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165화 (166/527)

제28장. 하나도 안 평화로울걸 (3)

칼리안이 생각에 잠기면 앞을 안 본다.

플란츠가 생각에 잠기면 시간 가는 것을 모른다.

그러므로 계단을 올라온 칼리안이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던 플란츠를 못 보고 그대로 지나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방금 지나온 자리에 풀 냄새 날 듯한 익숙한 뒷통수가 있었음을 깨닫고 뒤를 돌아봤을 때 자신이 세워뒀던 그 자리에 여전히 서 있는 희멀건한 놈을 본 칼리안이 얼마나 놀랐는지는 아무도 모를 거다.

그래도 칼리안은 앨런과는 조금 달라서 플란츠가 지금 왜 여기 서 있는지 정도는 알았다. 그래서 잠시 발을 멈춘 채 플란츠를 향해 멀뚱히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사람을 못 보고 지나친 것에 대한 사과가 먼저라는 상식이 있는 놈이었으면, 예의라는 것은 화염구 만들 불쏘시개로 삼은 듯한 그 파란 마법사를 부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애진작에 포기한 플란츠는 '그게 지금 네가 할 말이냐'는 표정만 짓고 말았다.

플란츠의 이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칼리안은 짧은 한숨을 쉬듯 실소하며 말했다.

"대련 말고 그냥 체르밀로 가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속이 좀 헝클어져서."

얼굴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시스파니안을 만나 심각한 대화를 한 것 같았다.

"배고프네요."

······ 그래서 배고프단다.

속이 헝클어져서 배가 고프시단다.

미친놈이.

숨겨놨던 밑바닥 보여주고 심장이 짓눌릴 것 같은 이야기를 털어놓은 뒤 태고의 고룡을 만나서 가볍지 않은 대화를 한 탓에 배가 고프다는 놈 머릿속에는 대체 뭐가 들었는지.

그래. 허기가 들었겠지.

"하."

"드릴 말씀도 생겼고요."

그냥 밥만 먹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밥 먹으면서 할 말까지 있단다.

하기사. 속이 헝클어졌으니 일단은 다 잊고 좀 쉬어야겠다는 기본적인 상식이 있는 놈이었으면 헤이시아 궁을 이렇게 허허벌판으로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가. 체르밀."

때문에 포기한 듯 대답한 플란츠가 저벅저벅 걸어 앞서 나갔다.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던 칼리안이 잠시 잊고 있었다는 듯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비 그쳤네요."

그 말대로 어느새 비가 그쳤다.

먹구름은 여전했으나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았다.

"방금 전에."

그것이 마치 시스파니안이 두고 간 또 다른 선물 같아서 칼리안이 작게 웃었다.

"검은 나비의 모습을 한 채로 오셨습니다."

사실 플란츠도 플란츠지만 칼리안도 칼리안이다. 앞 뒤 없는 말을 하는 것이나 뜬금없는 말을 하는 것이나 도긴개긴 아니겠나. 그래서인지 몰라도 플란츠는 그게 무슨 짖는 소리냐 되묻는 대신 조용히 대답했다.

"하필 왜 죽음을."

앞에서 걷고 있으니 플란츠가 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칼리안은 자신도 같은 생각을 했었음을 알려주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라면 환영하지 않겠느냐 하시면서. 대답은 못 드렸습니다."

"······ 그래."

잠시 말이 없던 플란츠가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사라져 잊히는 것 말고 죽는 것.

살다가 죽는 것.

칼리안은 자신이 사라진 이후의 부재가 무섭다 했으나 플란츠는 그 사라짐이 단순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안다.

죽음조차 잊혀지는 누군가의 부재조차 잊혀지는 그런 사라짐을 무서워 하고 있음을 안다.

플란츠는 이름도 듣지 못한 어느 누군가의 빈 자리. 그런 빈 자리가 또 생길까 무섭다며 플란츠를 온전히 살려두겠노라 하는 칼리안이 아닌가. 완벽히 사라진 한 명의 부재를, 그 부조화를 조금이라도 인지하고 빈 자리를 채워 놓을 만한 사람이라고는 똑똑하고 눈치 빠른 플란츠밖에 없을 것 같아서.

