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5화 (5/1,021)

< #005 >

***

불과 삼 주 만에 무광 약품 주가가 6만원을 거쳐서 8만원에 올랐다.

김명준 과장도 단기에 너무 많이 올라서 내림세까지 있었지만 결국 2만원에서 8만원을 돌파한 사태에 대해서 크게 당황했다.

“설마 자산운용책임자에게 돈까지 줘서 주가를 끌어올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럴 겁니다.”

“네? 설마 이 자들에 대해서 이미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겁니까?”

“아닙니다. 원래 주가 조작 세력이 목표한 단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많이 쓰는 수법이니까요. 전 그 파도를 잘 탔을 뿐입니다.”

“하지만......”

최민혁은 손을 들어서 김명준 과장 입을 막았다.

“운이 좋았던 겁니다. 이제는 다음 일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식 매각입니까?”

“아마 주가는 더 오르겠지만, 지금이 딱 시기적으로 좋아요. 괜히 10만원 넘을 때까지 들고 있다가 증권감독원에서 주가 조작 세력으로 조사받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특허 출원이 이미 뜨거운 이슈가 되어서 계속 후끈 달아올랐다. 개인 투자자 매수가 극히 활성화된 시점이었다.

욕심이 없던 김명준 과장도 갑자기 엄청난 수익이 생기자 혀를 찼다.

“좀 더 들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도련님이랑 작전 세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 정리해야 하는 겁니다. 욕망은 사람을 파멸시키니까.”

김명준 과장도 최민혁이 이번 주식 투자가 아니라 자기 가족이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탐욕을 지적한 것을 알지는 못했다.

이보다는 돈에 대해서 담백한 최민혁 모습에 오히려 감탄했다.

‘도련님이 원래 이런 분이었던가?’

크게 충격을 받은 김명준 과장은 경이로운 눈으로 최민혁을 쳐다보았다.

최민혁은 여전히 무덤덤했다.

“파세요.”

“네.”

결국 김명준 과장은 무광약품 주식이 계속 오르는 틈을 이용해서 조금씩 주식을 계속해서 매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해서 주식 수수료를 비롯한 모든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은 모두 122억이었다.

“딱 좋습니다.”

“정말 이런 의도였습니까?”

최민혁은 자기 명의 주식 투자에서 무려 2억 손실 난 것을 슬쩍 보여주었다.

“외부 시선은 중요하니까요. 아, 그리고 증권 담당자에게 손실 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옆에서 좀 도와주시고요.”

“......”

10억 손실, 40억 초대박 의미를 뒤늦게 경험한 김명준 과장은 마치 예언한 대로 이루어진 주식 투자 결과에 내심 경악했다.

‘믿을 수가 없구나.’

***

“손실이 2억이라고?”

권재홍 비서실장도 최민혁이 증권 관리 담당자에게 미주알고주알 떠든 것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담당 증권 관리자 이야기로는 그렇습니다. 대부분 종목이 다 주가 상승세인데, 하필이면 폭락한 종목에 손을 대서 손실을 크게 봤습니다.”

“쯧쯧.”

최문경 부회장은 혀를 차면서도 전체 대출 금액 손실 금액이 낮은 것에 아쉬워했다.

“나머지 40억은 2억 손실 때문에 투자를 망설인 걸로 봐서는 제법 인내심은 있어.”

“아무래도 주식 투자 자체가 처음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좀 더 부추겨 봐.”

“네?”

“2억 손실로는 안 돼. 최소한 25억 이상 날려 먹어야 다른 사람에게 먹혀.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면 난리가 날 거야.”

“그렇기는 합니다만 제가 도련님 주식 투자한 정보를 아는 것도 아니고......”

“둘째에게 슬쩍 흘려 봐. KM 전자 이사로 선임된 민혁 그 녀석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을 테니까. 아마 이 정보 흘려주면 덥석 물 거야.”

“알겠습니다.”

***

최훈열 KM 전자 전무는 실제로 최민혁이 KM 전자 이사로 선임된 것 때문에 짜증 났다. 그는 김여정이 이번 클럽 마약 사건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것 때문에 날이 서 있었는데, 우연히(?) 최민혁의 대출 주식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손실 2억을 확인하기가 무섭게 김여정에게 넌지시 이 이야기를 흘렸다.

김여정은 남편 최훈열보다 더 최민혁을 싫어했는데, 오빠 김용만 DL 전자 전무에게 이 사실을 넌지시 이야기했다.

김용만 전무는 뜻밖의 정보에 입맛을 다셨는데, 잘만 하면 KM 전자 주식을 은행 대신에 대출 명분으로 사들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제 조건은 물론 최민혁 주식 투자 실패가 되어야 했다.

