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3/48)

32

다시, 신부가 되어 주세요

숨을 몰아쉬던 르베리안즈는 뛰는 듯이 다가와 밀라니아를 와락 끌어안았다.

축축한 물 냄새와 옅게 약초 냄새가 풍겼다.

‘라벤더를 섞은 약초 물. 이 약초는 크산테라로구나. 다 나은 환부에 남은 통증이나 환통을 누그러뜨리는 일종의 환각제.’

밀라니아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상흔이 아픈 게야.’

그녀를 부둥켜안고, 르베리안즈 역시 깊숙이 숨을 쉬었다.

“하아.”

밀라니아는 제 어깨에 얼굴을 묻은 르베리안즈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의 하얗고 긴 목이 잘게 경련하고 있었다.

물기 살짝 젖은 금발이 뒷목을 살짝 덮고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다시 위에서 아래로. 밀라니아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가 많이 길었느니.”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듯이 목소리가 낮게 번져 나갔다.

그녀를 한층 더 강하게 끌어안고, 르베리안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르베리안즈는 나탈리아가 떠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로드, 허브차입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박쥐족 전사가 타온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르베리안즈는 콧잔등에 주름을 잡았다.

향기를 머금은 따스한 김이 그의 섬세한 속눈썹에 물방울로 매달렸다.

“그레칸.”

밀라니아가 말하자 그의 콧잔등에 잡힌 주름이 한층 짙어졌다.

곧 찻잔에서 시선을 뗀 그가 찌푸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차예요. 마음을 가라앉혀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네요.”

르베리안즈의 입술에 걸려 있던 미소가 잦아들었다.

“그레칸이 화제였단 말이죠.”

“…….”

“그 나약한 새끼.”

그레칸이 언급되었을 때부터 미미하게 굳어진 미간을 더 단단히 굳힌 그의 입매가 비틀렸다.

“그 끔찍한 날 이후, 그놈은 모든 걸 증오하는 것처럼 굴었어요.”

밀라니아는 입 안에 머금었던 찻물을 꿀꺽 삼켰다.

‘나약한 새끼라……. 이제껏 들어왔던 수식어와는 다른 종류로구나.’

다들 그레칸을 입에 담을 때는 ‘두렵다’는 감상을 꼭 빼놓지 않았고, 말란도르는 ‘미친놈’이라고 했다.

그런 그를 나약하다고. 태연한 얼굴로 거친 욕설을 주워섬긴 르베리안즈는 곧 눈을 내리깔았지만, 미처 숨기지 못한 눈빛에는 불꽃이 튀었다.

밀라니아는 미묘한 입술의 모양을 가리기 위해 찻잔을 입 가까이 들었다.

‘예전부터 르베리안즈와 그레칸은 사이가 좋지 않았지.’

새삼스러운 기분에 젖어, 밀라니아는 웃을 때가 아닌데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거 하나만은 변하지 않았구나.”

“…….”

“여전히 사이 나쁜 관계니라.”

“예전과는 결이 다르잖아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는 듯 르베리안즈는 눈을 우는 듯 웃는 듯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너희가 싸울 때마다 내가 하는 일은 중립을 지키는 일뿐이었느니. 몸싸움이 격해지면 중재하는 정도였고.”

“기억나네요. 서로 밀라니아에게 자기편을 들어 달라고 더 싸웠죠.”

“…….”

“하지만 지금의 그레칸은 그때와 달라요.”

웃음을 지운 밀라니아는 어두운 낯으로 찻잔을 기울였다.

“그놈은 인간들은 그렇다 치고, 나와 말란도르까지 등졌어요.”

르베리안즈의 싸늘한 목소리는 눈앞에 당사자가 있었다면 망설임 없이 후려칠 듯 온기 한 점 없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정’이란 걸 쌓았던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조적으로 웃는 그의 입꼬리가 사선으로 비스듬해졌다.

“무뚝뚝하지만 어느 정도 선은 지킬 수 있는 놈. 착각이었던 거죠.”

“…….”

“그런 식으로 태도를 바꿀 줄 누가 알았겠어요. 아무리 이유가 있어도 말이에요. 나는, 밀라니아. 그놈이 그럴 거라는 걸 예상하지도 못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요.”