"너라면 그렇겠지."

언제 갑자기 찾아올지도 모를 잊혀짐까지 준비하는 칼리안에게 사라지는 것 아닌 온전한 죽음만큼 절실한 것이 또 있을까.

그러니 그것은 사려깊은 고룡이 오로지 칼리안만을 위해 건네준 기원이며 축복이자 위로였으리라. 부디 이번 생의 끝에는 사라지지 않는 죽음을 맞이하라는.

그 뜻을 알아들었으니 칼리안은 결코 부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칼리안은 그러한 죽음이 지금의 생보다 안온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살고자 하고 있으니 선뜻 긍정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당장의 안식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시스파니안은 그 소리 없는 대답을 알아서 다 이해했을 터였다. 같은 것을 이해한 플란츠는 더 이상의 다른 말 없이 계속 걸어갔다.

밥 먹으러.

* * *

꽃잎에 맺힌 빗방울은 여전히 투명하다.

장미의 짙붉은 빛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다가도 툭 떨어져 내리는 그 순간에는 장미 가지의 초록색을 품고 바닥에 놓이면 젖은 흙의 갈색을 다시 품는다. 마지막에는 정원을 밝힌 마법 등불의 빛으로 잠시 반짝이다가 이윽고 흘러내려가 사라졌다.

빗방울은 정말로 투명하여 제 주변의 것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의 그 많은 색을 이미 전부 품고 있어 투명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담긴 것이 없어 공허한 것인지, 담긴 것이 너무 많아 공허해 보이는 것인지. 그것을 쉬이 알아낼 수 없을 짙푸른 눈이 저와 꼭 닮은 짙붉은 물방울을 잠시 바라봤다.

"이야기만 들어왔는데 정말 좋은 곳이구나."

그런 란델을 향해 르메인이 이렇게 입을 열었다.

석찬을 마치자마자 찾아 온 길이었다. 왕자의 것과 비견되지 않을만큼 불편한 길고 검은 망토까지 두른 채로 곧장 체르밀 궁에 왔다.

그 뒤에는 잠시 산책이라도 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며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은 넓은 방에서 란델을 꺼냈다.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기색이라도 보이면 좋으련만 란델은 그저 묵묵히 뒤를 따라왔다.

"이런 곳을 꾸려냈다니 대단하구나."

"감사합니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장미 정원을 칭찬하는 말에 란델이 짧게 대답했다.

과찬이라는 말도, 아직 부족하다는 말도, 당신의 말에 나 역시 공감한다는 말도 아니었다. 르메인의 칭찬에 대해 스스로의 생각은 완전히 배제한 채 감사하다는 말만 전했다.

"그래."

아비가 자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현명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그래서 평생에 걸쳐 잘못만 해왔던 르메인이다.

그나마 배운 것이라고는 전부 다 르메인이 잘못했다는 것 뿐 과묵한 아버지가 더 과묵한 아들과 무슨 대화를 나눠봐야 하는지는 앨런조차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 곳에는 붉은 장미만 있구나."

그래서 그냥 되는대로 말하고 되는대로 질문을 했다. 무작정 이 곳으로 찾아 온 것처럼 무작정 물었다. 사실 이것저것 알고 싶은 것이 이제 와 너무 많았지만 정작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은 고작해야 붉지 않은 장미도 키우고 있는지, 장미는 언제 피고 언제 지는지, 가지는 어떻게 잘라내는지 따위의 쓸데 없고 소소한 질문들이었다.

"가시에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려무나."

그 말을 들은 란델이 아주 잠시 발을 멈칫했다. 언젠가 이 곳에서 마주쳤던 이방인의 보랏빛 눈동자가 떠올라서였다.

그 왕세자가 말했던대로 결국은 가시에 찔렸다. 그래서 그 장미에 시선을 두었다. 상처를 입은 것이 문득 생소하여 가시 가득한 장미를 버리지 않고 옆에 두기로 했다.

그러니 그 이방인이 걱정한 것은.

