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324화 (325/527)

제57장. 부디(3)

신전 안이 분주해졌다.

행진을 시작하는 체이스의 뒤를 따라 광장까지 나서려는 참관객들 때문이었다. 다만 카이리스의 손님들은 안전을 위해 광장에 가지 않기로 한 터라, 이곳에서 조금 더 있다 왕궁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체이스가 신전에서 나간 뒤 주변을 둘러보던 칼리안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진짜 왔네. 여기를."

작디 작은 목소리.

칼리안과 플란츠가 자리한 귀빈용 박스석의 반대편 박스석. 그곳에 앉아있는 이를 보며 읊조리듯 꺼내진 말. 플란츠의 눈이 칼리안의 시선을 따라갔다. 숨기지도 않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텐실의 왕족이 보였다.

"텐실의 왕세자인가."

"저도 처음 봅니다만, 차림을 보아 그런 것 같습니다. 체이스 형님께 집중하느라 다른 곳에 신경을 못 써서 이제야 봤네요."

누군들 달랐을까.

칼리안이야 당연히 왕관을 향해 걸어가 그것을 머리 위에 올리는 체이스로부터 눈을 돌리지 못했고, 플란츠는 플란츠대로 마음이 복잡해 주변을 살피지 못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보게 되는 대관 의식이 아닌가. 언젠가의 플란츠가 그것을 치렀으리라 생각하니 정갈하게 둘러 맨 타이가 한 쌍의 손이 되어 목을 조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문득, 체이스가 플란츠의 상태를 예상해서 굳이 그렇게 장난을 치고 간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말 단순히 플란츠의 존대를 꼭 듣고 싶었던 것뿐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어쩐지, 왕관을 쓰든 말든 그냥. 옆 나라 왕세자로부터 존대를 받게 되는 일 말고 스스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걸까 하고. 지금 플란츠에게 신경 못 쓸 것이 뻔한 칼리안을 대신해서.

과한 해석일지 모를 것을 해버린 플란츠가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보지 못한 칼리안이 멀찍이 서 있는 두 시종과 히나를 제외한 범위로 작은 사일런트 막을 친 뒤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저 자도 참 남다른가 봅니다. 왕세자가 직접, 그것도 이 나라에 정말 올 줄은 몰랐는데요."

"평화 협정 맺기에는 가장 좋을 때인 것 같은데."

"네. 왕좌의 주인이 이제 막 바뀌었으니. 그래도 텐실의 신관을 전부 다 내친 건 데블란이 아니라 체이스 형님이셨으니 악감정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했습니다만. 의외로 배포가 참 큰가 봅니다."

농담과 진담이 섞인 말.

그도 그럴 것이, 체이스의 즉위식에 참석하겠다는 회신과 함께 전해진 방문 목적이 참 의미심장했다.

- 텐실 왕세자가요?

- 세크리티아와 텐실의 관계가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접 찾아와 축하를 전하고 싶다 하더구나.

- 긍정적인 방향이라니. 악화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인데요.

- 나 역시 이곳에 찾아오려는 속내가 따로 있을 것 같다 여긴다. 그것이 어쩌면 네가 이 곳에 와 있기 때문은 아닐까, 계속 그런 생각이 드는구나.

두 나라는 본래에도 사이가 나빴다. 그저 전쟁만 나지 않았을 뿐 서로 원수보듯 했던 사이였다. 그런데 이번에 체이스가 데블란을 상대하면서 진행한 첫 번째 일이 바로 텐실의 신관이 세크리티아 땅을 밟지 못하도록 한 것 아니던가. 그런 상황에 텐실에서 갑작스레 우호를 언급하니 그 진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 그래서 네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은데. 텐실 왕세자의 방문을 허락할지, 거절을 할지.

- 굳이 온다는 것을 막아서 양국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 역시 이제 그 쪽에 관심을 두어야 할 때가 되었고요.

- 그래. 그럼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마.

- 네. 저도 염두에 두고 있겠습니다.

이렇게, 사전에 이야기를 전해듣기는 했었다.

알고 있었음에도 직접 마주하게 되니 묘한 기분이 든다.

"텐실의 왕세자가 왕자님에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플란츠 왕세자 저하께서 세자위에 오르신 것이 눈속임일 것이라고도 이야기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귀를 열어놓는 키리에가 이런 말을 전했다.