“…….”

“무식하고 의리 없고 나약한 새끼.”

끝은 당연한 것처럼 욕설이다.

“싸웠느냐?”

“하, 싸워요? 그렇다고 봐야 할까요? 서로 죽일 것처럼 달려들었으니까, 싸운 거네요.”

“그럼 그 흉터는 설마…….”

얼굴의 흉터를 만지작거리며 르베리안즈는 낮아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신의는 있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르베리안즈는 묵묵한 눈으로 밀라니아를 응시하다 이내 싱긋 웃었다.

“그래도 당신은 그 의리 없는 새끼가 아니라 제게 왔네요, 밀라니아.”

밀라니아는 가슴이 뜨끔하여 길게 뺀 검지로 턱을 긁적였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했더니, 그런 생각을 해서였는고.’

처음 깨어났을 때가 그레칸의 황궁이었다는 말은 아무래도 안 하는 게 좋을 듯하다.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였다.

“그럴 리가 있나. 우리 전대 대마녀 밀라니아 님께서는 그레칸에게서 도망쳐 나온 참이시거든.”

밀라니아가 홱 체라를 돌아보았다. 체라는 입술을 툭 내밀고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서운했어요, 그거. 어떻게 그레칸을 먼저 만나실 수 있으세요?”

“허어, 내가 만나고 싶어서 만났느냐? 일어나 보니 거기였던 것을!”

밀라니아는 눈을 부릅뜨고 체라를 흘겨보았다가, 천천히 르베리안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에게서 혹한의 칼바람처럼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온이 몇 도는 하강한 듯했다.

밀라니아는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걸었다. 체라가 한 말을 무시하자는 의도가 선연한 미소였다.

물론 르베리안즈는 걸려들지 않았다.

“그레칸이랑 있었다고요?”

“…….”

“그 비겁하고 의리라고는 개미 눈물만큼도 모르는, 갑자기 힘만 더럽게 세진 그레칸과 지금까지 있었다라…….”

“…….”

말 하나하나에 그레칸을 향한 미움이 점철되어 있다. 밀라니아는 난감해져 턱을 긁적였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 역시, 이 둘의 싸움에 말려들어 좋은 꼴을 본 기억이 없다.

문득 르베리안즈가 하는 말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웃으시는 거예요?”

르베리안즈가 잘생긴 미간을 좁혔다.

밀라니아는 뒤늦게 하관을 문지르며 미소를 지웠다.

“어째 속상해 보이는구나?”

“…….”

“배신감이라도 느끼느냐?”

“그건 당연히…….”

“나 말고 그레칸에게 말이다.”

툭, 말을 떨어뜨리자 르베리안즈의 눈꼬리가 위로 찢어져 올라갔다.

“하하.”

그 말이 어이없어서 참지 못하겠다는 듯 몇 번 웃은 뒤로 웃음은 금세 사그라졌다.

표정 없이 건조한 얼굴로 되묻는다.

“배신감? 그런 걸 논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는 아니죠.”

르베리안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러자 뺨과 눈까지 이어진 한 줄기 흉터가 도드라져 보였다.

하얀 얼굴이라 흉터가 더 잘 보였다.

예전엔 예쁨에 가까운 아름다움이었는데 저 흉터와 변한 분위기 때문인지 인상도 변했다.

거칠고 날카로워서 손을 대면 벨 것 같은 유리 조각처럼.

손을 대면 피를 볼 듯한 가시 꽃.

밀라니아는 흠, 고개를 돌리고는 차를 홀짝였다.

“아니면 말고.”

퉁명스러운 대꾸에 르베리안즈는 맥 빠진 얼굴로 대꾸했다.

“뭐예요, 그 반응은. 남의 속은 실컷 들쑤셔 놓고.”

“…….”

“배신감이든 증오든, 뭐든 감정이야 갖고 있겠죠. 날 이렇게 만들었는데.”

르베리안즈가 찢어진 날개를 펄럭거렸다.