결국 장남 김기범에게 다시 이 이야기를 흘리면서 질책했다.

과거 몇 번의 작전주에 빌붙어서 재미를 본 적이 있던 김기범은 혀를 내두르면서 머리를 굴렸다. 그가 아는 상식으로 정상적인 주식 투자로 돈 버는 것을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결국 분위기 파악을 위해서 친구들과 연예인까지 끌어들인 별장 파티까지 연기한 채 최민혁을 따로 만났다.

“오랜만이다.”

“그러게요.”

그는 갑자기 연락해온 김기범 행동이 이상하게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너도 주식 투자하냐?”

“네?”

최민혁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뒤늦게야 정보가 빙빙 돌아서 김기범에 흘러갔다는 것을 깨닫고는 혀를 찼다.

아마 다른 일이라면 이것저것 고민했을 테지만 다행한 일이라면 자신이 일을 벌일 덕분에 자기 앞마당에 상대를 끌어들였기에 슬쩍 한 번 튕겨보았다.

“이제 곧 개강인데, 무슨 주식 투자를 합니까.”

심드렁한 이야기이지만 최민혁에게 대학 생활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마약 사건 이후에 구치소에 갇힌 후에 한국대에서 결국 퇴학 조치를 당했다.

한국대 입학은 자기 스스로 힘으로 한 것인데, 정작 재벌가에 소속되면서 대학 생활을 하지 못했다.

깊이 고뇌하는 모습을 본 김기범은 오히려 쾌재를 불렀다.

“그거 모르는 소리다. 설사 대학 들어가도 현금이 필요한 법이야. 뜻밖에 인맥 관리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저도 돈 많으면 좋죠. 그런데 쉽게 구할 수가 없잖아요.”

이미 주식 투자 목적으로 50억 대출받은 것까지 들은 김기범은 가증스러운 최민혁 행동에 내심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주식 투자를 말하는 거다. 이거 잘만하면 수십억은 그냥 챙겨.”

‘지랄하네.’

하지만 최민혁은 아카데미 신인상 못지않은 표정 연기를 펼쳤다.

“돈이 부족해서요.”

“내가 빌려줄게.”

“네?”

그도 노골적인 김기범 행동에 혀를 내두르면서 넌지시 질문했다.

“신용으로 대출해준다고요?”

“그건 곤란하지. 아무리 대학 선후배 사이라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지. 돈거래는 확실한 게 좋아. 너 주식 많잖아. 그걸 담보로 내놔.”

집요한 새끼란 욕이 절로 나왔지만 한 편으로 안도했다. 과거 세상 물정 몰랐기에 그 꼼수에 놀아나서 폐인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뻔히 속셈을 다 아는 처지다. 차라리 수비보다는 공격이 났다는 생각에 이 제안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슬쩍 미끼를 한 번 튕겨보았다.

“에이, 그건 안 돼요. 집에서 알면 정말 난리가 나니까.”

“걱정하지 마. 그냥 개인 간의 거래로 처리하면 누가 알겠어?”

이미 이익을 상당히 봐서 굳이 추가 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는 최민혁은 김기범과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한 가지 일 때문에 고민했다.

바로 주식 투자 때문이 아니라 DL 전자에서 가지고 있는 땅 때문이다.

KM 전자도 그렇지만 DL 전자 역시 대규모의 차입금을 받아서 막대한 투자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서 사전에 땅을 사들였는데, 문제는 두 회사가 투자한 지역에 개발 인허가가 나지 않았다.

실무자 선에서는 공감을 얻었지만, 그 윗선에서 잘라버리면서 그 땅을 매각했었다.

‘이 땅이 대박이지.’

갑자기 자신이 그 땅을 사들이고 싶다고 하면 얼씨구나 하기 보다는 더 면밀한 조사를 할 사람이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돈거래를 해두면 그 명분으로 땅을 사들이기도 좋았다.

그것도 그렇지만 문득 이들의 태도가 괘씸해서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차라리 이놈들을 작전주에 끌어들이는 것은 어떨까? 박 부장검사 이용해서 중간에 깽판 치면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갈 텐데......’

그것도 괜찮았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표면적으로 너무 큰 이익을 봐서는 곤란하니, 투자 금액을 적당히 조절해서 김기범의 탐욕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적극 밟아버리자.’

“20억만 빌려줘.”

“20억이 뭐냐, 40억까지 내가 주마.”

“진짜?”

“어.”

“그 큰돈이 어디 있어?”

“인마, 내가 명색이 DL 그룹 차남 장남이다. 그 정도 돈은 용돈에 불과해.”

수상쩍은 시선으로 쳐다보았지만, 굳이 그 돈(?)의 출처를 묻지 않았다.

“그렇다면야.”