"다른 얘기는."

"없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줄곧 대관식을 지켜보다 체이스 전하께서 이쪽을 보실 때,

'플란츠 왕세자가 세자위에 오른 것은 눈속임이다. 그러니 칼리안 왕자 쪽을 더 주시해야 한다.'

라는 말을 한 것이 전부입니다."

"생각할 줄은 아는 사람이네."

플란츠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습격을 당한 뒤 갑작스레 세자위에 올랐으니, 정황을 제대로 살필 줄 아는 이라면 사실을 추측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은 일이다.

"곧바로 만나볼 생각이신지."

"글쎄요. 어찌해야 할까······ 란델 형님 심장에 묶여있는 것도 풀고 제온에 대한 일도 알아보려면 만나보는 것이 좋기는 하겠죠. 마차 사고가 일어나든 무슨 일이 생기든 혹시라도 죽어버리기 전에."

란델보다 네 살이 많다 했었다.

란델의 것과 비슷하지만 훨씬 짧은 금발. 그리고 시오나의 것과는 또 조금 다르게 옅은 갈색이 도는 금색 눈. 초상화 속의 왕비 아이샤와 많이 닮은 수려한 얼굴의 왕세자. 이렇게 눈으로 보고 나니 란델에게도 텐실 왕족의 피가 흐르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당장은 그 정도의 감상만 들었다. 저 왕세자가 칼리안에게 관심을 보인다거나 플란츠가 세자위에 오른 진위를 파악한 것, 올해를 못넘기고 마차 사고로 죽었던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직은 그랬다.

"형님은 어떻게 여기십니까."

"행보가 다르다며. 과거와."

"네. 세이렌 경이 확인해 준 정보가 제 기억과 많이 달랐습니다."

"저쪽이 정말 아우님 때문에 왔다면 만나자 할 텐데."

"아마도요."

"먼저 청해오도록 기다리는 게 낫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과거와 지금의 행보가 다른 이유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 섣불리 만나기보다는 상황을 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알겠습니다. 저희도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요."

5월에 르메인의 탄신일 축제가 있다. 축제가 시작되기 한 달 전까지만 카이리스로 돌아가면 되니 아직까지는 시간이 있는 셈이다.

"날도 따뜻해졌으니 느긋하게 대구나 좀 먹고, 바다 구경도 하면서 돌아다니고. 조금 더 여유를 부려볼까요."

"알았어."

"그런데 형님 혹시 배 타본 적 있으십니까. 세뉴 강에서라도요."

"없었어."

"오랜만에 한번 타볼까 하는데요. 같이 가시겠습니까."

"아르나이젤을 보고싶진 않은데."

"······ 그 말은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세이렌 경이."

배를 타면 멀미를 한다. 머릿속이 온통 빙글빙글 돌고 속이 메스껍다. 온 몸이 물에 젖은 해면처럼 늘어지는 그런 상태를 두고 세크리티아 사람들은 해룡 아르나이젤이 보일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한 마디로 멀미 때문에 죽을 것 같다는 소리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의미로 그 말을 쓰기도 했다. 숙취가 심할 때에도 세크리티아 사람들은 같은 말을 했다. 술집에서 그런 말을 듣고 온 에우리아가 플란츠에게 이 재밌는 말을 가르쳐 줬었다. 배를 타지 않는 이상 자신은 아르나이젤을 볼 일이 없다면서.

하여튼 애한테 못하는 말이 없다며 잠깐 혀를 찬 칼리안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운 좋으면 아르나이젤 말고 고래 볼 수 있습니다."

이 말에, 느리게 눈을 깜빡인 플란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어."

"네."

생글거린 칼리안이 멀리 앉아있던 텐실의 왕세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동안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칼리안을 바라보던 텐실의 왕세자, 세르제인 아리엘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박스석의 뒤로 걸어나가 사라졌다.

* * *

고개를 끄덕이는 움직임에 망설임이 없다.

"배 좋지. 바다도 좋고."

텐실의 왕세자가 왔다.

세크리티아의 귀족들은 칼리안이 그리 화를 냈던 모습을 여전히 잊지 못했다. 그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그런데 카이리스 왕세자님은 수영 잘 해요?"

"수영은 형님 아니라 나도 못해. 그리고 수영하러 가는 것 아니야, 아리안느."