이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 모양으로 비죽비죽 찢어져 너덜거리는 흉터가 눈에 띄어서, 밀라니아는 무심코 손을 내밀어 날개를 붙잡았다.

찢어진 가죽의 촉감.

눈을 가늘게 뜬 그녀는 날개에서 손을 떼고,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아참, 앨리지는 어디 있누?”

묘한 표정으로 밀라니아를 보던 르베리안즈가 눈을 감았다가 떴다.

“마녀성으로 오면서 앨리지의 이름을 들었느니라. 여기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안 보이는구나?”

밀라니아는 갑자기 말이 없어진 체라와 르베리안즈를 번갈아 응시했다.

앨리지가 이곳에 있는 걸 알았을 때 밀라니아는 반사적으로 르베리안즈를 떠올렸다.

‘연인이었던 황자는 진즉 죽었을 테고, 이 긴 시간 홀로 지내지 않았다면 서로 연이 닿았을 수도 있겠느니라.’

게다가 전생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지 않은가.

혹 자신이 잠든 사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면.

궁금증 품은 밀라니아의 눈을 마주하며 르베리안즈는 덤덤히 말했다.

“죽었어요. 10년 전에.”

“뭐?”

르베리안즈는 이상하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애초에 몸이 약했잖아요. 그런 거 치고는 오래 살았죠.”

“…….”

“앨리지는 죽었지만, 그녀가 남긴 건 많아요. 전쟁이 난 후 모든 땅이 죽어 갔는데, 그녀와 나탈리아 덕에 마녀숲은 손상이 없거든요.”

체라가 조용히 읊조렸다.

“오히려 융성해졌다고 봐야지.”

앨리지 얘기가 나오자 체라는 씁쓸한 얼굴이었다.

밀라니아는 식은 차를 습관적으로 입에 머금었다.

체라가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면 그간 앨리지와 잘 지낸 듯싶다.

“앨리지가 그렇게 됐느냐…….”

전생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그렇게 살리고자 노력했던 앨리지.

100년이 넘는 지금, 그녀가 죽었단 사실에 입맛이 썼지만,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다.

자신이 진원의 피를 사용한 덕에 앨리지는 살아났고, 그 뒤로도 90년에 가까운 시간을 살았다.

운명을 바꾸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일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고.’

밀라니아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한적한 숲에 오두막을 짓고,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면서 사는 방향도 나쁘지 않을 게야.’

그건 밀라니아가 생각한 몇 가지 미래 중의 하나였다.

나탈리아는 마치 밀라니아의 마음을 알아챈 듯했다.

[내키지 않으실 줄 압니다. 제가 밀라니아 님이라도 굳이 그럴 필요 없을 테니까요. 염치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리 부탁드리는 겁니다.]

“이제 밀라니아가 돌아왔으니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겠어요.”

밀라니아는 고개를 들었다. 르베리안즈가 기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 * *

“뭐라고?”

“그러려고 온 거 아니에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그녀를 보고, 르베리안즈는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한 손을 들어 흉터가 가로지르고 있는 그의 뺨에 올렸다.

“이 흉터 말이에요. 그레칸이 손톱으로 할퀸 거예요.”

르베리안즈가 손을 뒤로 넘겨 너덜너덜한 날개를 붙잡았다.

“이건 그레칸이 손으로 찢은 거고요.”

“…….”

“머릿속이 하얘지는 게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주일 동안 앓아누웠어요. 지금도 하루 반나절은 뜨거운 탕에 들어가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욱신거려서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어요.”

날개에서 탁, 손을 뗀 르베리안즈가 냉랭하게 웃었다.

“내가 이렇게 됐는데, 그레칸은 어땠을지 궁금하지 않아요?”

“네 표정을 보니까 물어보지 않아야 할 것 같으이.”

“물어봤으면 기분이 나빠졌을지도 모르죠.”

눈을 깜박인 르베리안즈의 눈매가 약간 비뚜름해졌다.

“아무것도.”

“…….”

“아무것도 변한 거 없어요, 그놈은. 고작해야 대단치 않은 상처뿐.”

쓰라린 자조.

“완전히 졌어요.”

“…….”

“그래요. 전 그레칸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했어요.”

