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6화 (156/169)

“네놈들은 누구냐?”

“제발, 쏘지 마시요! 우리들은 싱카족의 부족민 들입니다.”

데사이가 양손을 치켜들며 대답했다.

같이온 싱카족의 전사들도 소문으로 들었던 조선군을 목격하게 되었다. 타그족들에비해 덩치와 체격도 상당했고 얼굴 생김새도 좀 달랐다. 그것보다 놀란것은 조선군들이 들고있는 무기와 위세였다.

얼마후 근처에있던 브루나이 병사들이 다가왔고 싱카족과 대화를 하였다. 그리고 병사들의 옆에있던 통역관인 파딘이 말했다. 그는 제이든의 동료였던 리앙쉰이 소유한 무역회사의 직원으로 간단한 조선어와 말레이어가 가능했다.

“조선병사 여러분! 저들은 보르네오섬에있는 원주민들중에 하나인 싱카족이라고 합니다. 브루나이 왕국을 지원중인 조선군에게 전달할 중요한 정보를 갖고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상부에 보고를 해야겠군요.”

대답을들은 파단이 싱카족에게 말했다. 그러자 데사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했다.

* * *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군.”

“일전에 타그족들이 수도에서 패배하고 물러나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남은 세력들이 있어서 그 부분이 신경쓰였는데 말이지요.”

“확실히 그놈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브루나이 왕국에 찾아온 안정도 깨질수가 있으니까. 따라서 반드시 토벌하고 섬멸해야 될걸세.”

송길준이 부대장들에게 말했다.

수도로 찾아온 싱카족들이 가져온 정보들. 그것은 곧바로 조선군 지휘관인 송길준에게 보고되었고, 이후에는 새로운 술탄인 카디자도 알게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를 부상입히고 죽게만든 원수, 타그족의 대장인 바긴다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하지만 카디자는 분노때문에 이성이 마비될 정도는 아니였고 도리어 냉철했다.

자신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성급해지면 상대가 쳐놓은 함정에 빠질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전투에서 큰 부상을 당하고 죽은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싱카족들이 가져온 정보들중에 특이하고 흥미로운 부분도 있는거 같습니다.”

“변변한 무기조차 만들수 없었던 타그족이 수백정에 이르는 서양식 머스켓을 보유하게 된것과 각종 화약과 장비까지 가지게된 이유에대한 부분인가?”

“그렇습니다. 싱카족들의 말에따르면 그들은 타그족의 은신처와 반란군의 주둔지를 줄곧 감시해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던중 주둔지의 내부에서 금발머리에 푸른눈을 한 서양인들을 수십명이나 봤다고 했으니까 말이지요.”

“저번에 끝난 전투후에 그것이 신경쓰이기는 했지. 물론 타그족들이 사용하던 서양식의 머스켓은 조선의 현무철포에 비한다면 성능이 떨어지는건 사실이지. 하지만 서양식 머스켓은 결코 타그족같은 보르네오섬 원주민들이 가질수있는 수준은 아니지. 그때문에 타그족의 배후에 다른 세력들이 있을것이란 짐작은 했지만 이번에 사실로 드러났군.”

“만약에 양인들의 세력이 상당할 수준이고, 타그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라면 우리쪽에도 쉬운게 아닙니다.”

“그 부분은 염두에 둬야겠군. 다만 저번의 전투에도 그놈들은 타그족에게 무기만 지원했을뿐 전투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네. 이것이 의미하는 부분은 두가지로 추측이 가능하지. 첫번째로는 아직은 자신들의 세력이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거나, 두번째로는 보르네오섬에 상륙한 양인들과 전투부대의 숫자가 얼마없기 때문일세. 나로서는 두번째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네.”

송길준이 말했다.

이런 송길준의 판단은 정확했다. 배후에있는 양인들 세력이 일부러 야만족인 타그족에게 무기까지 공급하며 브루나이 왕국을 무너뜨릴려고 시도한 것이다. 만약에 충분한 병력을 가졌거나 또는 능력이 되었다면 자신들이 직접 나서는것이 더 효과적이다.

“어쨌든 이것으로 그놈들의 은신처와 주둔지를 알아냈으니, 남은건 하나뿐이네.”

“싱카족이 전해준 정보를통해 지금 타그족들이 모여있는 장소는 여기쯤으로 판단됩니다.”

양현모가 지도를 가져온뒤 한지점을 가리켰다.

탁자위에 놓여진 지도는 보르네오섬의 지형을 세밀하게 그린것이다. 이것은 브루나이 왕국에서 보유하고 있는것으로, 술탄인 카디자가 조선군에게 제공한 것이다.

