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6화 (146/169)

예를들면 충무공함이나 광개토 대왕함, 세종대왕함, 또는 기타 등등... 21세기 한국해군이 함선들에 붙였던 이름들도 가능했다.

다만 이번에 도입한 12척의 증기선들은 조선이 대양해군으로 나아가는 기초단계였기에 좀더 크고 상징적인 이름은 이후에 제작될 함선과 전함들을위해 남겨두기로 하였다.

그럼에도 1400톤급의 배수량에 시커먼 연기를 솟구치며 나아가는 태풍함의 위용은 충분히 당당했다.

“기관장! 증기보일러를 포함해 각부분의 작동은 어떤가?”

“순조로운 편입니다. 함장님.”

박영달이 강준기 함장을향해 대답했다.

그는 조선수군에서 선발된 인원으로 얼마전까지 랜스터호에서 훈련을 받았다. 특히 기계부분에 손재주와 재능이 뛰어나 증기기관에대해 배웠다. 동시에 그를 지도했던 영국인 기술자 네빌은 감탄을 하였다.

이후 랜스터호가 태풍함으로 바뀌면서 박영달은 기관장으로 후배들을 가르치며 지도하고 있었다.

태풍함의 함장으로 임명된 강준기는 전라좌수영에서 실력이 뛰어난 무관이였고 실전경험도 풍부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영국인 선원에게 증기선의 운영과 항해술을 배우며 훈련했고 1400톤의 증기선을 지휘할 능력을 갖춘 것이다.

강준기 함장이 선상에있는 병사들에게 외쳤다.

“이번에 진행할 해상열병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선의 수많은 백성들이 열병식을 구경하러 참가했다. 동시에 조선수군에 강력한 증기선들을 도입하신 전하께서도 우리 수군의 성과를 기대하고 계시다. 이제까지 훈련하며 배운대로 한다면 모든것은 순조롭게 끝날것이다. 각자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강준기 함장의 연설에 수병들이 주먹을 쥐었다.

그들이 시선을 육지로 향하자 강화도에서 구경하던 조선인들이 보였다. 숫자는 상당히 많았고 모두가 응원하듯 손을 흔들었다. 조선의 백성들에게 수군의 힘을 보여줄 기회가 온것이다.

얼마후 명령을받은 병사들이 각자의 위치로 달려갔다.

충무공의 학익진과 함포사격

“저기에 수군의 판옥선들도 나타났다.”

“정말이네.”

구경온 백성들이 소리쳤다.

이번의 해상열병식에는 조선이 도입한 12척의 신형 증기선들. 그리고 수영에서 개조를마친 24척의 판옥선들도 동시에 참가하는 것이다. 지금도 월터가 지휘하는 기술자들과 각 수영에있는 장인들이 판옥선들을 개조하며 내부에 스크류형의 증기기관들을 장착하고 있었다. 현재 조선수군이 보유하고있는 판옥선들만해도 대략 2-300척에 이르렀다.

개중에 너무 오래되어 증기기관을 장착하기 힘든것들을 제외하고 최소 200척에 이르는 판옥선들에 증기기관을 장착해 기동력과 항해능력을 높이는것이 목적이였다.

따라서 해상열병식에 참가하는 24척의 증기판옥선들은 이런 부분을 점검하고 테스트해 보는 중요한 기회였다.

“그런데 지금 나타난 판옥선들은 좀 다른데.”

“잠깐. 그러고보니 판옥선들의 좌우에 달려있는 길다란 노들이 하나도 안보이네.”

구경온 백성들이 웅성거렸다.

그들이 보기에도 이번에 등장한 판옥선들은 많이 달랐던 것이다. 과거 판옥선의 하부갑판에 노들이 튀어나왔던 선체는 완전히 막혀있었다. 대신에 판옥선의 갑판 중앙에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증기기관이 있었다. 그 옆으로 증기보일러와 석탄들을 쌓아둔 공간도 만들어진 상태다.

치이익! 텅텅텅! 증기보일러에서 열기가 솟구쳤다.