‘종목 선정과 타이밍이 참 중요한데......’

김기범은 이미 준비해온 차용증을 내밀었다.

간단하게 대출 내용만 있는 차용증이라서 최민혁은 냉큼 서명했다.

“돈은 바로 쏘마.”

“고마워.”

“자식 그런 소리 마. 다 서로 돕고 사는 것이니까.”

“내가 투자하고 나서 종목도 말해줄게.”

“괜찮다. 난 너를 믿어.”

“그래도 사람이 그럴 수는 없잖아.”

“마음대로 해라.”

탐욕으로 물든 돼지머리 김기범의 눈빛을 보면서 최민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두고 보자.’

***

무광약품은 여전히 뜨겁게 활활 타올라서 주가는 더 무섭게 올랐다.

김명준 과장조차 계속되는 이 주가 폭등에 너무 빨리 주식을 정리하지 않았나 아쉬워했다.

그런데 불과 이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 13만원을 돌파한 주가가 급락을 시작했다. 이 주가 폭락에 개미는 패닉에 빠져서 주식을 다 던졌다.

하한가를 연속으로 거듭하면서 주식 폭락은 그 바닥을 몰랐다.

결국 증권감독원과 검찰이 주가 조작 협의에 대한 공조 수사를 착수했다.

한희 증권과 대운 증권 펀드 매니저 일곱 명이 결국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무려 35억을 들여서 15만 주 주식을 사들였고, 일반 투자자까지 부추겨서 주가를 끌어올려서 시세 차익을 본 것이었다.

이 사태는 언론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기사화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김명준 과장도 뒤늦게 이 수사 상황을 기사 통해서 확인한 후에 최민혁에게 보여주었다.

“도, 도련님, 큰일 났습니다!”

신문 기사를 확인한 최민혁은 꿈속의 연상 기억을 떠올렸고, 자신이 40억 투자한 것 때문에 조금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내심 혀를 내둘렀다.

“김 과장님, 정신 좀 차리세요.”

그 냉정한 김명준 과장도 주식 투자에 몰입해서인지 당황했다.

“아, 죄송합니다.”

“이 일은 우리와 관련이 없잖아요. 어차피 차명으로 매입했고, 거기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면서요?”

“아, 그거야.....”

생각해보면 정말 별일이 아니었다. 무광약품 보고 투자를 했고, 시세 차익을 보고 난 후에 깔끔하게 이미 다 정리했다.

이에 반해서 주가 조작 세력이 차익 실현을 한 것은 11만원 중반 정도였다.

김명준 과장은 새삼 투자에 냉정한 최민혁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

“서, 설마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셨던 겁니까?”

“천만에요. 그건 주가 조작 세력도 다 알지 못할 겁니다. 그들 역시 중간 내림세를 막으려고 무리하게 주가를 끌어올린 것을 아시면서 그런 소리를 하세요.”

“그렇군요.”

주가 조작 세력이라고 해서 주가를 컴퓨터처럼 맞을 수가 없다. 가지고 있는 돈, 세력, 정보가 상황에 따라서 다 다르다.

목표 주가가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바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최민혁은 피식 웃었지만, 수익 122억에 크게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무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는데, 이번에는 제약주가 괜찮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한 박자 쉬기로 했다.

“이번에도 8억은 제 임의대로 투자할 겁니다. 나머지 162억은 중외제약과 녹십자에 나눠서 투자하죠. 아, 차명으로 해서 비밀리에 진행하세요.”

“설마 이번에도 작전주입니까?”

“지금 검찰에서 작전 세력 조사한다고 난리인데, 굳이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잖아요. 쉬엄쉬엄 갑시다.”

“아, 네.”

김명준 과장도 몇 번이나 최민혁 눈치를 봤지만 차마 더 묻지는 못했다. 그는 대신 이 두 가지 종목을 더 조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최민혁은 뒤늦게 자기 계좌에 들어온 40억을 떠올렸다.

“아, 이 40억도 제 명의로 해서 두 종목에 같이 투자해주세요.”

전체적으로 보면, 8억은 손실 투자, 162억은 차명으로 제약주에 투자, 나머지 40억은 최민혁 명의 제약주 투자였다.

“이게 무슨 돈입니까?”

“빌린 겁니다. 그렇게 아세요.”

“그런데 괜찮을까요? 이번처럼 투자 대박이 나면 말이 나올 텐데요?”

최민혁도 작전 세력 수사 후에 제약 주가가 좋았던 것만 기억할 뿐, 정확히 그 주가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는 몰랐다.

“그렇게 큰 수익은 안 날 겁니다. 좀 나도 괜찮아요. 어차피 보여주기 용도이니까요.”

“......알겠습니다.”

< #00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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