이제 조선과 브루나이는 군사동맹과 협력관계를 체결했고 브루나이의 안보를위해 조선은 다양한 지원을 해주기로 하였다. 동시에 브루나이도 조선군을 돕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이걸보니 브루나의 수도에서도 상당히 떨어진 곳이군.”

“맞습니다. 현지에 살고있는 싱카족도 타그족을 감시하던 바우(Bau)에서 여기까지 오는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만 그들은 울창한 밀림을뚫고 오는것이라 상황이 좀 다르기는 했지만 말이지요.”

“비록 조선군 병사들이나 브루나이 왕국군의 병사들 체력이 튼튼해도 밀림을 상대로 행군하는건 쉽지 않겠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송길준을향해 양현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생활하며 두명은 보르네오섬의 자연환경이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님을 실감했던 것이다. 브루나이의 수도는 그래도 도시가 발달해 주거환경이나 생활조건이 괜찮았다. 하지만 이런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울창한 열대의 밀림과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어쩌면 타그족과 배후에있는 세력들도 우리들이 육로를통해 움직이는걸 예상할지도 모르네. 따라서 이번에는 그런 놈들의 헛점을 파고들며 기습하는게 승리의 조건이겠군.”

“그것이라면 조선군도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송길준의 결정에 양현모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송길준의 지휘관들중 한명이며 뛰어난 실력을 갖고있는 총병대장이다. 따라서 전투부대를 어떻게 이동시키며 적들의 배후를 파고들 작전계획이 머리속에서 그려졌던 것이다.

조선, 아시아를 주도할 신흥강국

흥겨운 음악들이 왕궁에서 흘러나왔다.

밖에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것을듣고 술탄궁의 내부에서 떠들썩한 잔치라도 벌어진 것으로 착각할 것이다.

그리고 술탄이된 카디자는 브루나이의 수도와 시민들에게 승전을 축하하는 행사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때문에 수도의 시민들은 오늘부터 일주일간 진행되는 승전축하 행사와 휴식에대해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에 경들의 임무가 중대하네.”

“명심하고 있습니다. 술탄전하!”

선두에있던 나자트가 말했다.

그는 술탄인 카디자의 심복이면서 뒤에있는 다른 몇명의 신하들을 지휘했다. 술탄궁에서는 지금도 수십명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음악들이 흘러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들은 완전히 달랐다.

내일부터 진행되는 궁전내의 여러가지 것들은 여기있는 나자트와 몇몇 신하들이 카디자를 대신해 담당할 것이다.

때문에 누군가가 술탄궁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게 아니라면, 수도에있는 시민들도 카디자가 궁을떠나서 다른곳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모를것이 분명했다.

“전하. 이번에 조선군의 지휘관이 계획한 작전은 탁월합니다. 이런식으로 위장한다면, 혹시라도 수도에있는 타그족 첩자들도 자신들이 속고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를 것입니다.”

“나도 감탄할 정도네. 동시에 그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중에 하나일세. 따라서 여기 수도있는 경들이 얼마나 적들을 잘 속여주고 시간을 벌어주는가도 중요한 것이네.”

신하들에게 대답하며 카디자가 주먹을 쥐었다.

타그족은 브루나이 왕국에 있어서 큰 문제이고 골치거리였다.

다른 부족들은 브루나이 왕국과의 공존과 협상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그에반해 타그족은 브루나이 왕국을 쓰러뜨리고 패권을 쥐겠다는 야망이 가득했다. 그렇다고 타그족이 다른 부족들을 대우해주고 신망이 두터운것도 아니였다.

얼마전 싱카족에대한 학살을 포함해 타그족은 힘과 폭력, 그리고 야만성으로 다른 부족들을 억압하는게 전부였다.

이런 상황이니 외부세력인 포르투갈과 세르자가 이용해 먹기에 적당한 수준의 야만족에 불과했을 뿐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타그족들을 토벌하고 왕국과 보르네오의 안정을 되찾는것이 목표네.”

“전하께서 반드시 해내실 것으로 소신들은 믿고 있습니다.”

카디자가 결심하였고 한편으로 자신감도 있었다.

단지 부르나이와 혼자의 힘이라면 부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강력한 우군인 조선군 부대가 있었다.

조선군을통해 훈련된 왕국군의 전투력은 어느때보다 강력해진 상태다.

카디자와 신하들이 말한대로 송길준은 적에대한 기습과 토벌전을위해 탁월한 작전을 세웠다.