상처 입을 손이었을까, 상처 입힐 장미였을까.

"왜 장미를 키우는지 궁금하구나. 왜 좋아하는지."

자신의 말에 란델이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 알 리 없는 소 같은 르메인은 이렇게 또 다른 것을 물어왔다.

다음에 다시 오면 질문할 거리가 하나도 없을텐데도 그냥 전부 다 끄집어내어 물었다. 잠시 떠올랐던 세크리티아의 왕세자와 함께 떠오른 칼리안에 대한 생각을 미뤄둔 란델이 조용히 대답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소소한 질문에 대해 돌아오는 것이라 하기에는 결코 소소하지 않은 답이었다. 그리하여 르메인은 할 말을 잃은 채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조차 잊어버리고 살게 된 것이 자신의 탓임을 알아서. 그런 란델이 이제 고작 열 여덟이라는 것을, 오늘이 아닌 다른 날에는 더 많이 어렸으리라는 것을 다시 깨달아서.

"그래. 혹여 생각이 난다면 언제든지 알려주면 좋겠구나."

그런 르메인을 가만히 응시하던 란델이 입을 열었다.

"전하."

처음으로 란델이 르메인을 먼저 불렀다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말이 이어졌다.

"되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기억을 되돌리는 것.

이 관계를 되돌리는 것.

그 밖에 다른 모든 것들 역시 되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말이었다.

되돌리고자 온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쌓아올리고자 온 것이었으나, 르메인은 그런 속내를 말하지 못했다. 르메인에게 있어서는 없던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겠지만 란델에게는 이미 수도 없이 홀로 쌓아 올리다 결국은 무너진 관계임을 알았으니까.

"그래. 되돌리려 하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마음을 접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란델 쪽으로 무리해서 걷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 누구도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비였으니.

여전히 사과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지난 번에는 마주보았고 오늘은 조금이지만 같이 걷고. 지금 당장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이 결코 란델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용히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여기까지만 같이 걷고 나머지는 또 다른 언젠가 어느날에 찾아오기로. 그런 생각에 한 걸음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비가 그치니 바람이 부는구나."

르메인의 말대로였다. 어느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르메인의 긴 망토가 펄럭였다.

바람에 날린 망토 자락이 장미 가시에 걸렸다.

소 같은 르메인은 그것도 몰랐다.

"이만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렸고 앞으로 한 발을 내딛었다. 란델이 그것을 눈치 챘을 땐 너무 늦었고, 르메인은 이미 늦은 뒤에 눈치를 챘다.

- 뚜둑!

비가 그치니 바람이 불어서. 바람이 망토에 담겨서. 장미에는 가시가 있어서. 르메인은 소 같아서.

그래서 몇 송이의 장미가 제멋대로 꺾여 바닥을 나뒹굴었다.

란델의 푸른 눈이 떨어진 장미를 향해 내려갔다.

그리고.

소 같은 르메인을 쳐다봤다.

한참동안 말도 없이 그렇게 르메인을 쳐다봤다. 화가 난 것이 분명한 눈빛을 감추지도 못한 채 르메인을 쳐다봤다.

"······ 죄송합니다, 전하. 먼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여전히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모두 파악하지 못한 것이 분명한 르메인은 란델을 마주보며 고개만 끄덕였다.

예를 보인 란델이 뚜벅뚜벅 체르밀 궁으로 돌아갔다.

"아······."

란델의 뭔가가 달라지긴 했는데 뭐가 달라진 줄은 모르는 르메인이 뭘 잘못했는지는 안다는 얼굴로 입을 열어 뭔소린지 모를 소리를 냈다.

붉은 장미 꽃잎이 바람에 흩날렸다.

* * *

잠시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보던 칼리안이 웃었다.

생각지 않게 플란츠의 방에서 하루종일 뒹굴거리던 '나는 플란츠 왕자님을 더 좋아하는 칼리안 왕자님의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였다.

옆에 놓인 긴 테이블의 맞은편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플란츠가 그런 칼리안을 쳐다봤다.