그는 좀 더 솔직해졌다.

“솔직히 말하면 다시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

“원래 힘 센 자식인 건 알고 있었지만, 예전에는 솔직히 그럭저럭 할 만했거든요.”

“…….”

“그래서 더 용서가 안 돼요. 그렇게 변한 놈이. 그렇게 멍청하게 굴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들어요.”

밀라니아는 조용히 읊조리는 르베리안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말란도르가 생각난다. 지치고 피로한 말란도르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 르베리안즈를 보는 지금 다시 느껴진다.

연민, 동정, 안쓰러움. 연약하고 불쌍한 자를 보면서 느끼는 모든 종류의 감정들.

‘육체적 강함.’

따져 보면 후유증을 앓는 르베리안즈보다야 지금의 자신이 약하겠지만, 그녀는 그가 안쓰러웠다.

100년간 푹 잠들었다가 깨어난 듯한 자신과 달리 르베리안즈는 100년간 미워하고, 자책하고, 슬퍼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리비, 내가 뭘 해 주길 원하느냐?”

그래서 못내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가고 말았다.

그레칸은 그녀에게 있어 인간들이 말하는 아픈 손가락과 비슷했고, 르베리안즈는 천방지축 사고를 치고 다니는 둘째 아들 느낌이라서 외면할 수 없었다.

르베리안즈는 눈을 깜박였다.

“밀라니아는 이렇게 변한 세상에서도 여전히 다정하네요.”

피처럼 붉은 눈동자가 부드럽게 반짝거린다.

“아직도 날 리비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밀라니아뿐이에요.”

“그레칸을 혼내 줄까?”

짐짓 진지한 그녀의 말에 르베리안즈는 아이처럼 웃었다.

“아니요.”

“…….”

“그레칸은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밀라니아를 그와 만나게 하고 싶지도 않아요. 제가 밀라니아에게 바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은 거예요. 단 하나.”

그의 눈빛이 소원을 비는 아이처럼 질척거렸다.

밀라니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물렸다.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밀라니아가 물러난 만큼 가까이 다가온 르베리안즈가 양손을 깍지 낀 채 경건한 자세로 청했다.

“신부가 되어 주세요, 밀라니아.”

“…….”

“나 아직 혼자예요.”

그의 즐거운 듯한 목소리와 달리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나름대로 감동적이라며 눈가를 훔치던 체라가 제정신이냐는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베리안즈는 그 아름다운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밀라니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럴까?’ 하는 눈빛을 체라에게 보내자 그녀는 약간 어깨를 움츠리고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르겠네요, 저도.”

주름진 얼굴에 회한이 어렸다.

“아직도 저런 소리를 할 줄이야.”

“아직도라니?”

“신부는 밀라니아 님뿐이라고, 박쥐족 장로들과 허구한 날 싸워 댔거든요.”

지친다는 듯 체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루는 르베리안즈에게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정말 무슨 생각이냐. 아무리 신부를 맞아들이는 게 싫어도 그렇지 죽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건 이치에 맞지 않으니 네가 원하는 걸 말해 보라고 물었죠.”

체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원하는 신부가 있다면 설사 늑대족의 아가씨여도 아주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셈이었거든요.”

“…….”

“박쥐족 장로들도 좀 급해서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늑대와 박쥐의 결합을 생각하며 해괴한 표정을 짓는 밀라니아를 향해 체라는 한숨을 쉬어 보였다.

“그때 르베리안즈가 그러더군요. 밀라니아 님이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

“저는 그날, 박쥐족의 늙은 장로들이 모두 머리를 잡고 쓰러지는 걸 보았답니다.”

한때 비린내가 난다고 박쥐족을 싫어했던 체라는 지금만큼은 그들이 안쓰럽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물론 저도 다르지 않았어요.”

“…….”

“드디어 르베리안즈가 미친 줄 알았죠.”

‘나도 그러느니라.’

밀라니아와 체라의 눈빛이 통했다.

“장로들은 이제 다른 혈족 중에서 후계자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잘된 일이죠. 저 고집을 누가 꺾겠어요.”

씁쓸한 감흥을 남기는 체라의 말이 끝났다.