적을 방심시키는것이 첫번째였다. 그것을위해 왕국과 술탄궁이 승리에 취해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을위해 술탄궁에서 승전축하를 기념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연회도 베푸는 것으로 했다.

뿐만아니라 수도에 잠입해있을 첩자들도 속이기위해 시민들에게도 이것을 공표했다. 이처럼 적들이 심어놓은 첩자들이 방심하도록 유도한뒤에 대규모의 병력들을 은밀하게 이동시키는 것이 두번째다. 이것을위한 준비도 해놓은 상황이였다.

* * *

어둠이 깔리자 술탄궁의 후문을통해 병사들이 차례로 빠져나갔다. 이들중에는 얼마전까지 조선군에게 총포의 사격부터 시작해 다양한 군사훈련을받은 병사들이 많았다.

“이번작전은 브루나이 왕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부분이 될거같군요.”

“그렇네. 카디자 술탄도 왕국이 동원할수있는 병력들을 모두 투입하는 것이니 말일세.”

“5000명에 이르는 정예군이라면 충분한 승산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2000명은 강력한 무기와 장비를 보유했고, 조선군이 직접 키워낸 정예병력들 입니다.”

박장원이 송길준에게 대답했다.

그는 조선군의 기병부대를 지휘했고 얼마전 벌어졌던 전투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하였다. 이후에 박장원은 브루나이 왕국군의 친위부대와 기병부대를 훈련시켰다.

이전에도 브루나이에는 기병부대가 있었다. 하지만 전투방식은 조선군과는 많이달랐다. 문제는 전투방식만 다른게 아니라 실전에서의 능력도 뒤떨어진 부분이 많았다.

기병들이 단순하게 창을 정면에들고 돌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조선의 기병들처럼 백두철포를 이용한 화력전, 그리고 각궁을 이용한 화살의 연사, 보병들의 내부로 파고들어 펼치는 다양한 전술들을 쓰지는 못하였던 것이다.

“브루나이의 기병대는 너무도 정직하군.”

술탄의 친위기병대를 본 박장원의 첫번째 평가였다.

정직하다는 것이 칭찬일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절대 아니였다. 수법이 뻔히 보이기에 적들이 충분히 대응할수 있고 반격도 가능할 정도라는 뜻이다.

그래도 브루나이 기병부대는 동남아에서는 나름 준수한 전투력을 보유한 기병대였다. 하지만 박장원이 볼때에는 만족할수 없었다. 이후에 박장원을 포함해 조선의 기병들은 부르나이 기병들에게 다양한 전투방법과 기술을 전수해 주었다. 처음에는 훈련받던 브루나이 기병들이 교육을 따라오는것도 힘들었다.

특히 조선의 기병들이 말을타는 기마술은 탁월했고 전투에 돌입할 때에는 말과 일체가될 정도였다.

그것만이 아니다. 조선의 기병들은 말을타고 달리면서, 말위에서도 다양한 자세로 무기를 휘둘렀다. 심지어는 말을타고 기수의 위치도 앞뒤좌우로 바꿀수 있었다.

이런 기술이 있기에 서양의 기병들은 제대로 흉내조차 못낸다는 파르티안 샷(背射法)까지도 자유자재로 해내는 것이다.

통칭 배사법이라고 부르는 파르티안 샷은 말을타고 달리면서, 후방에서 추격해오는 상대를향해 신속하게 몸을돌리며 활을쏘거나 사격을 퍼붓는 전술이다. 이것을 펼치기 위해서는 말위에서 신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위치를 바꾸는 능력이 있어야했던 것이다.

조선의 기병들은 과거에도 성능좋은 각궁으로 이런 파르티안샷을 펼치고 편전까지도 마음대로 쏳았다. 이제는 새로운 무기가 추가되었다.

조선의 기병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강력한 총포, 백두철포를통해 기습적으로 몸을돌려 적에게 발사하는 것이다. 조선기병들의 기마술과 사격법을 목격한 브루나이 기병들은 놀라서 입까지 벌어졌다.

“병사들의 이동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송선단의 준비는?”

“항구에서는 화포부대가 장비와 물자를 실었고, 현재는 다른 부대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저번에 벌어진 술탄궁에서의 전투는 방어전이였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쪽에서 공세로 나가는 것이네. 거기다 상륙할 장소와 주변지역은 타그족이 지배하는 곳이지. 따라서 조금의 빈틈도없이 대비를 해야되네.”

“명심하고 있습니다.”

박장원과 총병부대장인 양현모가 대답했다.

얼마후 준비를마친 병사들과 부대는 어둠을 이용해 항구쪽으로 향했다. 항구에는 대부분 불이꺼져 있었다. 때문에 멀리서 본다면 이곳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채기 힘들것이다.