그리고 수직으로 세워진 연돌(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면서 판옥선이 파도를 헤치면서 나아갔다. 이것을보며 몇몇 눈치빠른 백성들은 지금 등장한 판옥선이 양인들의 증기선과 같은 능력을 지녔다는걸 파악한 것이다.

“이제는 조선수군의 판옥선들도 양인들의 증기선처럼 움직이다니! 이거야말로 대단한 일이야.”

“수군이 이정도로 발전하다니!”

저마다 감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에 개량된 증기판옥선의 성능은 탁월하군요. 그런데 과거에는 판옥선에 배치된 노꾼들이 상당수 있었는데 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였습니까?”

“전하께서 하명하신대로 판옥선들을 증기선으로 바꾸고 개조하는 절차에따라 더이상 노꾼은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노꾼으로 활동했던 그들도 조선수군에서 복무했던 인원들이기에 새로운 임무와 보직을 맡기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병조판서 박규수가 설명하였다.

판옥선의 하부를 개조해 첨저선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선체내부에 증기관을 장착하면서 이제부터 판옥선은 스스로 움직이고 후방에 장착된 스크류를 회전시켜 항해가 가능해진 것이다.

따라서 각각의 판옥선마다 있던 수십명의 노꾼들은 더이상 힘들게 노를젓지 않아도 되었다. 동시에 좌우로 노가 튀어나왔던 부분도 막아서 선체하부를 보강하는 작업도 하였다.

처음에는 이렇게 할일이 없어진 노꾼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에대한 문제로 병조판서 박규수도 고민했다.

하지만 과거에 벌어졌던 임진왜란의 여러가지 자료를 확인하면서 박규수는 깨달은 것이다. 그것은 이순신 장군이 지휘했던 판옥선에 타고있던 노꾼들도 전투시에는 창이나 활을들고 싸웠다는 기록도 많았다.

‘바로 이거다. 조선수군의 노꾼들은 육체적으로 충분히 튼튼하고 얼마든지 전투에 참가할 능력이 있다.’

박규수가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뒤에 박규수는 병조의 관료들 그리고 수군쪽의 지휘관들을 소집해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그것은 판옥선에 배치되었던 노꾼들을 총병으로 바꾸는 것이다.

군기시를통해 생산중인 현무철포의 수량은 충분했다.

이제는 육상부대를넘어 수군에게도 넉넉히 줄수있는 상황이다.

판옥선의 전투방식이 이순신 장군의 전술을 물려받아 원거리에서 화포공격으로 적선을 격침시키는것도 있었다.

하지만 해상전투란것은 상황에따라 군선들끼리 근접하고, 서로간에 총격전이나 난전이 벌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때에는 화포공격보다는 판옥선에있는 총병들의 역활이 중요해진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 박규수는 노꾼들을 총병으로 바꾸고, 현무철포의 사격법부터 시작해 전투병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노꾼들도 현무철포를들고 전투에 참가한다니! 역시 탁월한 결정이군요.”

“송구하옵니다. 전하.”

철종의 격려를듣자 박규수가 고개를 숙였다.

노꾼들을 총병으로 교육시키는 부분은 수군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열심히 일했던 노꾼들을 필요없다고 내친다면 나머지 수병들에게도 의욕을 상실케하는 부분이 될것이다.

* * *

둥둥둥~ 두둥! 북소리가 크게 올렸다.

그러자 옆사람과 대화하며 떠들던 구경꾼들이 숨을 죽였다. 모두의 시선이 정면에있는 바다로 향했다.

12척의 증기선들외에 추가로 도착한 24척의 증기판옥선들까지 합쳐지자 그것은 엄청난 대함대로 변하였다.

신형 증기기관들을 장착한 34척의 함선들.

“드디어 시작한다.”

“바다위에 섬이 떠있는듯한 모습이군.”

강화도에 모인 백성들이 침을삼키며 긴장했다.

해상열병식을 총지휘하는 박규수가 외쳤다.

“지금부터 시작하라!”

박규수의 지시를받은 병조관원이 대형깃발을 들었다.