“평생 수절하면서 살게 될 줄 알았는데…….”

그의 감격한 눈빛을 받자, 밀라니아는 차를 마시는 척 시선을 피했다.

“수절이라니, 이렇게 너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도 처음 들어 보는구나.”

“너무 기뻐요, 밀라니아. 내가 얼마나 기쁜지 모를 거예요.”

“말을 무시하는 건 셋 다 똑같느니.”

밀라니아는 그레칸과 말란드르와 르베리안즈를 동일 선상에 올렸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골치 아픈 건 똑같다. 본인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것도 똑 닮았다.

물론 그중에서 제일을 고른다면 단연 무논리의 제왕 그레칸이다.

르베리안즈가 계속 달콤한 말을 속삭였지만 밀라니아는 난감한 얼굴로 차만 들이켰다.

시큰둥한 그녀의 반응에도 르베리안즈는 싱글싱글 웃었으나 속이 멀쩡한 건 아닌 듯 기운이 점점 냉랭해졌다.

“……예전에는 생각해 본다고 했잖아요.”

“…….”

“이제는 밀라니아가 결정을 내려 줄 때예요. 긍정적인 대답을 들려줄 거라고 생각하고요.”

르베리안즈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다.

“그 말은, 그냥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서 한 말이었느니.”

당장 설득할 길이 없어 단칼에 거절하지 못한 게 이렇게 끈질기게 돌아올 줄 알았다면 생각을 다시 해 봤을 것이다.

“상관없어요.”

벽창호를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르베리안즈.”

“그렇게 부르면 저 서운해요.”

“리비.”

한숨 쉬듯 부르니 르베리안즈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말해요, 밀라니아.”

“리비, 난 원래 죽었어야 할 몸이니라.”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지만.”

그는 꿀이 떨어질 듯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죽었잖아요.”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당장 내일 밀라니아가 죽는다고 해도 괜찮아요. 내 선택, 후회 안 해요.”

심란할 정도로 확고하다. 밀라니아는 르베리안즈가 진심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굉장히 곤란한 사실이었다.

체라의 얼굴이 짜증스럽게 구겨졌다.

“그만. 밀라니아 님이 곤란해하시는 게 보이지 않아? 고집도 정도껏 부려야지, 도대체 어느 누가 네 말을 진심으로 알아듣겠니?”

단단히 화가 난 태도로 말한 체라는 이어진 르베리안즈의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탁.

아기 주먹 크기의 작은 상자였다.

자줏빛 벨벳으로 부드럽게 마감 처리가 된 고급스러운 상자의 뚜껑을 르베리안즈는 지체 없이 열었다.

달칵.

알이 큰 루비가 박힌 반지가 드러났다.

“진심이 아니라고 누가 그래요? 당신이? 미안하지만 난 진심이에요, 체라.”

체라의 눈빛이 흔들렸다.

르베리안즈는 밀라니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대대로 수장의 신부가 끼는 반지예요.”

“…….”

“밀라니아의 손가락에 이걸 끼워 줄 날을, 간절히 기다렸어요.”

“…….”

“정말 간절히.”

르베리안즈의 진심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시선이 문으로 모였다.

얌전한 외모의 늘씬한 여자가 입술을 깨문 채 서 있었다. 체라가 벌떡 일어났다. 난감한 얼굴.

“바넷사.”

르베리안즈의 웃는 얼굴이 설핏 굳어졌다.

“혹시 간식거리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체라를 향해 말하고 있었지만 바넷사의 시선은 저를 쳐다보지 않는 르베리안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아, 간식은…….”

“필요 없다.”

체라의 말을 끊고 르베리안즈가 냉정하게 말했다.

‘박쥐족의 일원인 것으로 보이는데, 왜 저런 식으로 구는고?’

밀라니아는 흥미로운 눈으로 르베리안즈와 박쥐족 처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바넷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울면서 뛰쳐나갈 기세였으나 용케도 꼿꼿이 서서 차분히 말을 꺼냈다.

“……귀한 손님이 오셨다고 들었어요. 회포를 푸셔야 할 텐데 술을 준비할까요?”