“승선을 시작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부르나이 왕국군 병사들이 차례로 배에 올랐다. 그들은 증기선을 타본것이 처음이였다.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곧바로 익숙해졌다.

* * *

“파란눈 놈들! 타그족의 전사들이 수천명이나 전사하고 시체가 되었는데 이정도밖에 지원을 못한다는 것인가?”

바긴다의 얼굴은 불만으로 가득했다.

그러자 중간에서 통역을 담당하던 부하가 안절부절하며 말했다.

“족장님!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좀더 시간이 지나면 저 파란눈의 세르지가 더많은 머스켓 소총들을 가져오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래봐야 술탄놈을 도와주는 조선군들이 사용하는 총포보다 약한거 아닌가? 파란눈의 놈들은 분명히 자신들의 무기가 월등하다고 했지만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이군.”

바긴다가 세르지를 노려보았다.

세르지는 타그족들이 사용하는 말은 몰랐다. 그러나 지금 저 표정이나 행동을통해 충분히 유추할수 있었다.

‘빌어먹을 야만인 주제에... 어디서 하등한 놈들이 불만을 가져?’

세르지의 내부에서 울컥하는 뭔가가 솟아올랐다.

그는 동양을 미개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타그족같은 부족은 기껏해야 목적을위해 필요한 수단이라고 여겼다. 화약이 뭔지도, 머스켓이 뭔지도 모르는 놈들에게 포르투갈에서 생산된 머스켓을주고 훈련까지 시켰지만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던 것이다.

특히 세르지를 분노하게 만든건 바긴다와 타그족들이 도망치면서 400정이 넘어가는 포르투갈제 머스켓 소총까지 적들에게 노획당해 버렸다. 그것도 강제로 뺏긴것이 아니라 겁먹고 도망치면서 버리고 달아난 것이다.

이때문에 세르지는 타그족을 재무장시킬 머스켓 소총들을 구하기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래서 겨우 얻어온 것이 네델란드 밀수업자를통해 500정의 구형 머스켓들을 준비했다.

그런데 야만인 족장인 바긴다는 그런 은혜조차 모르고 있었다. 바긴다의 불만스런 반응에대해 세르지는 물론이고 부하인 모레나도 주먹을 쥐었다.

모레나가 세르지의 귀에 속삭였다.

“이번작전이 끝난뒤에 타그족 놈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저놈은 제거하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기껏해야 야만인 주제에 분수를 모르는군요.”

“확실히 야만족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말잘든는 놈이 필요하지.”

세르지가 낮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바긴다에대한 표정에는 일부러 속셈을 감추면서 웃었다.

그리고 통역을 담당하던 바긴다의 부하 올레크에게 말했다.

“바긴다 족장에게 전해주게. 앞으로 일주일 뒤에는 더많은 머스켓 소총들이 지원될 것이라고. 물론 강력한 화포도 줄것이라고 말일세.”

“알겠습니다.”

세르지의 말을듣자 올레크가 기뻐하며 바긴다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불만으로 가득했던 바긴다가 이빨까지 드러내며 좋아했다. 한편 바긴다는 부족한 병력들을 보충하기위해 타그족을 쥐어짜냈다. 더많은 인원들을 전투병으로 동원했고 다른 부족들도 압박해서 채워넣은 것이다.

그에따라 바긴다의 부대는 부르나이 수도를 공격할때 만큼은 아니여도 수천명에 이르는 대규모 부대를 이루었다. 얼마후 바긴다는 세르지의 요청에따라 주둔지에 모여든 부족원들에게 무기를 공급하며 준비를 시켰다.

“처음에는 방심해서 실패했지만 다음번에는 모조리 죽여주겠다. 특히 나의계획을 방해한 조선놈들! 네놈들은 그 댓가를 받게될 것이다.”

“세르지님! 브루나이 수도에있는 첩자들이 보낸 정보에서도, 놈들은 방심한 상태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승리를 거둔것에 기뻐하며 술탄궁에서 연회까지 벌이는 중입니다.”

모레나가 대답하며 조소를 띠었다.

송길준의 예상대로 모레나는 수도의 내부에 몇명이 첩자들을 두었고 부르나이 왕국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르지와 모레나는 자신들이 상대하는 조선군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전혀몰랐다.

* * *

쏴아아! 파도를 헤치면서 증기선들이 나아갔다.

이 증기선들은 제이든이 운영하는 이스트 프론티어에서 구입하였다. 그뒤에는 제이든과 철종이 공동으로 창립한 JS 마이닝(Mining)의 소속이 된것이다.