그러자 함대의 선두에있던 기함, 태풍함에서 공중으로 신호탄이 솟구쳤다.

슈우웅! 펑! 수직으로 솟아오른 신호탄이 터지며 웅장한 굉음을 내었다. 얼마후 함선들에 장착된 기관들이 작동하며 시커먼 연기를 뿜어냈고 바다위를 나아갔다. 해상열병식의 첫단계로 시작한 것은 조선수군이 사용하는 함대진법이였다.

“전하, 지금 진행중인건 대형 증기선들을 중심으로 증기판옥선들이 이동하는 진법입니다.”

박규수가 설명하였다.

12척의 증기선들이 2척씩 6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졌다.

그에따라 각각 4척의 증기판옥선들이 4방향에서 위치하는 형태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함대진형에서 기본이되는 단종진, 그리고 횡단진등이 전개되었다. 이후에는 대형함을 중간에놓고 다수의 증기판옥선들이 방사형으로 늘어서는 함대원형진까지 만들었다.

바다위에서 진형을 바꾸고 기동하는 함선들의 모습에 구경온 백성들은 탄성을 토해냈다.

과거 조선수군은 수십명이 노를저어 움직이는 판옥선으로도 이런 절도있는 함대진형을 만들만큼 뛰어났다. 이제는 그것을 증기선으로 하는 것이기에 훨씬더 정교하고 진법의 모습이 제대로 나왔다.

“와아아! 저것은 학익진이다.”

“역시 조선수군은 임진왜란의 명장이신 충무공의 후예라니까.”

“저렇게 거대한 학익진을 순식간에 만들다니!”

마지막 함대진형으로 펼쳐진 학익진에 수많은 백성들이 손뼉을치며 좋아했다. 구경온 백성들 모두가 학익진을 알고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그중에는 수군 출신의 인원들도 있었기에 바다에 펼쳐진 거대한 학익진을보며 감격한 것이다.

병조판서 박규수는 백성들의 환호성을보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의 해상열병식에서 선보일 함대진법이나 절차, 그리고 많은 것들을 박규수가 고안해낸 것이다.

조선수군이 바다에서 증기선으로 펼치는 학익진은 명장이였던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고 그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다. 이것을통해 조선수군의 자신감이 솟구친 것이다.

“이번에 병판이 큰일을 해냈군요.”

“소신도 같은 생각입니다. 전하! 조선수군이 이토록 막강한 위용을 갖고있으니 감히 타국이 조선을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대답하던 흥선군 이하응의 음성이 떨렸다.

역사에서 이하응은 대원군으로 집권한뒤 조선에 왔다가 침몰했던 미국의 증기선 제너럴 셔먼호를 인양해 증기선을 만들려고 시도했다.

다만 제대로된 성능이 나오지않아 실제로 써먹기는 힘들었지만, 이하응은 서양의 무기와 증기선을 받아들여 조선을 강국으로 만들려는 의지는 강하였다.

이제 그의 눈앞에서 수십척의 증기선들이 해상기동과 함대진법을 펼치는 중이다. 따라서 그가 느끼는 벅찬 감동이 얼마나 클지는 충분히 짐작되는 부분이다.

“전하! 지금부터가 본편입니다.”

박규수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였다.

둥둥둥! 두두둥! 전보다 더 크게 울리는 북소리.

잠시후 박규수의 지시를받은 병조관원이 다른 깃발을 들어올렸다. 해상열병식에 참가한 함선들과 선장들은 모두 망원경을 휴대했다. 그리고 강화도와 박규수쪽에서 보내는 신호와 깃발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얼마후 기함인 태풍함에서 두개의 신호탄이 연속으로 올라갔다.

쏴아아! 수십척의 함선들이 파도를 가르며 나아갔다.

조금전까지 학익진을 마지막으로 함대진형을 펼쳤던 함선들은 크게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이후에는 좌우로 17척씩, 2열종대로 나아간 것이다. 그리고 갑판에 배치된 병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화포발사를 준비해라!”