"아뇨, 그냥. 소 뒷걸음질에 뭐가 잡힌 것을 봐서."

만약 이 말까지 플란츠가 이해했다면 칼리안은 오늘 또 한 번 놀랐겠으나 다행히 플란츠는 미간을 찌푸렸다.

칼리안은 여전히 웃음기 어린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전하의 멋모르는 걸음 때문에 란델 형님께서 화가 나셨습니다. 아마 다음에 만날 때에는 그래도 지금 보다는 낫겠네요. 전하의 손으로는 절대로 열지 못하셨을 문이 바람결에 열린 셈이라 해야 하나."

르메인이 뭔가를 했고 란델이 화를 냈고 다음에는 둘이 조금 나은 대화를 할 것 같다. 플란츠는 이 정도 선에서 이해하고 넘겼다. 그리고 얇게 저민 소고기를 여러 겹 겹쳐 튀겨낸 뒤 라즈베리 소스를 살짝 얹은 요리를 입에 넣었다. 튀겨낸 고기 속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피망의 향기를 애써 무시하면서.

그것을 시작으로 실로 우아한 형제간의 식사가 이어졌다.

언제나와 같은 하얀 빵과 짜지 않은 치즈가 올려진 아스파라거스 구이, 토마토 소스에 조린 닭고기, 양파 없는 샐러드 등등. 플란츠가 먹은 것의 네 배는 될 양을 먹어치운 칼리안이 플란츠보다 조금 늦게 식사를 마쳤다.

속이 어떻게 헝클어지면 저렇게 잘 먹어대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결국 얻은 것은 없고 의문만 늘어난 것 아닌가."

식기가 치워지고 따뜻한 홍차가 놓였다.

시종들이 모두 나가기를 기다려 지그프리드 영지와 헤이시아 궁에서 만난 시스파니안과의 대화를 모두 전한 칼리안을 향해, 플란츠가 이렇게 짧은 감상을 전했다. 결국 얻은 것이 없다고.

은은한 과일 향이 맴도는 홍차를 한 모금 마신 칼리안이 플란츠를 쳐다봤다.

"시스파니안은 말에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아요."

그렇게 말한 칼리안이 슬쩍 웃으며 덧붙였다.

"그런데 사람이 꼭 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서. 아 사람은 아니지만요."

시스파니안이 보고 있던 석벽.

마지막 조각이 새겨져 있던 석벽을 떠올렸다.

"저를 만났을 때, 유난히 한 곳을 바라보고 있기에 시스파니안이 떠난 뒤 가보았는데."

죽은 기사를 끌어안고 있던 세크리티아 대왕.

그런 대왕의 모습이 아주 잠시동안 바뀌었다 돌아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선 채로 무언가를 손에 든 채로.

"조각이 조금 달라져 있더군요. 무언가를 이렇게 손에 든 것처럼."

그렇게 말한 칼리안이 자신의 팔을 조금 벌려 둥근 것을 안고 있는 듯한 모습을 취해 보였다. 시스파니안의 방, 그 석실 한 가운데 놓여 있던 고리 정도의 크기를 지닌 것을.

"그것을 보니 마지막 전투에서 시간을 돌렸을 리는 없을텐데. 왜 시간의 축을 지니고 마지막 전투를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칼리안이 무언가를 조금 더 생각하듯 눈을 내리떴다. 그리고 잠시 뒤 말을 이었다.

"시스파니안은 시간의 축을 제가 거두어야 한다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그것을 가진 뒤 시간을 다시 한 번 되돌리거나 파괴해야 한다는 의미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쩌면 그게 아니라."

같은 언어가 씌여져 있던 검은 돌.

란델의 힘이 닿은 장미의 멈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했던 검은 돌이 떠올랐다.

그것이 만약 인간이 만든 것이라면, 무언가를 흉내낸 힘을 담아 만든 것이라면. 그 무언가가 시간의 축이라면.

"그것으로 아마도 '그들'이 사용하는 비정상적인 힘에 대응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칼리안이 거두어야 한다던 시간의 축에는 어쩌면 칼리안이 가질 수 있는 다른 힘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칼리안이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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