본래는 상업용 수송선이지만 지금은 수천명에 이르는 브루나이 왕국군, 그리고 조선의 정예부대가 탑승하며 목표를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얼마전 수도의 항구에서 야간을 이용해 은밀하게 출발했기에 누구도 알아챌수 없었다. 세르지의 부하인 모레나가 수도에 심어놓은 첩자들도 이 선박들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대장님! 조금후면 상륙지점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육로를 이용하는 것에비해 빠르군.”

“타그족들과 바긴다도 차후에 우리들이 공격한다면 육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측했을 겁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놈들의 헛점을 찌르는 것이지요.”

양현모 총병부대장이 말했다.

브루나이 왕국군의 총지휘를 담당한 술탄 카디자는 증기선들까지 보유한 조선군의 모습에 감탄했다.

“전하! 조선의 능력은 갈수록 우리들을 놀라게 하는군요.”

“이렇게 강한 국가가 동방에 있었다니 말일세. 전투력과 군사력에 있어서는 북쪽에 있다는 청제국을 능가할 수준이네.”

카디자가 대답하며 숨을 들이켰다.

그와 전대술탄도 동방과 아시아에서 제국으로 소문난 청나라에 대해서는 알고있었다. 실제로 브루나이는 과거에도 청황제에게 사신단을 파견해 조공까지 바친적도 여러번이다.

이처럼 브루나이 술탄들에게 청나라는 엄청난 제국으로 인식되었지만 더이상은 아니다. 조선군의 능력을본 카디자는 이제 조선이야말로 강력한 국가라는걸 확신한 것이다.

그에게 청나라는 종이호랑이에 저물어가는 존재였다.

그에반해 조선은 아시아를 주도할 엄청난 신흥강국이였고, 그 능력을 몇번이나 보여준 것이다.

개마고원의 범 사냥꾼, 변길섭의 활약

“부대원들의 준비는 어떤가?”

“언제라도 출발이 가능합니다.”

변길섭이 송길준을향해 대답했다.

그는 양현모가 지휘하는 총병부대의 무관들중에 한명이다.

그리고 변길섭은 총병부대 무관으로서의 능력외에 다른 재능들도 있었다. 조선군에 들어오기 전에는 험준한 산으로 둘러쌓인 개마고원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활동했고 포수로서의 실력도 뛰어났다.

타고난 범 사냥꾼. 그것이 변길섭을 아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부분이다. 이때문에 변길섭은 처음에 병졸로서 시작했지만 철종이 조선군을 개혁하면서 무관으로 직위가 상승된 것이다.

과거와 다르게 지금의 조선군은 실력과 재능있는 사람은 병졸이라도 그에맞는 대우를 해주고, 나아가 직급도 상승시켜 주었다. 송길준은 변진섭의 능력을 알았고 이번에 진행되는 침투부대의 지휘를맡긴 것이다.

“이번의 상륙작전은 적의 헛점을 찌르는 기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네. 따라서 적들이 우리의 상륙을 몰라야 한다는것. 혹시라도 알게되어도 한참뒤에나 눈치채는것이 필요하지. 그래야 타그족의 주둔지에있는 적들을 포위하고 섬멸하는게 수월해지니 말이야.”

“명심하고 있습니다. 여기 싱카족 전투병들이 길안내를 해주기 때문에 적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접근하는것도 충분히 가능할거 같습니다.”

변길섭이 대답하며 옆에있는 싱카족의 데사이를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데사이를 포함해 싱카족들은 자신들이 해야할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있었다. 상륙작전을 성공시키고 적의 헛점을 찌르기위해 송길준은 탁월한 작전을 구상했다.

그것은 적들이 상륙부대가 오는걸 발견하지 못하도록, 또는 운좋게 발견해도 적의 지휘부에까지 전달되지 못하도록 하는게 중요했다. 이번에 전개될 상륙부대의 규모만해도, 브루나이 왕국군이 5000명에 이르렀고 조선군들도 수백명이 넘어간다. 때문에 적들이 아군의 상륙을 눈치채면 그에대한 준비를 하거나 상황에따라 도주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번의 목표는 적에대한 포위 섬멸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마지막까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는게 필요하지.’

송길준은 작전을통해 남은 타그족들을 완전히 섬멸하고 반란군의 두목인 바긴다를 포함해 배후에있는 세력까지도 박살낼 기회로 생각했다. 따라서 적들이 해안쪽에 배치한 감시초소를 제거하는건 필수였다.

적들도 만약의 상황을위해 바다를 감시하는 초소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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