지금부터 조선함대가 펼치는것은 적의 함대를 돌파하며 깨뜨리는 진형이였다. 그에따라 함선들에는 개량된 양무화포들이 장착되었다. 병사들은 포탄과 화약을넣고 신호만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선두에서 나아가는 기함인 태풍함부터 포격이 개시되었다.

펑! 퍼퍼펑! 콰쾅! 해상에서 울려퍼지는 거대한 폭발음.

그것이 강화도에있는 백성들의 귀에까지 전달되며 고막을 진동시켰다. 태풍함의 뒤로 나머지 증기선들과 증기판옥선들에서도 화포를 발사했다.

포구를통해 터져나오는 시뻘건 불꽃. 그리고 솟구치는 화염과 연기들! 이것을본 백성들은 저마다 함성을 내질렀다. 조선수군이 보유한 막강한 전투력과 힘이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자아! 많이들 드시게. 술과 안주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오늘은 경사로세. 조선수군의 강대한 모습도 구경하고, 술과 음식까지 대접받다니 말이야.”

“나는 지금도 화포가 발사될때의 굉음이 느껴질 정도네.”

흥에겨운 백성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오늘 구경온 백성들은 해상열병식의 모습을 전파하며 그 소식은 전국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조선의 백성들이 조선군에대해 믿음을갖고 자부심을 갖는것.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였다.

* * *

군데군데 짚단으로 만들어진 움막들이 보였다.

창고들 사이로 장창을 휴대한 병사들이 걸어갔다.

일부는 중요한 건물들에 배치되어 경비를서는 경우도 있었다.

얼마전까지 기세등등했던 병사들의 표정은 절망과 패배감으로 가득했다.

그것도 당연했다.

이들중 상당수가 타그족이고 족장인 바긴다를따라 브루나이 왕국의 수도까지 진격했던 것이다. 술탄궁이 눈앞에 있었고 바긴다의 명령에따라 공성전을 개시했다.

술탄의 친위부대는 박살났고 자신들을 막을 존재는 없어보였다. 그리고 술탄궁을 함락하면 그안에있는 여자들과 보물들이 모두 손아귀에 들어온다.

욕정과 탐욕에 눈이커진 타그족 병사들은 괴성을 지르며 돌진했다. 하지만 그뒤에 벌어진 상황은 처절했다.

수백발의 총탄이 그들을 휩쓸었다. 그뒤에는 강력한 화포들이 불을뿜었고 날아온 포탄에 동료들이 찢겨졌다.

공격에 참가했던 5000명의 티그족 반란군 중에서 4000명에 가까운 숫자가 궤멸당했다. 겨우 1000명 남짓한 숫자만이 탈출에 성공했을 뿐이다.

“바긴다 족장만 믿고 놈들의 수도까지 진격했는데, 이게 뭐야. 내친구들도 모두 죽었어.”

“쉿! 조용히 해! 너 죽고 싶어?”

불만을 토해내는 바긴다 병사를향해 나머지가 당황하며 말했다.

그들도 브루나이 수도에서의 대참패에 사기가 꺽인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타그족 족장인 바긴다의 분노와 후환이 두려워서 말을못할 뿐이였다.

“도저히 믿을수 없군. 부르나이 왕국을 무너뜨리고, 보르네오가 손아귀에 들어왔는데.”

세르지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는 술탄궁에대한 전투와 대참패에 분노가 끌어올랐다.

자신이 짜놓은 전략은 완벽했다. 야만족인 타그족을 이용해서 브루나이 왕국을 흔들고 무너뜨리는 것.

브루나이 왕국이 과거에비해 세력과 영토가 줄었기는 하지만 본국인 포르투갈이 보르네오를 손에넣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치워야할 대상이다.

그것을위해 세르지는 포르투갈군이 보유중이던 무기와 장비를 타그족에게 지원했다. 구형이라곤 하지만 500정에 이르는 머스켓 소총들은 적은 양이 아니였다. 그런데 수도에서 대참패를 당하며 타그족의 머스켓 부대가 박살났다. 그리고 400정에 가까운 머스켓과 다량의 화약까지 적에게 빼앗긴 것이다.