“…….”

“간식이 싫으시다면.”

덧붙인 말에 르베리안즈가 미간을 좁혔다.

“필요하지 않으니 나가라. 무례하게 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거야?”

여자의 얼굴이 흐려졌다가 다시 담담하게 돌아왔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감정이 읽혔다.

슬픔과 간절함, 이루 말할 수 없이 드러나는 애절함.

‘이렇게 선명한 감정을 드러내는 이도 오랜만이로고.’

새삼스러운 감회에 젖은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제 보니 앨리지가 아니라 다른 인연이었구나.”

그녀의 심정은 담담했다. 어이없거나 황당하거나 놀랍지 않았다.

난봉꾼 르베리안즈의 기질이 어디 갔겠는가 싶기도 했고, 앞서 말했다시피 수절이란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밀라니아는 고민하지 않고 르베리안즈를 뽑았을 것이므로.

두 사람이 왜 저리 어색하게 구는지, 그 이유가 궁금할 뿐이었다.

밀라니아의 혼잣말을 듣고 표정을 굳힌 르베리안즈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해하지 말아요. 바넷사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밀라니아는 반사적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보다 농도 짙은 감정이 그 얌전하지만 기품 어린 얼굴에 드리워졌다.

눈꺼풀이 살짝 떨리고, 입술을 깨문다.

상처받은 얼굴.

화가 난 자신이 그레칸을 무시할 때마다, 그레칸이 지었던 표정과 결이 비슷했다.

[이 징그러운 놈!]

보는 이가 다 아플 만큼 한순간에 일그러지던 얼굴.

괜히 죄책감이 들어 밤잠을 스쳤던 그 날이 떠오른 밀라니아는 얼굴을 가볍게 찌푸렸다.

‘흠.’

분위기는 살얼음이 낀 호수처럼 적막했다.

체라의 한숨 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제가 대신 설명해 드릴게요, 밀라니아 님.”

“…….”

“바넷사는 박쥐족의 일원이에요. 최고 귀족 가문의 딸이죠.”

밀라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딘지 교육 잘 받은 인간 귀족 같은 느낌이 난다고 했다.

“원래 장로들이 르베리안즈의 반려자로 내정해 놓았었는데, 잘 안 되었어요. 그래도 바넷사 역시 혼인하지 않은 상태예요. 백 년이 지나서까지 수절하고 있으니까요. 생각해 보니, 르베리안즈보단 바넷사에게 수절이란 단어가 더 걸맞네요. 정말, 보기 안타까워요.”

“체라.”

르베리안즈가 음산한 목소리로 체라의 말을 막았다.

뭐라고 좀 더 얘기하려던 체라는 한숨을 쉬며 입을 다물었다.

밀라니아는 르베리안즈의 서슬 퍼런 시선을 무시하며 체라에게 고개를 기울였다.

“왜 말을 하다 마느냐?”

“예?”

“안타깝다 했잖누. 얘기를 꺼냈으면 이유도 말해 줘야지.”

체라는 망설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제가 할 말은 아닌 거 알지만 답답해서 못 참겠어요. 왜냐면요, 그녀는 르베리안즈를 지독히 사랑하고 있거든요. 물론 르베리안즈도 아는 사실이에요.”

“체라!”

쾅!

르베리안즈가 책상을 내려쳤다. 바넷사가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체라 님, 전 괜찮아요.”

“넌 가만히 있어. 그러게 누가 여길 들어오래?”

르베리안즈의 짜증 서린 목소리에 체라는 화난 얼굴로 고개를 홱 돌렸다.

“적당히 하지 않겠어? 철부지 어린애처럼 뭐 하는 짓이야?”

“체라, 당신이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해요? 나설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는 거예요. 그것도 모르는 나이는 아니잖아요.”

“100년이 지났어. 네가 밀라니아 님을 진실로 따랐던 건 알지만 사랑이라니, 정말로 확신하니? 백 년이 지난 지금도 밀라니아 님을 사랑한다고 확신해?”

“난…….”

“정확히 해. 난 지금 ‘이성적으로’ 사랑하고 있느냐를 묻는 거야. 밀라니아 님을 성애적으로 여기고 있냐고!”