즉위식 연회장에서 카이리스 일행들의 자리에 아리안느가 합석했다. 카이리스에서 세크리티아에 대한 별다른 은원이 없다는 것도 보여주고, 왕위가 교체된 틈을 타 텐실이 섣부른 일을 꾸미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성물 보관 의식을 마친 체이스가 루이즈와 함께 연회장에 오기 전까지만 이 자리에 함께 하겠으나, 머무는 시간이 짧다 해서 그 의미가 전달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아는데. 위험하잖아. 텐실이나 제온에서 장난치면 어떡하려고."

"그래도 욕심이 나서, 내가. 어릴 때 이후로 타보질 못했었는데 이제 괜찮을 것 같거든. 다시 카이리스로 돌아가면 이렇게 여유롭게 다닐 기회가 잘 없을 것도 같고. 아무튼 스승님께도 같이 가자 얘기할 거라서, 텐실이든 다른 쪽이든 아직 섣부르게 우리한테 손을 대지는 못할······ 형님, 그거 토끼 고기입니다. 못할 거야."

플란츠를 대신해 아리안느와 대화를 이어나가던 칼리안이, 향신료 가득한 양고기 스테이크를 피해 잘 구워진 또 다른 고기 조각 쪽으로 손을 대려는 플란츠를 말렸다. 그리고 플란츠가 잘 구워진 소고기로 손을 옮기는 것을 보며 말을 맺었다.

데블란의 일이 해결된 후로 지금까지. 왕궁에 가지 못하는 칼리안을 대신해 루이즈가 별장에 여러 번 왔었다. 물론 루이즈가 칼리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히나의 치료를 받아야 했던 이유 때문이었다.

그 누구보다 바쁜 체이스는 별장에 자주 오지 못했던 까닭에 아리안느가 대체로 수고를 했다. 그 덕에, 칼리안과 다시 말을 텄다.

"마나실 남작이 같이 가면, 그럼 우리도 같이 갈까. 전하도 잠깐 쉴 때가 됐는데."

"그러던지. 나야 좋지. 왕궁에 카스트린 경 두고 가면 하루 정도는 별 일 없을 거야."

"연회 끝나면 얘기해볼게."

플란츠가 피해간 토끼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은 칼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루비같은 색의 와인을 따라 에우리아와 한 잔을 마신 아리안느가 입을 열었다.

"당신 정혼자는 어떤 사람이야. 왕세자님 정혼자는 많이 봐서 알겠는데, 문득 궁금해지네."

잠시, 아주 잠시동안 플란츠의 시선이 에일라를 향했다. 사정 모르는 에일라는 레이첼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플란츠가 딸기 드레싱이 올라간 샐러드를 집어다 입에 넣었다.

"강한 사람. 칼도 잘 다루는, 멋있는 사람."

칼리안은 아리안느가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안다는 얼굴을 했다. 그리고 음악소리와 여러 대화하는 소리에 묻혀 다른 이들에게는 전해지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그 때마다 곧바로 화해했어. 언제는 네가, 또 언제는 체이스 형님이 먼저 사과하고. 그렇게 다시 잘 지냈어. 언제까지고 계속."

"그건 지금이랑 다를 것 없네."

"다를 것 없지."

"그런데 엄마가 그러더라. 그 때는 괜찮았을지 몰라도 이번에는 다르지 않겠느냐고. 내 생각도 그래. 이번에는 국혼을 해야하지 않을까."

왕위에 오르기까지 레이지안 린 후작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레이지안 쪽으로 지나치게 많은 귀족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에 별 탈이 없으려면 정해진대로 체이스와 아리안느가 국혼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예전에도. 주변에서 국혼하라는 말은 많았어. 그래도 네가 원하지 않는 걸 알아서, 체이스 형님은 너한테 국혼 얘기 꺼내신 적 없었어. 단 한 번도.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지만 그래도 네가 싫다 하면 똑같을 거야."

아리안느가 짧은 한숨을 쉬었다.

"뭐든 네 뜻대로 하면 돼.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돼, 아리안느."

"어떻게 그래. 내가 제멋대로 사는 사람인 건 나도 알지만 그 정도는 아니야."

"왜 네가 굳이 맞춰주려고 해.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잠시동안 자신의 멋진 정혼자를 떠올려보던 칼리안이 입을 열었다.

