은 이보다 TV 사업부를 계획대로 매각할 고민에 착수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주목받는 시점에서는 이전처럼 일을 벌일 수가 없었다.

‘이 일도 이전과는 달리 쉽지는 않을 거야. 견제가 들어올 테니까. 그 때문에 MP3 프로젝트가 외부에 알려져서도 안 되고.’

최민혁은 과거보다는 여유로운 상황이지만 지금은 견제라는 문제 때문에 상황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때문에 마약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살폈다.

‘분명히 다른 꼼수를 쓸 것 같은데, 호오, 이것 봐라.’

그가 주목한 것은 자기 인터뷰 관련 기사였는데, 뜻밖에도 다른 사람의 인터뷰 내용도 있었다.

[최민혁 실장은 차세대 패널인 LCD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오성 전자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KM 전자와 오성 전자와의 갈등을 노골적으로 부추긴 기사는 인터뷰 내용을 한껏 과장하고, 멋대로 해석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를 본 시민의 반응은 KM 전자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니까.

최민혁도 이 인터뷰를 마냥 부인할 수는 없었다. 그는 MP3 프로젝트에 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LCD 쪽을 부풀렸기 때문이다.

‘확실히 CRT 이후 LCD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사실인데, 오성 전자 생각은 좀 다르겠지. PDP에 한창 열을 올릴 시기이니까.’

딱히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미 판이 깔린 마당에 굳이 그것을 뒤엎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LCD라…….’

최민혁은 문득 LCD 기술의 미래를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마침 떠올랐다.

‘차라리 이 기회를 이용해서 LCD 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어떨까?’

만약 KM 전자가 CRT에 연이어서 LCD 쪽으로 투자를 대폭 늘리는 척한다면 오성 전자를 비롯한 패널 업체 분위기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들은 MP3 프로젝트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자본이 넘쳐난다고 해도 돈 먹는 하마인 LCD 사업에 직접적으로 막대한 돈을 투자할 이유는 없지. 적은 자본으로도 대안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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