“세르지님! 이대로면 보르네오에대한 우리의 작전이 실패하는게 아닙니까?”

“아직 단언하기에는 이르다. 어차피 한번의 패배일 뿐이다.”

세르지가 애써 표정관리를 하였다.

그러나 쉽게 무너질거 같았던 브루나이 왕국과 술탄의 친위대가 되살아난것, 그리고 적들이 막강한 화력을 갖춘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타그족을 공격하고 참패시킨건, 술탄의 친위대 놈들만이 아니였다.”

“저도 기억이 납니다. 검은머리에 동양인이긴 하지만 여기 동남아시아 인종들과는 얼굴 생김새가 다른 놈들이 섞여 있었던거 같습니다.”

“설마 늙은 술탄녀석이 용병이라도 부른것인가?”

“그렇다해도 녀석들이 사용하던 머스켓이나 화포등은 예상외로 강력했습니다.”

“제길! 어떤 놈들이 방해를 한것이야?”

세르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것에 부하인 모레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처음에 상관인 세르지에게 이번 작전을 좀더 신중하게 할것을 제안했다. 그럴것이 브루나이 왕국은 오랜역사를 가졌고, 한때는 보르네오섬 전체를 장악했던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포르투갈인들에게 미개하다고 조롱받는 상황이라해도 쉽지는 않을거라고 말이다.

이것에대해 세르지는 코웃음을 쳤다.

미개한 동남아의 왕국 하나쯤 무너뜨리는건 금방이라고 자신했고 처음에는 잘 진행되는듯 보였다. 특히 브루나이 왕국에 적대감을가진 미개한 부족 타그족을 이용해 손쉽게 성공시킬 것이라 예상했다. 그때문에 보르네오에 상륙하고 참가한 포르투갈 병사들은 기껏해야 100명에 불과했다.

어차피 전투의 대부분은 타그족이 할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배후에서 무기와 장비만 대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다만 그것이 커다란 착각이란게 드러났고, 본국인 포르투갈에 증원병력을 요청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해적 토벌작전 (01)

“이럴줄 알았다면 마카오에있던 포르투갈 주둔군을 더많이 데려왔어야 했는데.”

“하지만 마카오의 가바론 총독이 쉽게 허락할리가 없습니다. 이번에 100명의 병사들과 선박들을 동원한것도 본국의 명령서와 압박을통해 가능했던 것이니까요.”

“개같은 가바론 녀석!”

과거에 세르지의 상관이였던 가바론 총독은 마카오의 방어를위해 포르투갈 병사들에대한 차출을 거부하였다. 비록 영국이 보유한 홍콩섬 때문에 입지가 줄었다해도 마카오의 가치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카오에도 일정수준의 병사들을 배치해 놓아야했던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도 몇번정도 마카오에는 해적들이 쳐들어 오기도했고 네델란드나 스페인이 노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문에 병력차출을 거부한 가바론 총독의 결정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다만 세르지에게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마카오보다 중요한것이 보르네오의 장악인데 가바론 때문에 일을 망치는 중이라고 말이다.

얼마후 천막내부로 병사가 들어왔다.

“세르지님. 일전에 말씀하신 브루나이 수도에대한 정보를 탐색한 인원이 왔습니다.”

“잘 되었군. 어서 데려오게.”

세르지가 명령했다. 얼마후에 천막내부로 병사를따라 한명이 들어왔고 세르지를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세르지가 그를향해 은화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건네었고 사내가 보고를 시작했다.

한동안 듣고있던 세르지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지금 네가 말한것들이 모두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나리.”

사내가 몇차례 대답했고 거짓말을 하는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세르지는 지금온 정보원을통해 브루나이 왕국에 적대하는 타그족을 포섭하는 일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조선군이라니? 그놈들은 어디에서 온것이지? 혹시 일본이나 청나라에있는 지방세력들중에 하나인가?”

“세르지님은 조선에대해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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