"내 정혼자는 나랑 국혼 안한대."

아리안느의 입에서 재밌다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걸 물어봤었어?"

"물어봤지. 나랑 결혼 안 할거냐고. 그랬더니 뭐라고 했을 것 같아."

"글쎄. 모르겠네."

"왕자 직위 내려놓고 오면 결혼해준다고 했어. 내 정혼자는 공작이 될 사람이니까."

피식 웃은 아리안느가 다시 한 번 와인을 마신 뒤 말했다.

"멋있네. 보고싶다."

"말했잖아. 멋있는 사람이라고. 기회가 되면 나중에 만날 수 있겠지. 아무튼 너도 같아. 네 동생을 수도로 불러오고 왕비가 되든, 그냥 네가 후작이 되든. 원하는대로 해. 억지로 해야겠다 생각 안해도 돼. 귀족들과 계속 잘 지낼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 체이스 형님은 유능한 왕이니까."

아리안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마워."

그렇게 아리안느와의 대화가 일단락 되었을 무렵, 연회장의 입구를 지키던 기사들이 텐실의 왕세자가 입장하는 것을 알렸다. 이제껏 세렌티의 신전에 머물렀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있다 왔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체이스가 입장할 시간이 되어서야 들어서는 중이었다.

잠시 연회장 입구를 쳐다보던 칼리안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플란츠를 지나쳐 히나에게 고래라는 생물이 얼마나 큰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제일 크고 그 무엇보다 고요하지만 그보다 아름다운 짐승은 없으리라고.

- 그럼, 드래곤은요?

그리고 히나가 이렇게 큰일 날 소리를 했다.

"그 쪽은 짐승이 아니니까 제외해줘, 히나."

농담이에요, 하고. 히나가 이 연회장을 다 밝힐듯이 웃어보였다. 세상이 다 밝아진 느낌에 칼리안이 마주 웃었다. 그런데 그때.

- 저벅.

히나가 애써 밝혀 둔 연회장에 한 줄기 그림자가 졌다. 누군가 칼리안의 뒤로 걸어와 샹들리에의 밝은 빛을 가린 것이다. 그것이 누구일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라서, 칼리안이 의외라는 얼굴로 플란츠 쪽을 봤다. 그리고 칼리안에게 다가온 이가 말을 걸었다.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칼리안 왕자."

물잔을 들어올리던 아르센이 미간을 찌푸린다. 레릭은 물론이고 얀마저 인상을 썼다. 정확히 말하자면 칼리안, 그리고 플란츠를 제외한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플란츠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눈을 내리떴다. 그리고 칼리안은 별 일 맞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이른 계절에 피어나는 꽃처럼 어여쁘게 웃었다는 뜻이다.

톡, 톡, 톡.

아주 잠시 테이블을 두드리며 이 상황을 이해해볼까 노력하던 칼리안이 고개를 돌렸다.

"텐실이 대사막의 늑대들과 손을 잡았다 하더니."

칼리안의 입이 열렸다.

"사람 눈이 닿아야 할 순서도 잊을 만큼 늑대들과 어울리다 오셨는지."

여기 있는 내 형님이 아무리 자연 친화적인 색깔 범벅이라지만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야에서 벗어날 만큼은 아니지 않느냐고. 어쩐지 알게 모르게 자몽 냄새나는 너 이 새끼 예의는 어디다 말아먹고 와서 형님 저하 말고 나한테 먼저 인사질이냐고.

라고 하려다 그나마 한 번을 걸러 말했다.

플란츠가 소리없이 한숨을 쉬는 것이 느껴진다.

아르센의 눈이 반짝반짝할 것이 뻔하다. 그 칼리안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으니 한 명은 말릴 때를 재 보고 또 한 명은 그딴건 다 모르겠고 일단 신나게 구경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러든지 말든지.

칼리안은 신경 안 썼다.

- 좀, 이상해요. 자상한, 왕자님.

그런데 히나로부터.

- 저 사람, 남자가 아니에요.

남자인 것으로 알려졌던 세르제인에 대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전해졌다.

- 여자예요.

칼리안의 손가락 끝이 긴 호선을 그려냈다.

"인사가 필요하면 사과부터. 하십시오."

그러든지 말든지.

칼리안은 신경 안 썼다.

"플란츠 왕세자 저하께."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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