그 강경한 태도에 르베리안즈는 불쾌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체라의 질문과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밀라니아는 혀를 찼다.

르베리안즈는 고귀한 출신으로 꽤 오만한 편이었다.

세가 약해진 일족을 이끌어 가며 체라와 전에 없는 유대감을 형성했다 할지라도 성품은 어디 가지 않는다.

선을 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한 그의 눈빛은 멸시의 뜻을 담고 있었다.

“불쾌한데요, 지금. 당신에게 내 감정을 평가받는 거.”

서늘히 응시하는 르베리안즈에게 체라 역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루어지지 않은 예전 기억과 밀라니아 님에 대한 애정이 섞여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건 아니길 바라지.”

“…….”

“이런 말로 오지랖 부리는 거, 나도 내키지 않아. 하지만 우리 마녀족이 지금 너희 박쥐족과 함께하고 있으니까.”

체라는 약간 한심하다는 듯이, 조롱하는 투로 말했다.

“떼쓰는 어린 아이에게 일족의 미래를 맡기고 싶진 않거든.”

그들의 대화를 흥미롭게 듣던 밀라니아는 돌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떼쓰는 어린아이가 위험하긴 하지. 그럼 그레칸은 대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 것이누?’

체라의 말에 비춰 보면 최악이 아닐 수 없었다.

황궁에서 보았던 그레칸은 겉모습만 바뀌었지 속 알맹이는 아직도 떼쓰는 어린아이와 다름이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모든 이종족을 다스리는 자리에 있으니…….

박쥐족 하나를 이끄는 르베리안즈보다 심란한 상황이 아닌가.

밀라니아가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하며 작금의 시대를 걱정하는 사이 상황은 정리되었다.

팔짱을 낀 체라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르베리안즈는 밀라니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부끄럽네요. 이런 꼴을 보여서.”

“나름대로 재미있었느니라. 예전에는 데면데면했던 너희가 이제는 이렇게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다니.”

“하하, 그만큼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요.”

가볍게 웃음을 흘린 르베리안즈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체라의 말을 수긍한 눈빛은 아니구먼.”

작은 읊조림에 르베리안즈가 눈매를 휘었다.

“이대로 물러나기는 아쉽잖아요. 100년간 매일같이 생각했던 상대가 나타났는데.”

“…….”

“당신이 한 말 중에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요. 아마 난 오래 살지 못할 거예요. 날개에 입은 상처가 커서 역대 수장보다는 턱없이 짧은 삶을 살게 되겠죠.”

“…….”

“그러니까 밀라니아의 수명이 줄었어도 괜찮아요. 그때에는 나 역시 당신의 뒤를 따를 테니.”

수명에 관한 건 생각 말라는 듯 르베리안즈는 더없이 진지했다.

“내 신부가 되어 줘요. 짧은 시간이나마 내가 당신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당신을 안아 그 행복에 숨 막혀 죽을 수 있도록. 날 봐줘요, 밀라니아.”

“…….”

“100년 전에, 당신에게 이 말을 하지 못한 걸 내내 후회했어요.”

100년이 지나서야 겨우 꺼내게 된 고백.

르베리안즈는 간절한 동시에, 다행이라는 듯 후련한 얼굴을 했다.

굳어 있던 밀라니아의 얼굴에도 미소가 감돌았다.

그녀가 르베리안즈에게 잡혀 있는 손을 빼니 잘생긴 얼굴에 쓰라린 표정이 번져 나갔다.

손을 붙잡는 대신에 밀라니아는 비단처럼 결 좋은 금발을 쓰다듬었다.

“나도 널 아끼고 있느니.”

“…….”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행복하길 바랄 만큼 아껴. 이렇게 다시 볼 수 있는 게 기쁘기도 해.”

다정한 목소리.

“그 말은 기쁘지만요. 뒷얘기가 뭘지, 예상이 되네요.”

르베리안즈는 억지로 웃었다.

밀라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그것뿐이로다.”

“…….”

“너와 내 남은 날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없구먼. 진작 얘기해 줬어야 하는 건데 내가 너무 무심했느니.”

무표정하게 듣던 르베리안즈가 피식,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당신은 여전히 다정한데, 또 예전만큼 단호하군요.”

“너희야 변했지, 내가 뭐 변한 게 있겠느냐.”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밀라니아의 표정은 시원섭섭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진지하게 생각했다.

르베리안즈의 마음에 어떻게 화답할 수 있을까?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뭐 다른 방법이 있겠는고. 솔직하게 하는 수밖에.’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상처주고 싶지 않은 제 마음 때문이라는 걸 깨달으니 쉬웠다.

망설임은 르베리안즈를 더 기대하게 만들고, 상처받게 할 터였다.

르베리안즈가 진심이라면 더더욱.

“마음은 슬픈데.”

“…….”

“손길은 기분 좋네요.”

살짝 고개를 숙인 그는 밀라니아가 쓰다듬기 편한 자세를 취했다.

“왜 그레칸 그 자식이 그렇게 쓰다듬어지길 원하는지 알겠어요.”

“…….”

“너무 따뜻하고, 이대로도 행복해지잖아요? 그레칸 그 자식, 이걸 독차지하고 있었다니 더 미워지네요.”

하아, 길게 숨을 쉬며 그러고도 몇 분을 소비하다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르베리안즈는 고개를 들었다.

“밀라니아 마음은 알겠어요. 완전히 이해했어요. 여기까지 할게요.”

깔끔하게 두 손을 뗀 르베리안즈가 장난스럽게 중얼거렸다.

“저도 프라이드가 있어서요. 나 싫다는 여자에게 반복해서 프로포즈하고 싶진 않아요.”

“지금 한 건 반복이 아니었나…….”

체라가 불만스럽게 꿍얼댔지만 르베리안즈는 하얗게 웃으며 무시했다.

“그레칸은…….”

“…….”

무의식적으로 그 이름을 꺼낸 듯 멈칫한 그는 이윽고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오늘, 그놈 얘기를 많이 하게 되네요.”

“…….”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화제로 올리지 않았거든요.”

르베리안즈는 뚜껑 열린 반지함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달칵, 뚜껑을 닫았다.

씁쓸한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뭐, 그 자식도 힘들었겠죠. 그것까지 모르는 건 아니에요. 밀라니아가 그렇게 사라진 후에 안 힘든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슬픔을 삭였어요. 저 같은 경우는 일족의 보호에 매달렸어요. 말란도르는 그레칸과 한바탕한 후에 흑계로 틀어박혔다 들었는데. 그럼 회피였겠죠. 그리고 그레칸은…….”

“…….”

“그놈은 아무것도 없어요. 망가뜨리는 것밖에는.”

밀라니아는 말란도르와 그레칸을 떠올려 보았다. 망가뜨린다. 더없이 적절한 표현이다.

“일족이라는 안식처가 있었던 나와는 달랐겠죠. 늑대족에 애정이 있었던 놈도 아니고, 밀라니아밖에 없었으니까. 그 자식이 죽도록 미운 것과 별개로 불쌍하게 여기기는 해요.”

르베리안즈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잦아들었다.

“그러니까 밀라니아, 그 자식에게 가지 말아요.”

잘 듣고 있던 밀라니아가 두 눈에 물음표를 떠올렸다.

불쌍하게 여긴다는 것과 가지 말라는 건 반대되는 속성의 말이 아닌가?

“그 자식은 파괴하는 것밖에 모르는 놈이에요. 예전의 그레칸을 생각하면 안 돼요. 불쌍한 것과는 별개로 그건 분명히 해야죠. 사실 그레칸이 잘해 온 건 아니잖아요?”

르베리안즈는 밀라니아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돌아갈 생각은 아니죠?”

밀라니아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사실 이후의 일에 대해선 염두에 둔 것이 없었다.

단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고 싶어서, 마녀족의 무사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이곳까지 왔던 것뿐이었다.

체라가 말했다.

“여기 계세요.”

르베리안즈가 말했다.

“이제야말로 마녀족에 돌아와요, 밀라니아. 일족과 함께하길 원하잖아요.”

-5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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